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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3125_wisdomsee kr 님의 서재입니다.

착각당했다, 로스쿨 천재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검술매니아
작품등록일 :
2023.07.22 21:01
최근연재일 :
2023.09.01 17:2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18,306
추천수 :
2,262
글자수 :
259,910

작성
23.08.14 22:50
조회
2,651
추천
57
글자
11쪽

24화 저는 지금 관대한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DUMMY

“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에요...?”


지은이가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저 반응을 보니 동생이 울기 전까지의 일은 못 본 건가?

혹시 모르니까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어디까지 봤니?”


숨기고 싶은 가정사를 어디까지 봤냐는 뜻이었다.

지은이가 어디 가서 떠벌릴 만큼 입이 가벼운 아이는 아니겠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니 만에 하나를 위해 입단속을 시키기 위함이다.


‘내 가정사로 학교에 소문 퍼지기는 싫으니까.’


약점으로 소문이 퍼지는 것만큼 기분 엿 같은 건 적다.

더군다나 나를 무시한 서울대 무리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내 질문을 받고 지은이가 무슨 말이냐는 듯 눈썹을 실룩였다.


“어디까지 보다뇨! 방금 주문한 음료가 나와서 알려드리려고 나온 건데!”


곧 내 질문의 의도를 깨달았는지 애가 볼을 부풀렸다.


“뭐에요, 설마 제가 남 얘기 엿보는 그런 여자라고 생각하신 거예요?”

“미안, 의심할 수밖에 없었어.”


괜한 의심이었다면 미안하지만 그런 의심이 맞다.

그만큼 지금 일은 우리 남매에게 있어서 중대한 사항이니까.

생각보다 내 반응이 담담하고 진지했는지 지은이의 표정이 우려로 바뀌었다.


“정말...괜찮으신 거 맞죠...?”

“글쎄다.”


이번에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웬만하면 지은이에게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모르겠다.

정말 집구석에 개 같은 꼰대가 있어서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는 게 너무 싫다.

당장 내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홧김으로 말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여동생도 책임지면서 학교 생활을 해야 한다.


‘지출이 많아질 터.’


그동안 쉬고 있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던지,

아니면 다른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수입원을 확보해야 한다.

벌써부터 돈을 어떻게 땡길지 고민하려니 머리가 아파지는군.


“담배 마렵네...”

“아...”


지은이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그녀는 내가 평소에 담배를 피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으니까.

담배를 피고 싶다는 건 그만큼 심경이 착잡하다는 뜻임을 눈치챘을 테지.

대신이랄까 지은이의 시선이 동생에게로 향했다.


“괜찮...니?”

“...네...”


여동생이 훌쩍이면서도 대답했다.

지금 처지를 한탄하는 일에 매몰되어선 안 된다는 자각이 있을 터.

곧 눈물을 닦으면서 지은이에게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언니...괜히 아침부터 저 때문에...”

“아냐, 아냐. 네 잘못이 아닌 걸.”


지은이가 동생의 손을 붙잡았다.

같은 여성으로서 복잡한 심경에 공감한다는 표시겠지.

그녀가 여동생의 손을 어루어만지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우리 오늘 땡땡이칠래?”

“네?”

“지은아?”


동생과 나는 지은이의 말에 놀랐다.

우등생이면서도 매사 성실한 범생이인 그녀가 땡땡이를 제안한다고?

괜히 우리 남매 때문에 지은이가 무리하는 것 같아서 내가 말렸다.


“그러지 마. 이건 우리 일이니까 네가 안 이래도 돼.”


오늘 수업 땡땡이치면 출결에 반영되고 학점에도 영향이 갈 수 있잖아.

물론 한 번 결석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교수님 수업을 놓친다는 치명타가 있다.

교수님이 그날, 그날 하시는 수업은 다시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으으응.”


내가 말렸음에도 지은이는 고개를 저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땡땡이를 쳐보나요?”

“지은아?”


지은이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대학원생 좋은 게 뭐겠어요, 땡땡이쳐도 혼낼 사람이 없다는 거잖아요? 게다가...”


이어서 여동생에게로 눈빛을 반짝였다.


“학교에서는 제 또래의 친구들이 없다보니까 현영 씨랑도 친해지고 싶은걸요?”

“어, 언니...”


비록 저 말이 우리를 배려하기 위한 것임을 알았지만,

어쩌면 반쯤은 지은이의 진심이 담겨 있을지도 몰랐다.

우리 남매의 심정을 달래줄 겸 자신도 첫 일탈을 해보겠다는 것.

어떤 심리인지는 알 것 같다.


‘정말이지...’


착하면서도 엉뚱한 아이라고 해야 하나.

저렇게까지 말하니 우리도 그녀의 ‘변덕’에 어울려줘야겠다.

더욱이 아직은 학기 초인 만큼 결석해도 타격이 덜할지도 모른다.


