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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주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술사(the Psychic)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선우주
작품등록일 :
2018.08.01 13:18
최근연재일 :
2018.09.05 23:58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91
추천수 :
25
글자수 :
188,956

작성
18.08.0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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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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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선택받은 자

DUMMY

“꺄악!”


“으악!”


이영이 놀라 뒤로 자빠졌다.


이영의 뒤에 서있던 엘리스는 도미노가 쓰러지듯이 이영에게 깔렸다.


“아야야... 엘리스 괜찮아?”


“이영 님, 전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다들 저희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영이 누운 채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엘리스의 말대로 모두의 시선은 이영을 향해 있었다.


그들은 입을 벌린 채 이영을 보고 있었으며, 방안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뭐야 이 분위기?’


“허억!”


이영이 엘리스의 배를 잡고 상체를 일으켰다.


“미안해, 엘리스!”


짤랑!


이영이 몸을 일으키자 어떤 물체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뭐지?’


이영이 허리를 숙여 반짝이는 물건을 주웠다.


그것은 귀걸이였다.


다만 수리의 것과는 달리 하얀 보석이 빛나고 있었다.


“이영 님, 선택받으셨군요!”


어느새 일어난 엘리스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영은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여전히 조용한 방안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수리와 눈이 마주쳤다.

수리는 얼굴을 한껏 찡그리고 있었다.


곧이어 이영의 시선이 제단 쪽을 향했다.

홍염도 다른 술사와 마찬가지로 입을 벌리고 서 있었다.


이영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사다함을 향했다.

늘 평온하던 표정의 사다함마저 눈에 띄게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 개의 붉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방안 그 누구도 침묵을 깨지 않았다.

결국 이영이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초제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영이 입을 떼기도 전에 사다함이 말했다.


술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자, 다 끝났으니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홍염이 뒤를 이어 소리쳤다.


술사들은 웅성거리며 방문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영의 얼굴을 힐끗거리며 옆을 지나갔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정말 인간령 맞아?”


어느새 다가온 수리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영을 쳐다봤다.


이영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이 불편한 자리를 빨리 뜨고 싶을 뿐이었다.


“나, 나는!”


“어이, 너희 둘은 좀 남아줘야겠어?”


홍염이 다가와 이영과 엘리스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고는 수리를 향해 나가라는 듯 방문을 향해 고갯짓했다.


수리는 못마땅하다는 듯 홍염을 쳐다봤지만, 순순히 밖으로 향했다.


이영과 엘리스는 홍염에게 이끌려 제단 쪽으로 걸어갔다.


홍염과 사다함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길 기다리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영과 엘리스는 불안한 눈빛만을 주고받고 있었다.


술사들이 다 빠져나가자 사다함이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쿵,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잠겼다.


“이거 봐! 이 녀석 유리가 확실하다니까. 내 말이 맞지?”


홍염이 사다함을 향해 말했다.


“어이, 유리. 연기는 그만하고 정체를 밝히시지?”


홍염이 이영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아니, 이봐요. 누가 연기를 한다고 그래요! 왜 자꾸 다른 사람 이름을 꺼내요?”


이영이 질린 듯이 홍염의 팔을 뿌리쳤다.


“이봐, 엘리스! 네가 말해봐! 넌 다 알면서 유리의 연극에 적당히 맞춰주고 있는 거지?”


홍염이 질문의 대상을 엘리스로 바꿨다.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엘리스가 양손을 앞으로 크게 저으며 말했다.


“확실하지?”


홍염이 이까지 뿌드득 갈며 눈을 크게 떴다.


“정말입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홍염 님에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놀란 엘리스가 무릎까지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닌 건 아닌 거예요! 왜 엄한 엘리스한테 이래요?”


이영이 양팔을 벌리며 홍염의 앞을 막아섰다.


“사다함, 뭐라고 말 좀 해봐! 금속의 힘을 가졌어. 또 백호가 이 녀석을 선택했어. 이것보다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어?”


등지고 서있던 사다함이 천천히 뒤로 돌았다.


“홍염 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백호 님이 초월령이 아닌 인간령을 선택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니까요.”


사다함의 말에 홍염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반대로 초월령이 인간령이 되어 나타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죠.”


사다함이 차분하게 말했다.


“예외가 있잖아? 우리가 세계의 법칙을 다 안다는 듯 자만하면 안 된다고 말한 건 너였어! 500년 만에 인간령이 나타난 일도 이미 놀랍잖아? 난 이 모든 게 우연이라고 생각 안 해! 저 녀석은 분명히 유리라고!”


