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별별 판타지아

던전을 개업했습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권별스타
작품등록일 :
2021.07.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9.04 06: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441
추천수 :
209
글자수 :
176,967

작성
21.08.19 22:17
조회
24
추천
1
글자
17쪽

21화 포용력과 리더십 (+에필로그 추가)

DUMMY

홍성문(닉네임 : 찰스) 72세 네크로맨서


그가 모험을 시작한 나이는 제법 늦은 시기였다. 무려 환갑의 나이에서 5년이나 더 지난 뒤의 일이다. 차원이 열리고 이세계의 문물이며 던전들이 속속 등장하던 시절이 도래했을 때 성문은 그것이 자신과는 제법 먼 아랫세대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그는 그저 옛사람이 되어 외롭고 적막하게 세월이 흘러가리라 여기는 노인이었다.


그런 그가 능력을 각성했다. 본디 그는 영적인 재능이 있었던 터였다. 귀신을 본다든지 죽은 조상들이 꿈에 나와 길흉을 예지한다든지 하는 그런 일들이 자신에게 종종 있어 왔었다.


그렇다고 무병을 앓고 무당이 되는 정도도 아니었고 간간히 눈에 보이는 귀신을 아는 체하거나 예지몽을 입 밖에 내는 것만으로도 잡귀가 꼬인다는 어느 무당의 말에 의식적으로 그런 것들을 피하고 사는 삶이었다.


“치킨이 움직이다니.”


어느 날 시장에서 산 통닭을 다 먹고 나서 뼈다귀를 치우려 했을 때 뼈들이 살아 움직이듯 스스로 접합하여 닭의 골격을 구성했다. 그의 손짓에 따라, 그의 사념에 따라 뼈다귀들은 움직이고 행동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네크로맨서로서 다이나믹한 여행을 시작했다. 새싹등급의 노인 모험가는 천대받기 일쑤였다. 어느 파티에도 낄 수 없었지만 고독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파티원이 없어도 괜찮다. 내겐 소환물들이 있으니깐.”


그는 소환물들을 차차 늘려가며 성장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동물의 사체를 이용해서 자신만의 하수인을 만들었고 던전에서 처치하는 몬스터들을 일으켜 세워 군단을 운용할 만큼 솔로 플레이의 달인 경지에 올랐다.


그런 그가 드래곤의 뼈를 구한 것은 이세계 던전을 유람하던 3년 전 무렵이다. 고대 에이션트 드래곤의 유골이 숨겨져 있던 걸로 유명한 【고대의 성소】 공략 과정에서 비밀 보상을 획득한 것이다. 그곳에서 성문은 드래곤의 갈비뼈 한 대를 획득했다.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던 그는 절대 방어를 위한 드래곤 본 실드의 제작을 시도했다. 제작은 쉽지 않았다. 아무리 오래되었다고 한들 드래곤 본이다. 강도면에선 미스릴보다 단단했고 미스릴처럼 녹여서 제련할 수 없는 재료이기에 형상을 다듬을 자를 찾는 데만 무려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만날 수 있었다. 드래곤 본 소드를 가진 자를.


“커팅이 가능하겠나?”


“어떤 모양을 원하지?”


“여기 설계도면이네. 실드 장인인 마제라코프가 설계했지.”


“가능할 듯.”


“비용은?”


“갈비뼈의 절반.”


“너무 많군.”


“싫으면 말아.”


“뼈 삼분의 일하고 10억 골드 어떤가?”


“돈은 하등 쓸모가 없지. 양 세계 어딜 가도 이걸 커팅할 존재를 찾긴 어려울 텐데? 아님 뭐 드래곤이나 마왕을 찾든가. 오리하르콘을 든 용사를 찾든지.”


“용사라니.”


성문은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다. 맞은편의 남자가 손을 잡고 악수했다. 거래성사였다.


용사는 네크로맨서들을 혐오한다. 역사적으로 그러했다. 게다가 오리하르콘의 검을 가진 용사라면 뻔하다. 용사의 정점에 선 자일 텐데 그가 네크로맨서를 돕는 행위를 할 리가 없었다.


드래곤 본의 절반을 주고 어렵사리 완성된 드래곤 본 실드는 그의 주력 스킬이 되었다. 뼈방패를 소환하여 물리공격과 마법공격을 모두 봉쇄하는 절대적인 방어라 생각했었다. 적어도 음공 맞이하기 전까지는.


