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니제시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 따위 필요 없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니제시
작품등록일 :
2020.09.10 21:03
최근연재일 :
2020.09.19 06: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471
추천수 :
6
글자수 :
49,037

작성
20.09.10 21:05
조회
69
추천
2
글자
11쪽

소생

DUMMY

나는 오늘도 방 안에 갇혀 SNS를 보고 있다.

어떤 사람은 노력의 화신.

어떤 사람은 재능충.

어떤 사람은 타고난 운빨.

어쨌든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이 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중에는 내 전 여자친구도 있다.

물론 날 이미 차단한 상태라서 내 본계정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너무 괴로워서 부계정으로 염탐을 하고 있다.

나와 사귈때도 그랬지만, 언제나 혼자 있는 사진만 올린다.

지금 행복한지 불행한지조차도 모르겠다.

그녀는 나에게 한 달 전 그만 연락하자고 말을 꺼냈다.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틀리지 않는다.

아니, 내 감은 언제나 지나치게 좋았다.

항상 불안했다.

내가 보낸 문자에 언제나 무슨 일이 있는 것 처럼 늦게 답을 해 왔고, 나는 제발 무슨 일이 있어서 늦었을 거라 믿고 싶었다.

제발.

안돼.

집착하면 안 돼.

집착하면 날 싫어할거야.

제발 집착하지 말고 기다려.

나에게 수 십, 수 백 번의 암시를 해가며 난 겨우 ‘보고싶다’라는 말을 참아내왔다.

그런데 결국 결과가 이거다.


‘오빤 집착이 너무 심해.’


알아.

나도 알고 있다고.

집착이 심하다는 사실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단 말이다.

그래서 집착하지 않으려고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꾹 꾹 널 보고 싶다는 말을 참고 참아왔는데.

내가 얼마나 너를 열망하고 갈망하는데.

나도 집착하는 내 자신이 싫어.

집착하기 싫다고.

하지만 나에겐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단 말이다.


몸이 무겁다.

거인이 날 깔아뭉개는 느낌.

피부에 닿는 공기가 날카로운 칼날처럼 아프다.

화상을 입은 것 처럼 온 몸이 따갑다.

내 폐는 가시를 마신다.

일평생 단 한 번도 담배를 손에 대 본 적 없는 내가 폐암이랜다.

그것도 말기.

아직 반 오십도 되지 않은 내가 시한부 인생이라고 한다.

빌어먹을.

이미 암세포가 다른 조직에 전이되서 치료 가능성이 없다.

입원은 거부했다.

어차피 난 천애고아라 부모님도 없고, 모아둔 돈도 없다.

난 아직 22살밖에 되지 않았고, 다니는 회사마다 부도가 나서 밀린 월급을 못 받을 때도 많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성공을 해보겠다고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인생을 살아왔는데 이런 좆 같은 엔딩이다.

내가 바란 건 드라마같은 극적인 전개가 아닌 지루하고 평범한 헤피엔딩이었는데.

서른이 되면 결혼을 해서 집을 사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야근으로 조금 스트레스 받는 그럼 삶.

피식.


뇌가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을 견디며 일어나 약을 입 안에 털어넣었다.

통화목록을 쳐다보았다.

수신 거부해 둔 친구들의 전화가 수십통이 와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송금 메세지로 나를 욕하고, 걱정하는 메세지를 잔뜩 보내왔다.

내가 그래도 인복은 좀 있었나보다.

어쨌든 그만 전화해 이새끼들아.

이런 비루한 모습 니들한테 보여주기 싫으니까.


아무래도 약을 좀 먹으니 그나마 걸을 만큼 아픔이 줄어들었다.

이제 진짜 버티기 힘들다.

나는 마지막 외출을 준비하기 위해 깔끔하게 정장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마치 해골처럼 깡마른 얼굴.

예전처럼 악으로 깡으로 키웠던 우람했던 근육들은 온데간데 없다.

뼈에 가죽이 걸쳐져 있는 모습.

보는 내가 안쓰럽다.

아, 이거 내 모습이지.

아무래도 다 벗겨진 이 머리에 어깨가 푹 꺼진 정장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그냥 츄리링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썼다.

