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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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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최근연재일 :
2024.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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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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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 장례식장에서 (1)

DUMMY

장례식장에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내 장례식에 몰려든, 한 번도 본 적 없고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을 보았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내 죽음을 슬퍼해 주는구나.’


새삼스레 고마웠다.


뉴스에 몇 번 보도된 것뿐인데, 소중한 시간을 내서 여기까지 와 주다니.


신이 있다면 이 사람들의 선한 마음씨에 감동하여 복을 내릴 것이 틀림없었다.


‘아, 근데 내가 신인데 복 같은 건 못 내리나?’


신이기는 하지만, 그런 능력까지는 가지고 있지 않은 듯했다.


‘조금 기다려야겠네.’


장례식 줄이 길어, 나는 맨 뒤에 서서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여전히 주변을 둘러보며 신기해했다.


낯을 가리는 성격 때문에 친구와 지인이 거의 없는 나는 내 장례식에 엄마 말고 아무도 안 오면 어떡하지, 평소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때는 그게 그렇게나 걱정이었는데······.’


다행히도 장례식장에는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새로 온 사람들이 들어올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장례식장이 미어터진 상황이었다.


‘죽어서 성공했네. 죽어서.’


죽어서, 라는 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가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된 것은 거의 기적과도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래, 기적.’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이 바로 나에게 일어났다.


나는 내가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고 착하게 산 것 덕분에 신이 나를 긍휼히 여겼다고 생각했다.


‘신이 나를 불쌍하게 여긴 걸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나에게 이 몸뚱아리를 허락해 줄 리가 없잖아?’


그러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 몸은 진짜 나의 것일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것일까.


그냥 처음부터 쭉 나의 것이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남의 것이었다가 내가 살아나면서 비로소 나의 것이 된 것일까.


‘난, 누군가의 몸을 빼앗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난 나쁜 놈일까······?’


나는 나의 장례식에 내가 참석하는 이 이상한 상황이 과연 현실일까 싶어서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었다가 펴는 것을 반복했다.


소름이 돋게도, 손의 감각이 그대로 생생하게 느껴졌다.


나는 정말로 환생했다.


비록 나의 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와 있지만.


‘이게 어디야. 겨우 얻은 기회, 후회 없게 잘 살아보겠어!’


혼자 진지한 각오를 한 후에 앞에 선 사람을 따라 걸었다.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점점 짧아졌다.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내 앞에 선 남자가 말하자 그 말을 들은 여자가 고개를 숙였다.


남자가 자리를 떠나고 한참 후에야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아.’


나는 오랜 기다림 끝에, 안색이 창백해 안쓰러운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엄마······.’


강영화.


마흔여덟.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고, 음주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 죽은 아빠를 대신해 홀로 열심히 나를 키운 여자.


철이 든 이후로 나는 항상 엄마에게 고마웠다.


여자 혼자서 살아가기도 힘든 이 세상에서, 철없는 아들을 부족함 없이 잘 키우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내가 종종 말썽을 부려 엄마를 힘들게 하더라도 말없이 한숨을 쉴지언정, 아들에게 절대 화풀이는 하지 않는 엄마.


내 기억 속의 엄마는, 나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또 나를 보면 웃어주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머리가 크고 나서는 다른 엄마들이 모두 엄마처럼 속이 넓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서 엄마를 보았을 때, 나는 엄마가 정말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래서 고마웠다.


엄마는 처음부터 강하지 않았지만, 나를 키우면서 강해진 케이스였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앞에 있던 사람이 떠나감에 따라, 나는 자연히 엄마와 어색한 재회를 했다.


죽었다가 막 살아나서 그런지, 이 모든 게 다 꿈만 같고 현실성이 없기도 하고 그랬다.


엄마가 나를 보았다.


자기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서일까.


조금 경계하는 것도 같았다.


‘맞다. 지금 여기 장례식장이지.’


나는 조금 늦게 엄마가 왜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가를 이해하고, 앞으로 나섰다.


방명록을 작성하는데, 당연하게 내 이름을 쓸 뻔했다.


‘나중에 엄마가 조의금을 확인할 때 내 이름이 적혔다는 걸 알면 얼마나 놀랄까?’


나는 이름을 적는 것을 멈추고, 약간의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름을 뭐라고 적지? 아, 모르겠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무 이름이나 적고 조의금을 냈다.


두 번째로는 활짝 웃고 있는 내 사진 앞에 국화를 한 송이 내려놓았다.


내가 내 앞에 국화를 내려놓는데, 뭐라고 설명할 수 없이 기분이 이상했다.


솔직히 나는 그때 속으로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 거야! 소리치고 싶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얼른 자중했다.


‘장례식장에서 웃는 미친놈이 될 수는 없어.’


국화를 내려놓은 다음에는 묵념을 했다.


내 장례식장에 온 건 처음이라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제 뭘 하지? 인사를 하나?’


나는 엄마 앞으로 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고 말했다.


사회 초년생이라 장례식에 간 적이 거의 없던 나는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조금 공부를 하고 올 걸 그랬나.’


엄마는 감사합니다, 말하고 나를 보았다.


‘슬슬 빠져야겠지?’


괜히 엄마의 얼굴을 보기가 미안해 자리를 떠나려는데, 엄마가 물었다.


“······학생은.”


메말라서 부서지기 직전의 목소리가 내게 와 닿았다.


“학생은, 우리 상우와 무슨 관계인가요······?”


우리 상우.


나는 그 말을 듣고 엄마에게 내가 바로 엄마 아들이야 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가뜩이나 창백한 엄마의 안색이 더 새파랗게 변할 것 같아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여기서 더 엄마를 놀라게 할 수는 없어.’


대신 거짓말을 했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


“아, 저는 상우 형이랑 친한 동생이에요.”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면서 입을 열었다.


