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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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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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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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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성검련(聖劍聯)(3)

DUMMY

‘이상해.’


그녀는 무현에 대해 흥미와 의문이라는 이중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철혈방에서 처음 만났을 때, 원래라면 보자마자 베어버렸을 것이다.

무림에선 방심은 목숨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문제였으니까.


그러나 무현이 처음부터 검을 내려놓으며 다가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처음엔 당황했지만, 그녀는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 도착하기까지, 무현은 대놓고 무방비하게 돌아다녔다.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이제까지 다른 사내에게 시선을 두거나 관심을 가졌던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과거 모종의 사건으로 인간 자체를 불신하게 된 그녀의 삶이 결정적이지만, 그녀 자체가 내성적인 면모가 강한 탓도 있었다.


그런 자신이 눈앞의 사내에게 관심을 둔다?


‘대체 뭐지?’


그녀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이 무슨 상태인지 알아차릴 수조차 없었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근데 아까부터 뭘 적고 있는 거지?’


장부를 읽는 동안, 무현은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글자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어떤 동작을 묘사한 그림이었다.


‘얼핏 보면 무공 같은데···.’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어버렸다.


“저기···.”

“······.”

“혹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번 살펴도 괜찮을까요?”

“······.”


무현은 붓질하다 말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아차 싶었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대놓고 보여달라니. 그가 이 자리에서 칼을 뽑아도 할 말이···.


스윽-!


다행히도 무현은 상관없다는 듯, 여인에게 건넸다.


‘이거 전부···검술인가?’


종이의 적힌 그림들은 전부 검술 동작들이었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정교한 초식.

안에 담긴 경험과 지식만 놓고 보면, 무림을 주유하는 노(老) 고수의 면모를 직접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성검련의 무인들이 배울 검술이다.”

“그렇군요···.”


왜일까?


사내를 보니 가슴이 세차게 뛰고 있었다.

이런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 느껴지는 감정은 연모나 사랑 따위 같은 저열한 감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검술에 대한 갈망이었다.


***


‘이상하군.’


여인과 마찬가지로, 무현 또한 흥미와 의문이라는 이중적인 감정이 있었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건가?’


여인을 처음 봤을 때, 새하얗게 소복한 여인처럼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품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와 반대로 여인의 손속 또한 무자비했다.

처음 철혈방주의 목을 쳤을 때 만해도, 주저 없이 검을 휘두르지 않았던가.


‘설마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온 건가?’


여인은 처음부터 철혈방의 장부를 원했다.

원한을 가진 사람의 머리에서 나올 수 없었다.

지극히 이성적인 생각에서 나온 행동뿐이었다.


‘···모르겠군.’


분명한 것은 여인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이용한다는 것이고, 무현의 목적과 일치하는 것이다.

무현 또한 여인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흑사방을 잡고, 그 뒤에 있는 사도천의 계략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말이다.

무현의 목표는 여전히 확고했다.


‘일단 이것부터 해결하고.’


생각을 정리한 무현은 다 하지 못한 검술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슬슬 저녁인가.’


세 시진이 흘렀을 무렵.


검술의 정리는 이미 끝났고, 내력을 쌓는 토납법만 남은 상황.

어디까지나 기초를 목표로 두었기에, 복잡하거나 쓸모없는 지식은 기술하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문도들은 수련에 한창이었다.

수련이라고 해도 거창하진 않았다.

그저 기본기에 익숙해지도록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잘 먹고 잘 자는 수준일 뿐.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괜찮겠지.’


무현은 그 모습을 건물 위쪽에 난 창문에서 지켜보는 중이었다.


전에 비해서 확실히 살과 근육이 많이 붙은 상태다.

이 속도로 인력이 늘어나면 흑사방과의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흑사방의 본격적인 감숙 통일까지 남은 예상 시간은 불과 일 년 남짓.

무현은 되도록 영등현의 통일을 최우선으로 삼아 전력을 확보하려 했다.


그렇게 무현이 한참 상념에 잠길 때쯤.


‘···이럴 땐 고수의 식견이 중요하겠지.’


자신이 검술서를 수정하고 있을 때.

여인은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 새처럼, 한참이나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턱을 매만지던 무현이 입을 열었다.


“검술서에 대해 고견을 묻고 싶군.”

“···정말요?”


그 말에 여인은 몹시 당황했다.