이제 좀 괜찮아 보이네.


오늘따라 운이 좋은 건지 집 앞을 나오자마자 비어있는 택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택시를 잡고 올라탔다.


“가까운 바다로 가주세요.”

“가까운··· 바다요? M해수욕장으로 가면 될까요?”


“네. 거기로 가주세요.”


택시기사는 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리고 흘끔흘끔 백미러로 날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말을 많이 하는 걸 좋아하는 건지 뜬금없이 택시기사가 입을 열었다.


“어우, 이 날씨에 바다는 왜 가시는 거죠? 낚시 좋아하시는 분인가?”

“네. 낚시 좋아합니다.”


거짓말.

난 낚시를 싫어한다.

낚시대도 안 갖고 다니는데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걸까.


“아 그런 분이 좀 있죠. 태풍오면 낚시 잘 된다고 이런 날에도 꿋꿋이 낚시 가는 사람들이.”

“예······.”


내 무성의한 대답에 택시기사는 말을 잇기 껄끄러워졌는지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바닷가에 도착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 있다.

택시기사가 말 한 것 처럼 태풍인데 낚시 오는 미친 놈은 없는 것 같았다.

파도가 무섭게 몰아치고 있다.

나는 저 파도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뛰어가고 싶었지만 온 몸이 시리고 아파와서 빠르게 움직이기 힘들었다.

지긋지긋한 통증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억눌러버린다.


이제 편해지고 싶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자 파도가 날 덮치고 끌어갔다.

바다가 철저하게 내 몸을 유린하고 있다.

나는 이제 저항없이 죽음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될 뿐.

폐에 가시 대신 물이 가득 들이 차고, 내 머리가 조금씩 하얘지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 때, 내 눈 앞에 이상한 메세지가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헬게임에 플레이어로 추첨되었습니다. 헬게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헬게임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플레이어에게는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 드립니다!]


죽을 때가 되니 환각이 보이는 것 같다.

아, 원래 환청은 가끔씩 들렸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었던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몸이라 정신병도 여럿 생겼었다.

그리고 어차피 곧 죽을 몸이다.

그런거 관심 없어.

꺼져.


{거절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자동으로 수락 처리 됩니다. 5, 4, 3, 2, 1]


야 잠깐만.

거절 버튼이 없는데?


[당신은 헬게임의 플레이어가 되었습니다. 전송을 시작합니다.]





*





정신이 몽롱해져 의식이 딱 끊어지기 직전, 갑자기 시야가 밝아졌다.

하얀 대리석 바닥, 주위에 있는 각양각색의 수 많은 사람, 그리고 그 앞에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조각처럼 잘생긴 금발벽안의 외국인이 눈 앞에 보였다.

그의 손에는 거대한 낫이 들려져 있었다.

내 폐에 가득 담겨있던 바닷물이 모조리 사라진 것인지, 호흡이 조금 편해졌다.

하지만 역시 숨쉴때마다 찌릿한 고통이 몰려오는건 사라지지 않았다.


내 주위에 있는 이 사람들도 갑자기 끌려온 것인지 주위가 매우 소란스러워졌다.


“여긴 어디야 대체?”

“난 와이프랑 같이 제주도에 골프치러 갔는데······.”

“이런 미친! 중요한 고객 미팅을 앞 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가만히 씨익 웃고만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이 사람들은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그 말에 이끌려 온 사람인것일까?


시끄러워서 귀가 먹먹해 질 때 쯤 제일 앞에 있는 금발의 외국인이 입을 열었다.


[헬게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C블록의 튜토리얼을 맡고 있는 그림 리퍼입니다. 플레이어 여러분은 앞으로 스테이지를 거치며 살아남아야 합니다.]


귀가 아니라 머릿속에 직접 때려박는 느낌이 드는 소리에 모두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마치 요즘 자주 들려왔던 환청 같은 느낌이었다.


{몇 가지 주의 사항에 대해 설명을······.]


그 떄, 내가 사람들 앞으로 걸어나왔다.

여전히 온 몸을 칼로 쑤셔벅는 이 더러운 느낌을 이 악물며 버티면서.