“동생아.”

“어?”


동생이 돌아보자 내가 말했다.


“오후에 네 옷 사자는 거, 일정 앞당길까?”

“아...”


여동생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챙겨주는 오빠의 존재 때문일까,

그녀가 손으로 눈을 비벼 눈물을 훔치면서 씨익 웃었다.


“...응!”


그렇게 우리는 학교 수업을 자체 휴강하기로 했다.

일단 카페로 다시 들어가 주문한 음료를 테이크아웃으로 바꾼 뒤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나는 운전해야 하니 왼쪽 운전자석에 자리를 잡고 컵홀더에 커피잔을 고정시키려니,


“언니, 조수석에 앉으실래요?”

“내, 내가...?”


여동생이 지은이에게 조수석을 권했다.

딱히 조수석이든 뒷좌석이든 큰 차이는 없는데 말이지.

처음에는 지은이가 고개를 저었지만 결국 여동생의 강권으로 조수석에 앉았다.


“우으으...”

“히히...”


부끄러워하는 지은이를 동생이 뒷좌석에서 싱글벙글 히죽였다.

생각보다 지은이와 현영이는 서로 죽이 잘 맞는 관계 같아 다행이다.

하긴 지은이 성격이라면 사람을 가려서 사귈 성격은 아니고 말이다.


“그럼 출발한다?”


나는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목적지는 로스쿨 면접 때 입고 갈 양복을 사러 방문했던 백화점이었다.

곧 우리는 백화점 근처의 지상주차장에 차를 대고 백화점에 들어섰다.


‘역시 백화점은 대낮에도 사람이 많구나...’


자동문이 열리면서 피부로 느껴지는 백화점의 상업적인 활기에 벌써 피곤해졌다.

애초에 내 성격이 어디 밖에 돌아다니면서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 것도 있고.

한편 동생은 백화점의 활기에 흥분했는지 지은이의 손을 이끌고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언니! 3층에 여성의류를 취급한다니까 거기로 가봐요!”

“어? 어, 으응...”

“너무 멀리가지 마라~”


3층으로 가는 그들에게 당부하며 느긋하게 뒤따랐다.

어차피 여자 옷은 남자보다는 여자들끼리 알아보는 편이 맞다.

나는 그저 뒤따르면서 살 물건이 있다면 카드로 결제해주면 될 일이다.

3층에 도착하자 동생이 지은이에게 옷을 갖다대면서 눈빛을 빛냈다.


“진짜 언니가 너무 인형 같아서 뭘 입어도 어울려요! 너무 부럽다~”

“맞아요, 고객님~진짜 무슨 옷이든 잘 어울리시겠다~”


가게 직원도 호객행위를 겸해서 동생의 말에 맞장구쳤다.

한편 동생과 직원의 칭찬에 지은이의 눈은 팽팽 돌아갔다.


“어? 어어? 원래 현영이 네 옷 사러 온 건데...?”

“에이~겸사겸사죠! 안 그래요, 언니?”

“어어...?”

“혹시 보여주고 싶은 남자라도 있으면 이참에 좋잖아요~?”

“응...”


역시 여자들끼리는 잘 노는 것 같다.

나는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가게 밖에서 기다렸다.

저들이 살 옷을 정하기까지 나는 여기서 할 일이 없기도 하니까.

그렇게 가만히 기다리려니,


부우웅...

“응?”


내 핸드폰에서 전화를 위한 진동음이 들렸다.


‘설마...’


순간 그 꼰대가 내 번호를 알아내서 전화하는 건가 싶었다.

내가 현영이 핸드폰으로는 꼰대의 모든 연락처를 차단했으니까.

하지만 생각해보니 서로 연락을 끊은 지가 얼마나 됐는데 새삼 그럴까 싶고.

일단 의심을 푼 뒤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건 상대를 확인했다.


‘응?’


전화번호는 광진 출판사 관계자로 저장된 번호였다.

예전에 진성이 형이 알려준 관계자 번호를 저장한지라 착각할 일은 없었다.

그런데 보통은 문자를 준 다음에 전화가 된다고 하면 전화를 주지 않던가?


‘신참인가, 뭔가 일하는 게 허술하네.’


그래서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혹시 청학 작가님 맞으세요?]


젊고 앳된 여성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가급적이면 남자 담당자였으면 했는데 조금 아쉽군.

기왕이면 같은 성별인 편이 더 이야기가 잘 통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진지하게 계약을 검토해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인가.


“네, 맞습니다.”

[아, 예 저는 광진북스에서 편집자를 맡고 있는 조하나 대리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신참 편집자를 내 담당자로 붙인 건가.

출판사는 중소기업이라서 직급을 다르게 봐야 한다.

직급은 대리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고작 1, 2년차 신입이다.


