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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주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술사(the Psychic)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선우주
작품등록일 :
2018.08.01 13:18
최근연재일 :
2018.09.05 23:58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89
추천수 :
25
글자수 :
188,956

작성
18.09.02 23:5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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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문지기

DUMMY

이영은 그 미소를 보자 어색하게 따라 웃으며 눈을 살짝 피했다.

유리와 성의 소멸, 그녀는 황룡제 이후 자신이 마치 죄인이 된 것만 같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슬퍼하던 사다함의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사다함 님!”


성문 앞을 지키고 있던 남자가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런 곳까지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수고 많으십니다, 배흠 님. 저는 이분들은 모시러 왔습니다.”


“이분들이요?”


배흠이라는 남자가 사다함이 가리킨 곳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까맣고 주름진 얼굴이 번들거렸다.


“그렇다면... 정말로 인간?”


그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영을 바라봤다.


이영은 대꾸도 하기 싫어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녀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다.

이런 소모적인 대화에 힘을 빼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그녀의 앞에는 사다함이 있다.

그가 나타난 이상, 그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줄 것이다.

그는 모두의 선망을 받는 초월령이며, 마을의 수장이자 신관이기도 했다.


“다른 술사들을 통해 푸른 눈을 가진 인간령이 새로 나타났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만....”


남자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사다함을 바라봤다.


“네, 이영 님이 바로 새로 건너온 인간령이십니다.”


사다함이 차분하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아아... 인간이 아니라 인간령이었군요. 어쩐지. 그렇다면 백호 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분이 바로.......”


“네, 맞습니다. 이영 님이죠.”


“흠흠, 이거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저는 문지기를 맡아서 초제에도 참석하지 못해서 말이지요.......”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이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뭐야, 웬 존댓말? 태도가 갑자기 왜 이렇게 달라졌어?’


이영은 어이가 없어 팔짱을 끼고, 남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백호 씨의 선택 때문인가, 사다함 님 때문인가.......’


미소를 띤 남자 얼굴의 주름들이 미세하게 씰룩거리고 있었다.

그는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흥, 사다함 님 앞이라고 예의를 차리는 거구나.’


이영은 마지못해 말없이 남자의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어차피 백호의 선택을 받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무시를 받던 그녀였다.

황룡의 선택을 받은 사실이 이미 퍼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알려졌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인간령이 두 신수령을 독차지했다고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뭐 상관없어.’


이영은 남자가 그녀를 뭐라고 생각하건 상관없었다.

지금 그녀에게 절실한 것은 따뜻한 샤워 물과 포근한 침대였다.


“흠, 어쨌든 그건 그거고. 신입생이 허락 없이 마을 밖으로 나간 것은 잘못이니까. 일단 이름은 적어두도록 하겠습니다. 김이영 님이라고 하셨죠?”


남자가 수첩에 무언가를 휘갈기며 말했다.


“네네, 마음대로 하세요.”


이영은 귀찮다는 듯 손바닥을 앞으로 흔들며 말했다.


“흔쾌히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자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그 옆에 남학생은 이름이 뭐야?”


남자가 엘리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게, 저는.......”


엘리스가 말을 흐렸다.


“잠깐만요, 배흠 님. 제가 듣기로는 큰 마귀 침입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큰 마귀의 침입이요? 하하하. 저는 성문 앞을 하루 종일 지키고 서 있습니다. 큰 마귀는커녕 조무래기 한 마리도 통과할 수 없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사다함 님은 저 어린 꼬마의 말을 믿으십니까?”


배흠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린 나이에는 괜한 혈기에 모험심이 타오르기도 하지요. 제가 그랬듯이. 그러다가 문지기까지 하게 됐지만요.......”


그가 중얼거렸다.


“제보가 있었습니다.”


사다함이 단호하게 말했다.


“제보라니요? 그럴 리가.......”


“마귀를 목격한 인간들이 다수 있습니다. 부상자도 있습니다.”


‘목격한 사람들이 있었구나!’


이영의 집을 포함한 마을의 가장자리 끝에는 주로 인간들이 모여 살았다.

결계가 풀리면서 마귀가 마을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그 주변의 인간들이 본 것이다.


‘하긴... 그 사람들이 마귀를 봤다고 해서 뭘 할 수 있었겠어? 나라도 숨어 있었겠지. 아저씨는 괜찮을까?’


“아버지는! 아버지는 괜찮으신가요?”