무인은 함부로 자신의 무공을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함부로 본 순간 도둑질이라 여기고, 칼을 뽑는 일까지 서슴지 않게 일어나는 것이 무림이다.

근데 생판 모르는 자신에게 보여준다는 건, 그녀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피식-!


‘하긴, 그런 나도 보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에, 여인은 무현이 건넨 검술서를 탐독하기 시작했다.


‘이걸 전부···혼자 만들었다고?’


검술은 분명 훌륭하다.

저잣거리의 아이를 붙들어 매고 익혀보라면 금방 익힐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설명해도 되나요?”


무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이 말을 이었다.


“삼재검법(三才劍法), 태극검(太極劍), 다른 하나는 칠성검결(七星劍決)이 맞나요?”

“···맞다.”


그 뒤로 그녀의 설명이 이어졌다.

설명을 듣는 무현의 표정은 점점 흥미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런 별종은 오랜만이군.’


과거엔 수많은 별종을 많이 만났지만, 눈앞의 여인만큼 무공에 진심인 사람은 처음이다.

무공을 조금 아는 수준이 아닌.


‘순간 대종사(大宗師)라 착각할 정도다.’


무현이 웃으며 그녀의 말에 답했다.


“말 그대로 삼재검법과 태극검, 그리고 칠성검결을 참고하여 만들었지.”

“인상적이네요. 저잣거리의 아이들에게 가르쳐도 보름이면 가르칠 수준의 난이도네요.”


고절한 수준은 아니라지만, 몇 번이고 살펴도 기억 속에 깊숙이 남을 만한 수준의 검술이었다.

여인이 물었다.


“문도들에게 따로 내공심법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라도 있나요?”

“기틀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는 법이다. 세 살배기 아이에게 신병이기(神兵利器)를 주면 휘두를 수 있나?”


피식, 무현이 삐뚤어진 미소를 흘렸다.

무림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건 옛말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과거 마교의 침공으로 수많은 무림인이 죽었다.

그 전쟁은 그야말로 시산혈하(尸山血河)를 이루는 피비린내 나는 결전이었다.


당시 무현은 마교의 선봉장으로, 수많은 무림인이 그의 손에 죽어 나갔다.

전생의 무현이 죽인 무당의 검제와 남궁의 뇌제도 있었다.


현 무림에서 가장 강력한 열세 명의 절대 고수 상천십삼좌(上天十三座).

손짓 한 번에 산을 부수고 강을 가르는 천외천의 존재들도, 대부분 무현의 손에 의해 명을 달리했다.


“그럼, 당신은 검술만으로 모두가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무현은 단호한 말투로 부정했다.


“고금을 아우르는 절세의 무공도 수많은 잔뿌리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익히기는 매우 어렵지. 배움이 느리다 하여, 그들을 배척하고, 멍청하다고 여기는 놈들이야말로 정중지와(井中之蛙)나 다름없다.”


사람의 재능이란 가지각색이다.

가령 검술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창술에 재능이 있다고 치자.

그런 사람에게 백날 검술을 가르친다고 나아지겠는가?


하지만 편협된 시선으로 사는 무인들에겐, 그저 밥이나 축내는 짐승으로 여기는 것밖에 없다.

무현은 그런 무인들을 매우 극도로 혐오했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다.’


세상은 천재의 시선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무공을 만드는 건 천재의 몫이지만, 발전시키는 건 범부들의 몫이다.

짐승의 형태를 띤 과거의 무공이, 지금의 인간에게 맞게끔 발전되었듯이.


인간의 발전은 무궁무진하다.

발전이 없는 인간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무현은 전생의 삶과 다르게, 넓은 시야로 무공을 바라볼 생각이었다.


***


‘···이게 정말로 기초 검법이라고?’


기초 검술 무공서를 살피던 곽걸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익혀온 검술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

그걸 아무렇지 않게 내민 걸 보면 세삼 대단하다 못해 경외심마저 들었다.


“문제라도 있나?”

“아니, 너무 뛰어나다는 게 문제지. 이거 참···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


곽걸이 익히고 있는 장백검법(長白劍法)과 비교해도, 뛰어난 검법이다.

그런데 고작 기초 검법이라니.


‘이거 여러모로 련주는 날 놀라게 하는구나.’


곽걸은 미소를 지으며 무공서를 탐닉해 나갔다.


