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진정한 노력은 배신했다.
나는 분명히 남들보다 몇 배 노력했다.
스스로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냐고?
그래, 그러면 최소한 평균보다 더 노력했다고 해두지.
어쨌든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제구력은 우리 팀 선발투수보다 낫다.
변화구도 세 가지 이상 던질 수 있게 됐다.
프로 입단 후 6년째 이어지고 있는 내 노력의 결과다.
그런데?
그게 뭐?
난 그저 그런 투수다.
일단 공이 빠르지 않다.
자랑할 만한 주 무기도 없다.
한때는 나도 유망주로 불렸다.
그로부터 불과 몇 년이 지났을 뿐인데, 지금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처지다.
노력했다.
그럴수록 아팠다.
더 노력했다.
그럴수록 더 아팠다.
강속구 투수도 아닌 주제에 나는 어깨와 팔꿈치 통증을 달고 살았다.
스물다섯 살, 내 야구의 끝이 머지않았다는 걸 안다.
그 끝이 두렵다.
이 길에서 돌아나갈 곳은 없다.
그렇다고 옆으로 샐 곳도 없다.
그저 내 무거운 걸음을 앞으로 내딛는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 야구가 너무 쉬워졌다.
- 작가의말
공 하나를 던졌습니다.
겨우 시구(first pitch)일 뿐입니다.
완투를 향해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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