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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즐님의 서재입니다.

미연재 소설 속 작가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루즐
작품등록일 :
2021.05.12 17:00
최근연재일 :
2021.05.14 18:05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0,753
추천수 :
497
글자수 :
35,667

작성
21.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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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Prolouge. 당했다

DUMMY

당했다.


우리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항상 계약서를 조심하라고. 그 계약에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모른다고.


그에 나는 항상 답했다.


설마 내가 계약서에 당하겠냐고. 그거에 당하면 호구지 사람이냐고.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당할 수가 없다고 나는 항상 생각했다.


직접 당하기 전까진.


***


나는 웹소설 작가다.


5질의 소설을 준수한 성적으로 완결 친 일류는 아니지만, 이류쯤 되는 작가.


슬럼프가 왔는지 그 이후의 글을 쓰지 못했고, 1년간의 정체기 이후 도저히 아니다 싶어 여행을 왔다.


생각도 정리하고, 준비 중인 소설 집필을 시작하기 위해서.


제주도의 어느 숙소.


나는 담배 필 겸 술 좀 사 올 겸 밖으로 나왔다.


바람 좀 쐬며 쉬고 있었는데······.


잿빛 구름이 하늘을 덮고.


번쩍---


순간 세상이 점멸했다.


“어······?”


순간 흘러나온 신음.


그와 동시에 강렬한 폭발음이 귀를 울린다.


이어지는 뜨거운 무언가는 나의 몸을 타고 들어왔고, 그 폭발적인 에너지는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털석--


나는.


번개에 맞아 죽었다.


***


여성의 목소리가 뭔가를 아주 복잡하게 설명한다.


복잡한 설명치고 내용은 간단했다.


나는 뒤졌다.


담배 피우다가 번개에 맞아 죽었다.


여기는 죽음 이후의 세상, 천국 지옥 그리고 그 어느 곳으로 갈지를 심판하는 장소······. 대충 그런 곳이라고 한다.


본래에는 바로 심판을 받아야 하는데 신이 한 가지 기회를 준다고 한다.


5개의 소설을 완결시킨 이후 6번째의 소설의 플롯만 짜다 죽은 나에게 말이다.


설명이 끝나고 나서, 띠링- 하는 맑고 청량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눈앞으로 이상한 것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유일 퀘스트 : 기회]


“이게···, 뭐야?”


당장 죽은 마당에 뭐가 나오든 놀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건 좀 당황스러웠다.


시스템 창은 흔히 게임이나 그것을 기반으로 한 소설에서 등장한다. 그런 소설만 5개를 써온 나는 오히려 나도 시스템 창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까지 했는데.


“이건 내가 묘사한 그대론데···?”


내용 자체는 같을 수 없지만, 디자인 부분에서 내가 묘사했던 그대로다.


푸른 배경을 바탕으로 하여 테두리에 장미 덩굴 같은 것이 감싸고 있는 형태.


“일단 시스템이나 읽어보자···.”


나는 현대인 치곤 이 미치고 팔짝 뛸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하기 시작했다.


는 무슨. 방금까지 5시간 동안 번개를 맞고 죽다니!! 억울해!! 하며 울다가 겨우 진정해 해탈의 경지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런데···. 다음 알림은 어떻게 읽는 거여?”


나는 맹한 표정을 지으며 시스템을 바라보았다.


시스템 창은 마지막에 떠오른 알림, [유일 퀘스트: 기회]만 떠있을 뿐, 그 다음을 알려주진 않았다.


이건 내 능지 문제는 아니다. 아니, 맞긴 한데···.


그 보여줘야 알 거 아니야!!


[······. 퀘스트를 누르세요···.]


뭔가 되게 하찮다는 듯한 느낌이 드는 알림을 보내온 시스템.


그에 나는 인상을 쓰며 시스템이 말한 것처럼 퀘스트 글자를 눌렀다.


‘그냥 스마트 폰이랑 비슷하네···.’


