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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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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최근연재일 :
2024.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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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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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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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시즌2 7. 조별 과제 (1)

DUMMY

“숙제를 하나 내 주마.”


조별 과제를 하게 되었다.


주제는 수학 신문 만들기였다.


나는 원하는 사람과 하든가, 아니면 차라리 제비뽑기로 공평하게 조원을 정했으면 했는데, 선생님은 그냥 자기 마음대로 반 아이들의 조원을 정했다.


마찬가지로 내 조원도.


‘이게 뭐야······?’


내 조는 나와 송시현, 박정후, 그리고 김남운이었다.


송시현과 김남운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박정후라니.


나는 내 앞에 앉아 싱글벙글 웃는 박정후를 보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박정후는 내가 한숨을 쉬는 이유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


“왜 한숨을 쉬어?”

“응,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답했다.


“우리 조별 과제 언제 할래?”


나와 박정후의 시선 교환을 보던 송시현이 불쑥 물었다.


“가능하면 오늘―.”


웬일인지 김남운이 답했다.


“―하면 좋겠는데. 내가 일정이 잡혀 있어서 빨리 끝내면 빨리 끝낼수록 좋아.”


김남운이 말하는 일정이란 누가 봐도 집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 바쁘겠지. 전교 1등이니까.’


나는 이 조별 과제가 김남운의 전교 1등 성적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네가 일정이 잡혀 있든, 말든 내가 무슨 상관이야. 난 예쁜이가 하자는 날에 할래.”


박정후는 김남운을 무시하며 나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송시현과 김남운의 앞에서 나를 이상한 호칭으로 부르는 박정후 때문에 나는 당황하여 얼굴이 빨개졌다.


“······그렇게 부르지 마.”

“왜, 좋잖아?”

“하나도 안 좋거든!”


내가 째려보자 박정후는 그제야 슬쩍 시선을 피했다.


“난 오늘 돼. 넌?”


송시현이 나에게 물었다.


“나도.”


나는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학교 끝나면 항상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제일 비협조적일 것 같은 박정후 쪽을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박정후는 바쁜 것 같으니까 일단 우리 세 명이서 할까?”


박정후는 내가 자기를 제외한 다른 남자아이들과 있는 걸 못 참는 성격이었다.


고집이 세고, 질투심도 많았다.


“아니!”


예상대로 바로 반응을 보이는 박정후였다.


“나 하나도 안 바빠! 오늘 할 수 있어! 없어도 시간 낼게!”


귀 아프게 크게 소리치는 박정후를 놔두고 나는 송시현, 김남운과 대화했다.


“장소는 어디서 할래? 일단 우리 집은 안 될 것 같아.”

“우리 집도 안 돼.”


김남운도 단칼에 거절했다.


“나도 힘들걸.”


송시현이 그렇게 대답한 이유를 나는 알고 있었다.


자기 집이 아닌 이강현의 집에서 지내는데, 멋대로 손님을 집에 데려갈 수 없을 테니.


그리고 무엇보다 이강현이 김남운을 보면 불편해할 것이다.


‘그럼 남은 건······.’


나와 송시현, 김남운은 자연스레 박정후를 돌아보았다.


다른 모둠의 친구와 대화하던 박정후가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뭐야? 왜?”

“박정후. 조별 과제 말이야. 네 집에서 하는 건 어때?”


말을 꺼내자마자 박정후는 인상을 쓰며 송시현을 윽박질렀다.


“뭐? 미쳤냐? 네가 감히 우리 집에 온다고?”

“아니,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거야? 조별 과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송시현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박정후가 송시현의 멱살을 잡았다.


“죽고 싶냐?”

“······아.”


송시현은 금방 박정후라는 아이의 성격을 파악하고, 이거 안 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참 말이 안 통하네······.”


그러면서 나를 흘깃 보았다.


나는 그 시선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안 돼?”


박정후에게 물었다.


“내가 너희 집 가는 거, 안 돼?”


나는 내가 말을 하면서도 박정후가 넘어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잊고 있었다.


박정후는 바보였다.


“아니, 돼.”


바로 오케이했다.


“마침 오늘 우리 집 비거든. 와서 라면 먹고 가.”


윽.


그 말을 들으니, 멀쩡하던 속이 안 좋아졌다.


갑자기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졌다.


