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인근소란죄
[1인칭 시점의 작품입니다] . 추천작 작성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작품이라 다음 작품을 준비중입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모니터를 바라보시곤 나에게 말했다.
"저번에 오셨던 환자분께 말씀드렸던 PTSD 증상이 있어요.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실상, 주변 가까운 사람에게도 영향이 미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PT... 라는 말씀이세요?"
"PTSD, 뭐 그렇게 볼 수 있죠. 스트레스로 인해서 발생했다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거든요. 아, 참고로 이전에 보호자로 확인 되셔서 환자에 대한 기록을 말씀드린 거니 오해는 말아주시구요."
내가 희아와 같은 PTSD에 걸렸다는 사실이 적잖은 충격이였다.
"혹시 친구나 가족이 전이랑 다르게 느껴진다고 했던 적은 없으셨나요?"
잘 생각해보니 아까 베프와 통화했던 내용들이 썩 좋진 않았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요?"
"음... 심한분들은 안정제 처방해서 신경이 덜 쓰이게 도와드리고 있어요. 보통 정신과에서 많이 처방 되는데, 신경과도 그런 부분들이 걸쳐있어서 가능하구요."
"그럼 제가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아직은 초기니까 꼭 그럴 필요는 없지만 환자분께서 원하신다면 처방 해드릴게요."
내가 알기론 안정제를 먹으면 신경은 덜 쓰지만 그만큼 몸이나 생각하는게 둔해지고 안일해지기에 그다지 처방 받고싶진 않았다.
"..."
"아니면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구요. 지겹게 들으셨겠지만 꾸준한 운동과 술 담배 조심하시고, 비타민 B와 마그네슘 잘 챙겨드시구요."
"그럼 약은요?"
"일반적인 이명에 관련된 약을 처방해드릴게요. 안정제는 후에 논의해보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왔다. 바깥에 나오니 지는 노을은 나를 비췄고, 그 빛은 강렬하게 진다는 느낌 보단 시들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서서 멍 때리다 베프에게 사과의 문자를 하나 보내고선 차에 타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 후 배는 고팠지만
- 쿵 쿵 쿵 퉁
울리는 소리 때문에 입맛이 떨어져 밥 생각이 사라졌고, 침대에 누운 후 울리는 거실 천장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참...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불과 작년, 아니 몇 달 전만 해도 이렇게 피곤하진 않았었기 때문이였다.
'아무리 일이 많았어도 그때가 더 나은 것 같아.'
혼자 생각에 잠겨있을 쯤 핸드폰에 문자가 한 통 왔다. 아까 병원 앞에서 베프에게 보냈던 사과 문자였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답장이였다. 잠시나마 편한 마음이 들었고 그러다 병원 생각이 나서 희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뭐해?"
"나? 이제 저녁 먹을려고. 넌?"
"난 그냥 누워있지."
"저녁 안 먹었으면 같이 먹을래?"
"어?"
입맛은 없었지만 그건 혼자 밥 먹을때 이야기고, 같이 먹는다면 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는 뭔데?"
"ㅋㅋㅋㅋㅋ 메뉴부터 묻냐. 얼른 와"
신나는 마음에 옆집으로 가니 희아가 마중나와 있었다.
"이럴거면 ㅋㅋㅋ 그냥 벨 누를걸 그랬다."
"그러게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ㅋㅋㅋ"
간만에 서로 웃으니 한결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집에 들어가니 고소한 냄새가 났고 보이는 것은 돼지국밥이였다.
"뭐야? 돼지국밥이네?"
"엉. 평소 너 말하는 억양에서 사투리가 들리길래 한 번 만들어봤지."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저번에 나 집에 가있을 때 전화했잖아. 그때 딱 들리더라. 여튼 됐고 얼른 먹기나 해."
"잘먹을게."
약간의 감동을 하며 한 숟갈을 떠 먹었다.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의외의 실력에 감탄했다.
"오늘은 뭐하고 지냈냐. 요즘 사무실 개업은 신경도 못 쓰는 것 같더만."
"그렇지 뭐... 그나저나 나 오늘 병원 다녀왔어. 갔더니 너 봤던 의사쌤 있더라."
"응급실?"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나도 PTSD 증상이 있대. 귀에 삐 소리가 나서 갔더니 스트레스 때문이고 운동이랑 비타민, 마그네슘 잘 챙겨먹으래."
희아도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대답했다.
"야... 너도... 나한테 옮은거야?"
