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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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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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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흑사방(2)

DUMMY

이 싸움을 가장 즐겁게 본 건 무현이다.

흑사방의 간부치곤, 어설프기에 그지없는 남풍을 상대로 목표물만 벤 게 놀라웠다.

사실 여인이 진심으로 남풍을 죽이고자 했다면 몇 번이고 죽일 수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그럴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일부러 양물을 노린 것이었다.


‘재밌군.’


무현에겐 실로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신문의 여지를 남길 줄이야.’


거기까지가 끝이었으면 무현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놀랍게도 남풍은 살아있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은 사타구니를 부여잡은 채 쓰러져있는 남풍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보고 처리하라는 건가?’


그제야 무현은 여인이 녀석의 양물을 자른 이유에 대해서 알았다.

무인은 기본적으로 하체 힘이 중요한데, 이는 무기를 휘두르는 모든 동작에 있어서, 하체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해서 하체의 일부 양물을 잘라, 검을 휘두르게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었다.


‘그럼 해 줘야지.’


무현이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수고했다.”


여인을 지나치고.

무현은 남풍의 머리카락을 붙잡아서 들어 올렸다.


“구사검 남풍, 맞지?”


이 와중에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를 계획하는 표정으로 남풍이 무현을 바라봤다.

무현은 녀석의 머리카락을 쥐어짜듯이 꽉 움켜쥐면서 말했다.


“머리 굴러가는 소리 다 들린다.”

“끄으으···.”


고통 속에서도 녀석은 독기 어린 눈빛으로 무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무현이 느긋하게 말했다.


“이런 놈이 꼴에 흑사방의 간부라니.”

“끄으으. 네, 네놈은 대체······.”

“뭐, 영등현의 새로운 지배자라고 말하는 게 편하겠지?”

“빌어먹을 개새끼가······.”


몸이라도 성했으면 칼이라도 휘둘렀을 테지만, 말할 때마다 사타구니에서 핏물이 울컥 쏟아져 입을 열기도 조차 힘들었다.


“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냐······?”

“널 죽이고 남은 구사검들을 불러들이는 거.”

“···미친놈.”

“뭐, 어차피 죽을 거 간단하게 설명하지. 우선 너는 이곳에서 나한테 죽을 거다. 네가 죽어줘야 구사검들을 죽이고, 흑사방을 칠 거거든.”


무현에게 있어서 남풍은 길거리의 오물만도 못한 존재 그 이하다.

길을 지나간 김에, 치워야 할 쓰레기와도 같은 종자다.


“네놈들이 그리도 하찮게 여긴 사람 중에, 내 친구의 부모도, 누군가의 연인도, 과부의 남편도 포함되어 있었지. 나는 그런 흑사방이 너무 싫어서 관련된 모든 놈을 전부 죽였다. 독사파, 철혈방. 그리고 네놈들이 가짜 소양신공을 뿌려 종노릇 하던 호혈채까지.”

“끄으으···.”

“본래는 아는 사람만 데리고 떠나려 했는데, 네 녀석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우연히 구사검 중 하나인 남풍을 만났고, 무현은 그런 녀석을 죽여 이곳에서 구사검들을 일망타진할 것이다.

먹음직스러운 미끼가 놓이면, 개미가 들끓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남풍은 구사검들을 끌어들일 미끼로 사용하는 일이 제일 현명한 사용법이다.


“네놈들은 정말로 단순하고, 멍청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다. 사도천의 목표를 위해 세운 방파지만, 흑도에 너무 머물러 있었지. 무공의 강약을 떠나서 그게 네놈들의 패착이다. 설마 대책 없이 홀로 돌아다닐 줄이야.”


말단이지만, 남풍의 죽음은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흑사방의 간부, 그리고 그런 녀석이 죽었다는 사실이 일파만파 퍼진다면, 흑사방에 대항하던 모든 방파가 들고 일어설 것이다.


“네 시체는 마을 중앙에 매달아 주마. 네가 죽인 여성들의 가족과 친척들이 네 시체에 침을 뱉고, 돌을 던지고, 훼손하겠지. 그리고 고맙다. 네 죽음 덕분에 흑사방을 일망타진할 기회가 생겼다는 걸.”


살려달라고 빌고 싶었지만, 죽음 앞에선 모든 게 소용없었다.

녀석의 얼굴에 분노와 후회, 공포감이 깃들었다.

무현이 싸늘한 눈으로 남풍을 내려다보았다.


“잘 가라.”


무현의 검이 검게 빛났다.


***


무현은 남풍의 시체를 마을 중앙에 매달았다.

마을 광장에 매달린 시체를 본 마을 사람들은, 남풍임을 깨닫고, 돌을 던졌다.

어떤 이들은 집에서 부엌칼을 가져와 난도질했으며, 또 다른 이는 시체 일부를 가져다 잘게 다져 개 먹이로 던져놓았다.

