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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공의 서재 입니다.

회귀한 국가권력급 초인의 몬스터 공략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동로공
그림/삽화
레몬
작품등록일 :
2024.05.09 11:28
최근연재일 :
2024.06.16 00:3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16,153
추천수 :
605
글자수 :
316,587

작성
24.05.1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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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
추천
17
글자
19쪽

Ep_008_각성 01

DUMMY

* * *

다음 날 아침.


거리에는 온종일 비가 내렸다.


비가 제법 많이 오는 관계로 거리는 한산하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정기휴일


치킨집에는···.

원청과 고양이 한 마리가 내리는 비를 보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고양이는 탁자 위에 놓인 막걸리잔을 열심히 핥아먹고 있다.


“카야! 내 이 맛에 막걸리를 먹는다 냥.”

흰 페르시안 고양이는 몸을 한번 부르르 떨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겁니까? 가루님.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원청이 비어가는 막걸리잔에 술을 따르며 물었다.


“냥 냥 냥.”

가루는 지난 일이 생각이 나는지 가볍게 웃었다.


“다 그 양반의 뜻이다. 나도 그대로 마나의 품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냥.”


“한데 어찌.”


“깨어보니 이곳에 있었고.

그때부터 나는 너를 지켜보고 있었다 냥.”


말을 마친 가루가 막걸리잔을 할짝 거렸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 난 듯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너는 이곳의 돈이 매우 필요한 듯 보이더구나 냥.”

“.......”

그래서 내가 힘좀 써봤는데, 어떠냥? 내 힘이···. 냥 냥 냥.

가루가 우쭐거리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원청이 가볍게 목을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가루의 막걸리잔에 막걸리를 채웠다.

가루는 원청이 따라놓은 막걸리를 또 핥기 시작했다.


원청도 자신의 잔을 들이켰다.


“앞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 냥?”

가루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조금에 망설임 없이 원청이 대답했다.

“이곳에서 가족들과 지인들을 지킬 생각입니다.


원청은 가루의 표정을 살폈다.

내심 가루가 도와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던 가루가 말했다.


“나는 너를 이곳으로 보내면서 힘을 거의 다 소진했다 냥.

다시 예전의 힘으로 회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냥.


어쩌면 이곳에서 마나의 품으로 돌아갈 날까지 이 몸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냥.”


원청은 실망했지만,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이 몸으로는 무리지만···.

가루가 원청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그놈이라면 너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냥.”


“그놈이요?”


월요일 저녁

당첨금 100억 원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중 10억 원을 현금으로 찾았다.


기수의 사무실에 들러 10억 원을 건네고


돌아오는 길에 백화점에도 들렀다.


그가 향한 곳은 명품관.

그곳에서 시가 600만 원이 넘는 샤넬 백을 호기롭게 샀다.


물론 연희에게 선물로 줄 물건이었다.

원청은 늘 연희에게 미안했다.


고생만 시키고 변변한 가방 하나 없는 연희가 늘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큰맘 먹고 장만한 것이다.


“연희야.”

가게에 들어선 원청이 그날따라 큰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네?”

주방에서 예지를 업고 설거지하던 연희가 나왔다.


원청이 재빨리 예지를 받아 카운터옆 유모차에 뉘었다.


“자 여기 앉아봐.”

연희를 홀 테이블 의자로 잡아끌었다.


왜요?

갑작스러운 원청의 행동에 어리둥절한 연희.


짠!

밑에 있던 백을 테이블 위로 올렸다.


“이거 뭐예요?”

백을 열어보던 연희가 살짝 놀란 얼굴로 원청을 쳐다보았다.

“이거 비싼 거 아니에요?”

연희가 요모조모 백을 살폈다.


보는 내내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가방이 마음에 쏙 든 듯했다


한데!

가방을 다시 내려놓는다.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로또 당첨됐다고 이리 막 쓰는 건. 이런 건 좀 아닌 거 같아요.”

연희가 씁쓸하게 말했다.


늘 절약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죄책감이 드는 모양이다.


“그럼 바로 환불해 올까?”

원청이 장난기가 돌았다.


“네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연희의 시선은 가방에 계속 머무르고 있었다.


