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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난청 님의 서재입니다.

방랑의 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완결

난청
작품등록일 :
2021.08.09 20:03
최근연재일 :
2022.12.11 23:37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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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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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글자수 :
845,685

작성
22.03.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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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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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석 아젤리아 (完)

DUMMY

- 착!


여관 밖, 첨벙 거린 소리에 카르단의 귀가 한 번 움직였다.



'발소리···? 2층에서 뛰어내린 건가?'



카르단은 오랜만의 고향인 나라로 돌아왔지만,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이곳에서의 좋은 기억이 없을뿐더러 이 여관의 모두는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이니 말이다.


이곳에 도착한 후부터 경계하기 위해 귀를 열고 있었지만 엘프들이라 그런지, 아니면 아젤리아의 훈련을 받아서 그런지 어제 여관에서 동료들의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잡아내지 못했다.



'그런 놈들이 이런 소리를 내면서 뛰어내린다고···?'



그럴 리 없다.



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사실 카르단의 귀에도 아주 작게 잡혔을 뿐 크게 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누군가 뛰어내려 생긴 소리라는 것은 확실했다.



'혹시···우리들 중 하나인가?'



여관 내에는 오늘 비가 온 관계로 나가지 못한 동료들이 모두 있었다.



레이아, 데모르테, 아르티나, 이사벨, 테리아, 엘레나···



'아벨..?'



아벨이 없다.



그렇게 카르단이 아벨이 없어짐을 인지한 순간, 레이아가 카르단에게 물었다.



"혹시 카르단. 아벨 어디 있는지 알아?"

"나도 모르겠어. 어느샌가 사라졌길래 나도 찾아으려 했는데···"



순간 둘은 그렇게 말하며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잠깐만···다들 모여봐."



레이아는 그렇게 모두를 모아 여관 내를 뒤지기 시작했다.



1층의 로비부터 온천. 2층에서는 각 방들과 아벨의 방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테라스.



- 덜컥



비 오는 날, 통상 잠겨 있어야 할 테라스의 문이 열려 있었다.



- 솨아아아!



레이아는 테라스를 나가 둘러보았다.



"없네.."



뒤이어 테라스로 나온 카르단은 테라스에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테라스의 바로 아래, 젖은 흙바닥에는 대수림을 향해 들어가는 두 명분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



(스읍..후우..)



딱 한 번. 아젤리아의 숨소리가 들렸다.



내가 서 있는 곳 우측에서 딱 한번 말이다.



예상하건데 이 숨소리는 지쳐서, 혹은 아파서 나온 숨소리가 아니다.



'긴장하고 있다. 아젤리아가.'



근거는 없다. 그저 유추일 뿐이다.


하지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암살자이다. 암살자는 보통 주변의 기물과 사각지대를 이용해 적에게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고 승리를 취하는 방식으로 싸운다.


그렇기에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 하는 정면 승부를 그녀는 대부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나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암살당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지만 그녀 스스로가 체감하기에는 평소와는 사뭇 다른 전투 방식일 것이다.



상시 죽음에 노출된 전투. 그게 지금, 이 순간이니까 말이다.



- 솨아아아



그녀의 숨소리는 그렇게 한 번 들린 뒤 완전히 사라졌다.


그 뒤로는 빗소리만이 내 귀 속을 채우고 있다.



난 다시 한 번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 솨아아아아..



여전히 들리는 빗소리.



- 짹. 째짹..!


조금 떨어진 대수림 속 참새의 지저귐. 그리고..



- 수루룩..!


물이 뭉치는 소리.



난 즉시 눈을 떠, 허공에 생성된 물의 창을 확인했다.



- 수루룩!



물의 창은 내 정면과 후면에 각각 3개씩, 그리고 양측면에 각각 2개씩 있었고, 난 즉시 검을 휘두를 자세를 잡았다.



