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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그렇게 나는 죽기로 결정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10.27 02:38
최근연재일 :
2022.11.30 22:0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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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
추천수 :
28
글자수 :
113,146

작성
22.11.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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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6. 성인군자

DUMMY

친구는 나와 다섯발자국 거리를 두며 뒤따라 왔다.


"야. 괜찮아?"


한참을 아무말 없이 걷다가 친구는 내게 물었다.


"내가.. 내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젠장! 왜.. 왜그런거야? 난 그들의 친구가 될 수도 있었어... 근데? 내 말 하나로 모두 그냥 그대로 개죽음을 맞이했다고."


"이제 우리 친구가 진정한 남자가 된거 같구만."


"개소리 집어 치워! 이 멍청한 전쟁도 다 집어 치우고! 명예같은 헛소리도 전부 지긋지긋해! 명예는 뭔 명예야? 자기들이 뭔짓거리를 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죽음으로 들어가는 것들이!"


나의 대답을 듣자 친구는 의심에 찬 눈빛을 보냈다.


"그래서 넌 서부 침략자들이 미운거지? 적어도 네 명령하에 목숨까지 내놓는 사람들은 좋게 보는거지?"


"아니! 난 그 안에 있는 모든이들이 증오스러워! 왜 이런 쓰잘대기 없는거로 서로 죽이고 고통을 주고 하는건데? 침략자들이 먼저 우리 측에 들어온건 맞아. 근데 그렇다고 침략자들의 땅에 가서 아무 상관 없는 민간인 들과 어린아이들이 죽이고, 여자들은 이곳저곳으로 팔려나가고 욕보여 졌어!"


친구는 맞장구 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후손들은 고통을 받으면서 노예로 살겠지. 정의는 실현된거 아니야? 그들이 우리의 아이들을 죽이고 여자들을 데려갔으니 침략자들의 후손들 까지 고통을 주는게 맞지 않아?"


"개소리..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 까지 고통받게 할바 에야 죽임을 당하는게 나아."


"성인군자가 다 됐구만! 난 아주 대견 스러워 '남자' 가 될줄 알았는데 그걸 넘어서 성인이 됐잖아?"


"난 지쳤어, 오늘 꿈은 그만 꾸고 그냥 평온히 눈을 감고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고!"


"원한다면 그래. 저기 침대 있어, 난 서류 작업이 있어서 볼펜소리가 거슬리지만 않으면 자."


나는 친구가 가리킨 침대로 가 너무도 가볍지만 무거운 몸을 눕혔다.


***


눈을 떴을때 잔뜩 땀을 잔뜩 흘린건디 침대보와 배게가 축축해 졌다.


"참 개같은 꿈이네."


익숙한 천장 패턴을 보며 나는 그렇게 말했다.


침대에서 몸을일으켜 앉고는근처에 놓인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내가 잠든동안 6개의 메세지가 와 있었다.


기대하는 마음 없이 그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 메시지는 루나씨가 보낸것 이었고, 어제 통화하다 이모가 들어와서 잠시 전화가 끊겼다고 해명하는 내용이었다.


그외에 별로 특별하진 않은 일상적인 내용의 메시지 였다.


내가 잠든 후 2시간 정도 후에 온 메시지다.


아마 그녀는 나 처럼 많은 생각을 떠올리고 있지 않을까?


그녀에게 무어라 대답할 지 나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나는 일으키기 싫은 몸으로 침대를 뒹굴거리고만 있는것이다.


오전6시.


오전7시.


시간을 흘러갔다.


흐르는 유체 처럼 다시 주워 담을수 없는것만 같이 쏟아진 물 처럼.


나는 연신 핸드폰만 쳐다보다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면서 나의 명령 하나에 목숨을 버린 자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들의 입은 명예를 부르짖고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 모두가 두려움을 띄고 있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 소리가 병사들의 함성소리, 목숨이 끊어지는 소리와 섞이며 끔찍한 잔상을 만들어냈다.