“농담이야 농담. 싼 거라 괜찮아.”


원청은 눈치 빠른 남자다.


진짜 반품해 온다면 밥은 당분간 혼자! 직접! 차려 먹어야 하는 일이 벌어질 거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정말요?”


“응.”


표정을 보니 연희는 계속 갈등하고 있었다.


원청의 본능적인 직감!

‘이 타이밍이다. 한마디 더 거들어야 한다.’


“이거 실은 짝퉁이야 정말 싼 거라고.”

원청이 한마디를 더 거들자.


그제야 마음을 굳힌 연희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잘 쓸게요. 고마워요. 오빠.”

연희가 조용히 일어나더니 가방을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찰나의 순간 원청은 연희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분명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원청은 분명히 알고 있다.

연희도 이 백이 절대 싸지 않은 거라는 것을···. 그리고 이 백이 짝퉁이 아니라는 것도.


연희도···. 자알···. 알고 있다.




* * *

[개인 사정상 석 달간 휴업합니다.]


원청 통닭 앞에 걸린 팻말.

우리는 가게의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연희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연희의 약점을 알고 있다.


“아버지를 본 사람이 있어.”

“아버님을요?”

“응.”

“아버지를 찾고 싶어.”


가족에 대한 무한한 애정.

연희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그것을 이용했다.

거짓말에 죄책감이 일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게이트가 출현하기까지 남은 시간 한 달.

가족과 동네를 지키기 위해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나는 대박금융의 2차 자금 수혈을 위해 돈을 가지고 기수의 사무실을 찾아가는 중이다.


봉천동 중앙시장.


오랜만에 찾은 이곳은 그 모습이 많이 변해 있었다.

회귀 전에는 손을 씻는다는 핑계로 기수형과 동생들을 차갑게 외면했었다.


그리고 이곳을 찾은 적도 없었으니 이 동네는 실로 오랜만에 온 것이다.


‘갚아야 한다.’

과거에 그들에게 받았던 은혜도.

나는 걸으면서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 돈만 마저 전달하면 당분간 대박금융도 순탄하게 운영될 것이다.


중앙시장 광장에 들어서자.

광장 중앙의 분수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시원한 물줄기가 하늘로 뻗쳐 초여름날의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 주고 있었다.


그 분수대에 두 사람이 보였다.

세 살 정도로 보이는 귀여운 여자아이와 엄마로 추정되는 여인.


아이는 물속에 한 손을 넣고 휘휘 젓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아이의 눈이 마주쳤다.

아이가 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초롱초롱 빛나는 커다란 눈망울.

찰랑거리는 단발머리.

앙증맞은 작은 손.


‘아 너무 귀엽다.’

나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담비야 아저씨께 인사해야지.”

나를 본 아이 엄마가 인사를 시켰다.


아이는 흔들던 손을 내리지도 않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머리 위에 올려진 손과 뒤뚱거리는 인사가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그 모습도 너무 귀엽다.


아이를 예의 바르게 키우려는 모습도 나름 인상적이었다.

나와 일면식도 없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사무실을 향해 가는 내내 그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혼자 피식피식 웃으면서 길을 걸었다.

‘우리 예지도 크면 저런 모습이겠지···.’


광장을 벗어나자.

멀리 대박 금융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건너편엔 공사장도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콘크리트 타설 날인 듯했다.

레미콘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길거리가 혼잡스러웠다.


차들이 움직일 때마다 먼지가 날렸다.

나는 입을 막고 최대한 빨리 걸었다.


드디어 회사 건물에 도착했다.

계단을 빠르게 올라 대박금융 사무실 문을 열 찰나.


꽈과광!

건물 밖에서 벼락 치는 소리가 들렸다.


“웬 벼락!”

나는 복도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중앙시장 광장 한가운데, 공간에 금이 가며 빛덩어리가 쏟아지는 것이 보였다.


나의 몸이 본능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게···. 게이트.”

한 달 뒤에 생길 게이트가 벌써 출현한 것이다.

나는 깜짝 놀랐다.

“왜?”

“벌써···?”


사무실 문을 급하게 열고 돈 가방을 집어 던졌다.