“저는 이 게임에 참가하겠다고 동의 한 적 없습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주시죠.”


억겁같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시간속에서 읽었던 웹소설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보통 자극을 위해 이렇게 제일 먼저 나대는 사람을 죽여서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심어주는게 가장 흔한 클리셰중 하나였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 또한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

사람들도 이런 흔한 클리셰에 대해 알고 있는지 나에게 손가락질 하며 수근대는 것이 느껴졌다.


“저 병신.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


그래.

난 빨리 뒤지고싶다.

빨리 이 지긋지긋한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다고.

그러니까 얼른 그 흔한 클리셰대로 지금 나대고 있는 내 목을 두동강 내란 말이야.

하지만 자신을 그림리퍼라고 소개한 남자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말을 이었다.


[저는 쓸데없는 살생은 안 좋아합니다. 그러니 그런 불필요한 자극적인 전개는 기대하지 말아주시죠.]


그리고 나를 향해 낫을 들어올렸다.


[다만 설명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잠깐 조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 목이 반쯤 동강이 난 것 같다.

코와 입에서 피가 조금씩 새어나오고 신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와 동시에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내가 죽은 건 아니었지만 그림리퍼의 위압감을 보여주기엔 이정도로 충분했던 것이었을까.


[그럼 설명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주의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첫째, 각 스테이지마다 룰이 다릅니다만 가능하다면 룰을 어기지 말기 바랍니다. 만약 룰을 어길 시 그에 상응하는 패널티가 존재합니다.

둘째, 안전지대에서의 PK(player kill)은 금지입니다. 안전지대에서 PK를 할 시 그 자리에서 사망합니다.

셋째, 원래 세계에서의 단련은 이곳에서 무의미합니다.

다음으로 기본적인 시스템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두 눈을 감으면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게임 목표 또한 상태창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클리어 방법이 다르며 획득한 아이템, 능력치 등은 전부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스테이지가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급상승하니 최대한 많이 성장하는 것이 다음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는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럼 즐거운 게임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림리퍼는 그 말을 끝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사람들이 일시에 전송이 되었다.

나만 빼고.


나는 피가 철철 흐르는 목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성대가 깔끔하게 잘렸는지 아무런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는다.

아직까지 내가 살아있는게 신기할 정도다.


[죄송합니다, 박강철씨. 무례를 용서하시죠.]


그림리퍼가 내 머리에 손을 올려놓자 새어나왔던 피가 다시 내 몸 안으로 역류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항상 내 몸을 찢어발기던 고통 또한 사라져간다.


“아······.”


이제 다시 말이 새어나온다.

그런데 그림리퍼는 어째서 날 이대로 살려둔거지?

내가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차린 듯 그림리퍼가 입을 열었다.


[전 살생을 딱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게임 외적인 요인으로 죽는 일이 발생 하는 걸 원하지 않거든요.]


“그럼 제 암은 이대로 치료가 된 건가요?”


{그렇답니다. 최소한의 혜택이라고 해야할까요? 뭐 이 이상 특혜를 드릴 순 없습니다. 즐거운 게임 되십시오.]


이러면 말이 좀 달라지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다.

치트 따위 필요없다.

아니, 충분한 걸 넘어서 너무 큰 혜택이다.

난 어차피 죽을 몸이었으니까.


[그럼 첫 번째 스테이지로 전송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림리퍼가 손가락을 튕겼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치트 따위 필요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2스테이지:헌터시티(2)> 20.09.19 100 0 12쪽
9 <2스테이지:헌터시티(1)> +1 20.09.16 18 1 11쪽
8 <1스테이지:큐브(7)> 20.09.15 45 0 10쪽
7 <1스테이지:큐브(6)> 20.09.15 25 0 11쪽
6 <1스테이지:큐브(5)> +1 20.09.14 34 1 11쪽
5 <1스테이지:큐브(4)> 20.09.13 40 0 11쪽
4 <1스테이지:큐브(3)> 20.09.12 41 0 11쪽
3 <1스테이지:큐브(2)> +1 20.09.11 46 1 11쪽
2 <1스테이지:큐브(1)> +1 20.09.11 53 1 11쪽
» 소생 +2 20.09.10 70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