홍염이 다시 흥분해서 소리쳤다.


“홍염 님의 말씀도 맞습니다. 그 긴 세월동안에도 우리는 이 세계의 법칙을 다 밝혀내지 못했지요. 그러나 만약 이영 님이 유리 님의 환생이라 하더라도 이영 님에게 유리 님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인간은 모든 것을 잃은 채 환생하니까요.”


“아니.......”


홍염이 할 말을 잃은 듯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모든 것은 백호 님에게 물어보면 정확해지겠지요. 일단 내일까지 기다려봅시다.”


사다함이 달래듯 말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홍염이 이영의 옆을 휙 지나 문으로 향했다.


그는 할 말이 있는 듯 잠시 뒤로 돌았지만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휴... 저기, 사다함 님.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요?”


이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유리 님에 관해서는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죠?”


“네.......”


“유리 님은 이영 님처럼 금속의 힘을 가지고 계셨답니다. 게다가 백호 님과 함께한 초월령이기도 했지요.”


“닮은 점이 또 보이니까 저러는 거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이영이 손가락으로 턱을 집었다.


“그런데 제가 선택받은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요? 아까 사람들의 그 반응이란.......”


“신수령들은 기본적으로 초월령들에게 강림하신답니다. 인간령에게는 처음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수리라는 아이도 신입생이라면서요? 그 아이도 초월령인가요?”


“수리 님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수리 님과 함께 있던 술사님들을 보셨지요?”


“네, 청룡 가문 사람들이라고 들었어요.”


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전 청룡 님과 함께하던 초월령께서 영면에 드신 이후, 청룡 님은 지금껏 청룡가문이라고 불리는 번개속성의 술사들을 선택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럼 그때처럼 백호... 님도 마음을 바꾼 게 아닐까요?”


이영은 백호라는 이름이 아직 입에 붙지 않았다.


“청룡가문 분들은 인간령이 아니니까요.”


사다함의 말에 이영의 코를 살짝 찡그렸다.


“물론, 이영 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수령 님들을 통틀어서 이런 일이 처음일 뿐....”


이영의 기분을 알아챈 사다함이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유리 님이 돌아오시지 않은 상황에서 백호 님이 이영 님을 선택하셨다는 것은 참 미묘한 일이긴 합니다.”


사다함이 눈을 약간 찡그렸다.


“왜요?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그것은... 내일 백호 님을 만나면 알 수 있게 됩니다.”


사다함이 주저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럼 지금 그냥 불러내면 안 될까요?”


이영이 귀걸이를 손 위에 올렸다.


그러고는 귀걸이의 보석을 손가락으로 마구 문질렀다.


“이러면 되나요?”


“하하하하!”


줄곧 조용히 있던 엘리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엘리스?”


이영이 엘리스를 돌아보자 그는 합하고 입을 막았다.


“하하, 신수령 님들은 문지른다고 바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사다함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요?”


“신수령 님들은 저희와 마찬가지로 의지를 가진 존재입니다. 저희의 부름에 답해주시기도 하고, 필요하면 스스로 나타나시기도 한답니다.”


“그럼 ‘백호 님!’하고 외쳐볼까요?”


“오늘은 불러도 답하시지 않으실 겁니다. 술사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힘을 쓰셨기 때문에... 백호 님뿐만 아니라 다른 신수령 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영은 술사들의 머리 위를 돌던 갖가지의 것들을 떠올렸다.


“그럼 오늘은 더 이상 알아낼 수 있는 게 없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사다함이 쓸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일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군요. 그러면 이만 돌아가 볼게요.”


“그렇게 하시지요.”


이영이 쭈뼛거리며 문을 향해 걸어갔다.


“돌아가 보겠습니다!”


엘리스가 우렁차게 인사를 하고 그 뒤를 따랐다.


“이영 님!”


이영이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사다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능력을 개방 하신 것, 백호 님의 선택을 받으신 것, 모두 축하드립니다.”


사다함의 목소리에는 다정함이 묻어 있었다.


“고마워요....”


이영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문을 열었다.


사다함이 그녀를 따라 고개를 숙였다.




***





“이영 님, 천천히 드십시오! 체하시겠습니다.”


식당의 한 탁자에 자리 잡은 이영은 음식을 입에 마구 쑤셔 넣고 있었다.


그녀는 우물거리며 입안의 음식을 열심히 씹었다.


꿀꺽.


“배가 너무 고팠단 말이야!”