위로 올리면 이전 알림을 열람할 수 있는 구조였다.


누르고 몇 초가 지나니 시스템 창의 알림이 갱신됐다.


[신님이 당신의 최근 쓴 소설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어이쿠 이런 맙소사! 번개를 맞아 사망했군요! 이렇게 연중되면 신님이 슬퍼하시겠어요~]


‘스읍···. 뭔가 기분이 나쁘네.’


신이 관심을 가진 소설,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읽어주는 목소리의 말투가 비아냥 투라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나쁜 말 없이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방법이 있었구나···. 중얼거리며 다음 알림을 읽었다.


[그런 당신에게 기회를 드리고자 합니다!]


[당신이 연재할 소설 속 ‘랜덤한 엑스트라’가 되어 모든 스토리의 전개를 완결하세요.]

[성공 시 보상으로 부활하며 완결의 퀄리티에 따라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실패 시 당신은 영구 소멸 처분됩니다!!!]


[성공 조건: 안 죽고 완결.]

[실패 조건: 도중에 사망하거나 ‘세드 혹은 베드엔딩’으로 마무리할 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경우 ‘정식 런칭’이 가능합니다.]


기분 나쁘게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는 문장에만 느낌표가 붙어있는데······, 신경 쓰지 말자···.


“요약하자면 이거 아닌가?”


내가 쓰려다가 죽은 소설의 엑스트라로 들어가서 엔딩까지 마치면 살려준다는 것.


뒤지면 소멸이고 끝까지 살면 부활, 신이 만족하면 특별 보상인 것 같다.


“설마 또 함정 계약서는 아니겠지.”


생전 계약 부분에서 화끈하게 대인 적이 있었기에 나름 신중하게 이 퀘스트를 파악했다···, 만 파악할 수 있었으면 계약에서 대일 일도 없었겠지.


“그러니까 이 소설을 완결만 낸다면 살려주신다는 거지?”


나는 파악한 것이 맞는지 시스템에게 물었다.


[ㅇㅇ]


다행이랄까, 질문에는 답이 돌아왔다. 좀 싸가지가 없긴 했지만.


“넌 내가 묘사한 그대로구나.”


[ㅡ.ㅡ;;]


저 새끼 분명 사람이 쓰는 거다.


나는 일단 퀘스트 쪽에서 눈을 돌려(눈을 움직이니 시스템 창도 따라왔다.) 손익을 계산했다.


일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확실하다.


부활. 그리고 특별한 보상이라는 것.


딱히 끌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실패했을 때보다···, 아니 잠깐만.


‘거부는 할 수 있어?’


머릿속에서 그런 의문이 스쳐감과 동시에 시스템은 알림을 하나를 추가로 보내왔다.


[거부할 경우 지옥행입니다.]


거절은 거절한다. 라는 느낌의 알림.


“에라이 시불 것.”


애초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잖아!!


아니 이럴 거면 왜 물어본 거냐고···.


‘침착···, 침착하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가까스로 붙잡은 나는 침착을 유지하기 위해 머리를 식혔다.


‘어차피 내가 쓴 소설. 아직 연재는 못 했지만, 에피소드는 대부분 알고 있어. 거기에 미연재라 엑스트라는 오히려 한정되겠지.’


조형한 캐릭터는 많아 봐야 스물.


그 한정된 캐릭터 속에서 위험에 빠진 캐릭터는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


아니, 위험한 상황에 빠진 캐릭터 자체는 많았으나, 적어도 ‘들어가자마자 뒤지는 엿 같은 상황’은 없을 거라 확신한다.


“엑스트라로 들어가게 되면 내가 적은 부분에 나온 캐릭터로 들어가겠지.”


적어도 배경으로 존재하던 캐릭으로 들어갈 거다.


설마 뜬금없이 이야기에 관련도 없는 도시의 시민1로 들어가겠나.