[고유 마법 반납. 참격 4연]


[원형베기]



- 사삭



난 몸을 살짝 비틀며 전진해 원형으로 한 번 검을 휘둘렀고, 이어 사방으로 저장해 둔 참격을 하나씩 방출했다.



- 파방! 스르륵..



그러자 사방으로 깔린 물의 창들이 참격을 맞고 흩어졌다.



'더는 없나..'



난 주변을 살피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왠지는 모르지만 느껴진다.



그녀가 이번에는 직접 덤벼올 거라는 걸.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직접 공격한 것은 제대로 먹혔지만 마법을 사용한 건 내가 눈을 감고도 대처를 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그녀가 직접 공격하는 게 더 반격하기가 힘든 건 사실이다.


그녀는 자신이 사용하는 마법보다도 조용하고 망설임이 없으니까 말이다.



난 다시 소리에 집중했다.



- 솨아아아아..짹, 째짹..


빗소리와 대수림에서의 새소리, 그리고..



- 차박..



아주 작은 발소리···빗방울 소리와 비슷했지만 사뭇 다른 소리이다.


이번에는 내 우측에서 들려왔다.



그러자 아까 발소리가 들린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나타나 내 어깨를 찌른 아젤리아가 떠올랐다.



그녀는 또 다시 같은 방식의 속임수를 섞으며 내게 선택을 강요했다.



나와 그녀는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이번이 서로에게 마지막 선택이 될 거라는 것을 말이다.




난 선택하기로 했다.





- 솨아아아아..





- 후우웅..!



느껴졌다.


뭔가 흐름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 흐름은 내가 경계했던 우측에서 달라졌다.


난 자연스럽게 그 흐름이 내게 닿기 직전 쓰러지듯 몸을 뒤로 기울였다.



- 스슥



기울이는 동안 흐름이 내 볼을 스쳤고, 내 볼에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깊지는 않았다.



난 몸을 기울이며 내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역수로 고쳐잡았고,



- 툭, 착!



이내 다리를 바로잡으며



- 차박!



흐름의 중심에 검을 꽃아 넣었다.



- 푹.



정말 한 순간이었다.


주변의 흐름이 바뀌고, 내가 그 흐름에 검을 꽃기까지 1초도 안 되는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1초가 지난 순간. 내 귀에는 빗소리와 더불어 새로운 소리가 들렸다.



"..커헉···"



- 팅 디딩!



아젤리아가 들고 있던 더크 한 자루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이내 내 팔에는 따듯한 액체가 흘러내려왔다.



내 검이 아젤리아를 복부를 관통한 것이다.


아니, 자세히 느끼니 복부가 아니라 조금 더 위···흉부였다.



- 쿨럭..



내가 충격에 검을 놓자 아젤리아가 기침을 내뱉으며 바로 뒤에 있던 무덤의 묘비에 쓰러졌다.



- 털썩..

- 틱.



아젤리아는 묘비에 등을 대듯이 쓰러졌고, 그녀의 몸을 관통한 내 검이 묘비와 부딪치며 '틱' 소리를 내었다.



"훌륭..하다.."



나는 묵묵히 호흡이 불안정한 아젤리아를 내려다 보았다.



"마지막으로···하나만 부탁한다···"



아젤리아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얘기는 해놨지만···아직..어리다···혹여 공격···해도..해치지는..말아줘···"



아젤리아는 이윽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너..라면···그렇게 할 수..있잖..아···"

"···그래. 약속하지.."



내 약속을 들은 아젤리아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이제..죽는..거네···나···이제야...그를 보러..가는구나.."



떨리고 불안전한 호흡을 내쉬며 그녀는 말했다.



"그래도..막상 가려 하니···마지막으로···아이들이..보고 싶······어······"



아젤리아의 마안에서 흰색의 문양이 사라졌다.



마력 응고.



마력이 굳으며 마안이 활동을 멈춘 것이다.



13마왕 중 10석 아젤리아. 그녀는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



"···"



아젤리아는 악이 아니었다.


아니, 적어도 내가 생각했던 악은 아니었다.