그리고 그는 죽음을 맞이했다. 성문은 골드가 되고서부터 성물 따위를 들고 던전을 누비지 않았다. 죽음 그 이후의 생을 상상했다. 자신의 소환물들처럼 자신도 죽음 이후 몬스터로 부활하기를 꿈꿨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성문은 마왕과 거래했다. 죽음 뒤의 또 다른 삶을 사는 몬스터 종이 되게 해달라고.


『발현 : 종족값 진화

인간 → 악마종』


『출현 : 리치』


「쿠어어어, 이, 느낌, 이로다.」


악마종 최상급 몬스터 리치가 등장했다. 뼈밖에 남지 않은 얼굴에서는 검은 기운이 흘러넘쳤고 눈동자만 붉게 빛났다.


리치가 된 성문은 더듬더듬 사념을 퍼트렸다. 그의 말은 공기를 매질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바로 울리며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주변의 사람들은 정신적인 붕괴와 압박을 받았다. 마치 드래곤 본체의 공력이 담긴 음성처럼 말이다.


“크윽 인간이 몬스터화 될 수 있다고?”


“머릿속이 울려.”


이연과 드베나가 고통을 호소했다. 리치의 정신계 공격을 버텨내려 애썼다.


“[다크 에이리어].”


리치가 손을 들어 검은 독기를 주변에 퍼트렸다. 바닥이 검게 물들었다. 대지가 독기로 흘러넘치더니 이윽고 다양한 악마종의 몬스터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온 검은 오오라가 필드 위 푸른 빛 밤하늘을 물들였다. 월광석의 달빛은 차차 붉게 빛났다.


악마종들이 필드 위를 날뛰었다. 이윽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드베나와 이연이 소환물에 맞서 싸웠다. 몬스터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빠르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저 월광석이 리치뿐만 아니라 소환물들의 기운을 강하게 만들어.”


드베나가 외쳤다.


“풍조참!”


이연이 검풍을 발산했지만 월광석까지 닿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이연이 보법을 통해 절벽을 오르려 했지만 임프와 가고일 따위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날개 달린 악마종들은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폴리모프 : 수인화]


백금의 날갯죽지에서 백금빛 드래곤의 날개가 돋아났다. 머리에는 뿔이 솟아났고 말이다.


“리치라. 오랜만이군.”


그의 작은 날갯짓 한번에도 폭풍이 불었다. 지상으로 충격하며 일대를 날려버렸다.


“끼얍!”


“드베나!”


이연이 날아가는 드베나를 붙잡았다.


주변의 몬스터들도 충격으로 나가떨어졌다. 백금은 손의 일부를 본체화하여 리치를 타격했다.


「꾸억」


“해골바가지 오늘 상대를 잘못 만났어.”


그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리치를 마구잡이로 난도질하며 본체를 찾았다. 갓 소환된 리치는 분명 몸체 어딘가에 자신의 본체를 숨겨두기 마련이다.


“찾았다.”


그는 리치의 허벅지 부근에서 그의 심장을 찾았다. 검은 심장이 백금의 거친 손 위에서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나는, 불멸하다.」


“불멸? 마왕이 현 세계 강림하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소속이 없는 몬스터의 죽음은 곧 소멸이다. 윤회 따윈 없어.”


백금용은 심장을 움켜쥐었다.


「우욱」


리치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잠깐만요! 블랑님 녀석에게 소속을 만들어주죠.」


「무슨 말이냐 그게?」


「우리가 스카우트하자는 뜻이에요.」


한별은 계층을 담당할 보스가 넝쿨째 굴러들어왔다고 생각했다.



**


드베나는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그러니깐 이 분이 백금용 블랑 오로님이시란 말이죠? 세상에나.”


그녀는 던전 학회에 있을 적에 용의 계보에 대해서 조사한 적이 있었다. 고대용에서부터 현대용에까지 이르는 계보를 기록 정리하여 학회에 발표했었다.


블랑 오로. 하얀 비늘을 뽐내는 바람용족의 계보에서 폭풍용이라 불린 우라칸과 누구보다 부유하기 그지없는 황금용족의 수장 크리세의 막내딸 아리에라 사이에서 태어난 보기 드문 혼혈용이다. 그를 부르는 별칭이 백금용인 이유가 바로 그런 연유에서였다.


그녀의 기억에 의하면 블랑 오로는 황금용족의 던전 권역에 네스트(용둥지)를 꾸리고 있을 터인데 어찌하여 이곳에 있는 것인가 생각했다.


“인간의 던전에 둥지를 꾸리는 게 아니었어. 소음공해가 너무 심하잖아.”


“원래 그런 곳인 줄 알고 있으셨으면서 또 그러신다.”


“월세는 비싸게 받아먹으면서 서비스가 형편없다.”