나는 최악의 엿 같은 상황을 배제하고 다음 조건을 살폈다.


배경과 환경.


‘이번 소설의 배경은 아카데미 물이다.’


기본적인 배경은 정통 판타지 아카데미 물이다.


마력과 몬스터가 나오고 인간과 대적하는 악마라는 것들이 존재하는 정석적인 판타지 세계관에서 주인공이 아카데미에서 성장하고 향후 악마까지 죽이는 왕도적인 내용.


남성향 작가고 해서 로맨스적이고 귀족적인 아카데미는 아니고, 성장에 치중된 군사 학교 느낌이긴 했다.


‘소설은 너무 피폐한 내용의 전작들 이후로 좀 쉬자 하는 마음에 쓴 글.’


내용 자체는 흔하다.


그 덕에 안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는 점은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나는 많은 에피소드를 알고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 그것은 내 특이한 작법에서 온다.


놀랍게도 나는 메인 스토리가 되는 에피소드를 다 적어놓고 연재하며 그 스토리에 살을 붙여 잇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정확히는 쓰고 싶은 것들을 다 적고 소설에 맞게 연결한다랄까.


보통 작가들도 에피소드 한두 개까진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나는 20~30개가 넘는 에피소드 전부를 그렇게 적었다.


이걸로 편집장님한테 싸대기를 맞을 뻔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 넘어가고, 그런 특이점이 이점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내가 만든 창작물 속이다.’


소설에는 작가에 따라 틀이란 것이 존재하고 나는 내 소설의 특징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아싸로서 이 세계에서 학교생활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는 큰 부담을 제외하면 부활이 걸린 것치곤 너무나 좋은 조건이다.


사실상 이 퀘스트는 나에게 있어 지금은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솔직히 부활은 뭐, 크게 끌리진 않지만···.’


부활이라는 보상은 삶에 큰 미련이 없는 나에게 있어 딱히 큰 메리트는 아니다.


하지만 반대, 거부 시 조건이 발군이다. 어떤 인간이 지옥에 가고 싶어 하겠는가!


살고 싶으면 굴러야만 했다.


못 먹어도 고! 지옥은 X까라고 전해라!


“좋아. 수락한다.”


나는 호기롭게 말했다.


[후회는 없으시겠습니까?]


시스템이 되물었다.


번복할 리 없는 확실한 결정이었지만, 시스템은 한 번 더 의견을 물어 봐주었다.


“당연하지. 이 기회를 잡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더 후회될 것 같다고.”


나는 다시 한번 확고한 의지를 내보였다.


이 선택에 후회는 없다.


소설 속이 아무리 안 좋아 봐야 얼마나 안 좋겠어. 지옥보단 낫겠지.


띠링-


시스템의 알림음이 다시 들려왔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당신이 들어갈 엑스트라 캐릭터의 이름은······, ‘제로’입니다.]


“뭐···?”


‘제로, 그런 이름의 캐릭터를 만든 적이 있던가······?’


[그럼 열심히 하십시오.]


번쩍-


다만, 의문이 해답으로 갈 일말의 틈도 없이 정신은 소설 속 세상으로 이송되었다.


한순간 빛이 점멸했고, 시야가 바뀌었다.


***


엑스트라라고 하는 ‘제로’의 몸과 완전히 연결···. 결합 돼 제로의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직후 느낀 감상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ㅈ됐음의 스멜이 코끝을 천천히 스치는군.’ 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동굴인지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어두워서 앞도 잘 보이지 않았고,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올 것만 같은 지독한 악취와 시체 썩은 내가 코를 강하게 자극했다.


심지어 아직 감각이 완벽하게 연결된 것은 아닌지 몸도 잘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 신체의 크기나 그런 것들이 달라서 적응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으리라.


다만 움직이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었다.


‘나는 제로라는 캐릭터를 만든 적이 없다.’


