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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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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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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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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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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종남파(1)

DUMMY

화산파의 장문제자 청랑은 사질들과 함께 섬서를 누비고 있었다.


차기 장문인.

매화신검(梅花神劍) 청우의 제자.

그는 18살이 되어서 절정의 경지에 도달했으며, 화산의 육합검(六合劍)과 매화삼십육검(梅花三十六劍)을 일찍이 깨우쳤다.

그런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청우는 그를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이며, 그의 재능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갔다.

더구나 미모 또한 수려하여 수많은 여심을 사로잡는 청랑의 얼굴을 보고자, 화산파를 찾는 여인들이 많을 정도.


그런 그가, 오랜만에 하산하여 자신의 사질들과 함께 섬서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누비다, 사질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어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용린객잔을 찾게 되었고.


그렇게 최상층에 도달한 순간.


‘···누구지?’


홀로 구석에 앉아 사색에 잠긴 사내.

특이한 점은 머리에 여인들이나 찰법한 비녀를 꽂고 있다는 것 정도?

그 의외엔 아무런 특징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무인으로서의 흥미가 자극한 것일까?

사내를 바라보던 청랑의 마음이 움직였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같이 합석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에 저도 모르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사내가 의아하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왠지 모르게 이끌리는 느낌이 들었다.

청랑이 미소를 지으며 사질들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화산의 청랑이라고 합니다. 옆의 이들은 제 사질들이고요.”

“······.”


아무런 대답이 없자, 청랑은 무안해하며 어떤 대화를 꺼낼지 한참 고민하던 찰나.


“···무현이다.”


침묵을 깨고 무현이 입을 열자, 그제야 밝은 표정으로 청랑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혹,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디서 오셨는지 말씀 해주실 수 있습니까?”


청랑은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무현에게 말을 걸었다.

잠시 사색에 잠겼던 무현이 입을 열었다.


“감숙.”


그 뒤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자, 청랑은 어색한 분위기에 헛기침을 내뱉으며 대화를 다시 시도했다.


“흠흠, 소협은 이 먼 곳까진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어색한 공기가 갑갑한 나머지, 흐름을 바꾸기 위해 다른 주제로 대화한 청랑.

무현이 가만히 앉아서 대답했다.


“···한 선생의 숙원을 풀 열쇠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다.”

“오.”


정확히는 섬서에 있을 영초를 찾기 위해서지만, 청랑은 다른 뜻으로 들은 모양이다.

무현의 그 말에, 흥미를 느낀 청랑이 눈빛을 빛내며 바라보자, 사질 또한 무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무현은 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무현은 슬쩍 시선을 돌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이런 상황에서 대놓고 자리를 뜰 수는 없었다.


‘그냥 밥만 후딱 먹고 들어가야지.’


그렇게 무현이 음식을 기다리려는 순간이었다.


“사형, 이곳이 그렇게 맛있답니까?”

“내가 빈말을 한 적이 있더냐? 잔말 말고, 어서 자리나 잡자꾸나.”

“알겠습니다. 사형.”


객잔 내로 새하얀 도복을 입은 일행이 올라오고 있었다.

무현은 그들이 누군지 확인했다.

화산과 같은 새하얀 도복이지만, 소매에 구름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종남파?’


구파일방 중 한 석을 차지하는 문파이자, 화산과 함께 섬서를 다스리는 명문정파.

그런 그들이 객잔에 도착했다.

그리고 종남파의 대표로 보이는 젊은 사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살폈다.


“이게 누구야, 화산의 청랑이 아니신가?”


순간, 청랑과 사내가 눈이 마주쳤다.


“···오랜만입니다, 운함 도장.”


뒤로 묶은 긴 머리에, 뾰족한 눈매와 턱선을 자랑하는 운함은, 수려한 외모의 청랑과 다르게, 미남형보단, 사내다운 기질이 강했다.


‘여기서 종남파를 볼 줄은 몰랐군.’


무현은 과거에 딱 한 번 종남파와 마주한 적이 있었다.

임무 도중, 갑자기 나타나서 대뜸 칼부터 들이밀더니, 죽일 기세로 덤벼들기에 전부 죽여버렸다.

심지어, 증원을 이끌고 다시 쳐들어오고는, 대차게 털려 개처럼 도망치기 일쑤였다.


종남은 뭐랄까······.