블랑이 한별에게 틱틱 대었지만 한별은 능청을 떨며 그를 달랬다. 그가 슈나이더에게 전설급 무기를 선물한 것을 기억하지만 한별은 블랑의 호의를 더 얻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에이 제가 언제 돈이나 받았나요. 거저 자리 내드렸죠.”


“제 필요할 때 부려먹기나 하고.”


한별을 게슴츠레 째려보는 블랑이었다. 한별은 이슬라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목에는 용의 낙인이 새겨져 있었다.


“당신의 의뢰인이 누군지 더는 묻지 않겠어요. 어차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은 다 우리 손바닥 안입니다.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거예요. 용인을 지우고 싶다면 빚을 갚으세요. 당신은 그 자에게 비수가 될 테니······.”


그렇게 말하고 나서 이슬라를 풀어주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던전을 떠나갔다. 그녀로선 무기력한 퇴장이었다. 하지만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승자의 결정을 군말없이 따를 뿐. 여기서 발악하며 죽을 수도 있었지만 후일을 도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저렇게 그냥 보내줘도 되는 거예요?”


이연은 후에 또 다시 공격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걱정할 거 없어. 용인이 박힌 인간은 블랑님의 손바닥 안이야. 기왕 일어나신 거 인간세계 유희나 하시죠 블랑님?”


한별은 이제야 오랫동안 묵혀둔 백금용 코인이 떡상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월광석이 부서져 내리고 던전의 필드는 맑은 하늘을 되찾았다. 회복이 필요한 릴리와 상호를 직원들이 머무르는 방으로 옮겼다.


그날 밤 상호는 악몽 속에서 잠을 깼다. 한별의 심장에 관통한 검이 자신의 가슴에 꽂히며 눈을 떴다.


“헙!”


‘여긴 어디지. 어떻게 된 거···.’


중간부터 기억이 없는 상호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더듬더듬 벽을 짚고 복도로 나갔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시자 정신이 또렷해졌다. 현실의 눈을 뜨니 무엇보다 사장님을 낯을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자괴감과 창피함이 온 몸을 짓눌렀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병신! 머저리!”


상호는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쳤다.


“상호야 일어났네.”


한별이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앉아있었다. 상호는 깜짝 놀라 움찔했다.


“사장님요. 죄송합니다. 저는 쓰레깁니더. 구제불능에 덜떨어진 인간 쓰레기 아니 폐기물이여요. 제가, 제가 형님을 배신했었습니다. 저를 용서하지 마쇼 형님.”


상호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해결사 놈들은 굳이 네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들어왔을 거야. 게다가 네가 가르쳐 준 장소가 코어룸도 아니었지.”


“하지만 제가 했죠.”


“그래 그랬지. 그리고 나를 지키기 위해 싸웠어. 그것도 배신행윈가?”


“그건···.”


상호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순간의 겪은 자신의 혼란과 양가감정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양심이었을까? 죄책감이었을까? 어째서 그때 모든 일을 다 저질러 놓고도 이슬라에게 검을 겨누었던 것인가.


“아이가 있다고 들었어. 연이 그러더라고. 상호 너랑 같이 출장을 갔을 때 봤다고.”


“네 그렇심더.”


“이름은?”


“소라, 정소라 이제 일곱 살이요.”


“너는 여기서 지내는데 아이는 그럼 아이 엄마랑 같이 있는 거야?”


상호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임니더. 시설에서 지내는디 사랑의 집이라고 성당 보육원에서 맡고 있습니더.”


젊은 날의 방황이었다. 소라의 엄마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는 상호에게 떠맡기다시피 두고 사라졌다. 상호도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였다.


“다음부턴 내게 다 말해. 나는 지금 너의 보스야. 내 사람이 어떤 환경에 노출되었고 어떤 고충을 겪고 있으며 어떤 나쁜 일에 연루되어 유혹을 받고 있는지조차도 다 알아야 할 책임이 있어. 알아야 케어를 하든 해결을 하든 뚝배기를 때리든 하지. 그게 내가 너를 내 곁에 여전히 남겨두는 조건이야. 그리고 아이는 여기로 데리고 와. 가족은 뭉쳐 있어야지.”


한별은 일어나서 이층으로 올라갔다.


“충분히 자둬. 내일도 바쁠 거야.”


상호는 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흑흑 형님······.”



-에필로그 : 한별과 상호-


내가 상호를 처음 만난 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더 정확하게는 할아버지에게는 귀환이었고 내게는 전혀 새로운, 낯선 공간으로의 첫 발이었다.


