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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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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최근연재일 :
2024.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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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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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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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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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10. 놀이공원 데이트

DUMMY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온 김남운이, 자기 책상에 있던 수첩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쟤도 다 알겠지?’


김남운은 서랍에 수첩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송시현 쪽을 보았는데, 송시현은 김남운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열심히 모르는 척을 하고 있었다.


“야, 나 보지 마. 네가 나 보니까 김남운도 나 보잖아.”


송시현은 자기를 보지 말라며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미안.”


일리 있는 말이라 바로 사과하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근데 쟤 지금 나 보고 있어?”


송시현이 물어서 나는 다시 김남운을 보았다.


“······어. 누가 봐도 널 보고 있어.”


사실을 말해줘야 할 것 같아 솔직하게 답했다.


송시현은 김남운에게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언제까지 쳐다볼 거야? 뒤통수 엄청나게 따갑네, 진짜.”


송시현은 에라, 모르겠다 말하고는 책상 위에 엎드렸다.


김남운의 끈질긴 시선을 피하는 마지막 방법이었다.


피식.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남운은 뭐가 웃긴지, 송시현의 뒤통수를 보며 한 번 웃고는 이내 송시현에게서 관심을 껐다.


‘다행이다. 뭐라고 하지는 않네.’


송시현은 어제 김남운이 자기에게 경고를 한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오늘 수첩을 미끼로 송시현을 당황시킨 것은 송시현이 그동안 자기를 괴롭힌 것에 대한 작은 복수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서열 정리가 된 건가? 그럼 이제 송시현과 김남운은 사이좋게 지내는 걸까?’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는데, 송시현은 자는 척을 하다가 진짜로 잠들었다.


그래서 내가 수업 시작 전에 잠든 송시현을 깨워야 했다.


‘뭐, 조금 이따 이야기해도 되겠지.’


나는 어제 송시현과 얽히면 내가 위험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송시현에게 더는 김남운을 적대하고 싶지 않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러면 송시현이 나에게 실망을 할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살고 봐야지. 난 허무하게 죽고 싶지는 않단 말이야.’


물론 이강현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하지만 그 아이를 위한다고, 내가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예은아!”


박정후는 학교에서 나에게 자주 말을 걸지는 않는다.


자기가 말을 걸어도 내가 무시하니까 체념을 했는지 가끔씩만 말을 건다.


그런데 오늘은 아주 활짝 웃는 얼굴로, 그것도 잔뜩 무언가를 기대하는 얼굴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 이거 받았는데, 내일 나랑 같이 놀이공원 갈래?”


갑자기 왜 놀이공원이 튀어나오나 했더니, 박정후는 놀이공원 무료 이용권을 두 장 들고 있었다.


“그거 어디서 났어?”

“친구가 줬어.”


물론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보나마나 다른 아이한테서 빼앗은 거겠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박정후를 대신해 그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게, 왜 학교에 놀이공원 이용권을 가지고 왔니?’


박정후는 기대에 찬 얼굴로 나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박정후가 나쁜 아이는 아니지만, 나는 도저히 박정후에게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자기가 좋으면 다른 사람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 오만함이 내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또 불쾌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미안. 내가 내일 약속이 있어서.”

“무슨 약속?”


대답하지 않았다.


내 반응에 박정후가 실망했다.


“어떻게 데이트 한 번을 안 해 주냐······.”


박정후는 학기 초부터 나에게 끊임없이 데이트 신청을 했으나 나는 신청을 받는 즉시 거절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건 상대를 오해하게 만들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록 박정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 아이를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박정후를 무시하는 건 사실 알고 보면 모두 박정후를 위해서였다.


“저거 잡아.”


실망한 박정후가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시무룩하게 자기 자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던 송시현이 말했다.


“저거 달라고 해서 김남운에게 데이트 신청해.”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송시현의 답은 간단했다.


“네가 가자고 하면 김남운은 갈 테니까.”


그러면서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내가 보기에 김남운이 너에게 관심 있어 보이거든.”

“에이, 설마. 그냥 여자라서 챙겨 주는 거겠지.”


나는 그럴 리 없다며 손을 저었다.


그러자 송시현이 물었다.


“너, 김남운이 이 반에 다른 여자아이 챙기는 모습 봤어?”


나는 질문의 의도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조금 늦게 답했다.


