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에서 (미완)
나는 창밖에 있는, 우리들이 이룩해낸 찬란한 보배를 내려다보았다. 인류는 무너져 내렸었으나, 다시 한 번 이렇게 서는 데에 성공했다. 높게 우뚝 선 빌딩들은 우리들 대신, 인류의 찬란함을 알리고, 번영하기를 기원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렇게 희망차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느날, 민본당(民本黨)이라는 이름을 쓰는, 공화정의 부활을 추구하는 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노동자 인권 신장과 독재 타파를 위해서 들고 일어났다고 한다.
“개소리. 암세포 같은 새끼들.”
나는 창밖의 움직이는 점들을 보며, 저것들 중에서도 우리의 보배를 더럽히는 자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문득 화가 끓어올랐다. 뭐, 독재 타파? 인권 신장? 그냥 단순히 권력을 얻기 위한 한 수일뿐이다. 하지만 더 귀찮은 것은 저들의 선동에 넘어가는 멍청한 놈들이 아직 있다는 것이다. 아아······. 저들은 전쟁을 겪으면서 모든 걸 잃어버린 7년 동안 정녕 아무것도 배운 게 없단 말인가? 7년 만에 이렇게 나라를 다시 재건하는 것도 ‘통합네트워크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인데, 그 자들은 그런 은혜도 잊고 통합네트워크사를 몰아내기에 급급하니, 이것은 정말로 통탄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더욱 곤란한 건 저 머저리 같은 놈들 때문에 나도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저 망할 놈들이 꾀어낸 우리 회사소속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시위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대체 왜? 우리 회사는 통합네트워크사에게서 재건프로젝트를 위임받아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재건사업에 투입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에게 돈은 확실히 주었다. 쉴 수 있는 거처도 공짜로 주었고, 식사 역시 공짜로 주었다. 그런데 대체 왜? 도대체 무엇이 불만이길래?
아무튼 이대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저들의 억지를 일단은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 작가의말
일하십시오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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