인생 최악의 샤워 였다.


꿈의 잔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머리를 맴돌았다.


「잘 잤어요? 어제 연락 안오길래 먼저 잠들었어요. 전 괜찮아요.」


난 뭐라도 그녀에게 더 말하고 싶지만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렇게만 써서 메시지를 보냈다.


3분뒤 그녀가 메시지를 확인 한 건지 다시 답장이 왔다.


「일어 났네요? 그럼 잠깐 만날래요? 아파트 단지 앞에서요.」


원래라면 펄쩍 뛰며 기쁨에 도취했겠지만, 나는 무덤덤 했다.


「그래요. 가볍게 입고 나갈게요.」


나는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 나가기 전 책을 한권 챙겨 왔다.


오랜친구가 죽기전 내게 추천해준 소설 책이다.


나는 아파트 단지에 있는 벤치에 앉아 한번씩 핸드폰을 확인하면서 책을 읽어 갔다.


내 친구는 생전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언급하며 이야기 한 적이 많다.


일본 저자의 소설로 친구는 작가 특유의 문학적 기교가 마음에 든다면서 찬양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던것이 떠오른다.


그렇게 10페이지를 읽어나갔을 때 그녀가 웃음을 띄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안본지 14시간 정도 됐죠?"


"시간 잘 가던데요. 책읽으면서 기다리니까."


"무슨책이에요?"


그녀는 내가 들고 있는 책의 표지를 보려고 고개를 숙여 살펴보았다.


나는 그녀가 잘 볼 수 있도록 표지 부분을 위로 하고 앞으로 내밀었다.


"아. 이작가 소설 좋아하나봐요? 나도 진짜 좋아하는데, 근데 처음보는 소설이네요. 이 작가가 이런것도 썼었나?"


"친구가 사준 책이에요. 겨울 즈음에 사준건데 평소에 안보다가 오늘 거의 처음으로 읽게 된거에요."


"그래요? 혹시 제가 좀 봐도 될까요?"


"그러세요. 자."


나는 그녀에게 책을 넘겨 주었다.


"음... 음!"


그녀는 몇페이지 넘기다가 흥미롭다는듯이 손가락을 까딱였고, 눈썹을 치켜 새웠다.


"역시 이 하시모토 다운 구성이네요."


"그게 뭔데요?"


"챕터를 정확하게 12개로 나눠서 진행시키는 거요. 고집이기도 하고, 굳이 그럴필요 없어 보이는 것 까지 그렇게 나누니까 누구는 지겹다고 하지만 전 마음에 들거든요."


그녀의 눈은 꿈에서 봤던 우주의 탄생 시기처럼 밝게 빛나는 것만 같았다.


"마치 고전의 시 나 비극들 처럼요."


"호메로스나 길가메쉬 서사시 처럼요?"


"네! 마치 그것들 처럼요! 어쩜그리 잘 아세요?"


나는 잠시 그녀의 말에 대답하는 것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그녀를 한번, 아파트 단지의 풍경을 한번 둘러보았다.


"제 친구가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그렇게 말했거든요. 이 작품에는, 그 작가의 작품들에는 그 고전과 필적한 '위대함' 이 있다고."


"오, 그친구라는 분이랑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네요!"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잔뜩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기대하는 표정을 깨뜨려야 하는 나는 그 어느때 보다 슬펐다.


"죽었어요. 5일 전에.. 4일 전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오.."


그녀는 나의 이야기를 듣자 위축되며 물에 빠진 생쥐 처럼 불쌍한 모습으로 땅을 쳐다 보았다.


"몰랐어요. 미안해요. 그러고보니 이책은 소중하겠네요?"


"솔직히 아니요. 친구가 줬다고 하지만 그책은 역시나 읽어야 가치가 있는거죠. 원한다면 가져요. 그 작가의 몰랐던 작품이라매요?"