엘리스가 놀라 소리치며 사다함을 향해 다가갔다.


“엘리스 님.”


사다함이 다정하게 엘리스의 팔을 잡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제보자중 한 명이 바로 베타 님이었습니다. 이영 님과 엘리스 님이 사라졌다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저를 찾아오셨더군요.”


“휴... 네.”


엘리스가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주의 밧줄에 당하셨던 모양이더군요. 지금 의원들의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약간의 체력소모가 있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을 겁니다.”


“잠깐, 저주의 밧줄이요?”


배흠이 큰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저주의 밧줄이라면... 분명히 아주 강한 마귀들만이 쓸 수 있다는 그!”


“그렇습니다. 그런 마귀가 침입했다는 소리지요.”


사다함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말투에는 날이 서 있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가 줄곧 이곳을 지키고 있었지만, 큰 마귀는 물론 그런 강한 마귀는 나타난 적이 없습니다. 인간 녀석들이 그냥 밧줄과 착각한 건 아닐까요?”


“착각한 거 아니에요.”


이번에는 이영이 끼어들었다.


“그 밧줄 제가 잘랐거든요?”


“그럴 리가... 너, 아니, 이영 님은 이곳에 얼마 온 지 안 됐으니까, 착각하신 거 아닐까요?”


배흠이 이를 꽉 물고 말했다.


“그거 제가 알아낸 거 아니에요. 백호 씨가 직접 가르쳐준 거니까.”


“백호 님이요?”


“네, 전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어요. 그것보다 녀석이 아저씨로 변신하는 통에 해치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해, 해치우다니요? 누, 누구를?”


갑자기 배흠이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뭐 들으셨어요? 저주의 밧줄을 건 마귀를 해치웠다고요.”


“그, 그럴 리가!”


그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이제 상황파악이 좀 되십니까?”


사다함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다함 님! 전 정말 아닙니다!”


배흠이 갑자기 사다함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저는 맡은 대로 하루 종일 여기에 서서 열심히 성문을 지켰습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열심히 두 손을 비볐다.


“그걸 어떻게 증명하죠?”


“제, 제가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태, 태초령 님들... 아, 그리고 비, 빛의 술사 성 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배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다함은 성의 이름이 나오자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은 일은 없나요?”


“그, 그런 것도 결코 없습니다. 조, 조금만 더, 더 버티면 저의 문지기 일도 끝나게 되는데... 제가 그런 멍청한 일을 왜 하겠습니까? 제발 믿어주십시오.”


“그것은 두고 볼 일이지요. 하긴, 저는 재판관이 아니지 않습니까? 곧 재판을 보조하는 술사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수사에 협조해 주십시오.”


“사다함 님, 정말 억울합니다. 제발 믿어주십시오!”


배흠이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이제 거의 애원하는 목소리를 하고 있었다.


“저는 배흠 님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습니다. 억울한 점이 있으시면 재판을 통해 증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다함의 말에 남자가 아무런 말없이 스르르 고개를 들었다.


“아참, 그리고 재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수첩은 제가 보관하도록 하겠습니다. 마귀의 침입이 사실이고, 끌려간 것이 사실이라면, 이영 님이 벌점을 받는 것은 부당하니까요.”


사다함이 배흠의 손에 들린 수첩을 가져가며 말했다.


“이영 님. 엘리스 님. 가시지요.”


사다함은 수첩을 손에 든 채 뒤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네? 네!”


어리둥절하게 서있던 이영이 대답했다.




“흥, 마귀의 침입? 웃기는군. 어이, 꼬맹이들. 너희도 조심하라고? 함부로 입 놀리고 행동하다간 큰코다칠 테니까.”


사다함이 조금 앞서나가자마자 배흠이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중얼거렸다.


‘역시나 가식이었어. 기분 나빠.’


“엘리스, 가자!”


이영은 멍하니 서있는 엘리스의 손을 잡았다.


“네!”


그들을 총총걸음으로 걸어 사다함의 옆에 따라붙었다.


“사다함 님, 이게 다 무슨 상황이죠? 저는 전혀 이해가 가질 않아요.”


이영이 말했다.


“문지기는 성문과 성벽의 결계를 담당하는 술사입니다. 마귀, 심지어 그렇게 강한 마귀가 침입했다는 것은 문지기가 일을 게을리 했다는 증거지요.”


“일을 게을리 했다고요?”