시골의 풍경은 어디든 조금씩 비슷한 부분이 있다. 들판과 산, 농작물들이 펼쳐진 광경은 보다 자연에 가까웠고 제국의 도시 생활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큼지막한 풀벌레들도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내게는 그저 신기한 생물체를 구경하는 호기심을 자극했을 뿐이다.


그런 곳에서 상호를 처음 만났다. 코찔찔이 정상호, 마을 이장의 아들. 나와는 2살 터울의 동생이다. 상호는 꽤나 재기발랄하고 거친 매력의 친구였지만 시골 사람 특유의 순박함과 무뚝뚝한 다정함이 있는 놈이었다.


나는 그와 제법 잘 어울려 놀았다. 산에 멧돼지를 찾으러 다니거나 노루 사냥을 나가는 등 광기 어린 짓도 함께 했을 정도로 말이다.


나의 나이 열일곱에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를 잃었다. 오랜 지병에 결국 할아버지는 운명을 달리했다. 그때도 상호는 내 곁을 지키며 나를 위로했다.


상호가 열일곱이 되던 해, 녀석은 가출했다. 애시당초 그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모험가를 하고 싶었지만 보수적인 아버지 밑에선 그 꿈을 지원 받을 수도 펼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꿈을 쟁취하기 위해 세상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 이후 상호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나도 졸업을 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던전을 전전하며 일을 했다. 재료 던전의 경험을 쌓기 위해 매니저로 취직한 작은 던전이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조그만 재료 던전의 운영권을 손에 쥐게 되었다.


연로한 사장님께선 더는 자신이 직접 운영할 에너지가 없다며 나에게 인수를 제안했다. 나의 수중엔 고작 4천만원 남짓한 돈뿐이었다. 그것도 안 먹고 안 쓰며 알뜰살뜰히 모은 창업 자금이었다.


부족한 차액 만큼은 던전을 운영하며 차차 갚아나가기로 하고 예상보다 빠르게 나의 던전을 가질 수 있었다.


보람찬 던전 운영이 시작된 것도 잠시, 재앙이 들이닥쳤다.


-타타타당


-펑


내 던전엔 하루가 멀다하고 총기를 몰래 반입한 진상과 양아치들에 의해서 몬스터들이 학살되었다. 그들이 쓸고 지나가면 몬스터들이 남아나지 않았다. 다른 모험가들도 진상들을 피해 다른 던전으로 가기 시작하고 어느새 내 던전은 양아치들 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들을 쫓아내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냐고? 안 해봤겠는가. 하지만 힘없고 준비되지 않은 자는 그들을 이길 수 없었다. 경찰도 모두와 한통속이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그것이 김성식의 농간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난 제법 순진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상호를 만나게 된 것이다. 양아치들 틈에서 말이다.


여느 날과 같이 그들이 쳐들어와 던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고 몇 남지 않은 일반 모험가 파티들의 파밍도 그들이 등장하자 금세 자취를 감췄다. 이미 일대에선 내 던전에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다 쏴 죽여!”


“형님 오늘은 잔잔바리 의뢰 말곤 별 게 없네요.”


“다들 그라제. 비수기잖여.”


양아치들 틈에서 그들에게 행동을 지시하는 상호를 보았다. 나는 그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꽤나 벌크업되었지만 얼굴만큼은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그들 앞을 막아서고 소리쳤다.


“이 양아치 놈들아! 남의 던전 와서 행패 부리지 말고 다 꺼져!”


그리고 슬라임과 던전 동물들을 불러내어 그들을 공격했다.


“뭐야 저게?”


녀석들이 당황한 틈을 타서 나는 검을 들고 상호에게 부딪혀 들어갔다. 상호도 단도를 꺼내들어 응수했다.


“정상호! 너 이 자식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내가 상호의 이름을 부르자 녀석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순간 눈빛이 떨리는 게 느껴졌었다.


“한별형?”


나의 군단은 일순 강력한 듯 보였으나 녀석들의 총기난사에 금세 제압되었다. 나 역시도 말이다. 어디 전문가들이랑 비할 게 되겠는가. 양아치로만 생각했던 녀석들은 그냥 양아치가 아니었다. 바닥에서 굴러 먹을 지언정 모두 벨스마켓에 소속된 해결사란 것을 상호를 통해 알게 되었다.


상호는 내게 도망치라 조언했다.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오지게 악독한 놈에게 물린 거라고 말이다.


당시 난 아무것도 지킬 수 없었다. 나의 몬스터도 던전도 나의 꿈도. 결국 던전은 폐업했다. 나는 버티고 또 버텼지만 마지막 에너지조차 남지 않고 코어가 정지되었다.