“······아니. 없는 것 같은데.”

“그래. 그러니까 김남운이 너에게 관심이 있다고, 내가 생각하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여전히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김남운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서 대체 뭘 하라는 말인가.


‘엄청 어색할 텐데······.’


걱정을 하고 있는데, 송시현이 나에게 말했다.


“실은 말이야. 내가 내일 어떤 걸 확인을 좀 해 보려고 하는데, 그걸 하려면 네 도움이 필요해.”

“내 도움?”

“응. 네가 내일 김남운과 데이트를 해야 해. 그래야 내가 그걸 실행할 수 있어.”

“정확히 어떤 계획인데?”

“말 못해.”


내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자 송시현이 나를 살살 꼬드겼다.


“하지만 일이 끝나면 다 말한다고 약속할게. 그러니까 한 번만 도와주라.”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송시현은 어제 일로 자존심이 상한 게 분명했다.


그러니 똑같이 김남운에게 무언가를 갚아 주려고 하는 거라고.


“······알았어.”


나는 간곡히 부탁하는 송시현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마음이 약해 상대방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한다는 게 유일한 죄일 것이다.


“고마워. 역시 넌 착하구나!”


그제야 송시현은 평소처럼 밝은 미소를 띠었다.


좀 귀찮은 일을 떠맡기는 했어도 그 미소를 보니 안심이 되었다.



***



박정후에게 가, 따로 사용할 일이 있으니 놀이공원 무료 이용권을 달라고 했다.


내 부탁에 박정후는 나에게 이용권 두 장을 주면서,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자기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나는 애써 웃으며 그럴게, 대답했다.


그러자 박정후는 조금 기대하는 눈치였다.


‘기대하지 마. 너한테는 죽어도 안 쓸 테니까.’


그리고 바로 김남운에게 가서 데이트 신청을 했다.


“남운아. 내일 나랑 놀이공원에 갈래?”


나는 송시현이 시킨 대로 김남운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김남운은 그 데이트 신청을 냉큼 받았다.


“그래. 같이 가자.”


어어?


나는 놀라서 생각을 그대로 소리로 내보냈다.


내 반응을 보고 김남운이 싱긋 웃었다.


저 미소가 더는 순진해 보이지 않았다.



***



‘어째서······?’


다음날 아침에 약속 장소에서 김남운을 기다리면서 이게 꿈은 아닌가 의심을 했다.


내 볼을 쭈욱 잡아 당겨 보았는데, 무척 아팠다.


빨개진 볼을 문지르고 있는데, 김남운이 도착했다.


“안녕.”


김남운은 학교에서처럼 옷을 단정하게 입었다.


고등학생인데, 옷 입는 스타일은 어른 같았다.


또래보다 취향이 조금 성숙한 것 같았다.


‘내가 자기를 좋아해서 얼굴이 빨개진 거라고 생각하면 어떡해?’


나는 얼른 손을 내리고 최대한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안녕!”

“우선 지하철부터 탈까?”

“으응.”


길을 걷다가 지하철을 탔는데, 김남운 바로 앞에 있는 자리가 하나 비었다.


김남운이 나보고 앉으라고 양보해 주었다.


다리가 아팠던지라 고맙다고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춥지 않아?”


그래도 명색이 데이트인데 아무 옷이나 입을 수는 없어서 연한 회색의 미니스커트를 입고 온 나였다.


평소보다 조금 멋을 부리기는 했다.


“······조금?”


내가 춥다고 하자 김남운은 가방에서 담요를 꺼내 덮어 주었다.


‘와, 준비성 봐!’


나는 김남운의 준비성에 감탄을 했다.


‘이건 좀 무서울 지경인데?’


여자 친구가 생기면 엄청 잘 대해 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추우면 감기 걸려. 덮고 있어.”

“아, 고, 고마워······.”


김남운이 나에게 준 담요는 정말 따뜻했다.


그래서 김남운도 사실 따뜻한 아이라고, 멋대로 착각을 해 버렸다.



***



놀이공원에서는 무엇을 할지가 정해져 있었다.


나와 김남운은 놀이기구를 탔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탔다.


토요일이라서 사람이 많았는데, 아침 일찍 간 덕분에 타고 싶은 것은 웬만하면 다 탈 수 있었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걸 두 번 연속으로 타기도 했다.