희아가 걱정을 하는 것 같아 안심시키려 농담을 던졌다.
"아니야 뭘 옮기긴, 이런 환경에서 안 걸리는게 더 이상한거지."
"그냥 해본 소리야."
희아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알고보니 숟가락을 내려놓은 이유는 밥을 다 먹어서였다. 허탈함을 느낀 나 또한 남은 식사를 끝마쳐서 집에 가려고 했다.
"뭐야 벌써 가?"
"밥 다 먹었으니까 가야지. 뭐 또 할 말 있어?"
- 퉁 퉁 쿵... 쿠궁
"계획해놓은 거 있어? 저 소리들 말야."
"저번에 경고해서 조용한 줄 알았는데 아니였구나."
"일주일 지나니 까먹었나봐. 근데 나 말고 너 말야. 병원까지 갔다왔다매?"
병원이라는 말 빼고는 알려준 게 없는데, 눈치가 빠른건지 촉이 좋은건지 내가 앞으로 뭘 할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계획이 있지... 이번 일을 계기로 아주 뒤집을꺼야."
"뒤집는다고? 위층?"
"위층 포함 관리소, 그리고 뭐 대한민국?"
"무슨 소리하는거야 지금..."
두루뭉실하게 키워드만을 꼽아서 말을 하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줬다.
"시청에 민원 넣었고 경찰청도 다녀왔어. 사람들은 다 섭외 되었고 증거 또한 있으니 엿 맥이는 건 충분한데 다만 스케일이 좀 커졌어."
"사람들을 섭외했다고? 스케일은 또 뭐고?"
"시청 주무관과 강력계 형사 섭외했고 스케일은... 설명하면 길어지니 법과 정치 정도로만 알면 될 거 같아."
"잘은 모르겠지만 도움 필요하면 말... 아 저번에 내가 그거 말해줬던가?"
"어떤거?"
희아는 머뭇거리더니 곧바로 말을 이었다.
"여기 왔을 때 이 집에 누가 살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야."
편의점 사장에게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었기에 더 듣지 않았다.
"대충은 들었어. 그리고 전 세입자가 우리 집에 살았던 거 맞지?"
"어... 맞아."
미리 말을 하지 않았다는 부담감 때문이였을까? 초조해 하는 모습이 보여 대충 둘러대고 문을 나섰다.
"분석해보면 얼추 그랬을 거 같더라. 뭐 알고도 그다지 놀랍지도 않더라고 하하하. 어라? 시간이 벌써... 이제 가봐야겠다."
"발연기는... 들어가봐"
"밥 잘먹고 간다."
문을 닫고난 후 바로 우리 집 문을 열어 들어갔다. 희아 말대로 요즘 신경쓰지 못한 일들이 많이 있어서 밀린 일들부터 차근차근 정리했고 어느덧 시간은 12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의사쌤의 건강을 챙기라는 말이 생각났고 하던 업무를 접어둔 채 취침모드에 들어갔다.
-드르륵 구궁 쿵!
여전히 시끄러운 소리들은 나를 자극했고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이런...썩을...'
평소엔 하지도 않았던 거친 언어들이 자꾸 생각나더니 내 머리속을 괴롭혔다.
'이게 PTSD 라는 증상이 맞긴 한가보네.'
잠시 회의감에 빠져 있던 중 잠에 들었다. 그렇게 하루는 끝이 났다.
-띵동
누군진 몰라도 아침부터 벨을 눌러도 딱히 궁금하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이젠 익숙해졌기에 평소처럼 인터폰을 확인했으나 조금 놀랄만한 상황이 눈앞에 보였다.
"계십니까?"
분명 어제 봤던 제복과 같은 옷인 것으로 보아 경찰인 듯 했다. 그 뒤에는 위층 여자가 계단에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걸쳐 보였고 내 인터폰을 확인했는지 경찰은 나에게 한 마디 했다.
"인근소란죄로 신고 접수 되셨습니다."
분명 내가 생각했던 정상적인 상황이 아님을 직감했다.
이 작품은 홍보의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또한 겪어본 독자님들은 아시겠지만, 층간소음이라 것이 명쾌한 해답이 있는 소재가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 작가의말
- 인근소란죄는 영어로 the crime of riot 인데여기서 Riot이라는 뜻은 폭동이라는 뜻입니다.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것은 한순간입니다.저의 불찰로 말씀드린 두 배의 분량에못 미쳤네요. 남은 공모전 기간동안포풍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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