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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재앙급 빌런이 F급 헌터로 돌아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글방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7
최근연재일 :
2022.06.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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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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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블랙 피자도우의 비밀(2)

DUMMY

“다 알면서 왜 물어?”


조금 삐쳤는지 블랙 피자도우의 입술이 뾰족해졌다.

자꾸 이런 식으로 잔소리나 할 거면, 다시는 부탁하지 않을 거라며 눈치 주는 그녀였다.

하지만 블랙 글라스도 자신의 의견을 계속 피력했다.


“이해가 되질 않아서 그렇습니다.”

“뭐가?”

“블랙 가문의 위상에 맞게 실력을 키우시고 싶으신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이상한 일이기는 했다.

대 블랙을 필두로 직계, 방계 할 것 없이 가문의 모든 일원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헌터.

오직 그녀만이 예외였다.

어쩌다 블랙의 직계 자손이 가문의 아픈 손가락이자 골칫거리 취급을 당하게 된 것인지.


“차라리 말입니다.”


블랙 글라스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자처하는 그녈 안쓰럽게 바라봤다.


“지금이라도 회장님 말씀대로 하시죠. 하버드 헌터 아카데미에 입학을 하셔서.”

“하, 쫌.”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것 잘 압니다. 실력이 아니라 기부입학 형식으로 들어가는 게 죽기보다 싫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허나 말입니다. 최고의 선생을 만나면, 아가씨의 잠재성이······.”

“또 그 소리야?”


그의 조언을 듣다 못한 블랙 피자도우가 두 귀를 틀어막았다.


“하이레벨의 선생을 만나면 내가 달라질 거라고? 우리 아빠가 블랙이야. 블랙보다 뛰어난 선생이 어디 있어? 아빠조차 날 개화시키지 못했어.”

“아무리 뛰어난 부모라도 좋은 스승이 되지는 못합니다.”

“지겨워, 그만해.”

“아가씨.”

“시, 시, 싫다고 몇 번을 말해.”


블랙 피자도우는 짜증을 부리면서도 눈앞의 가건물을 바라봤다.

······김오류.

그의 이름을 곱씹다보니 문득, 어쩌면 블랙 글라스의 말이 옳은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이 필요하다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들어 그녀는 옥탑방을 가리켰다.


“아저씨 말이 옳을지도 몰라.”

“네?”

“나한테 좋은 선생이 필요하다고 했잖아,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허면 아가씨. 지금이라도 돌아가시겠습니까?”

“아니.”


블랙 피자도우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을 이었다.


“나한테 딱 맞는 선생이 저기 있어. 하버드 따위가 아니라.”


어안이 벙벙해져서 블랙 글라스는 그녀가 가리키는 옥탑방을 노려봤다.

저 안에 있다? 최고의 스승이?


“흠.”


인정할 수 없었다.

아가씨의 저 뜬금없는 확신은 대체 어디서 시작된 것인가?

김오류인가, 뭔가 하는 작자의 어떤 점이 맘에 들어 저리 고집을 피우시는가?


여기 오기 전에 물론 그의 활약을 영상으로 봐두기는 했다.

꽤 괜찮은 구석이 있는 남자였다.

특히 깡이.

다소 투박한 김오류의 전투 스타일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그 어떤 위기에도 물러서지 않는 투지.


‘남자답기는 했지.’


허나 그래봐야 B레벨 수준의 헌터.

블랙 가문에서 키우는 사냥개 블랭블랭한테도 물어 뜯겨 죽을 놈인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가씨.”

“응!”


블랙 피자도우가 활짝 웃었다.


“솔직히 말해봐, 아저씨. 내가 몰래 도망친 거 들킬까봐 겁나서 그러지?”

“그런 거 아닙니다.”

“걱정 마, 안 들켜. 분신 마법의 대가인 아저씨가 복제한 그림자야. 뭐, 부작용으로 마, 마, 말을 더듬기는 하지만.”


더 설득을 해본들 그녀의 고집을 꺾긴 틀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블랙 글라스는 정자세를 취했다.

이만 헤어질 시간이었다.


“다치시면 안 됩니다.”

“안 다쳐. 나, 이래봬도 블랙의 막내딸이야. 그리고······.”


블랙 피자도우는 김오류가 잠들어 있을 옥탑방을 다시금 바라봤다.


“꽤 든든한 방패가 저기 있거든.”


실없이 웃는 걸 들킬까봐 그녀는 황급히 짜증을 부렸다.


“돈 줘.”

“······네.”


블랙 글라스가 블랙 피자도우의 손목을 가벼이 쥐었다.