그리고 급하게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무슨 구경거리가 났는지.

사람들이 게이트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아 안돼.”

나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모두 피해요.”

하지만 너무 멀리 있는 탓인지 사람들에게까지 들리지 않는 듯했다.


생성된 게이트가 급격하게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터···. 터진다.’

“다 피하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달렸다.


공사장 근처 철근 자투리를 모아두는 수거함에서 철근을 하나 집었다.


있는 힘껏 달리고 또 달렸다.


지지직.

그사이 게이트는 붉은색으로 완전히 변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 이런 씨X.”

입에서 저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녹색 고블린들이 튀어나오는 게 보인다.

놈들은 손에 몽둥이와 녹슨 칼을 들려 있었다.


게이트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아아악!”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밀려 넘어진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게이트 앞으로 다가갈수록 더욱더 처참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블린들에게 난도질당하는 남자.

구석에 몰려 몽둥이로 집단 구타를 당하는 학생.

머리채를 잡혀 질질 끌려가는 아가씨.

개중에는 고블린과 주먹질을 하는 사내도 보였다.

비명소리와 울음소리, 괴성이 뒤섞여 아비규환이었다.


이 모든 것이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 아니···. 이런 씨X. 안돼!’


아이를 안고 도망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여자가 보였다.


아까 분수대 앞에서 본 여자아이와 그 엄마였다.

넘어진 엄마의 머리 위로 고블린의 몽둥이가 떨어져 내렸다.


엄마는 아이를 끌어안고 있었다.

퍽! 퍽!

몽둥이가 내려칠 때마다 엄마의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그 와중에서도 아이를 더욱 꼭 끌어안는 게 보였다.


으아아아악!

나는 치솟는 분노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 개XX들아.”

나는 몽둥이로 아이 엄마를 때리던 고블린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내 이단 옆차기에 적중당한 고블린 놈이 옆으로 처박히는 것이 보였다.


바닥에 착지한 나는 재빨리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놈을 향해 뛰어들었다.

다시 일어나던 놈의 머리통을 향해 풀 스윙으로 철근을 휘둘렀다.


퍽!

수박 터지는 소리가 나며 고블린이 다시 처박혔다.


“괜찮으세요?”

다급히 뛰어가 쓰러진 아이 엄마를 흔들며 말했다.


“네···.”

다행히 의식은 있었다.


나는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아이 엄마를 부축했다.

그리고 근처 편의점에 밀어 넣었다.


차르르륵!

그리고 셔터를 잡아 내렸다.


셔터가 내려오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고블린 몇 놈이 그제야 나의 존재를 알아챈 듯,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다.

나를 의식한 탓인지, 경계하며 아주 천천히 다가왔다.


찌이이익!


나는 한 손으로 내 와이셔츠 소매를 찢었다.

그리고 철근을 잡은 오른손에 칭칭 감았다.


나는 다가오는 놈들을 노려보며 흘깃 주변을 살폈다.


도망치다가 혹은 넘어져서 잡힌 많은 사람들이 고블린들의 칼과 몽둥이에 무참히 린치당하고 있었다.

이미 숨이 끊어진 듯한 사람도 보였다.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가슴속은 분노로 터질 지경인데.

머릿속은 오히려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해쳐온 과거의 경험이 나를 제어 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시선을 오른손으로 옮겼다.

천천히 손가락을 펴본다.


천이 감긴 철근이 손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다시 철근을 꽉 쥐었다.


동시에 앞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철근을 휘둘렀다.


퍽!

퍼퍼퍽!

쿵!


고블린의 피가 튀고. 살점이 튀었다.


퍽!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남자.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흔들던 고블린 한 놈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또 한 놈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미친 듯이 두 손으로 잡은 철근을 휘둘렀다.


내가 뛰어들어 철근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주위 모든 고블린들의 어그로가 나에게 끌렸다.


“다 덤벼! 개X끼들아”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쳐들고 소리를 질렀다.


고블린 십여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나도 동시에 뛰었다.


기세 싸움.


이런 난전에서는 절대 기세가 꺾이면 안 된다.

꺾인 기세는 패배를 의미할 뿐이다.


