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가스는부자의 서재입니다.

콘스탄티노플의 황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가스는부자
작품등록일 :
2023.08.23 00:46
최근연재일 :
2023.10.04 02:04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5,797
추천수 :
331
글자수 :
154,955

작성
23.09.05 02:46
조회
548
추천
13
글자
11쪽

7화 땅굴

DUMMY

7화 땅굴


“이 머저리같은 새끼들!!! 그렇게 공성병기인 대포까지 집중해주고 지원 병력까지 몰아줬는데 내벽은 구경도 못하고 돌아와!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


“거기다가 네놈들에게 맡긴 메소티히온은 해자도 제대로 보수를 못해서 거의 없다시피한 수준이잖아! 근데도 거기를 못 뚫어! 니들한테 그동안 처먹인 밥이 아깝다!”


메흐메트2세는 자신의 심혈을 기울여서 한 공세가 실패로 돌아가자 자신 휘하의 예니체리 대장들을 쫘악 일렬로 세워놓고는 조인트를 까고 있었다.


“······죽여주시옵소서! 폐하!”


“이런 무능한 새끼들! 지금 이순간에도 할릴 파샤 그 노인네가 이때 다 하고 귀족 놈들을 끌어모아다가 전면 철수를 선동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그냥 이대로 너도 나도 싹 다 그 놈들한테 밀려나서 그대로 사이좋게 무덤에 처박히자는 것이냐!”


“···미천한 소신들이 정말 송구스럽사옵니다. 소신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시면 반드시 성벽을 뚫어내 보이겠습니다!”


그렇게 예니체리와 자신의 친위 병력을 다독(?)이고 있는 와중에 할릴 파샤를 비롯한 귀족들이 술탄을 찾아왔다는 소리가 들리자 메흐메트 2세는 표정을 완전히 구기면서도 이들을 내보낼 수 밖에 없었다.


“······꼴도 보기 싫은 놈들. 어서 가서 다음 공격이나 준비하거라!”


“······예. 이번에는 실망시키지 않겠사옵니다.”


그렇게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둘러서 술탄의 막사를 떠나는 예니체리들을 보면서 들어온 할릴 파샤와 귀족들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모습에 술탄은 자신도 모르게 속이 쓰렸다.


“애꿎은 불쌍한 예니체리들을 잡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 방벽은 애시당초에 인간이 제대로 된 공략을 하는 게 불가능한 것이 맞습니다.”


“······오늘도 아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려고 왔는가? 할릴 파샤?”


“···군대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술탄 폐하! 무재가 뛰어나셨던 폐하의 아버님께서 저 망할 도시와 로마놈들을 단순히 불쌍해서 그대로 놔두었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지금까지의 실패만을 겪어왔던 자신과는 다르게 승승장구하여 헝가리군을 대패시켰던 아버지 무라트 2세에 대한 이야기가 또 다시 흘러나오자 메흐메트 2세는 대놓고 할리 파샤를 노려보았다.


“내가 분명히 아버님이랑 나를 비교하는 짓거리는 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할릴 파샤! 당신이 아버님의 오랜 친우인 것은 알지만 언제까지 돌아가신 아버님을 끌어오려는 것이야! 그리고 아버님께서도 이 정도 부침은 겪으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작년의 스컨데르베우(Skënderbeu)에 대한 대대적인 공략도 실패를 하시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그때의 일을 반복하시려는 것입니까?”


“······.”


불과 1년전 자신에게 반란을 일으켰던 알바니아의 영주들을 토벌하기 위해서 3만이라는 병력을 보냈지만 결국 각개격파 당하며 실패했던 원정 이야기를 할릴 파샤가 끌어오자 그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다소 뻔뻔스럽게 파샤의 말을 넘어가는 메흐메트 2세였지만 그 자신조차도 무모하다고 여겼던 알바니아 원정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라도 이 전쟁을 포기하고 에르디네(아드리아노플)를 떠나 아나톨리아의 부르사로 돌아오시지요. 저희에게 당면한 적들은 저 버러지 같은 로마놈들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할릴 파샤의 말처럼 오스만 투르크는 아나톨리아 자체도 아직 완전하게 차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었다.

아나톨리아 동부에는 여전히 자신과 같이 룸 술탄국에서 떨어져나온 튀르크계 공국들이 미약하게나마 독립을 유지하고 있었고 동로마 제국과 같은 혈통 국가였던 트라페준타 제국 또한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어찌보면 아나톨리아로 돌아와 좀 더 쉬운 동쪽의 위험부터 처리하자는 할릴 파샤의 말은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독사 같은 놈이 그 간사한 혀로 날 꾀는구나. 아직도 나를 13세짜리 꼬맹이로 보는 것이냐? 동쪽의 위험부터 처리하면 위협이 사라진 너희 귀족놈들이 더더욱 그 힘을 휘두를 것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러나 그 내막은 다소 달랐기에 메흐메트 2세는 이렇게 일갈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담았다.