슬픔과 설움, 그리고 분노로 점철된 채.


“저래도 괜찮을까요? 시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목만 있다면. 나머진 피해자들의 몫이니, 알아서 화풀이하게 내버려둬.”


그렇게 사람들의 분노가 점차 잦아질 때.

짧은 한숨, 천천히 무현이 입을 열었다.


“일단 기다려 보자고. 아직 소문이 퍼지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까.”

“굳이 놈들을 이곳으로 유인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죽일 놈이 넘치다 못해 썩어 넘쳐서다.”


흑사방을 따르는 흑도의 수를 따로 조사해 보니 죽여야 할 자들이 너무도 많았다.

흑사방의 압력에 못 이겨 어쩔 수 없다 해도, 그 수가 너무도 압도적이니 것이다.


“가담한 수가 많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내 예상보다도 많았다. 현재 감숙 내에서 활동하는 흑도의 칠 할은 죽여야 할 정도다.”

“칠 할······.”

“대부분 잡범 수준이지만, 그래도 흑사방의 개들이다. 그들이 피해자라 해도, 흑도의 본질이 어딜 가지는 않지.”


놈들에게 동정심 따위는 사치에 불과하다.

설령 본심이 아니었다고 한들, 그들은 어디까지나 흑도다.


“일단 구사검을 전부 죽인 뒤 성검련을 데리고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할 거다. 나머지는 감숙을 나가거나 저항하겠지. 잘 안되면 그땐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처리해야지.”


무림의 일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기에 언제든 구사검이 쳐들어올 상황에서는 숙면과 식사를 든든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무현과 여인은 객잔에 돌아가 열심히 배를 채우고 잠을 잤다.

그대까지 마을 광장에선 녀석의 시체를 훼손했다. 자르고, 부수다 보니 그 크기가 제법 많이 줄어들었다.

모처럼의 달콤한 휴식이 끝나갈 무렵에야.

소식을 듣고 찾아온 불청객들이 유중현에 제 발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


“···지금 이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냐?”


구사검 사사(四蛇)가 눈앞의 남풍이었던 고깃덩어리를 바라보며 이를 잔뜩 깨물었다.


“······.”


그 옆에 오사(五蛇)와 칠사(七蛇), 팔사(八蛇) 또한 나란히 서서 눈앞의 장면을 봤다.

칠사가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형님, 막내를 죽인 흉수를 찾았습니다.”

“누군데?”

“소요객잔에서 머무는 두 남녀라 했습니다.”

“가자.”

“형님. 막내를 잃은 건 안타깝지만, 놈들이 함정을 팔 가능성이···.”


사사는 걷다 말고 칠사를 노려봤다.


“야, 칠사야.”

“······.”

“입 닥치고 따라오기나 해. 내가 그 버러지 새끼 때문에 화났다고 생각해? 그딴 놈이 뒤졌든 말든 내 알 바가 아니야. 중요한 건 지금 흑사방이 망신당했다는 게 중요한 거지.”

“······.”


팔사가 사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구사검 중 하나가 당한 적이 없었죠. 한시라도 또 다른 흑도 놈들이 우릴 얕보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만 합니다.”


팔사가 다시 말하려던 찰나에, 때마침 옆에 있는 오사가 전방을 향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검을 뽑으라는 것이었다.


“···이곳인가.”


무거운 정적이 흐른 후에 사사가 입을 열었다.


“오사와 팔사는 객잔 뒤를 막고, 칠사 너는 나랑 같이 가자.”

“예.”


칠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렇게 뒤로는 오사와 팔사가, 객잔 입구론 사사와 칠사가 들어가는 와중에 명백하게 찾아온 것처럼 보이는 한 사내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네가 구사검이냐?”

“그럼, 네가 그 천둥벌거숭이냐?”


무현은 피식 웃으면서 대꾸했다.


“천둥벌거숭이는 네놈이겠지.”


대답을 들은 사사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 몸은 대 흑사방의 간부이자, 구사검 중 하나인 사사다.”

“그놈의 대 흑사방, 흑사방. 고작 촌 동네 세력에 불과한 주제에 너무 거창한 거 아닌가?”


무현은 두 사람의 기도를 살피는 와중에 그들이 찬 검을 확인했다.

하나는 박도(朴刀)를 쓰고, 다른 하나는 외날검(外捺劍)을 쓰고 있었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많은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실력은 있어 보였다.

사사가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나와 같이 가 줘야겠어.”

“그 강간마 녀석 때문이라면 거절하지. 꼴에 사제라고 봐주는 걸 보면 너나 녀석이나 같은 개새끼긴 하구나.”


녀석이 화를 참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허세도 작작 부려라. 네가 상대한 구사는 우리 중에서도 최약체다. 고작 약해빠진 녀석 하나 상대했다고 자신만만한가 본데.”