정파치곤 심보가 너무 꽉 막힌 녀석들이었다.

구파일방 중 한 석을 차지한다지만, 실질적인 발언력은 거의 없다시피 한 문파.

같은 구파일방인 화산과 비교했을 때, 입지적으로도, 무력으로도 차이가 명백했다. 이유는 실력 차이 때문이었다.


종남의 장문인, 종리백은 화경(化境) 초입인 반면에, 화산의 청우는 곧 현경(玄境)을 바라보는 강자.

종남 입장에선 화산파가 자신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사실이 아니꼽게 다가온 것이다.


“종남파에 있어야 할 운함 도장께서, 이런 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이런 곳에 내가 오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나?”


운함은 이를 이죽거리며 말을 받아쳤다.

그 옆에 같이 있던 운함의 일행도 마찬가지.

그렇게 서로 간의 긴장감이 오가는 도중.


“······지금 소협과 대화 중이니, 나중에 저와 따로 대화하시죠.”


그런 운함의 발언이 불쾌한 청랑은 속으로 화를 다스렸다.

그렇게 질질 끄는 불쾌한 대화를 마무리하려던 찰나.


“고작 촌구석에나 있을 법한 삼류 무인한테 소협은 무슨.”

“···운함 도장!”


선 넘는 발언에, 청랑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와중에도, 운함은 청랑을 향한 시선을 거둔 채 무현을 똑바로 응시했다.


“난 대(大) 종남파의 운함이다.”

“······?”


무현은 오랜만에 참으로 황당한 감정을 느꼈다.

객잔 구석에서 식사나 하려고 했는데, 화산의 애송이가 오질 않나, 갑자기 종남의 멍청이가 개소리를 시전하지 않나.

무현은 영초를 찾으러 왔기에 딱히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모른 체 했다.

그런데 놈은 한시라도 입을 쉬지 않고 계속 지껄였다.


“그러고 보니 이곳엔 어떻게 올라온 거지?”


오만함과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

무공을 허투루 익히지는 않았는지, 손에 굳은살이 있고, 걸음걸이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이곳에 올라오려면 분명 금자 1냥을 주고 올라와 할 텐데···설마 네놈 어디서 돈을 훔친 것이냐?”

“운함 도장!”


이에 보다 못한 청랑이 허리춤에 걸린 검에 손을 대려던 찰나.


“그만하시오. 내가 비키면 되지 않겠소. 그쪽도 그만 왈가왈부하지 말고 여기서 멈추시오.”


이 이상 역겨운 신파극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던 무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놈이 계속 무현의 걸음을 막아섰다.


“어디서 그 돈을 훔쳤는지 말하면 보내주지.”


운함이 비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조금 더 앞으로 강렬한 기세를 뿜어댔다.


“안 들리느냐? 그 돈을 어디서 훔쳤는지 당장 말하라 하지 않느냐? 어서 대답해라!”


과거였다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을 것이다.

마교에 살면서 수많은 인간군상을 봤었다.

고작 눈앞의 애송이 때문에,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검을 뽑아 든다면 무인으로서 실격이다.


하지만 지금 무현은 마교의 무인이 아니다.

감정의 절제하는 것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

거기다 자신은 성검련의 련주다.

과거처럼 목적 없는 세월을 보낸 사냥개가 아니다.

감숙을 대표하는 거대 문파의 수장이 아무한테나 휘둘리고 다닌다면 문도들이 어떤 취급을 당하겠는가.


그렇기에 무현은 행동하기로 했다.

상대는 무림 초출이자 종남파라는 오만한 애송이다.

그리고 옆의 일행 또한 마찬가지다.


‘굳이 칼을 꺼낼 필요도 없겠군.’


파악을 마친 무현은 한 발짝 다가갔다.


“함부로 입을 놀리는구나.”

“···뭐라고?”

“무림에선 사소한 시바로도 생사가 결정된다는 배우지 못했나?”

“지금 우리 대 종남파를 무시하는 것이냐?!”


운함의 말에 무현이 비소를 머금는다.


“너 같은 애송이를 둔 종남도 이젠 세월을 못 이기고 한물갔구나.”

“···이 새끼가!”


살기를 드러내며 달려오는 운함.

상대가 검을 뽑았다.

죽이진 않을 테지만, 한 번 검을 뽑은 이상, 무림의 법대로 놈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렇게 무현이 한 걸음을 내딛자.