그녀는 지킬 것이 있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힘을 택했을 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깨끗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허나 그것은 그녀 또한 알고 있었으며 그녀는 그 대가를 치르기 위해 마지막엔 자신을 희생하여 모두를 위한 방법을 택했다.



그렇기에 그녀를 죽이자 내게는 마왕 아젤리아를 죽였다는 생각보다 아젤리아라는 엘프를 죽였다는 생각이 먼저 나를 덮쳐왔다.


지킬 마을과 제자가 있던 엘프 아젤리아. 그녀를 죽이자 공허한 마음이 내 마음을 맴돌았다.


난 천천히 내 양손을 들어 올렸다.



"· · ·"



내 양손에는 아젤리아를 죽인 증거인 붉은 혈흔이 묻어 있었다.



- 솨아아아!



그리고 이내 내리는 비에 혈흔이 하나씩 씻겨져 나갔으나 그것은 완벽히 깨끗해지지는 못했다.



난 팔을 서서히 내리고는 아젤리아를 바라보았다.



그토록 바라던 스승의 복수. 난 오늘 그 복수의 일부를 이행했지만..



마음은 딱히 편하지 않았다.



- 차박, 착.



싸늘한 아젤리아의 시체를 보던 중 내 뒤에서 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 차박.



그리고 그 발소리는 내 옆에 멈추었고, 이내 그 발소리의 주인은 나와 같이 아젤리아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벨."



레이아였다.



- 솨아아아아..!



이전에 고요한 빗소리라는 책을 읽었었다.


근데 그 책의 저자는 빗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는 게 틀림없다.



아니. 적어도 사람을 죽인 날, 빗소리를 들은 적은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빗소리는···



- 솨아아아아!!!



이토록 시끄럽게 내 귀를 두들기고 있으니 말이다.



***



- 차박! 차박! 차박! 차박!



우리는 카르단이 발견한 발자국을 따라 대수림 속으로 들어갔다.



[이틀 뒤, 기다려 준다면 너가 만족할 만한 제안을 하지. 어떤가?]



이틀이라는 아젤리아의 말을 믿어 방심하고 있었다.



'그동안 별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너무 풀어져 있었어..'



- 우우웅!!



우리가 발자국을 따라 달려가는 도중 옆의 풀숲에서 고블린 4마리가 나타났다.



- 착!



녀석들은 젖은 흙바닥을 밟은 채 우리의 앞길을 막았다.



'방해야..'



[물 중위 마법. 아쿠아 니들]



- 수룩!


- 푸부북!



레이아가 소환한 물의 바늘 6개가 고블린들의 머리를 깔끔히 관통했다.


고블린들은 즉사하며 레이아의 일행이 자리를 거의 지나갈 때쯤 쓰러졌다.



- 차박! 차박! 차박!



'아벨. 무사해야 해.'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달리던 중 어느새 우리의 앞에는 대수림을 빠져나가는 곳이 나왔고, 발자국은 그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 차박! 차박!



나는 대수림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 차박! 차박. 차박..



하지만 대수림을 빠져나온 나는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왜냐하면 대수림을 나와 내 눈에 비친 것은···



- 푹.



어깨에 단검이 박힌 아벨이 아젤리아의 흉부를 찌른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아젤리아는 그렇게 기침하며 아벨의 검에 꿰뚫린 채 비석에 쓰러지듯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잠시 아벨에게만 들리게끔 작게 중얼거렸고, 그 이후 눈의 마안이 꺼졌다.



아젤리아는 틀림없이 언니를 죽이는 데 가담한 녀석이고, 우리의 복수 대상이다.


허나 그녀가 우리에게 보인 모습은 표면상일지는 몰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그 대가로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모습이었다.


이틀의 시간을 달라하며 우리에게 아데아를 구경시켜준 것도 아마 마을은 공격하지 말아 달라는 무언의 제안이었을 것이다.



물론 아젤리아는 언니를 죽인 자들 중 하나이다.