으아아아아!

여러 명이 달려들면 선두가 생기고 후미가 생긴다.

일대 다의 전투에서 둘러싸이면 그땐 정말 끝장이다.


집단 전은 조직에 몸담던 시절부터 숱하게 해왔던 터이다.


맨 앞에 달려들던 고블린의 몽둥이를 쳐내고.

한쪽 팔로 놈의 팔을 낚아챘다.


부웅!

그대로 원심력을 이용해서 한 바퀴 돌려서 냅다 던졌다.


날아간 고블린은 뒤에 달려오던 고블린들과 엉켜서 쓰러졌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발로 쓰러진 놈들의 머리를 으깨고. 철근으로 쉴 새 없이 후려갈겼다.


무자비하게 치고 들이박자.

고블린들의 눈에 공포가 어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섣불리 달려들지 못하고 주춤거린다.


허나 이게 더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게이트에서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던 고블린들이

달려들지 않고 점점 늘어나면서 옆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점점 나를 둘러싸는 형국이 되었다.

이대로는 답이 없다.


과도한 체력과 정신력의 소모.

시간이 지나자.

정신이 가물거리고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잠깐의 대치 상태가 되었을 때.

나는 땅바닥에서 굴러다니던 놈들의 녹슨 칼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허벅지에 살짝 그었다.

날이 다 죽은 칼이라 제법 힘이 들어갔다.


뜨겁고 화끈한 고통과 함께 상처가 생겼다.

상처에서 핏물이 배어 흐르기 시작했다.


고통은 잠시나마 나의 정신줄을 다시 잡게 하였다.


파상풍이고 세균감염이고 지금 그걸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


나는 다시 달려들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

딱 지금 그 상태였다.


몸에 남은 에너지란 에너지는 모두 나의 팔과 다리에 집중됐다.


싸움이 계속되자.

오히려 정신이 더욱더 맑아지기 시작했다. 희열이 내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회귀 전에도 몇 번 이런 상태를 경험해 본 적이 있어 새롭지는 않았다.


회광 반조.

[해가 지기 전에 일시적으로 햇살이 강하게 비치어 밝아지는 현상.]


‘이제 뒤질 때가 된 건가.’


‘그래도 한 마리라도 더 잡는다.’

이를 악물고 휘두르고 휘둘렀다.


‘그리고 꼭 살아남을 것이다.’


푹!

살에 칼이 박히는 소리.

고개를 내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빌어먹을 고블린 한 마리가 칼로 내 왼쪽 배를 찌르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내가 직접 만든 상처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고통이 밀려온다.

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른손에 쥔 철근으로 놈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널브러지는 놈을 발로 차버리고.

몸에 박힌 칼을 빼 던졌다.


피가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박힌 칼은 성급히 빼면 안 된다.

과다출혈로 사망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칼이 박혀 있는 상태로는 싸울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칼을 빼서 집어 던졌다.

아랫배에서 핏물이 철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시야가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털썩!


저절로 무릎이 굽혀졌다.

하지만 힘을 짜내 다시 일어섰다.


고블린들이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손을 들어 고블린을 향했다.


손가락을 까닥거린다.

“와봐···. 와보라고.”

고블린들에게 힘없이 중얼거렸다.


“어. 어. 어.”

나의 몸이 저절로 뒤로 넘어가는 게 느껴진다.


쿵!

나는 완전히 뒤로 넘어가 버렸다.


‘크···. 끝났네.’

‘진짜 마지막이다.’

그렇게 체념하려는 순간.


내 머리가 위로 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혼자 싸움하지 말랬지 와 맨날 혼자 싸움질이네.”

북한말인지 남한말인지 알 수 없는 뒤죽박죽 사투리.

기수형의 목소리였다.


기수형은 자신의 손목에 묶여 있던 붕대를 풀어내 상처를 동여맸다. 그리고 나를 벽에 기대여 놓았다.


어느새 다가온 30명의 동생들.

손엔 각각 연장들이 들려 있었다.


잠시 고블린들과 대치 상태가 되었다.


“내레 여기서 등을 보이는 아새끼 들은 직접 황천길로 보내주갔어.”

