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다른 누구와도 똑같은 사람 외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중·단편, 일반소설

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3.28 18:13
최근연재일 :
2019.03.28 18:29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97
추천수 :
0
글자수 :
10,594

작성
19.03.28 18:16
조회
81
추천
0
글자
5쪽

다른 누구와도 똑같은 사람

DUMMY

“내 이야기를 하나 해주도록 하지.”

그는 이마에 깊게 팬 골짜기 사이사이로 흐르는 땀을 한번 손으로 닦아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나는 옛날엔 몹시도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했다네.”

“모든 사람은 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않습니까?”

어쩌면 예의 없게 보일 수도 있는 나의 반문에, 그는 화내지 않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설명을 계속하였다.

“그래, 그렇지. 내가 말을 잘못했군. 애초에 우리는 모두 특별한 사람이라네. 단지 우리가 자각을 못 하고 있을 뿐이지.”

“하지만······.”

“허허, 닥치고 들어보게. 이래서야 끝이 안 나겠구먼.”

이번엔, 그는 악의없는 웃음을 지으며 재빨리 내 말을 막았다.

“그러니까, 나는 아주 옛날엔 상당히 오만한 사람이었지. 나는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하고는, 남을 쉽게 무시하곤 했었다네.”

그것은 정말이지 의외의 이야기였다. 그의 옛날은 지금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대학을 못 나온 자를 무시하고, 돈이 없는 자를 무시하고······.”

“그런데 어떻게 지금과 같이 바뀌신 겁니까?”

나는 처음엔 그냥 어른의 잔소리인 양 생각하고는 대충 듣고 넘기려 했으나, 이 이야기에 흥미가 생겨서 더 이상은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건 내가 대학생 시절에 겪은 일 덕분이지. 그때의 그 자전거 소년······.”

그는 잠시 회상에 젖어든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숨을 한번 크게 내쉬었다. 그의 피부는 그야말로 여기저기 갈라지고 축 늘어져, 완벽한 노인의 모습이었다. 지금 모습만 보면 그는 영락없이 죽어가는 노인네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눈을 떴을 때, 그곳엔 더 이상 노인은 없었다. 단지 그 누구보다도 밝게 타오르는 눈을 지닌, 한 명의 찬란한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대학생일 때의 일이었네. 나는 그냥 평소대로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어떤 꼬마아이가 끙끙대는 소리가 들리지 뭔가?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봤지. 그곳엔 자전거 체인이 고장 나서 고치려고 애쓰는 한 아이가 있었다네.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가까이 가서는 ‘도와줄까?’ 하고 묻고는 도와주기 시작했지. 뭐, 결국엔 고쳤었네. 솔직히 내가 고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데 말이야. 어쨌거나 나는 체인을 고치고는, 검게 변한 내 손을 몇 번 털고는 책가방을 들고 일어섰지. 그리고 그때 나는 들어버린 것이네.”

“무엇을 말입니까?”

“그 아이가 내게 ‘감사합니다.’라고 한 것을 말이지.”

그리고 몇 초가 흘렀다.

“끝입니까?”

내가 꽤나 맥빠지는 결말에 실망해서 일어났을 때, 그가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불현듯 깨달은 것이네! 바로, 그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에! 나는 정작 감사를 표한 적은 있었으나, 감사를 받은 적은 없었네. 아니, 그것은 단순히 착각일 뿐이지. 분명, 나는 그때까지 꽤나 여러 감사를 받았을 터였으나 그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잊어버린 거겠지.”

그의 감정은 점점 고조되어, 말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곧 이내 방안을 채울 정도가 되었다. 그러고는 앉아서 소파 팔걸이를 손으로 꽉 쥐는 것으로도 주체가 안 되는지, 벌떡 일어서서는 손을 이리저리로─마치 지휘를 하듯이─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누군가는 특별하고, 다른 누군가는 특별하지 않고 그런 게 아니었던 것일세!”

“그게 무슨 뜻입니까?”

“우리는 각각 모두 감사인사를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이네. 다른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우리 개개인은 특별한 사람이지. 단지 우리는 그런 걸 모두 잊어버릴 뿐이라는 것일세. 그때의 그 자전거 소년에게 있어서 나는 특별한 사람이자, 훌륭한 사람이 아니었겠나?”

“······”

그는 인생예찬의 곡을 계속 지휘하였다. 아무런 단원도 없이, 혼자서.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방안을 한없이 빛나는 황금빛의 음악으로 가득 채우기에는 충분했다.

“그때부터 나는 그 특별함이라는 것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지. 애초에 나는 매 순간 특별한일을 해오고 있었으니 집착을 할 필요가 없었지.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특별하네. 인터넷에 남을 돕는 사람이야기가 올라오면 사람들이 그 글의 주인공을 보며 훌륭하다고들 이야기하지. 하지만 애초에 우리도 인생에서 아무리 적어도 한번쯤은 그런 일을 하네. 남들에게 감사인사를 받을만한 일들을 말이지. 서로서로가 그리 다르지 않은 셈이지. 우리 모두가 서로 똑같은 셈이야.”

그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그래서 왜 저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신 겁니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지.”

그는 그 특유의 너털웃음을 다시 지었다.

“자, 그럼 여기까지. 이만 나가보게.”

“예, 감사했습니다.”

나는 그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문을 열어 방에서 빠져나왔다.

‘······뭔 소리야?’


작가의말

‘······뭔 소리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른 누구와도 똑같은 사람 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어느 불꽃축제의 아름다운 밤하늘 (끝) 19.03.28 19 0 1쪽
11 야상곡 19.03.28 14 0 3쪽
10 굳게 닫힌 문 19.03.28 17 0 1쪽
9 시대가 가다 19.03.28 15 0 1쪽
8 타워에서 (미완) 19.03.28 16 0 2쪽
7 금수강산 19.03.28 13 0 1쪽
6 화이트 크리스마스 19.03.28 14 0 1쪽
5 살아가다 19.03.28 15 0 1쪽
4 새로운 시작 19.03.28 18 0 1쪽
3 밑바닥에서 19.03.28 58 0 11쪽
2 너를 사랑하지 마시오 19.03.28 17 0 1쪽
» 다른 누구와도 똑같은 사람 19.03.28 82 0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