“전부 눈에 담아 뒀나?”

“···머저리가 아닌 이상, 웬만하면 전부 익힐 수 있겠소. 일단 휘하 낭인들에게 가르쳐 보고 결과를 올리겠소.”


무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련주.”


다음으로, 철홍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양손에 들린 나무상자와 보따리가 있었는데, 전부 무현이 의뢰한 물건들이었다.


“부탁한 대로 검을 만들었네만···묵철 만으론 부족하여, 몇 가지 철을 섞어 무게를 늘릴 수밖에 없었네.”


상자를 열자, 안에는 묵색(墨色)의 검이 한 자루가 있었다. 무현이 부탁한 대로 단조했기에, 일반적인 검의 두 배 이상 크기를 자랑했다.

무현은 검집에서 검을 뽑아 몇 번 휘두르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괜찮군.”

“련주의 부탁인데, 잘 만들어야지 않겠나.”

“수고했소. 아, 그리고 ‘그것’도 완성되었나?”

“흠···일단 설명대로 만들긴 했는데···.”


철홍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곤 등에 짊어진 보따리를 풀었다.

안에는 각각 팔다리에 착용할 철환(鐵絙)이 있었다.


“···명령대로 각각 오 관씩, 총 이십 관인데, 괜찮겠소?”

“괜찮다.”

“음, 련주가 그렇다면 일단 믿겠지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마시오.”


철홍의 말에 무현은 가볍게 미소를 짓고, 철환을 모두 착용했다.

오 관짜리 철환 네 개와 두 관짜리 묵철검(墨鐵劍).

검과 철환을 합치면 도합 이십이 관이다.

건장한 성인 남성의 무게와 비슷하거나, 같은 정도로, 절대로 만만한 무게가 아니었다.


‘확실히 무겁군.’


건곤신결 덕에 무겁다고만 느껴진 거지, 평범한 이였으면,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건곤신결도 이제 중반부를 넘어섰다.

무현의 육체는 경지로 따지면 초절정의 고수와 비슷한 정도.

외공만 놓고 본다고 해도 무현을 견줄만한 이들은, 중원 무림 내엔 거의 없었다.


‘먼저 육체의 그릇을 완성하고, 그 후 단전을 만든다.’


흑사방.


놈들을 칠 준비가 끝날 때쯤이면,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건곤신결이 거의 완성될 것이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내공심법을 운용할 수 있을 터.


‘갈 길이 멀기만 하구나.’


건곤신결은 단순히 근골을 발전시킬 뿐, 환골탈태(換骨奪胎)까지는 무리다.

소림의 금강불괴신공(金剛不壞神功)이나 가능하다 해야 할까.


‘호혈채를 치기 전, 일단 이 몸부터 익숙해진 다음에 궁리한다.’


다시 한번 상기한 생각을 곱씹으며, 매화루주에게 명령했다.


“매화루주.”

“네, 하명하십시오.”

“내가 폐관 수련을 하는 동안, 그대가 임시로 자리를 맡아라. 당분간 내가 시키는 대로 부하들을 훈련시키고, 정보를 수집해 규합하여 힘을 길러라.”


수련을 위해 별채에 들어가기 전, 각 방파의 수장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짧으면 석 달. 길면 반년 정도가 될 수도 있다. 만약 흑사방의 무인이 온다면, 내가 따로 지시한 대로 하도록.”


무현의 명령은 문도들의 귓가에 선명하게 전달되었다.

곧 문소리와 함께 별채의 문은 완전히 닫혔다.


***


별채 안에 벽곡단(辟穀丹)과 식수가 마련돼 있었다.

며칠 전 매화루주에게 명령해, 미리 채워 넣은 것이다.


‘···시작한다.’


무현은 곧바로 수련에 돌입했다.

철환을 모두 착용한 상태에서 낮에는 육체단련과 검술 수련을 하고, 새벽에는 감각을 하나씩 차단한 채 육감(六感)을 깨우치는 데 주력했다.

그 뒤론 철환과 검의 무게를 견디며 몸에 익숙게 하고, 벽곡단과 식수로 배를 채웠다.

벽곡단 덕에 식사 시간이 크게 줄어 온전히 수련에 투자할 수 있었다.


그런 하루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무현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삼 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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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결전의 날(1) +4 24.02.12 3,219 3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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