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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431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1.08.25 23:55
조회
34
추천
3
글자
10쪽

Episode217_도착(2)

DUMMY

'호풍장군'이라 불리우는 그녀, 여장군 수나는 어떤 기적도 사용할 줄을 모른다.


다만 그녀는 매사에 호랑이처럼 엄격했고, '무능력'하다는 모두의 무시에도 위풍당당했다. 수나에게 있어 그 따위 마법, 어떻게 써먹는지 방법조차 모를 뿐더러 하등 필요도 없다.


그저 손가락을 들어, 입을 열고, 병사들에게 외친다.


그에 따라 부하들은 목숨을 걸고 날려든다. 하나같이 똑같은 갑옷을 쓴 하나같이 똑같은 장사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창을 들고는 정확히 속도를 맞추며 돌격해온다.


철갑을 두른 자들의 발소리가 박자를 맞추어 울리면, 이백번 뻗은 서슬이 열을 맞추어 사라와 하온을 향해 날아든다.


사라는 곧바로 하온을 잡아챈 뒤 하늘로 뛰어올라 창날을 피했다. 그녀가 사라진 중심을 향해 사방에서 덮쳐온 창이 서로 맞닿으며 얽히고 부딪힌다.


그들 모두를 뛰어넘고 사라는 진형의 바깥, 길 옆으로 깔린 숲을 향했다. 다른 날이라면 병사 이백명쯤 호기롭게 상대해줬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절대 아니다.


도망쳐야한다. 나라님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자기네를 죽이기 위해 보낸 작자들이 만만한 상대일리가 없다. 반드시 여길 빠져나가야만 한다!


"후방진열, 창 세워!!"


하지만 수나 역시 그쯤은 이미 예상한 바였고, 곧장 창날이 수십개씩 하늘 위로 솟구치며 사라가 날아가는 길을 가로막는다.


하온이 몸에 보호의 기적을 두른 채 창날을 손으로 잡아 막았다. 사라는 그를 발판삼아 한번 더 도약하며 창날감옥의 담을 넘어선다.


해냈다고 생각한 순간, 수나의 불호령이 떨어지며 적진이 금세 형태를 바꾼다.


"A, D, 우-좌-10!"


그들을 가로막았던 병사들이 단숨에 좌우로 갈라진다. 갑작스레 진형이 바뀌어버려 사라가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착지해버리자, 즉시 수나의 다음 신호가 떨어지며 사방을 감싼 병사들이 움직인다.


“K, 격! D, H, 포!”


K조가 선두에 나가 창을 내지르며 반역자들을 공격하고, 그들에게 정신팔려 움직임이 제한되는 순간 D조, H조가 금세 그들을 둘러싸며 다시 퇴로를 차단한다. 이리 하여 포위망은 조금 옆으로 옮겨졌을 뿐 조금의 타격도 입지 않은 셈이 되었다.


"하온, 조심···!"


그렇게 사방에서 몰아치는 서슬세레, 사라는 하온이 다칠세라 다급히 그를 향해 돌아보았다.


"사라, 뒤!!"


허나 도리어 위기에 빠진 것은 사라였다. 그녀의 등을 잡은 정예병 하나가 힘껏 창을 내질러 공격해온 것이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며 몸을 피한 사라. 하지만 이미 타이밍이 늦어 창은 그녀의 옆구리를 스치며 상처를 입혔다.


"제기랄···!!"


피가 튀어오르고, 통증에 눈을 찡그리는 사라.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사라는 재빨리 팔을 움직여 그 창을 옆구리에 끼워잡는다. 그녀의 팔뚝이 조여대는 압력만으로 창은 미동조차 못하고 봉쇄되었다.


그리고 창을 움직여서 반대편에서 봉을 잡고있는 병사를 통째로 들어올려, 자신을 둘러싼 다른 병졸을 향해 힘껏 휘두른다.


"이야아아아아ㅡ!!"