특히 아벨의 입장에서는 그의 형인 카인의 흡수성 육체를 찾아낸 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죄책감은 없다.


오히려 복수를 성공했으면 성공했지, 우리는 그렇게 합리화 할 수 있었다.



허나..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우리에게 묘한 감정을 부여해주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직접 죽인 아벨은···그런 감정을 더욱 느끼고 있을 것이고 말이다.



나는 조용히 아젤리아의 시체를 바라보던 아벨에게로 다가 갔다.



- 차박..차박..



그리고는 그의 옆으로 가 아벨과 같이 아젤리아를 응시했다.



그렇게 5분, 10분이 지났으나 아벨은 여전히 그녀의 시체를 응시하고만 있었다.



난 싸늘하게 비를 맞으며 죽어 있는 아젤리아의 시체를 보며 말했다.



"아벨···이만 가자."



하지만 아벨은 빗소리로 인해 듣지 못한 것이였을까.


아니면 듣지 않은 것이였을까..



이유는 모르지만 아벨은 그렇게 싸늘하게 죽은 아젤리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월까지는 군입대 때문에 매주 월요일 오후 12시에 연재 예약을 걸어둘 것 같습니다.

군대 내에서 어떻게 될 지 몰라 만약 예약한 회차가 다 끝날 때까지 별 다른 행동이나 공지가 없다면 ‘무기한 휴재’라고 보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다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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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외전 - 그리핀 기사단 부기사단장 살바토르 (完) 22.12.11 97 1 10쪽
94 외전 - 그리핀 기사단 부기사단장 살바토르 (4) 22.12.11 98 1 11쪽
93 외전 - 그리핀 기사단 부기사단장 살바토르 (3) 22.12.11 88 1 14쪽
92 외전 - 그리핀 기사단 부기사단장 살바토르 (2) 22.12.11 88 1 13쪽
91 외전 - 그리핀 기사단 부기사단장 살바토르 (1) 22.12.11 93 1 17쪽
90 6석 살바토르 (完) 22.12.11 93 3 14쪽
89 6석 살바토르 (2) 22.12.11 94 3 13쪽
88 6석 살바토르 (1) 22.12.11 93 3 12쪽
87 새로운 위협 22.12.11 102 3 12쪽
86 11석 트레이야. 7석 벤젠 (完) 22.12.11 95 3 14쪽
85 11석 트레이야. 7석 벤젠 (9) 22.12.11 87 3 13쪽
84 11석 트레이야. 7석 벤젠 (8) 22.12.11 86 3 12쪽
83 11석 트레이야. 7석 벤젠 (7) 22.12.11 87 3 12쪽
82 11석 트레이야. 7석 벤젠 (6) 22.12.11 92 3 10쪽
81 11석 트레이야. 7석 벤젠 (5) 22.12.11 94 3 10쪽
80 11석 트레이야. 7석 벤젠 (4) 22.12.11 105 3 20쪽
79 11석 트레이야. 7석 벤젠 (3) 22.12.11 136 3 13쪽
78 11석 트레이야. 7석 벤젠 (2) 22.12.11 97 3 11쪽
77 11석 트레이야. 7석 벤젠 (1) 22.05.23 110 4 15쪽
76 음지 네거러트 (3) 22.05.16 116 3 14쪽
75 음지 네거러트 (2) 22.05.09 120 4 10쪽
74 음지 네거러트 (1) 22.05.02 111 3 13쪽
73 양지 포지티아 (2) 22.04.25 117 3 13쪽
72 양지 포지티아 (1) 22.04.18 119 3 10쪽
71 엑텔레스로 (2) 22.04.11 119 3 11쪽
70 엑텔레스로 (1) 22.04.04 115 3 14쪽
» 10석 아젤리아 (完) 22.03.28 127 3 12쪽
68 10석 아젤리아 (3) 22.03.25 122 3 17쪽
67 10석 아젤리아 (2) 22.03.19 11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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