게다가 애시당초 오스만의 군주들이 자신의 거처를 아나톨리아가 아닌 발칸반도에 있는 에르디네로 옮긴 이유부터가 이러한 귀족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지 않았나.

저 망할 재상의 말은 악마의 속삭임이나 다름이 없는 이야기였다.


“되었다! 아직 공성이 치루어진지 한달도 채 되지 않지 않았더냐! 어차피 바다를 통한 보급이 있다고 한들 소량이니 시간을 투자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함락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하하, 그렇사옵니까? 아직도 여러 가지 교훈이 필요하시다면 소신 조금 더 기다려보겠습니다.”


* * *


오스만군의 강력한 공세를 간신히 격퇴해내기는 하였지만 동로마군의 상태도 결코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강력하고 튼튼한 성벽에 지탱하여 전투를 치뤘다고는 하나 10배가 넘는 숫적인 우세는 성벽 하나만 가지고 극복할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이제야 좀 몸이 풀리는 것 같았는데 벌써 물러가버렸네. 에잉, 아쉽구만 그래.”


물론 저 지치지 않는 인간 도살자 항우놈은 빼고 말이다.


“그나저나 넌 괜찮은 거냐? 아까 사람 하나 찔렀다고 토 나오고 난리도 아니더라? 여기서 사람 처음 죽여보는 거였냐?”


“······괜찮으면 이러고 있겠습니까? 한동안 시체에 익숙해져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게 크나큰 오산이었습니다.”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의 몸을 헤집는 그 끔찍한 느낌이 잊혀지지 않았다.

과거로 날아간 소설 속에서는 그렇게 쉽게들 뭉텅뭉텅 썰어버리던데 실제로 경험한 살인은 그렇게까지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그 불쾌한 기분을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감상에 휩싸인 것 같은 항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머나먼 미래에는 서로 그렇게 쉽게 죽이고 죽는 세상은 아닌가 보네.”


“······뭡니까? 어울리지 않게 그런 감상적인 소리는?”


“뭐 임마? 그러면 내가 사람 죽이고 벌벌 떨고 있다고 사내 취급도 안할 줄 알았냐?”


“네. 당연하죠.”


사실 의외였다.

내가 아는 항우라면 당연히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나를 놀리거나 무시하거나 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도 평화라는 것을 가장 소망하던 인간 중에 하나였다고 하면 믿어줄 거냐?”


“초패왕과 평화라···.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배열 같지 않습니까?”


“그 수많은 혈투와 전쟁을 치르고 나니 평화가 가장 고귀한 소망인 것을 깨달아버렸다고 해야될까? 그런 평화가 가득한 세상이었다면 나도 우희도 그렇게 끝을 보지는 않았겠지.”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입을 다물고는 기억나지 않는 무언가를 떠올려보려는 듯이 표정을 찡그렸고 나 또한 더 말을 걸지 않았다.

아마도 기억나지 않는 어떠한 과거를 떠올리려고 하는 것이겠지.


‘하긴 나조차도 이제 슬슬 그 지겹던 놈들의 얼굴이 흐릿해지고 있어. 여기에 빙의된 지는 불과 2달도 안될 터인데.’


그나마 기억이 온전한 상태일 때 진우에게 주워 들은 것들과 평소에 삼국지 관련 웹소설을 읽을 때 하던 망상들을 책에 적어둔 것이 다행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분명 나도 모르게 그러한 기억들을 잊어버렸을 것이었다.


‘그나저나 이 로마 놈들은 정말 대단하네. 나라가 망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시민이라는 놈들이 성벽 수리나 무기 수리 같은 잡일들 말고는 아무 것도 돕지를 않아.’


한국이나 중국이었다면 아무리 전투력이 떨어진다고는 해도 이 성에 사는 농민들부터 가벼운 무장이라도 시켜서 써먹었을 것이 뻔하였는데 이 로마놈들은 무슨 생각인지 3만이 넘는 시민이 이 콘스탄티노플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징집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 시민들 또한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으며 이 도시를 수호하기 위해서 자진하여 시민군이 되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리 병사로 지원할 사람들은 다 지원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중장년 남자들이 저렇게나 있는데 싸우려하지 않는다는 게 참 어이가 없군. 약탈이 두려워서라도 나설 것 같은데 말이지.’


아무리 빙의되어서 간략하게 저들의 문화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저런 행동방식은 뼛 속부터 한국인인 자신은 이해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저 사람들을 써먹을 수만 있어도 병력 차 때문에 고생하는 게 좀 더 줄어들텐데···.’


* * *


깡깡!