평소에 놀이공원에 가는 걸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오랜만이고 또 김남운과 함께라서 그런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나에게 무료 이용권을 두 장이나 준 박정후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기까지 했다.


나는 김남운과 저녁 시간이 되기 전까지 신나게 놀았다.


너무 늦으면 부모님에게 혼날 것 같아 늦지 않게 놀이공원에서 나왔다.


“재미있었다, 그렇지?”


나는 재미있었다.


정말 좋았다.


하지만 김남운은 아닐 수도 있었다.


김남운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연하게 미소 지으며 나도, 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대답을 듣고 안심했다.


‘다행이야. 적어도 날 싫어하는데, 거절을 못 하겠어서 억지로 온 눈치는 아니야.’


저녁으로는 파스타 집에 가서 파스타를 먹었다.


나는 김남운처럼 파스타를 고상하게 먹는 남자를 처음 보았다.


김남운은 전생에 여자였는지, 포크와 숟가락을 사용해 점잖고 우아하게 면을 먹었다.


나는 묻히지 않고 먹으려고 해도 소스가 자꾸 입에 묻는데, 김남운은 입에 소스가 절대 묻지 않았다.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 사람 같았다.


“넌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니?”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었다.


정말로 내 눈에 김남운은 대단해 보였다.


전교 1등인데, 성격도 좋고 음식도 깔끔하게 먹는다.


‘보통 무언가를 특출하게 잘하면 그것과 반대되는 다른 부분은 부족하기 마련인데, 김남운은 그런 게 없어. 다 잘해. 완벽해.’


어디서 이런 아이가 튀어나왔을까.


신기해하고 있었다.


김남운은 내 말을 듣고 눈이 조금 동그래졌다.


그러나 이내 여자를 설레게 만드는 눈웃음을 지으며, 티슈를 뽑아 내 입에 묻은 소스를 부드럽게 닦아 주었다.


“여기, 소스 묻었어.”


정말이지, 어떻게 이런 아이가 있을 수 있는 걸까?


그때부터 나는 넋이 나갔다.



***



파스타 집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에서 내려 집 앞에 도착했을 때도 나는 여전히 정신이 멍한 상태였다.


“학교에서 봐.”


김남운이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내가 뒤늦게 허리에 두르고 있던 담요를 풀러 돌려 주려고 하자 그 아이는 괜찮다고, 선물이라고 말하면서 빠르게 사라졌다.


“그거, 너 가져.”


나는 김남운이 준 담요를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기분 좋게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아파트 안에 들어가면서 전화를 받았다.


“확인했어.”


송시현은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자기 할 말부터 했다.


“어? 뭐라고?”

“김남운이 신인 걸 확인했어.”


그리고 내 가슴에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그놈은 연쇄 살인자야.”


그 말에, 내가 오늘 느꼈던 김남운을 향한 호감이 순식간에 전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오직 두려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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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시즌2 19. 납치 24.08.28 24 0 12쪽
48 시즌2 18. 결석 24.08.27 27 0 15쪽
47 시즌2 17. 안재호의 묘 (2) 24.08.26 28 0 13쪽
46 시즌2 16. 안재호의 묘 (1) 24.08.25 27 1 11쪽
45 시즌2 15. 김남운의 실체 24.08.24 35 1 13쪽
44 시즌2 14. 송시현의 병문안을 가다 (2) 24.08.23 28 1 16쪽
43 시즌2 13. 송시현의 병문안을 가다 (1) 24.08.22 32 1 11쪽
42 시즌2 12. 삼자대면 (2) 24.08.21 30 1 13쪽
41 시즌2 11. 삼자대면 (1) 24.08.20 32 1 11쪽
» 시즌2 10. 놀이공원 데이트 24.08.19 33 1 11쪽
39 시즌2 9. 송시현의 수첩 24.08.18 32 0 11쪽
38 시즌2 8. 조별 과제 (2) 24.08.17 34 1 16쪽
37 시즌2 7. 조별 과제 (1) 24.08.16 34 1 11쪽
36 시즌2 6. 박정후를 이용하라 (2) 24.08.15 36 1 11쪽
35 시즌2 5. 박정후를 이용하라 (1) 24.08.14 37 1 13쪽
34 시즌2 4. 의뢰자 이강현 (2) 24.08.13 40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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