그녀의 상태 창으로 3천만 코인이 입금되었다.


“일단 부탁하신 금액을 입금했습니다만, 겨우 이런 푼돈으로 식사나 하시겠습니까? 예비비로 30억 코인 정도는 소유하고 계셔야······.”

“됐어.”

“허면 집을 구해드릴까요? 김오류인지 뭔지 하는 놈하고 동거할 계획이라면서요. 적어도 100평 크기의 아파트는 되어야 아가씨께서 불편하시지 않을 겁니다.”

“됐다니깐.”


시크하게 거절한 후 블랙 피자도우는 옥탑방의 현관 앞에 섰다.

며칠 전 숙명의 탑 1층에 도전할 때보다 더 떨렸다.

거절 하지는 않겠지?


아까만 해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는데.

아니, 오히려 거절당할 리 없다는 확신이 있었는데, 왜지?

왜 심장이 벌렁대는 거야.


그녀는 팔뚝에 붙여둔 직감 Lv.10짜리 1회용 패치를 살펴봤다.

아무래도 패치의 지속효과가 다 떨어진 모양이었다.


숙명의 탑에 도전하기 직전 김오류와 파티 한 것도 사실은, 저 직감 패치 덕분이었다.

패치를 통해 일시적으로 높아진 직감이 그와 함께 하라 속삭였다.

김오류와 동거하겠다, 마음먹게 된 것도.

이렇게 무턱대고 쳐들어 온 것도 직감이 마치 나침반의 바늘처럼 그렇게 하라, 시킨 탓이었다.


“아저씨.”

“네?”

“직감 Lv.10짜리 1회용 패치, 몇 장이나 더 있어?”

“3장쯤 있습니다.”

“다줘.”


블랙 피자도우는 효력이 다 된 패치를 새로 받은 패치로 바꾸어 붙였다.

직감이 다시 번뜩였다.


“역시.”


거절당할 리가 없지.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뭐, 쫓겨나지만 않으면 되는 것 아니겠어?


씩, 웃는 그녀에게 블랙 글라스가 정중히 인사했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

※※※

※※※


미국에 있는 블랙 가문의 대저택.

이 저택의 구조는 매우 특이했다.

밖에서 보면 500평 규모의 단층짜리 평범한 건물이었으나 막상 내부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저택에는 약 30개의 방이 존재했으며 방에서 방으로 이어지는 복도는 무한의 미로와 유사했다.

거기에 각 방은 전 세계 곳곳에 설립된 블랙 호텔의 특정 룸과 연결되어 있었다.

어떤 방은 한국 블랙 호텔의 1101호실, 또 어떤 방은 일본 블랙 호텔의 2301실과 직결되는 식.


그리고 전 세계 각국의 숙명의 탑.

이른바 게이트의 무덤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저택의 정중앙에 있었다.

가문의 수장 블랙의 서재가 그곳이었다.


때마침 서재의 입구에서 휘잉, 소용돌이치는 빛이 일어났다.

이제 막 블랙 피자도우와 헤어진 블랙 글라스가 포탈에서 걸어 나왔다.


“하명하신대로 처리하였습니다, 블랙.”


세계 랭킹 1위 S레벨 헌터 블랙이 턱을 괸 채 그를 노려보았다.


“······F레벨에 대해서는 알아봤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다 확인하지는 못하였습니다만, 지켜보실만한 인재입니다.”


미동도 하지 않는 블랙을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블랙 글라스는 다급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속을 알 수 없는 분이었다.

이번 결정도 그랬다.

아가씨의 각성능력을 개화시키기 위한 촉매제로 왜 하필 김오류라는 놈을 선택했는지.


실전?


확실히 각성능력을 성장시키는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마물과 싸워보는 것.

저 대단한 블랙조차 처음에는 고작 A레벨 헌터였으나

죽을 위기를 넘기면서 300개의 잠재능력을 한꺼번에 개화했다고 하니, 그걸 믿는 것인지도.


“더 하명하실 것이 계십니까?”

“없다.”

“허면 물러나겠습니다.”

“······글라스.”

“네.”

“내 딸의 분신을 잘 관리하라.”


블랙 글라스가 블랙 피자도우에게 시전한 그림자 복제술은 여타 분신술과는 달랐다.

혹여 그림자의 본체가 목숨을 잃을 지경에 이르면, 순식간에 본체의 정신이 분신한테 이동한다.


본체의 정신이 분신한테 이동하였을 때, 약간의 부작용이 있기는 했다.

약 1%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여 사람이 살짝 달라진다.