백번 양보해서 그래, 배경으로서 소모된 엑스트라라고 치자. 묘사도 나오지 않았지만 단지 멀리서 주연의 상황을 보고 있는 사람이 없진 않을 것이니.


그런데 상황이 발군이다.


척 보기에도 이 장소는 동굴로 보였고, 시체 썩은 내만 날 뿐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다.


제로라는 캐릭터는 이름은 짓지 않았어도 한 에피소드의 중심을 맡는 엑스트라인 것 같은데 기억에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내 입으로 할 말은 아니지만, 나는 글을 병신같이 쓸 뿐, 글 쓰는 실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니까.


왜 이 알 수 없는 캐릭터의 몸으로 들어간 것일까.


이 의문을 간직한 채 나···, 이제는 ‘제로’가 된 몸을 움직이려 꿈틀거렸다.


‘일단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는 게 있겠지.’


이 장면은 내가 쓴 장면일 터, 모르는 부분이 있을 리는 없다. 단순히 기억이 안 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직접 겪으면서 떠올리면 된다.


‘와라! 척 보기에도 개 같은 상황아···!!’


쿠어어--!!


동굴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위압감을 가진 괴물의 울음.


호기롭게 일어난 것치고 이어지는 상황에 나는 다시 가만히 자리에 앉았다.


그것에 나는 뒷목이 싸해지는 감각을 느꼈고 다시 몸을 원상 복구시키며 상황을 관찰했다.


눈도 어느 정도 어둠에 적응해 보이기도 하고.


그때였다.


“시···, 싫어···!!”


괴물의 울음에 반응한 듯 소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갈라진 비명이 들렸다.


괴물의 울음소리와 소녀의 비명.


보면 볼수록 싸한 느낌만 강해질 뿐, 해답이 나온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뭔가···, 불안하다.


그와 함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한 가지의 생각.


‘당한 건가.’


계약서에 싸인할 때 들던 서늘한 감각.


당한 것 같다. 계약 사기······, 그래. 당한 것이다. 어쩐지······. 사기꾼처럼 후회 없냐고 물어보고 하더라···.


족 같은 신···. 나는 신을 욕하면서도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저 시스템에게 ‘기회’라는 이름의 퀘스트로 이 세계에 왔는데, 철저하게 엿을 먹이기 위해 완성된 상황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씨발, 죽고 싶네.


아니, 죽으면 소멸이니···, 살고 싶다 해야 하나.


띠링-


누구를 놀리듯 맑고 청량한 소리와 함께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그곳에는 아까 받았던 퀘스트가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설명이 싹 바뀌어 있었다.


[당신은 신에게 충격을 준 소설을 X 싸듯 쌌습니다. 이런, 신님이 스스로의 눈을 찔렀습니다!]

[벌로서 당신이 적으려 한 소설의 엑스트라로 들어가 전개를 완수하세요!]


시스템은 마치 확인 사살을 하듯 굳이 굳이 바뀐 알림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


처음 시스템이 떴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대우였다.


만약 이것으로 나의 맨탈을 흔들 작전이었다면···, 아주 성공적이었으리라.


그래···, 이제는 확실했다.


‘당했다···. 젠장 할.’


그것도 시원하게 당했다. 깔끔하고 완벽하게···.


‘오우 지져스. 하느님 맙소사. 부처님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알라신이여······.’


나는 자신이 아는 모든 신의 이름을 울부짖었지만, 돌아오는 말은.


[화이팅!]


시스템의 엿 같은 응원 뿐이었다.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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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hapter.2 적응하다 (1) +1 21.05.14 475 18 17쪽
4 Chapter.1 시작부터 이게 무슨 (3) +1 21.05.13 460 22 17쪽
3 Chapter.1 시작부터 이게 무슨 (2) 21.05.13 572 19 17쪽
2 Chapter.1 시작부터 이게 무슨 (1) 21.05.12 737 24 13쪽
» Prolouge. 당했다 +5 21.05.12 1,246 3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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