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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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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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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66
추천수 :
1,118
글자수 :
1,796,506

작성
19.01.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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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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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53화 음모의 바다 (上)

DUMMY

휘수가 자동차에서 고무보트를 꺼내 가져오자, 샤키라와 리스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여기까지 함께 오면서 휘수에게 대한민국의 신문물에 대해 웬만한 지식은 다 습득한 만큼, 저 쭈글쭈글한 고무보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먼저··· 푸우우우!”


휘수가 웨어울프와 히드라의 오빠, 형님답게 모범을 보였다. 온 힘을 다해 고무보트에 공기를 불어넣은 덕분에 쭈글쭈글하던 고무가 조금이나마 펴졌다.


“헥헥! 알카디우스, 이제 네 차례······.”

“휘수, 나 촌장님 좀 잠깐 뵙고 올게.”


샤키라, 리스와 달리 얼굴색에 조금의 변화도 없던 알카디우스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곧장 침실을 나섰다. 가뜩이나 피곤한데 고무보트 불라고 해서 화가 난 걸까? 숨을 헐떡이는 휘수의 얼굴에 금세 근심이 드리워진다.


‘기분 나쁘게 한 건 미안한데, 다시 돌아갈 것이 아니라면 다른 방법이 없잖아? 우리가 나서서 바다괴물을 쓰러뜨리든 쫓아버리든 하지 않으면 배 타는 건 꿈도 못 꿀 상황인데.’


알카디우스에게 건네려던 고무보트를 다른 친구들에게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 이렇게 두 번째 차례로 리스가 선택되었다.


“푸우우우우! 헥! 헥! 헥!”


저 조그만 능구렁이 상태에서 있는 힘껏 공기를 불어넣는 리스. 당장 튀어나올 기세로 팽창한 동공에 금방이라도 까무러칠 기세로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위태롭게 또는 애처롭게 보인다.


“샤키라, 네 차례야.”


리스가 건네준 고무보트를 아무 말 없이 받아든 샤키라. 물끄러미 공기구멍을 내려다보더니 슬그머니 리스에게 다시 건네는 것이 아닌가!


“네 차례야.”

“그래, 다시 내가··· 응?!”


샤키라의 너무나 태연한 목소리에 리스는 하마터면 남아 있던 한줌의 힘마저 몽땅 쏟아 부을 뻔했다.


“잠깐, 넌 왜 안 불어?!”

“더럽잖아.”

“뭐가?”

“남정네 둘이 입댄 걸 숙녀가 어떻게 대니?”

‘수, 숙녀?! 한동안 안 나오나 싶었더니··· 어이구, 기가 막혀!’


리스에게 손이 달려 있었다면 아마 당장 뒷목 잡고 쓰러졌을 것이다. 저 늑대 아가씨는 도대체 얼마나 깨끗하다고 저렇게 도도하게 구는지!


‘두고 봐라, 샤키라! 내가 진짜 언제가 되었든, 너의 정수리에 정의의 꿀밤을 아주 제대로 꽂아줄 테니까!’


리스의 원망어린 눈초리는 곧 그의 앞을 가로막는 휘수에 의해 차단되었다. 히드라 동생을 위로해주는 건지 씩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곧바로 고무보트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재킷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는데, 겉면에 ‘물티슈’라는 단어가 인쇄되어 있었다.


“자, 샤키라. 이러면 문제없지?”

“아하하, 휘수 오빠······.”


늑대여동생의 오빠답게, 걸핏하면 숙녀숙녀 하는 버릇을 잊을 리가 없지. 이 오라버니가 자동차에서 단순히 고무보트만 챙겨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다시 이어지는 휘수의 씩 웃음에 샤키라는 불안한 기운을 감지하며 쩔쩔 매는데,


“공기 빠져, 빨리 불어!”


결국 휘수에게 터져 나온 버럭 고함에 샤키라는 울며 겨자 먹기로 푸우우! 공기를 불어넣어야 했다.


‘어휴! 그때 내가 왜 따라가겠다고 떼를 써서! 그때는 정말 내가 정신이 나갔었나봐. 틀림없어!’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뛰어난 체격과 힘을 가진 소유자답게, 샤키라가 불어넣는 공기의 양은 엄청났다. 쭈글쭈글했던 고무보트가 멋진(?) 모습을 거의 다 갖춰가고 있었지만, 샤키라는 화끈 달아오르는 얼굴에 심장도 쿵쾅쿵쾅.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샤키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거의 다 됐어.”

“샤키라, 네가 나보다 훨씬 낫다! 앞으로 너를 존경하겠어.”


자기 속마음도 모르고 열심히 응원을 건네고 있는 휘수와 리스. 하지만 웬수같은 두 친구로 인해 기운은커녕 울화통만 생긴다.