“네, 또는 그가 직접 혹은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마귀를 마을 안으로 들여보냈을 수도 있고요.”


“그런 짓을 왜....... 그러고 보니, 베타 아저씨로 변했던 마귀가 말하길 누군가의 명령을 받았다고....... 그럼 저 아저씨가 절 죽이려고!”


이영은 얼른 멈춰 서서 배흠 쪽을 돌아보았다.

배흠은 어느새 바닥에 벌러덩 누워 있었다.


‘저 사람 때문에!’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영 님, 진정하십시오.”


사다함이 다가와 이영의 어깨를 잡았다.


“하지만, 저 사람 때문에 저랑 엘리스는 죽을 뻔했다고요!”


“그랬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전 배흠 님이 주도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요? 사다함 님도 저 아저씨를 의심하시는 것 같던데.......”


“그건 배흠 님을 떠보기 위해서 한 말이었습니다. 물론 전혀 의심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만.......”


“그러면 왜?”


“이영 님이 마주쳤던 마귀들은 결코 만만한 마귀들이 아닙니다. 문지기 정도의 힘으로 다룰 수 있는 마귀들이 아닙니다.”


사다함은 이영의 어깨에서 손을 내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영은 빠르게 그 뒤를 따랐다.


“전 잘은 모르지만... 문지기라면 더 강한 거 아닌가요? 마귀들의 침입을 막아야 하는 건데.”


“문지기는 마귀와 마을의 결계를 그저 감시하는 역할입니다. 고등과정에서 벌점을 많이 받은 술사들이 졸업 후에 주로 맡게 되는 일이지요. 배흠 님은... 벌점을 가장 많은 술사로서 오랫동안 문지기 일을 맡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기를 쓰고 벌점을 주려고 했구나?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다, 이거지?’


“어차피 마을 주변에는 약한 마귀들뿐이기 하고요. 본격적인 침입이 감지되면 정예 술사들이 나선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저 아저씨의 짓은 아닐 확률이 크겠네요.”


“네, 게다가 마귀들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영 님의 집에 침입했습니다. 그 말은 누군가가 이영 님의 집 주변에 결계를 쳤다는 뜻이지요.”


“맞아요. 집 주변으로 이동할 수가 없었어요. 그 때부터 백호 씨도 사라졌고... 잠깐, 그러고 보니 백호 씨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위이이이이잉, 펑!




이영이 백호의 이름을 꺼내자마자 그가 나타났다.


“이영, 어디야? 괜찮아?”


백호가 나오자마자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왜 일 다 끝나니까 나타나요! 이 치사한 아저씨야!”


이영은 백호에게 달려가 그의 등을 세게 두드렸다.


작가의말

등짝 스매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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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의무실 18.09.05 65 0 12쪽
34 달리기 시합 18.09.04 66 0 12쪽
33 영혼의 조각 18.09.03 77 0 12쪽
» 문지기 18.09.02 70 0 11쪽
31 엘리스의 각성 18.09.01 64 0 12쪽
30 절망의 늪 18.08.31 91 0 11쪽
29 운명을 개척하는 자 18.08.30 92 0 12쪽
28 나 혼자의 힘으로 18.08.29 68 0 11쪽
27 커다란 마귀 18.08.28 75 0 12쪽
26 집 밖으로 18.08.27 73 0 12쪽
25 어둠 속에서 18.08.26 62 0 12쪽
24 마귀의 침입 18.08.25 69 0 11쪽
23 하트의 필요성 18.08.24 89 0 12쪽
22 황룡의 선택 18.08.23 108 1 12쪽
21 그녀의 정체 18.08.22 61 1 11쪽
20 황룡제 +1 18.08.21 109 2 12쪽
19 영혼의 단짝 18.08.20 80 1 12쪽
18 신경 쓰이는 사람 18.08.19 89 1 12쪽
17 구원 18.08.17 84 1 12쪽
16 대결 18.08.16 89 1 11쪽
15 도서관에서 18.08.15 90 1 12쪽
14 영혼의 서약 18.08.14 80 1 12쪽
13 영혼식 18.08.13 91 1 12쪽
12 500년의 기다림 18.08.12 124 1 12쪽
11 돌이킬 수 없는 18.08.11 71 1 11쪽
10 백호의 선택 18.08.10 108 1 12쪽
9 선택받은 자 18.08.09 100 1 12쪽
8 신수령제 18.08.08 104 1 13쪽
7 1차 능력 개방 18.08.07 13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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