“제가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길을 지나가던 상우 형이 도와줘서 그때부터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뉴스를 통해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되어, 혼란스러운 마음에 마지막 얼굴이라도 봐야겠다 싶어서 왔어요. 저한테 있어 상우 형은 무척 고마운 사람이니까요.”


말을 끝내고 즉시 엄마의 반응을 살폈다.


‘너무 자세하게 설명했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까?’


나는 죄를 지은 사람처럼 엄마를 앞에 두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엄마에게 사실 그대로 말하지 못해 답답했지만, 어제와 오늘, 엄마를 두 번 놀라게 할 수는 없었다.


‘말하더라도 조금 이따가. 나중에.’


일단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엄마가 마음의 안정을 되찾으면 그때 찾아가서 진실을 말할 생각이었다.


“······그래요?”


그렇게 말하며 엄마가 나를 살펴보았다.


나는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엄마에게 몇 마디 더 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나 나서 입을 닫았다.


‘이런······.’


창피해도 이렇게 창피한 상황은 또 없었다.


남의, 아니 내 장례식장에 와서 배고프다고 유족에게 알리는 꼴이라니.


‘죽고 싶을 만큼 쪽팔리네.’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 것 때문에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창피해. 얼른 돌아가야겠다.’


이제 그만, 내 두 번째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엄마가 잔잔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밥 먹고 가요.”

“네?”


엄마가 내 팔을 잡고 조문객들이 식사하는 쪽으로 밀었다.


나는 힘없이 질질 끌려갔다.


누가 감히 엄마의 손길을 거부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곧 엄마의 손길에 의해, 자리에 앉게 되었다.


“여기에 앉아서 먹어요. 눈치 볼 필요 없어요.”


엄마는 자리를 떠나려다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한마디 더 했다.


“······와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우니까.”


그 말을 하고 엄마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곧이어 다른 조문객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나는 엄마의 등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누군가가 내 자리에 음식을 놓아 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내 장례식장에서 먹는 밥이라니.’


나는 내 앞에 놓인 음식을 내려다보았다.


뜨끈뜨끈한 흰밥과 건더기가 적은 육개장.


동그랑땡과 김치전.


보쌈과 김치, 마지막으로 떡까지.


종류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적은 편도 아니었다.


딱 적당하게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양.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였다.


‘······먹자.’


나는 천천히 숟가락을 들었다.


제일 먼저 육개장 국물을 한 입 떠먹어 보았다.


한 입 먹자마자 저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씨발······.’


젠장, 너무 맛있다!



***



한동안 걸신들린 사람처럼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코 두 그릇을 먹었다.


한 그릇을 먹고 더 달라고 하니, 신종 미친놈인가 하는 눈으로 음식을 가져다 주는 도우미가 내 앞에 그릇을 탕 내려놓았다.


‘옷에 국물이 다 튀었잖아! 조심 좀 하지.’


짜증은 금세 달아났다.


나는 눈앞에 음식을 보고 잔뜩 신이 나서 맛있게 밥을 먹었다.


그렇게 마음이 흡족한 식사를 끝내고 보니,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다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뭐, 어떡해? 배가 고픈걸.’


죽었다가 살아나서 그런지, 이승의 음식이 너무 맛있게 느껴졌다.


아니면 그냥 배가 많이 고팠던 것인지도.


‘거의 하루를 굶었으니까.’


밥과 반찬을 긁어 모은 마지막 한 수저를 입에 넣었다.


마지막 한 입까지 완벽하게 맛있었다.


‘진짜, 왜 이렇게 맞있지?’


나는 많이 볼록해진 배를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진짜 집에 가자.’


막 걸음을 떼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왜 그러지?’


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고정된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장례식장에 설치된 소리 없는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소리가 안 들려서 자막을 봐야 했는데, 그 자막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중랑천 칼부림 사건 용의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이어서 흘러나오는 자막.


-경찰은 방화 사건으로 추정. 현재 방화범을 추적 중에 있음.-


헉!


아직 소화가 되지 않은 음식이, 목구멍까지 거꾸로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걸 보자 갑자기 속이 안 좋아졌다.


‘경찰이 수사한다니까 이제 좀 쫄리네.’


“영화 씨.”


그때 누군가가 엄마를 불렀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보니, 뉴스를 본 엄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왜 저렇게 표정이 안 좋지? 난 엄마가 저 소식을 들으면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여기는 내가 맡을게, 잠깐 바람 좀 쐬고 와. 안색이 너무 안 좋다.”


엄마의 지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잠시 엄마의 자리를 맡아 주겠다고 했다.


엄마는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장례식장 밖으로 나갔다.


‘어디를 가는 거지?’


나는 궁금한 마음에, 조용히 엄마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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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 일진 사냥1 -신민철3- 24.07.24 104 2 11쪽
12 11. 일진 사냥1 -신민철2- +1 24.07.23 103 3 11쪽
11 10. 일진 사냥1 -신민철1- +1 24.07.22 109 2 12쪽
10 9. 사전 조사 +1 24.07.21 110 2 12쪽
9 8. 김남운의 일기장 +1 24.07.20 122 3 19쪽
8 7. 상황 파악 완료 +1 24.07.19 133 3 12쪽
7 6. 미친 여자 +1 24.07.18 142 2 12쪽
6 5. 장례식장에서 (2) +1 24.07.17 161 2 12쪽
» 4. 장례식장에서 (1) +1 24.07.16 176 3 11쪽
4 3. 조선 잡기 (3) +1 24.07.15 191 3 12쪽
3 2. 조선 잡기 (2) +1 24.07.15 222 3 12쪽
2 1. 조선 잡기 (1) +1 24.07.14 267 3 12쪽
1 0. 환생하다 +1 24.07.14 280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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