던전을 헐값에 처분할 수밖에 없었고 나는 또 다시 인고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 투잡, 쓰리잡을 뛰며 돈을 모았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그리고 상호가 내게 다시 돌아왔다. 녀석은 수줍은 듯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입구로 천천히 걸어왔다.


“상호야. 여긴 웬일이야? 또 뭔 해코지하라고 시키디?”


“그란 건 아니고요 형님. 저 일 관뒀습니다.”


“왜?”


“그냥 좀 껄쩍지근한기 잘 안 맞아서요. 평범하게 살아 불라고요.”


나는 상호를 보며 씩 웃었다. 녀석 철들었나?


“여기 알바 구한 담쓰요? 저 취업 시켜 줄랍니까?”


“이력서부터 한 번 보자고.”


“그란 거 없는디.”


“너어어는 아직 평범하게 살 자세가 안 되어있어!”


나는 상호의 등짝을 후려쳤다. 아직 갈 길이 먼 초급 던전엔 이런 덩치가 필요했다. 부려먹기 딱 좋은 체형이구만.


“이제 이 던전으로 대박을 치는 거야. 너 내 동료가 될래?”


“일단 대박치는 게 가능합니껴 형님?”


“믿어. 나는 가능이야.”


우리의 동행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작가의말

에필로그가 추가되었습니다. 스토리 진행상 스킵해도 상관은 없지만 감정선이나 인물관계에 참고하실 만한 내용은 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7 [탈퇴계정]
    작성일
    21.09.04 03:59
    No. 1

    잘 보고 갑니다.

    75,000자가 넘으셨는데, 일반연재를 신청하시지요.
    그러면 유입이 좋아집니다.
    문피아 고객지원> 연재신청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권별스타
    작성일
    21.09.12 23:57
    No. 2

    언제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필하십쇼 글업님^^ ㅠㅠ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을 개업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안내 (현생 크리) 21.09.12 9 0 -
30 29화 던전 머더러(A dungeon murderer) +2 21.09.04 13 1 13쪽
29 28화 운명의 교차점 21.09.04 11 1 12쪽
28 27화 최강 던전 끝장전 #6 21.08.26 14 1 13쪽
27 26화 최강 던전 끝장전 #5 21.08.25 14 1 12쪽
26 25화 최강 던전 끝장전 #4 21.08.24 18 1 11쪽
25 24화 최강 던전 끝장전 #3 21.08.23 18 1 12쪽
24 23화 최강 던전 끝장전 #2 21.08.21 17 1 11쪽
23 22화 최강 던전 끝장전 #1 21.08.20 20 2 11쪽
» 21화 포용력과 리더십 (+에필로그 추가) +2 21.08.19 25 1 17쪽
21 20화 게임 체인저 21.08.18 22 1 12쪽
20 19화 던전에서의 난투 21.08.17 31 3 15쪽
19 18화 아이덴티티 카오스(identity chaos) #3 21.08.16 29 2 12쪽
18 17화 아이덴티티 카오스(identity chaos) #2 21.08.14 30 2 13쪽
17 16화 아이덴티티 카오스(identity chaos) #1 21.08.13 27 1 12쪽
16 15화 실시간 인기 던전 +2 21.08.12 32 2 13쪽
15 14화 고블린 슈나이더는 회귀 특성 #5 21.08.11 29 3 14쪽
14 13화 고블린 슈나이더는 회귀 특성 #4 21.08.10 33 2 11쪽
13 12화 고블린 슈나이더는 회귀 특성 #3 +2 21.08.09 33 3 15쪽
12 11화 고블린 슈나이더는 회귀 특성 #2 21.08.09 38 3 12쪽
11 10화 고블린 슈나이더는 회귀 특성 #1 +2 21.08.07 47 6 15쪽
10 9화 정식 오픈인데 용사가 양학 +1 21.08.06 44 4 12쪽
9 8화 불문곡직 무용문답 일단승차 프로모션 #2 +4 21.08.05 44 4 16쪽
8 7화 불문곡직 무용문답 일단승차 프로모션 #1 21.08.04 51 6 13쪽
7 6화 던전 리메이크 #2 21.08.03 53 4 13쪽
6 5화 던전 리메이크 #1 +2 21.08.02 59 4 13쪽
5 4화 치맥결의 21.08.02 67 3 15쪽
4 3화 연회장에서의 소동 +1 21.07.31 77 7 17쪽
3 2화 피할 수 없는 인연 21.07.30 134 42 14쪽
2 1화 던전을 개업했습니다 21.07.29 171 4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