하지만 알겠다고 하지 않으면 박정후가 실망할 것 같아 억지로 대답했다.


“······그래.”


그렇게 해서 조별 과제는, 오늘 박정후의 집에서 하기로 결정되었다.



***



“야, 들어.”


학교 끝나고 박정후의 집으로 가는 길에 박정후가 자기 가방을 김남운에게 건넸다.


‘헐!’


나는 같은 반 아이에게 가방 셔틀을 시키는 박정후와 하란다고 그걸 또 하는 김남운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


‘대체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건데?’


둘은 자연스럽게 가방을 건네고 받았다.


“야, 왜 남운이한테 그런 걸 시켜.”


나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을 그냥 모르는 척할 수 없어 한마디 했다.


“괜찮아.”


그러나 김남운은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고, 박정후는 봤지, 들었지, 하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러면서 나에게 물었다.


“가방 무겁지 않아? 내가 들어 줄까?”


웃기지도 않았다.


“됐어, 저리 가.”


나는 나에게 달라붙은 박정후를 옆으로 떼어 냈다.


“수줍어하기는!”


박정후가 나를 보며 실실 웃었다.


‘대체 누가 수줍어한다고 그래?’


나는 걷는 속도를 늦추었다.


맨 앞에서 걷는 박정후와 그런 박정후를 따라가는 김남운을, 송시현과 뒤에서 지켜보았다.


“송시현.”

“응?”

“이거 맞아? 김남운이 정말로 이강현한테 그런 짓을 한 거 맞냐고?”


김남운에게는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였다.


송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했다.


“김남운이 한 짓이야. 확실해.”

“그런데 왜 저렇게 조용한 거야? 박정후가 괴롭혀도 반응이 없잖아.”

“글쎄.”


송시현은 나와 걸음을 맞춰 걷다가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언제 죽일지, 타이밍을 엿보나 보지.”


송시현이 나보다 빨리 걸어서 나는 뒤에 혼자 남겨졌다.


‘하지만.’


내 시점에서는 박정후가 가해자고, 송시현이 방관자, 김남운이 피해자였다.


‘보면 볼수록 이강현의 말이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박정후는 심심한지 길을 가는 내내 김남운에게 발을 걸기도 하고, 가만히 서 있는데 옆구리를 때리기도 했다.


하지 말라고 말을 하면 박정후가 더 날뛸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김남운은 박정후의 괴롭힘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박정후가 괴롭혀도 별 반응이 없었다.


시종일관 입을 꾹 다물고, 앞만 응시할 뿐이었다.


뭐지, 싶었다.



***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박정후는 내가 어떤 목적으로 집에 왔는지를 까먹고, 자꾸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떼를 썼다.


박정후의 집에 온 게 처음이라서 조금 둘러보았는데 박정후는 내가 자기 집을 마음에 들어 한다고 생각했는지, 원한다면 내 집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이상한 말을 했다.


그게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는 이해했는데, 굳이 이해하고 싶지 않아서 모르는 척 대꾸하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자고 가. 나랑 같이 자자.”


박정후는 고등학생인 주제에 못 하는 말이 없었다.


나는 나에게 달라붙는 박정후를 상대하느라 김남운을 도와 숙제를 할 여유가 없었다.


‘미친 새끼 아니야······!’


송시현은 박정후와는 다르게 민폐를 끼쳤다.


박정후의 집에 오자마자 피곤하다면서 거실이 자기네 집 안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대자로 드러누웠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일어나!”


내가 송시현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는데, 송시현은 내 팔을 끌어당기더니 작게 귓속말을 했다.


“이건 작전이야. 김남운 화 돋우기 작전.”

“뭐?”


그게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었구나.


‘근데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지?’


송시현은 그냥 모둠 숙제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장난하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일어나.”


나는 약간 협박식으로 말했는데, 송시현은 자는 척 연기를 했다.


어색한 연기를 하는 송시현의 팔을 잡고 억지로 일으키려고 했다.


그때,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김남운이 입을 열었다.


“······놔둬.”


송시현을 깨우지 말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조별 과제잖아. 다 같이 해야 의미가 있지.”

“널 제외한 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야.”


김남운은 바닥에 누운 송시현과 여전히 내 옆에 찰싹 달라붙은 박정후를 보며 말했다.


나는 나에게 얼굴을 들이대는 박정후를 손으로 치웠다.