음식물을 겨우 삼킨 이영이 대답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이영이 이곳에 도착한 후 먹었던 것은, 아침에 먹은 빵 한 조각이 다였다.

게다가 상상했던 것과 다르게 음식은 인간 세계의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영은 마음 놓고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앞으로는 마음껏 드실 수 있으니, 천천히 드십시오.”


엘리스의 말에 이영이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런데 식당에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다?”


이영이 식당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곳은 하인인 인간들이 식사를 하는 곳입니다. 술사 님들은 이곳에서 식사를 하지 않으시거든요.”


엘리스가 대답했다.


“아, 그래? 더러운 인간들이랑은 밥도 같이 안 먹겠다 이거지?”


이영이 수리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니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대부분의 술사님들은 식사 자체를 하지 않는답니다.”


“엥, 밥을 안 먹는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이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이영 님은 모르실 수도 있겠군요. 술사 님들은 인간과 신체가 다르답니다.”


“뭐 그 근육 아저씨야 확실히 힘이 대단하긴 했지.”


이영은 낭떠러지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홍염을 떠올렸다.


“흠흠, 기본적으로 인간과 신체의 기능은 같지만... 더 견고하고 회복력도 빠르답니다. 그리고 먹거나 자지 않아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취미삼아 음식을 먹거나 가볍게 수면을 취하는 분들은 계신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럼 먹지 않으면 화장실도 안 가겠네?”


“네... 그런 셈이지요.”


엘리스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대답했다.


‘더러운 인간령 주제에 감히!’


이영은 초제에서 수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녀는 수리가 했던 말의 진정한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 그래. 지는 밥도 안 먹고 똥도 안 싼다 이거지?”


땡그랑!

이영이 난폭하게 숟가락질을 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놀란 엘리스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는 식사를 하며 식당에 앉아 있는 몇몇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이들은 그녀와 같은 ‘인간’이었다.




***




식사를 마친 이영은 방으로 돌아왔다


엘리스는 오늘까지는 여기에 계셔야겠다면서, 본인은 집으로 돌아가 봐야 한다고 했다.


엘리스를 보낸 이영은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밤을 샌 이영은 스르르 눈을 감았다.




휘이잉.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감은 이영의 눈앞으로 불빛이 스쳐갔다.


위이잉.


“뭐야?”


이영이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위이잉.


탁자 위의 귀걸이는 작은 소리와 함께 규칙적으로 빛을 뿜고 있었다.


이영이 귀걸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위이잉!


하얀 빛줄기가 어두운 방안을 환히 밝혔다.


“이건 도대체?”


작가의말

디*바이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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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술사(the Psychic)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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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일반연재로 승급되었습니다. 18.08.21 71 0 -
35 의무실 18.09.05 65 0 12쪽
34 달리기 시합 18.09.04 66 0 12쪽
33 영혼의 조각 18.09.03 77 0 12쪽
32 문지기 18.09.02 70 0 11쪽
31 엘리스의 각성 18.09.01 64 0 12쪽
30 절망의 늪 18.08.31 91 0 11쪽
29 운명을 개척하는 자 18.08.30 92 0 12쪽
28 나 혼자의 힘으로 18.08.29 68 0 11쪽
27 커다란 마귀 18.08.28 76 0 12쪽
26 집 밖으로 18.08.27 73 0 12쪽
25 어둠 속에서 18.08.26 62 0 12쪽
24 마귀의 침입 18.08.25 69 0 11쪽
23 하트의 필요성 18.08.24 89 0 12쪽
22 황룡의 선택 18.08.23 108 1 12쪽
21 그녀의 정체 18.08.22 61 1 11쪽
20 황룡제 +1 18.08.21 109 2 12쪽
19 영혼의 단짝 18.08.20 80 1 12쪽
18 신경 쓰이는 사람 18.08.19 89 1 12쪽
17 구원 18.08.17 84 1 12쪽
16 대결 18.08.16 89 1 11쪽
15 도서관에서 18.08.15 90 1 12쪽
14 영혼의 서약 18.08.14 80 1 12쪽
13 영혼식 18.08.13 91 1 12쪽
12 500년의 기다림 18.08.12 124 1 12쪽
11 돌이킬 수 없는 18.08.11 71 1 11쪽
10 백호의 선택 18.08.10 108 1 12쪽
» 선택받은 자 18.08.09 101 1 12쪽
8 신수령제 18.08.08 104 1 13쪽
7 1차 능력 개방 18.08.07 13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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