하지만 99% 동일하니 사실상 목숨을 두 개로 늘리는 방법이었다.

하잘 것 없는 각성자인 딸을 험지에 보내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그의 분신술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블랙 글라스가 블랙의 서재를 떠났다.


※※※

※※※

※※※


아픈 손가락 취급이나 당하면서.

대 블랙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쩌리처럼 겉돈 지가 벌써 수년 째.


“······하.”


김오류의 옥탑방 앞에 우두커니 서서 블랙 피자도우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가문의 수치라고?

사실상 불량품?

가문의 명성에 흠집을 내는 하등 인간이자 어쩌면, 어쩌면, 가문의 몰락을 암시하는 흉조?


“내가?”


웃기지마.


“나, 블랙의 딸이야.”


아빠만큼은 아니어도.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히로인까지는 아니어도.


“할 수 있어.”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릴 들은 적이 있었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는 바람에 각성능력이 개화되지 못한 것이라고. 뿌리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시련만이.

지독한 실전만이 꽃을 틔우게 할 것이라고.


“되찾을 거야, 반드시!”


대 블랙 가문에서 피워낸 검은 꽃.


“내 진짜 헌터네임, 블랙로열로즈를.”


여느 때보다 굳은 표정으로 블랙 피자도우는 옥탑방의 현관문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심장이 떨렸다.

나를, 블랙 가문의 당당한 딸로 이끌 계기가 이 문 너머에 있어.


어떻게 그걸 확신하느냐고?

각성능력 패치로 붙인 직감 Lv.10이 그리 말해주고 있으니까.

비록 24시간 정도만 지속되는 1회용 패치이기는 하지만,

이 시대 최고의 예언자가 직접 자신의 능력을 불어넣어 만든 부착형 주문서.


“······김오류.”


저 남자야말로 길 잃은 나를 위한 나침반이자 길잡이야.

다소 흥분한 표정으로 현관문을 잡아당겼다.

직감조차 잡아채지 못한 예상외의 난관과 부딪혔다.


“!”


문이 잠겨 있었다.


“우쒸.”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얼마나 실랑이를 했던지.

하는 수없이 창문을 타고 넘어가야겠다며 가보았으나 그것조차 굳게 잠겨 있었다.

아니, 무슨 놈의 남자가 겁이 왜 이리 많아?


“······포탈 못 여는데.”

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마치 지퍼를 열 듯 허공을 죽죽, 그었다.

수십 번의 시도 끝에 하얀 빛이 솟아났다.


“열었다!”


소용돌이치며 열린 포탈 너머로 옥탑방의 내부가 보였다.

그곳으로 들어갔다.


“와,”


이런 데서도 사람이 사는 구나, 싶어서 다시금 놀랐다.

개집보다 작은 방이라니.

그 바람에 침대도 없이 이불 한 장 깔아두고는 바닥에 누워 자는 김오류가 더 커보였다.


“누울 데가 없네.”


블랙 피자도우는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솔직히 말해서 무턱대고 김오류한테로 온 건, 순전히 직감 때문이었다.

딱히 이유를 대자면 뭐랄까?

재미있을 것 같아서?


대 블랙 가문이라는 온실에서 벗어나기로 마음먹은 김에,

지금까지의 생활 습관과 패턴, 사는 곳까지 싹 다 바꾸자고 생각했을 뿐.


블랙의 딸로 살아온 22년의 세월을 송두리째 바꿀 충격요법으로는, 그에게 빌붙는 게 딱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좁은 데서, 이리 가까이 붙어 자야할 줄은 예상조차 못했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팬티만 달랑 걸친 남자와······.

불과 몇 십 센티의 거리를 두고 잠을 자야 하다니.


“미, 미쳐, 정말.”


블랙 피자도우는 가방을 열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족히 100평은 넘어 보이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녀의 가방은 인류 최대의 인벤토리라 불리는 아이템.

7성급 호텔 룸을 방불케 하는 개인 창고가 그 가방 속에 있었다.


“이불하고 베개는 챙겨와야지?”


사다리를 타고 가방 속으로 내려간 그녀는 재빨리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샤워는 귀찮아서 생략.

대신 향수는 뿌렸다.

거울 앞에서 옷차림을 간단히 정리한 후 필요한 물품 몇 개를 챙겨서 가방 밖으로 나왔다.


“아, 피곤해.”


이불을 대충 펴두고는 베개를 내려놓다가 슬그머니 김오류를 쳐다봤다.

······세상에.

가슴에 얌전히 박혀있던 심장이 제멋대로 목구멍까지 튀는 바람에 그녀는 다급히 입을 막았다.


“미치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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