“그럼 일단 우리 둘만이라도 하자.”


내가 김남운 옆으로 다가가자 김남운이 가방을 치워, 앉을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응. 그게 낫겠어.”


그리고 숙제에 비참여적인 태도를 보이는 송시현과 박정후에게 말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억지로 하라고 강요할 생각 없어. 어차피 너희는 도움도 안 되거든.”


박정후는 공부를 못해서 전교 꼴등이었다.


송시현은 전학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공부를 어느 정도 하는지 모르지만, 일단 나보다 잘할 것 같지는 않았다.


‘쟤도 못하겠지, 뭐.’


아마 김남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듯, 송시현을 박정후와 동급으로 보았다.


“하지만 방해는 하지 마. 나를 방해하면 너희 이름을 참여자 이름에서 제외시킬 거야.”

“웃기네. 내가 그런 걸 두려워할 것 같아?”


박정후는 코웃음을 치면서 김남운을 내려다보았다.


김남운은 박정후를 빤히 보았다.


“이름, 지워 줄까?”


박정후가 공부를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머리가 안 좋아서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거였다.


그런 박정후로서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조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공짜 점수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


박정후가 조용해졌다.


김남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박정후에게서 시선을 떼, 나를 보았다.


“어떤 식으로 만들면 좋을까? 생각해 놓은 거 있어?”


김남운은 먼저 나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입 밖으로 꺼냈다.


“아하. 그런 식으로 하자는 말이지?”


사실 내 의견보다는 김남운의 의견이 더 중요했다.


김남운은 전교 1등이었고, 나는 아니었으니까.


그런데도 김남운은 내 이야기를 경청하며 내가 원하는 대로 하자고 말했다.


나는 걱정이 되었다.


“괜찮겠어?”

“뭐가?”

“나는 전교 1등이 아니잖아. 네가 생각한 게 있다면 그대로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전교 1등 앞에 있으니 자신감이 저절로 떨어졌다.


내 말에 김남운은 단도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내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너는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야.”


그리고 나와 눈을 마주치며 다시금 확실하게 알려 주었다.


“네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고? 전혀 그렇지 않아. 그런 식으로 네 가치를 깎아내리지 마.”


김남운은 말수가 없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아이였지만, 적어도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


그 아이의 말투는 어린아이와도 같이 부드러우며 어른과 같이 성숙했다.


나는 김남운의 말에 왜인지 모르게 감동을 먹어서 으응, 하고 작게 대답했다.


“······고마워.”


내 중얼거림을 들은 김남운이 연하게 미소 지었다.


나는 그 미소를 보고, 이강현의 팔과 다리를 망가뜨린 사람이 김남운이라는 사실을 더더욱 믿지 못하게 되었다.


‘이 아이가 악마라면······.’


이 세상에 악마가 아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거라고.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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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시즌2 21. 행방 24.08.30 22 0 11쪽
50 시즌2 20. 배신 24.08.29 24 0 15쪽
49 시즌2 19. 납치 24.08.28 24 0 12쪽
48 시즌2 18. 결석 24.08.27 27 0 15쪽
47 시즌2 17. 안재호의 묘 (2) 24.08.26 27 0 13쪽
46 시즌2 16. 안재호의 묘 (1) 24.08.25 27 1 11쪽
45 시즌2 15. 김남운의 실체 24.08.24 34 1 13쪽
44 시즌2 14. 송시현의 병문안을 가다 (2) 24.08.23 28 1 16쪽
43 시즌2 13. 송시현의 병문안을 가다 (1) 24.08.22 32 1 11쪽
42 시즌2 12. 삼자대면 (2) 24.08.21 30 1 13쪽
41 시즌2 11. 삼자대면 (1) 24.08.20 32 1 11쪽
40 시즌2 10. 놀이공원 데이트 24.08.19 32 1 11쪽
39 시즌2 9. 송시현의 수첩 24.08.18 32 0 11쪽
38 시즌2 8. 조별 과제 (2) 24.08.17 34 1 16쪽
» 시즌2 7. 조별 과제 (1) 24.08.16 34 1 11쪽
36 시즌2 6. 박정후를 이용하라 (2) 24.08.15 35 1 11쪽
35 시즌2 5. 박정후를 이용하라 (1) 24.08.14 36 1 13쪽
34 시즌2 4. 의뢰자 이강현 (2) 24.08.13 39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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