그녀는 복잡한 표정을 띄우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그냥은 안돼요. 제가 보니까 이 책은 하시모토의 작품을 읽은 사람을 위해서 쓰여진 거 같아요. 작중에 하시모토의 전작을 암시하는 장치도 여럿있고, 고유 명사들도 여가없이 등장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책을 교환해보기로 하죠."


그녀는 나의 친구가 준 책을 꼬옥 잡더니 말했다.


"뭐 그것도 괜찮죠. 이 작가 책이 재미있나봐요?"


"호불호가 많이 타긴한데, 지루하진 않거든요. 막 너무 어려운 단어를 남발하지도 않고요. 다음에 만날때 책을 줄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책은 일단 제가 가지고 있어도 되나요?"


그녀는 책이 소중하다는 듯이 두 팔로 책을 감싸며 말했다.


"마음껏 읽어봐요. 그리고 언제든 돌려주고 싶을때 돌려주세요.


그녀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그 아름다운 외모를 더욱 빛내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슬슬 해가 더 높이 떠올라 아파트 단지 를 따스하게 감쌀 즈음 그녀는 핸드폰으로 시각을 확인 하고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아" 하고 짧게 말을 내뱉었다.


"곧있으면 출근 시간이네요. 전 이만 가봐야겠어요. 그리고 대화 즐거웠어요. 오랜만에 하시모토 작품을 읽는 사람을 만나서 더욱 반가웠고요. 다음에또 만나요."


그녀는 종종 걸음으로 점점 멀어졌다.


그녀가 있던 벤치자리는 이제 다른 사람을 위해 비어 있었고, 햇살이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저 멀리 조그매지며 사라지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나는 저 멀리에서도 그녀가 웃음을 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아파트단지를 한바퀴 빙 돌아보았다.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은 이름모를 꽃과 나무들이 그날따라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그렇게 익숙하지만 색다른 풍경을 만끽한 나는 집으로 돌아와 하시모토 라는 일본 소설 작가를 찾아보기로 했다.


나무위키 와 위키피디아에서 하시모토는 항상 노벨 문학상에도 후보로 거론된적이 있지만 어떤 상도 타지 못한 불운의 작가라고 소개되었다.


공모전에 출품했을때는 그당시 너무 쟁쟁한 후보들에 밀렸고, 여러 문학 상에는 작려상도 타지 못했다. 노벨 문학상에 거론 된 것 또한 그 작가가 투신자살 이후 작품성이 어느정도 인정되었지만 그것도 얼마안가 쉽게 사그라지며 사실상 무명의 소설가가 되었다.


나는 하시모토 라는 작가의 생애까지 전부 본 후 컴퓨터 전원을 껐다.


"아니"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다시 컴퓨터를 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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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주족관 (酒族館) 22.11.28 18 0 9쪽
23 23. 첫번째 피조물에 영광을 22.11.26 20 0 9쪽
22 22. 편집자들 22.11.25 16 0 9쪽
21 21. 파피로스 22.11.24 1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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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블랙펄 22.11.22 1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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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발할라 22.11.18 23 6 9쪽
15 15. 데우스 엑스 마키나 22.11.17 18 2 9쪽
14 14. 질서와 혼돈 22.11.16 1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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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이 부조리를 보라 22.11.14 22 1 9쪽
11 11. 필요악 22.11.12 17 1 10쪽
10 10. 악몽 22.11.11 20 1 10쪽
9 9. 비현실과 비이성 22.11.10 22 2 9쪽
8 8. 괴담의 탄생 22.11.09 20 1 10쪽
7 7. 하시모토 22.11.08 27 0 10쪽
» 6. 성인군자 22.11.07 26 1 9쪽
5 5. 성인군자 22.11.05 29 1 12쪽
4 4. 루나 22.11.04 32 1 10쪽
3 3. 명예의 수상자 22.11.03 40 1 13쪽
2 2. E-01 행성 의 첫 축제! 22.11.02 58 1 12쪽
1 1. 끝과 시작 (GENESIS) +5 22.11.01 10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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