이 압도적인 용력에 적들은 마치 도미노처럼 서로 부딪치며 나가떨어진다. 그렇게 진형을 휘저은 채 다시금 탈출을 모색하려던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적들이 서로 뭉치며 동료를 지탱하더니, 이윽고 인간으로선 놀라운 힘을 발휘하며 그녀의 공격에 저항해낸 것이다. 사라가 휘두른 창은 점차 속도가 줄어들다가 이내 멈춰버렸다.


그들의 발이 밀려 땅에 선을 긋고, 흙먼지가 크게 일며 격렬한 저항을 표현했지만, 수나가 짜낸 진형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때 사라가 눈을 힐끗 옆으로 돌린다. 그렇게 뭉친 병사들의 창 역시 서로 얼기설기 얽힌 채 뭉쳐있었다.


사라는 그대로 이 창무더기를 한가득 끌어잡아, 손바닥을 펼쳐 봉 부분에 거세게 장을 날렸다. 창은 그대로 작살이 나버려 죄다 두 동강이 나버린다. 서슬을 잃은 창은 이빨빠진 봉이 되버리고, 이 차력의 여파에 톱밥과 연기, 나무파편이 터져나온다.


그렇게 떨어져나온 창날을 손에 가득 쥔 채, 사방에 휘두르고 던져대며 사라는 온 힘을 다해 저항한다. 창을 쳐내고, 비수처럼 날리고, 땅에 꽃아 접근을 막았다.


허나 적들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창을 잃은 병사들도 곧바로 옆구리에 찬 칼을 뽑아들고 전선에 돌입하니, 수나의 병사는 잠시의 전력손실도 허용치 않고 꾸준히 사라를 몰아붙인다.


"B조 전환!!"


그렇게 수나가 신호하자, 후방 진열에서 창을 들고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방패를 내려놓고 창을 들어 사라를 조준한다.


"투창ㅡ!!"


그리고 B조의 이 말과 동시에 그들의 앞을 가로막던 다른 병사들이 일제히 좌우로 갈라지며 길을 틔웠다.


그렇게 중심에 보이는 목표, 사라를 향해, 그대로 온 힘을 실어 창을 날리는 정예병. 인간의 극한에 이르른 힘이 기적으로 강화되어 일제히 창에 실린 채, 암만 사라라 해도 맞았다간 분명 죽어버릴 투사체가 열 발씩 발사된다.


하온은 보호의 기적을 두른 채로 창을 향해 정면돌파한다. 그에게 부딛친 창은 흠집 하나 못내고 옆으로 튕겨나가 땅에 박혔고, 이번 공격은 성공적으로 방어해낸 듯 했다.


"지금이야, 하온! 내가 앞을 뚫을테니 어서 도망···!"


더군다나 창이 날아갈 길을 열어주려고 포위망이 잠시 갈라졌으니, 이 틈이 기회라 여긴 사라는 서둘러 앞장서서 바깥을 향했다.


하지만 하온은 예기치 못한 적의 한방이 남았음을 직감한다. 사색이 되어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사라!!!"


그리고, 시간차를 두고 날아온 적의 마지막 투창이 쾌속으로 사라에게 진격해온다.


이 작살이 그녀의 면상에 꽃히기 직전, 하온이 앞으로 튀어나와 사라를 감싼다. 그리고 직선으로 여기 날아오는 창날에게 사력을 다해 집중한다.


일촉즉발의 상황, 긴장으로 열배는 빠르게 돌아가는 정신이 가까스로 정지의 기적을 발동시켰다.


창은 움직임을 멈추더니 하온의 코 앞에서 그대로 정지했다.


창끝을 눈 앞에 둔 그 2초간, 하온은 땀을 한바가지는 더 흘렸다. 다리에는 힘이 풀린다.


하지만 잠깐 정신을 놓은 것 만으로도 적은 벌써 다음 행동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병사 하나가 공중에 멈춘 창을 잡아챘다. 창이 정지의 주박에 풀리자마자 적은 이를 격렬히 휘둘러 하온의 가슴팍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크아···!!"


"하온?!!"