“계약 때문에 전화하신 거 맞지요?”

[예 맞습니다! 진성 작가님께서 추천을 해주셔서-]

“네,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구작 5질을 새로 유통할 출판사를 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일도 있고 나는 시덥잖은 말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

계약을 할 거면 하는 거고, 안 할 거면 안 하는 것이다.

나는 조하나 대리에게 말했다.


“계약을 할 겁니까, 안 할 겁니까?”

[어...저희야 해주시면 좋죠! 무려 5질이나 되시는 작가님이시니까요!]


그래도 쌓인 작품 수가 5질이나 되니 긍정적으로 검토한 모양이다.

하지만 옛날에 출판사에게 당한 전적도 있는 만큼 이젠 조심할 생각이다.

첫 출판사와 계약할 때는 전자계약서로 계약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럼 따로 만나시죠. 전자계약은 사양하겠습니다.”

[아...네? 아, 물론이죠 작가님...!]


조하나 대리의 목소리에서 당혹감이 묻어났다.

내심 전자계약서로 신속하게 계약할 것을 기대한 모양이다.

물론 전자계약서가 아니라 직접 만나는 계약도 흔하니 예상범주 안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직접 만나서 계약서를 쓰려는 이유가 있다.


“구작 5질이나 일괄적으로 광진북스에다가 넘기는 계약인데...”


제일 실질적인 문제가 남았다.


“선인세는 얼마나 받을 수 있습니까?”

[서, 선인세요...?]


아까보다 더한 당혹감이 귀로 들려왔다.

선인세는 출판사에게 작가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빚이다.

말이 빚이지 작가의 작품을 받아 그것으로 매출을 벌면 그 매출로 선인세를 충당한다.

즉 작품을 결제하는 사람이 있는 한 언젠가는 갚을 수밖에 없는 빚인 것이다.

사실상 작가들에게는 갚을 돈이 아니라 수입으로 취급된다.


“보통 신인들에게는 200만원 정도 주는 것으로 알지만...저는 신인 작가가 아니잖아요?”


출판사에 소속된 5년간 5개 작품으로 5억 원을 훌쩍 넘는 매출을 벌었다.

사기당한 3억 원은 총매출 중 플랫폼의 몫을 공제하고 출판사와 정산받아야 할 몫이었다.

즉 5질의 작품이 돈 될 물건이라는 건 나도 익히 알고 있었고,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출판사가 선인세로 줄 만한 허용한도와 만일 계약해지를 할 때 부담 안 될 금액을 고려해서,


나는 선제시를 했다.


“선인세 5천만원으로 하죠?”


억대 매출을 낸 5개 작품을 통으로 유통권을 넘기는 대가로는 싸지 않겠어?


작가의말

오늘은 분량이 짧아서 죄송합니다....요즘 몸상태가 안좋네요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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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지금은 학생 박형진이 아니다 +6 23.08.22 2,260 49 14쪽
30 30화 이제 나도 슬슬 준비해야지 +5 23.08.21 2,377 60 15쪽
29 29화 가끔은 매운약도 필요한 법이다 +8 23.08.20 2,413 61 14쪽
28 28화 우리는 변호사가 아닌데요 +4 23.08.19 2,408 44 12쪽
27 27화 굳이 너랑 밥 먹어야 해? +3 23.08.18 2,470 51 15쪽
26 26화 교수님 이러시는 게 어딨어요 +5 23.08.17 2,559 47 14쪽
25 25화 로스쿨생은 이럴 때 써먹어야지 +4 23.08.16 2,590 53 15쪽
» 24화 저는 지금 관대한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3 23.08.14 2,652 57 11쪽
23 23화 당신 없이도 잘 살아보겠수다 +6 23.08.13 2,717 55 15쪽
22 22화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5 23.08.12 2,709 59 12쪽
21 21화 네가 거기서 왜 나와 +1 23.08.11 2,813 5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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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돈 떼먹으면 엿될 각오도 해야지 +5 23.08.08 2,957 66 13쪽
17 17화 난 잘생긴 놈들이 싫어 +1 23.08.07 2,975 55 14쪽
16 16화 옛 동료가 전화를 했다 +3 23.08.06 3,027 56 16쪽
15 15화 가끔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2 23.08.05 3,083 5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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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이거 사람을 호구로 보네 +2 23.07.31 3,573 59 13쪽
9 9화 갑자기 아르바이트라니 +1 23.07.30 3,710 59 15쪽
8 8화 설마 노예 헌팅은 아니죠? +3 23.07.29 3,808 67 14쪽
7 7화 우리 형법 교수님이 이상해요 +7 23.07.29 3,965 66 14쪽
6 6화 상부상조는 좋은 법이랬다 +3 23.07.27 4,191 73 15쪽
5 5화 무수한 악수의 요청은 곤란해요 +9 23.07.26 4,312 7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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