사사가 보자기를 들고 있는 팔사에게 턱짓했다.

그러자 팔사가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보자기 안에 들어있는 것을 내보였다.

그곳엔 사람의 머리가 두 개 들어있었다.

협박용으로 가져온 모양이었는데, 이런 협박은 무현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다음은 셋이다.”


사사가 말했다.


“이곳의 양민들이 죽어 나갈 숫자다. 다음은 넷, 그리고 다섯. 그 수는 점차 늘어만 갈 거고, 넌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겠지. 네 잘난 협객심이라면 말이다.”


무현이 아무 말 없이 서 있자, 사사가 비웃으면서 말했다.


“네 잘난 오지랖이 양민들을 죽였다. 참으로 멍청하기 짝이 없구나. 이것이 우리 대 흑사방에 저항한 대가다.”


무현은 이 자리에서 두 녀석을 죽여야 할 것인지, 아니면 사지만 찢어 신문할 것인지를 잠시 고민했다.


“마지막 경고다. 우릴 따라와라. 그럼, 양민들은 더 이상 죽이지 않겠다.”


이 말은, 무현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면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것이고.

대항하겠다면 양민들을 죽여 본보기를 보여주겠다는 통보였다.


“머리를 숙이라고···.”


무현이 씩 웃었다.


“뭐가 그리 우스운 거지?”

“자칭 대 흑사방이 아닌, 실상은 그냥 사도천의 하수인 주제에 말이 너무 많구나.”

“······!”


예상치 못한 대답에 놀란 두 사내의 눈빛엔 짙은 살기가 감돌았다.

사사가 입을 다물고 있자, 무현이 말했다.


“사도천에서 이곳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 줄 알기나 하고? 이곳까지 오려면 청해와 사천을 지나쳐야 하는데, 제아무리 사도천이라 해도 놈들을 뚫고 무사히 올 수 있을까?”


무현이 반대로 비웃으며 놈들을 향해 읊조렸다.


“사도천에게 있어서 네놈들은 그저 도구에 불과하다.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무는 사냥개. 이 드넓은 중원 무림의 무인들에 비하면 네놈들은 벌레만도 못한 녀석들이다. 그리고···.”


무현은 주변을 한 차례 둘러본 다음에 말했다.


“내가 볼 땐 넌 기준에서도 미달이야.”

“이 새끼가······!”


사사 녀석이 말을 끝내기 전에 놈의 가슴에 왼손을 내질렀다.

사사는 칼을 뽑을 틈도 없었기 때문에 양팔을 교차해서 무현의 공격을 막아냈다.


콰앙-!


귓가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사사의 몸이 포물선을 그리며 뒤로 밀려났다.


“···이 씹새끼가!”


사사가 허리춤에 있는 박도를 뽑으면서 달려들었다.

무현은 객잔에 굴러다니는 의자를 집어 쪼갠 다음 몽둥이 형태로 만들어 붙잡았다.

지금 당장 허리에 있는 검을 뽑을 이유는 없었다.

거력을 발휘해 몽둥이를 휘두르자, 거친 파공성을 내며 궤적을 보였다.


쐐애액-!


그 모습을 본 사사의 눈이 단박에 커졌다.

무현은 신력을 발휘해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사사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


객잔의 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나무 바닥은 부서지고, 천장과 벽에는 깨진 파편들이 여럿 박혔다.

두 사내가 부딪칠 때마다 객잔 내부는 점점 그 형태를 잃어가고 있었다.

객잔 내의 손님들은 전부 피했지만, 전투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흥.”


무현이 손을 뻗어 몽둥이를 내질렀다.

마치 깃털을 든 것처럼 달려드는 사사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호쾌하게 박살 난 몽둥이가 무현의 엄청난 힘을 증명했다.


“끄어억!”


정통으로 맞은 녀석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얼굴을 맞은 사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실거릴 때, 무현은 주먹을 내질러 가슴팍을 두들겼다.

주먹이 가슴팍에 닿을 때마다, 자국들이 새겨졌다.

갈비뼈가 부러진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맷집 하나만큼은 인정할 만하군.’


이때 구석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던 팔사가 등 뒤에서 기습하려는 걸 보곤, 몸을 회전하면서 나무 파편들을 거칠게 휘둘렀다.


파파팍-!


빠른 속도로 날아간 나무 파편들이 팔사의 곳곳에 깊숙이 박혔고.

그대로 돌아선 무현은 중상을 입은 사사 녀석에게 달려들어서 즉시 검을 뽑아 내려찍었다.


푸악-!


피가 솟구치며 절단면에서 새빨간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무현은 사사의 몸을 계속해서 난도질했다.


목덜미를 베고, 왼팔을 부수고, 하반신을 찢어발기며.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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