동시에 방금 사라에게 창을 빼앗겨버렸던 병사들이 땅에 꽃힌 투창을 하나하나 집어든다. 단숨에 그들의 역할이 다시 창병으로 전환된다. 진열이 다시 원상복귀된다.


"활! 각, F!"


수나의 또다른 신호. 이제 사라도 하온도 그녀가 내뱉는 말 하나하나에 공포감으로 소름이 돋는다.


창을 던져버려 맨손이 된 병사들이 일제히 등에 멘 활을 꺼내든다. 이들 역시 단숨에 역할이 궁병으로 전환되며, 단시간에 새로운 진열을 형성한 뒤 벌써 활줄을 당기고 있었다.


상처입은 하온을 끌어안고 이번엔 사라가 그를 감싼다. 그를 뒤로 숨긴 채 스스로 방패가 된 것이다.


그녀의 등짝에 여러발의 화살이 날아와 꽃힌다. 그녀의 질긴 근육조차 파고드는 화살촉의 격통에, 사라는 단말마조차 내지르지 못한채 아픔을 삭였다.


뒤이어 후속공격이 하나하나 날아온다. 제 아군까지 잔뜩 휘말린 난전임에도 불구하고 궁수들은 귀신같이 정확한 조준으로 사라를 향해 화살을 쏘아댔다.


병사들은 말 하나 없이도 죽이 척척 맞으며 수나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히 움직인다. 화살이 날아갈 길을 열어주거나 적이 비집고 나오는 틈새를 메꾸며 방어하고 또 반격한다.


시간이 갈수록 바닥에는 피가 흥건히 뿌려진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사라와 하온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창과 칼에 상처가 새겨지고 화살비 사이 고통이 연속되며 치유의 기적으로 간신히 버티고 또 버텼다.


반면 수나의 병사에게는 상처를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설령 창에 찔린대도 피 한방울 안나올것처럼, 냉정하기 그지없는 몸짓으로 반역자를 압박했다. 이 굳건한 장벽은 반역자에게 일말의 퇴로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을 지휘하는 것은, 이 기적과도 같은 광경을 만들어내는 것은 모두 호풍장군이 발휘해낸 능력.


수나는 어떠한 기적도 부릴 줄 모르지만, 아무런 '능력'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천재적인 지휘능력이 그녀가 가진 능력의 전부였다.


전황을 파악하고, 흐름을 파고들고, 능력있는 자들을 골라내어 적재적소에 써먹는 능력.


매 상황마다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정확한 지시와 조율로 군중을 수족처럼 다루는 능력.


대규모 접전이든 소규모 교전이든, 전쟁이든 이런 자잘한 암살이든, 그녀는 충분한 수의 인간만 있다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이를 위해 수나는 직접 특급 전사들을 선발해 키도 체형도 비슷하게 맞추었다. 무기도 장비도 전부 같은 규격으로 맞추었고, 훈련도 각각의 역할에 맞추어 모두 같은 방법으로 단련시켰다.


즉, 수나 직할 정예병의 정체란 그녀의 맘대로 움직이는 완벽한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것이다. 언어 하나하나와 신호 하나하나를 엄중히 고르고 또 죽도록 훈련으로 암기시키며, 그녀의 말 한마디면 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직이도록 말이다.


이제 그들은 정말 수나의 수족 그 자체다. 원한다면 장벽도, 그물망도, 칼도 폭탄도 되어줄 수 있다. 모든 것은 그녀의 그 조그만 혀 하나에 달려있다.


'호풍장군'이라 불리우는 그녀, 여장군 수나는 어떤 기적도 사용할 줄을 모른다.


다만 그녀는 엄격히 훈련시키고, 당당히 지휘할 뿐이다. 수나에게 있어 그 따위 마법, 어떻게 써먹는지 알 필요도 없고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저 손가락을 들어, 입을 열고, 병사들에게 외친다.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이 능력 하나로 수나는 온 땅 위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 되었다.


작가의말

오랜만에 싸워보니 개털리는 두사람


다음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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