쿠웅-!


순식간에 주변의 공기가 달라지고.


쿠웅-!


두 걸음을 내딛자, 일대의 흐름이 완전히 무현의 지배권에 들어갔으며.


쿠웅-!


세 걸음이 되자,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살기가 운함 일행을 덮쳤다.


“끄르르륵-!”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은 검마의 삶이 어우러진 살기 앞에선, 감히 누구도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그것은 청랑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무슨!’


분명 평범한 인상의 청년이라 생각했다.

내공도 평범했고,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선 결코 고수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었다.


무현이라는 사내는 살면서 자신이 느껴본 적 없던 압도적인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평범한 무인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끔찍한 살기.


“고작 종남을 뒤로 업었다고 하여,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끄으으으···.”


운함과 그의 일행은 무현의 살기에 일어설 용기조차 나지 않고 있으며, 대체 자신들이 누굴 건드렸는가 싶어 공포에 질린 얼굴로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있었다.


콰드득-!


“난 이 객잔에 머물 것이다. 할 말이 있다면 네놈이 직접 나중에 찾아와라. 언제든 네놈들의 재롱에 도전해 주마.”


무현은 운함의 머리통을 발로 슬며시 짓밟으며 읊조렸다.

아직 운함과 완전히 상황을 매듭짓지 못했지만, 지금 급한 건 섬서에 있을 영초를 찾는 일이 급선무다.


그렇게 무현이 객잔을 떠나고.

청랑은 게거품을 문 채 기절한 운함 일행을 챙기느라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운함 일행을 무사히 돌려보낸 청랑 일행은, 급히 무현의 발걸음을 붙잡으며 말했다.


“대체 어쩌자고 일을 크게 벌이신 겁니까?”

“그쪽은 나와 아무 상관도 없지 않나?”


무현이 대놓고 선을 그으려 하자, 청랑이 반박했다.


“제가 나섰다면, 일이 크게 벌어질 일도 아니었습니다. 운함의 성격은 폭급 해도···.”

“그래서 나보고 칼 맞고 죽으라고? 대놓고 날 죽이려 살기를 뿜은 상대에게? 그쪽이 장례도 치러줄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말하지?”

“그건······!”


청랑이 반박하려 할 때, 무현이 끼어들었다.


“이것이 무림의 현실이다. 위정자 무림맹 놈들이 감숙과 청해를 버렸으니 말 다 했지.”

“······!”


무림맹이 그들을 버렸다니?


충격적인 그 말에, 청랑 일행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묻고 싶은 말은 많지만, 청랑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무현은 자취를 감춘 뒤였다.


***


- 종남파의 일대 제자 운함이 처음 보는 고수에게 쓰러졌다.


소문은 섬서 전체에 빠르게 퍼졌다.

객잔 내에서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만 수십 명이 넘었다.

종남파의 제자가 이름 모를 놈에게 아무런 힘조차 쓰지 못하고 쓰러졌다는 말은, 종남파의 장로 이송백의 귀에도 들어갔다.


“처음 보는 놈에게 맞았다?”

“네, 네! 그렇습니다!”


그 말에 운함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저희가 먼저 자리를 앉으려 했는데···갑자기 저희를 향해 살기를 드러냈습니다. 아, 그리고 놈이 자신을 찾고 싶다면 용린객잔으로 오라 말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이나 없는 말까지 지어가며, 모든 상황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

“감, 감사······!”

“단, 네놈들 전부 근신이다. 감히 화산이 보는 앞에서 대 종남파의 위신을 떨어뜨렸으니.”


그 말에 운함과 그의 일행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놈들을 참회동(慙悔洞)에 가두거라.”

“알겠습니다.”


종남의 일대 제자이자, 운함의 사형 운적이 그들을 끌고 갔다.

그렇게 내부에 이송백만 남은 상황.


‘감히 대 종남파의 제자를 건드리다니.’


이송백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누군가를 불렀다.


“운백, 거기 있느냐?”


그러자, 안으로 각진 몸이 돋보이는 청년이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장로님.”

“제자들을 전부 불러라.”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함부로 대들지 못한다.


‘철저하게 짓밟아 주마.’


종남파의 장로 이송백을 주축으로 제자들이 무현을 잡기 위해 객잔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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