횃불로 여기저기를 밝힌 좁디좁은 갱도에 곡괭이를 든 인부가 조심스럽게 땅을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 주변에는 파헤쳐진 흙을 포대에 담아서 옮기는 손길 또한 분주하였다.


“콜록콜록, 제기랄! 노보 브르도(Novo Brdo) 광산에서 일하던 내가 왜 더 위험한 전장까지 끌여와야 되는 거야!”


“어쩔 수 없잖아! 이렇게 깊게 땅을 파고 들어가는 건 우리가 전문이니까 이렇게 끌려온 거지.”


오스만의 신하국인 세르비아에서 온 지원군 소속 광부 둘이 땅을 파헤쳐내려가면서 투덜거렸다.


“그래도 저 끔찍한 성벽을 공격하라고 내몰리는 것보다야 낫잖아?”


“하긴 그것보다야 이렇게 땅굴을 파서 놈들 밑으로 파고 들어가는 게 낫지.”


“그나저나 술탄도 참 대단하네. 이런 생각을 다 하고 말이야. 워낙 병력이 넘쳐나서 그런가?”


“저 성벽을 정면으로 넘을 방법 같은 건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된 거지. 그러니까 지가 뭐라고 저기로 쳐들어가?”


“쉿쉿. 투르크 놈들이 듣겠다. 좀 조용히 말해!”


저 뒤에서 지도를 살펴보면서 갱도의 방향과 깊이를 정하고 있는 투르크 장교를 힐끔 쳐다보면서 동료가 속삭였다.


“어차피 못 알아듣잖아. 걱정 좀 그만하고 저기 포대 들고 오는 놈한테 빨리 쌓여있는 흙이나 담으라고 해.”


“이봐! 거기 오는 너, 빨리 이 흙 좀 담아서 밖으로 내보내.”


눈에 초점을 잃은 채로 자루를 질질 끌면서 이동하던 핫산은 그런 광부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중얼거렸다.


“씨발. 좆같은 술탄이시여. 제발 그만하시면 안되나이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0 대역
    작성일
    23.09.05 02:54
    No. 1
  • 작성자
    Lv.99 증오하는자
    작성일
    23.09.05 14:37
    No. 2

    결국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제노바 조계지로 보낼수도 없고! 일단, 고전적인 수법을 쓰네요. 어쩌면 테오도시우스 3중성벽의 약점 내지 단점으로서 땅굴 파악실패가 나오려나?

    별희와 가지는 평화 생각할지 모르지만 항우가 오스만 병사들 생매장 시킬지 모르겠네요. 그보다 점점 오스만은 내전각 나오는듯...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콘스탄티노플의 황태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안내 +6 23.10.05 119 0 -
공지 9. 29 추석 휴재 +1 23.09.30 17 0 -
공지 (늦은 공지) 9.23 휴재 +1 23.09.24 41 0 -
공지 1453년 대략적인 상황 +2 23.09.01 569 0 -
31 30화 비밀협약 +1 23.10.04 186 6 12쪽
30 29화 미끼 +1 23.10.03 201 7 11쪽
29 28화 저기 항우야? +1 23.10.01 252 5 11쪽
28 27화 1차 에디르네 공성전 +4 23.09.29 248 6 10쪽
27 26화 오스만의 내전 +5 23.09.28 283 7 11쪽
26 25화 격동의 발칸반도 +7 23.09.27 343 7 12쪽
25 24화 당면한 과제 +2 23.09.26 336 7 13쪽
24 23화 수습 +4 23.09.23 406 9 11쪽
23 22화 반란 진압 +3 23.09.22 399 7 12쪽
22 21화 허를 찔러라 +1 23.09.21 369 6 12쪽
21 20화 역발산기개세 +3 23.09.20 403 9 11쪽
20 19화 매복 +8 23.09.19 416 9 10쪽
19 18화 반란의 징조 +6 23.09.17 427 9 11쪽
18 17화 약탈 +2 23.09.16 429 9 10쪽
17 16화 따서 갚자! +4 23.09.15 433 8 11쪽
16 15화 뒷수습 +4 23.09.14 488 11 10쪽
15 14화 값지지만 무게추를 바꾸기 힘든 승리 +4 23.09.13 521 10 11쪽
14 13화 도박수 +2 23.09.12 482 9 12쪽
13 12화 마지막 대공세 +2 23.09.10 535 10 12쪽
12 11화 분열의 조짐 +2 23.09.09 506 11 11쪽
11 10화 항복요청 +2 23.09.08 523 11 10쪽
10 9화 반격 +2 23.09.07 521 10 11쪽
9 8화 땅 속의 학살자 +2 23.09.06 543 12 11쪽
» 7화 땅굴 +2 23.09.05 549 13 11쪽
7 6화 2000년을 버틴 저력 +4 23.09.03 616 11 11쪽
6 5화 갈라타 전투 +4 23.09.02 607 1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