‘내가 진짜 확! 이걸 그냥 물어뜯어버려?!’


차마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고, 결국 샤키라는 완벽한 고무보트를 완성시키고 말았다.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히고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침실 문이 활짝 열렸다.


“촌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왔는데, 우리들의 용기에 감탄하셨다면서 배를 빌려주신대.”

“배를?!”


휘수와 리스는 물론 침대에 누워 있던 샤키라까지 벌떡 일어나 알카디우스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응.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올 거야. 그 배를 타고 바다괴물이 나타났다는 지점으로 가보도록 하자.”

“역시 알카디우스야! 우리보다 무려 한 수도 아니고 두 수나 내다보고 있었다니까.”


휘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바다괴물에 겁을 잔뜩 집어먹은 테비스 항구마을 사람들이 절대 배를 띄우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 아래 고무보트를 가져온 건데, 이렇게 되면 좁디좁은 고무보트가 아닌 넓은 배에서 조금이라도 편하고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원참!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 도대체 왜 사서 고생을 한 거야?!”


기뻐하고 있는 휘수와 달리 제일 기운을 많이 소모한 샤키라가 당장 불만을 터뜨렸다.


“형님, 해명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리스 또한 그 조그만 체격으로 쏟아 부은 기력을 생각하면 그냥 넘기기 어려웠다. 웨어울프와 히드라 두 동생의 따가운 눈총이 이어졌지만, 휘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무섭게 눈을 부릅떴다.


“알카디우스는 두 수를 내다보는데, 우리는 한 수라도 내다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니?”

“네? 하, 한 수라고요?”


심상치 않은 차가운 목소리에 기세등등하던 리스와 샤키라가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배를 타고 바다 한 가운데로 갈 건데 조금이라도 안전해야겠지? 바다괴물을 만나 배가 침몰할 때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구, 구명정이요?”

“정답! 그걸로 설명 다 된 거다?”


공기가 빵빵하게 들어간 고무보트를 들고 침실을 나서는 휘수. 그의 말에 ‘아, 그렇구나.’하며 서둘러 뒤를 따르는 리스와 달리 샤키라는 뒤통수가 따끔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삐죽 혀를 내물었다.


‘흥! 한 수는 무슨! 자기도 막 갖다 붙인 거면서.’


******


바다괴물을 만나 테비스 항구마을의 모든 고통을 끝내고 말겠다는 휘수 일행의 결의! 그런 휘수 일행을 믿으며 용기를 낸 사람들이 배에 올라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동안 바짝 마르고 지저분한 이끼만 잔뜩 먹고 있던 배가 힘차게 물을 가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수고했네, 촌장.”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는 배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테오 촌장 뒤로 로브를 뒤집어 쓴 두 사람이 다가왔다.

차갑고 비꼬는 기분 나쁜 말투를 내뱉은 사람이 후드를 뒤로 넘기자, 갈색 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쓴 30대 정도의 젊은 남자가 나타났다.


“어서 오십시오, 루드비님.”


테오는 등을 돌리자마자 바로 고개를 푹 숙였다. 루드비라는 남자 때문인지, 아니면 그 옆에 조용히 서있는 또 다른 사람 때문인지, 테오는 잔뜩 두려움을 느끼며 감히 고개를 들어 올릴 생각도 못했다.


“이야기는 일찌감치 들었네. 이번에 방문한 여행자들은 인간 두 명에 웨어울프, 히드라로 구성된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한 조합이라지?”

“그, 그렇습니다. 이웃마을에서 들어온 식량과 물을 창고에 가져다주고, 지금은 저렇게 바다괴물을 만나겠다며 배에 올랐습니다.”

“확실히 지금까지 실패한 여행자들과 비교하면 훨씬 믿음직한 것 같군. 지금까지 커다란 배를 무려 다섯 척이나 잃어버렸으니, 이제는 슬슬 좋은 결실로 나타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팔짱을 낀 채 바다를 바라보는 루드비. 독수리를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눈에서 알 수 없는 계략이 엿보인다.


“저어, 루드비님. 그때 말씀드렸던 것은······.”


침묵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테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간절한 마음을 담은 눈빛과 말투가 이어지자 루드비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걱정하지 말게, 촌장. 자네가 우리 ‘브크롯’을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않은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마침 연구도 거의 끝나가니 곧 철수 일정이 잡힐 테고, 그러면 이곳 테비스 항구 사람들도 다시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될 걸세. 브크롯에서 하사하는 산더미 같은 보상도 함께.”

“가, 감사합니다, 루드비님.”

“단! 그건 모두 여행자들이 일 처리를 제대로 하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단호한 루드비의 말에 테오는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 그렇지요. 루드비님이 간절히 원하시는 것······.”