“알간?”

기수가 주변을 둘러보며 힘있지만 나직히 외쳤다.


“네 형님.”

동생들이 우렁찬 소리로 말했다.


기수가 앞으로 나서더니 공격 자세를 잡았다.

그의 손엔 군용 나이프가 들려 있었다.


동생들도 각자의 연장을 치켜들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


“쳐라.”

기수의 외침과 동시에 서로 달려들었다.


피가 튀고 살이 튀는 난전이 시작되었다.


벽에 기대어 싸움을 바라보았다.

싸움은 우리가 우세한 듯이 보인다.


허나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이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인해전술.

우리는 체력적 한계가 있는 인간.

언제까지나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를 막을 수는 없다.


결국엔···.

그렇게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관악구는 저 고블린들에게 유린당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겠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상황이 머릿속을 스쳤다.

한 달만···.

딱 한 달만 준비할 시간이 있었어도.


나는 분하고 억울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나는 더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기에.


비통하지만 기수형과 동료들의 마지막을 지켜볼 수밖에는 없었다.


급기야 기수형과 동생들이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무력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참담한 심정으로 그렇게 싸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불쾌한 느낌이 든다.

과거 용병 시절부터 단련된 생존본능.

그 느낌이 말해주고 있다.


‘뭐지?’

나는 주변을 살폈다.

앞쪽에.


얼굴을 묻고 쓰러져 있던 고블린 하나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아···. 안돼!”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서 설마?’

지금 아무도 나에게 신경을 써줄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저놈이 깨어나서 나를 공격하면.


나는 죽는다.

막을 힘이 없다.

고작 고블린 한 마리 때문에.


나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도망치거나 저놈을 죽이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야속한 나의 다리는 말을 듣지 않는다.


나는 놈을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바닥을 뒤적거렸다.


무기 될만한 것이 잡히길 간절히 바랐다.

손에 무언가 잡혔다.

제법 큰 돌멩이 하나!


획!

바로 놈을 향해 던졌다.

퍽!

날아간 돌이 다행스럽게 놈의 뒤통수를 때렸다.


한데.

주춤하던 놈이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없는 힘이 더 빠진다.

매가리 없는 돌팔매질이 얼마나 타격을 주겠는가.


놈은 뒤통수를 문지르며 돌아다 본다.


놈의 눈은

힘 빠진 사자를 보는 듯한 하이에나의 눈빛이다.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몽둥이를 질질 끌면서.


나에게 다가온다.


무력감과 절망에···.

손이 벌벌 떨리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머릿속을 울리는 익숙한 소리.


[직업군 각성을 시작합니다.]

[카운트... 5.4.3.2.1]

[등급:브론즈]

[직업 : 감별사]

[Level 0]


그리고 내 시야에는 메시지들이 가득 출력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선작과 좋아요는. 글을 완결까지 달릴 힘을 줍니다.

조금이라도 볼만하셨다면 꼭 부탁드립니다.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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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p_044 +4 24.06.03 115 8 11쪽
43 Ep_043 +3 24.06.02 119 8 11쪽
42 Ep_042 +3 24.06.01 123 8 12쪽
41 Ep_041 +3 24.05.31 124 8 13쪽
40 Ep_040 +3 24.05.30 129 8 13쪽
39 Ep_039 +3 24.05.29 132 8 12쪽
38 Ep_038_괴력소녀 (05) +4 24.05.28 137 9 13쪽
37 Ep_037_괴력소녀 (04) +3 24.05.28 136 7 12쪽
36 Ep_036_괴력소녀 (03) +3 24.05.27 137 8 11쪽
35 Ep_035_괴력소녀 (02) +3 24.05.27 142 8 11쪽
34 Ep_034_괴력의 소녀 (01) +3 24.05.26 156 8 15쪽
33 Ep_033_가루의 근심 07 +5 24.05.26 156 8 11쪽
32 Ep_032_가루의 근심 06 +3 24.05.25 162 8 11쪽
31 Ep_031_가루의 근심 05 +4 24.05.25 164 8 12쪽
30 Ep_030_가루의 근심 04 +3 24.05.24 170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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