“틀렸어! 내가 아니라 우리 브크롯 전체가 원하는 것이다. 설마 지금 여기 머물러 있는 이유가, 나 하나 좋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조용하던 테비스 항구에 폐를 끼치게 된 건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브크롯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충분히 양해를 구했으니. 이미 불편해진 거 조금 더 이어진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나? 아무쪼록 협조 바라겠네.”

“네, 루드비님. 잘 알겠습니다. 부디 바라시는 연구가 결실을 맺기를······.”


쩔쩔 매는 테오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루드비가 먼저 휙 등을 돌렸다.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한 무리의 철기병들, 그 중에서 황금갑옷을 입은 대장이 유독 눈에 띈다.


“일어나세요.”


주저앉아 있던 테오를 일으켜주는 사람. 루드비와 함께 있으면서 끝까지 침묵을 지키다 나지막한 목소리를 흘렸다.


“뭘 꾸물거리고 있는 거냐? 어서 따라오지 않고.”

“죄송합니다.”


신경질을 부리며 그 자를 데리고 철기병들에게 다가가는 루드비. 철기병들의 대장은 이 두 사람의 코앞에서 침착하게 말을 멈춰 세운 뒤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루드비님, 정찰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수고하셨소, 크루센 장군.”


황금갑옷의 크루센 장군이 투구를 벗으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날카로운 눈매와 어울리게 장군다운 기품이 엿보였다.


“정찰을 이제 막 마치고 돌아와 피곤하겠지만, 장군이 좀 더 수고를 해줘야 할 일이 생겼소.”

“어떤 일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크루센 장군. 그 아래에서 보이지 않게 심상치 않은 눈빛이 번뜩인다. 그 모습을 미처 보지 못한 루드비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 곧 전함과 병력을 정비하고, 준비가 끝나는 대로 출발하시오. 이번에는 제법 믿음직한 녀석들이 먼저 출발했다고 하니 잘하면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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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제58화 맹수가 나타났다! +1 19.01.31 110 4 12쪽
57 제57화 가벼운 상륙작전 +1 19.01.31 110 4 13쪽
56 제56화 바다를 구하러 출발! +1 19.01.30 101 4 13쪽
55 제55화 저건 괴물이 아니야! +1 19.01.30 105 4 13쪽
54 제54화 음모의 바다 (下) +1 19.01.29 102 4 13쪽
» 제53화 음모의 바다 (上) +1 19.01.29 109 4 11쪽
52 제52화 항구마을의 근심 +1 19.01.28 104 4 13쪽
51 제51화 동생 챙겨주는 자상한 오빠 +1 19.01.28 118 4 12쪽
50 제50화 신물을 찾아 다시 출발, 그런데 +1 19.01.27 119 4 14쪽
49 제49화 파티원이 새롭게 합류했다! +1 19.01.27 130 4 14쪽
48 제48화 드래곤과 늑대의 밀담 +1 19.01.26 164 4 14쪽
47 제47화 야식은 라면이 최고지! +1 19.01.26 161 4 15쪽
46 제46화 신물이 아니라도 괜찮아 +1 19.01.25 123 4 14쪽
45 제45화 울지마, 이번엔 내가 널 도와줄게 (下) +1 19.01.25 133 4 15쪽
44 제44화 울지마, 이번엔 내가 널 도와줄게 (上) +1 19.01.24 135 4 13쪽
43 제43화 늑대여왕과 영주의 협상 +1 19.01.24 126 4 14쪽
42 제42화 다시 모인 친구들 +1 19.01.23 154 4 15쪽
41 제41화 세 종족, 아니 이제는 네 종족의 협공! (下) +1 19.01.23 140 4 14쪽
40 제40화 세 종족, 아니 이제는 네 종족의 협공! (上) +2 19.01.22 124 4 15쪽
39 제39화 늑대여왕 VS 그린 드래곤 (下) +1 19.01.22 156 4 14쪽
38 제38화 늑대여왕 VS 그린 드래곤 (上) +1 19.01.21 185 4 14쪽
37 제37화 위험해, 알카디우스! (下) +1 19.01.21 151 4 15쪽
36 제36화 위험해, 알카디우스! (上) +1 19.01.20 192 4 16쪽
35 제35화 의문증폭 +1 19.01.20 195 5 13쪽
34 제34화 형제의 감격적인 재회 +2 19.01.19 207 6 13쪽
33 제33화 늑대와 함께 춤을 +2 19.01.19 223 5 13쪽
32 제32화 생명의 은인 늑대 아가씨 +2 19.01.18 261 5 13쪽
31 제31화 세 종족의 이별 +2 19.01.18 235 5 14쪽
30 제30화 참으로 말 많은 여왕님 +2 19.01.17 208 5 14쪽
29 제29화 웨어울프의 지도자 +2 19.01.17 241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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