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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풍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강풍호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섭풍(囁風)
작품등록일 :
2023.12.09 06:19
최근연재일 :
2023.12.15 19:22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55
추천수 :
22
글자수 :
69,175

작성
23.12.09 23:11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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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S#4 내가 재벌2세라고?

DUMMY

재벌가의 후계자도 나름 구미가 당기는 일이지만 어쨌든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영화로 성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쨌건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좋다.


돈으로 인력을 살수야 있겠지만 제대로 된 팀을 꾸리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에서 구르고 부대끼며 서로를 알아보고 맺어진 인재들이야말로 내게 필요한 것이니까.


그래서 나는 우선 졸업을 할 생각이다.


그 인맥을 놓치는 것은 큰 손실이 될테니까.


연극영화과에서는 졸업작품이 졸업논문과 동등한 효력을 지닌다.


그것을 내놓지 못한다면 당장의 졸업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어쨌든 강풍호의 인생이 이젠 나의 것이 되었으니 내가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일.


그리고 또다른 계획이 있다.


지금은 나의 장비들을 가지고도 무리없이 작업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조만간 한계가 오고 말 일.


그것을 타계하기 위해서는 대현전자, 그리고 대현그룹이 필요하다.


그러니 당연히 발을 들여놓아야겠지.


“아유! 당신도 뭐가 그리 조급하세요. 풍호도 다 컸으니 자기 생각이 있겠죠. 젊을 때 아니면 언제 하고 싶은 일을 해보겠어요?”


“흠! 당신은 잠자코 있어.”


강세영의 말에 중년 여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하고 한발 물러선다.


처음 보고 느꼈듯이 이 집안 문제··· 대충 짐작이 간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강세영의 요구부터 충족시켜줄 필요가 있다.


괜한 장애를 만들 필요는 없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모두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오오! 어쩐 일이야? 형? 평소와는 전혀 다르네? 정말 머리가 크게 다쳤나? 어째서 이리 고분고분해졌지?”


“강태호! 넌 형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강태호를 야단치던 강세영의 시선이 다시 나에게로 향했다.


“조건?”


“그렇습니다.”


강세영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나하고 거래를 하겠다?”


“분명 저는 한발 물러섰습니다. 이젠 아버지께서 양보하실 차례지요.”


강세영의 눈에 빛이 번득였다.


“말해봐. 그 조건이 뭔지.”


“두가지입니다.”


“당돌한 놈.”


“첫째 일주일에 나흘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일주일의 절반을 달라?”


“그렇습니다.”


“대현전자의 모든 사원들은 주당 6일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그런데 네가 사장 아들이라고 일주일의 절반만 일을 한다면 그건 형평성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겠나?”


“어차피 제가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는 일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저 평사원이 되라고 절 회사로 불러들이는 것은 아닐 테니 말입니다.”


중년 여인은 풍호의 말에 곧바로 호통을 칠 강세영을 생각했는지 미묘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6일보다 저의 3일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강세영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후후···건방진건 변함없지만 예전보단 대범한 말을 지껄이는군. 네 말을 증명할 수 있단 말이지?”


“내 일은 내가 정해서 진행합니다. 그리고 책임도 제가 집니다.”


“좋아! 그래, 그게 주인과 머슴의 차이지.”


세상은 언제나 판을 짜고 규칙을 만드는 자들이 주인이다.


한 번 죽고나서야 간신히 얻게 된 인생이다.


여지껏 끌려다녔다.

하지만 앞으로 내 인생에 있어 나는 주인이 될 것이다. 판을 짜도 내가 짠다.


그것이 또다시 후회 가득한 인생을 살아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다.


대현전자의 그 대단한 강세영조차도 내 인생의 주인이 되도록 방치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두번째는 뭐냐?”


“굳이 들어가야한다면 아시아방송을 택하겠습니다.”


“방송국?”


“대현그룹 계열사 아닙니까?”


“네가 나를 바보로 아는구나? 또 딴따라짓을 하겠단 말이야?”


“지금 대현의 계열사중에서 가장 실적이 저조한 것이 아시아방송 아닙니까?”


“으음.”


“미운털이 박혀 그저 지역방송에 머물고 있으며 경쟁사인 동양방송과는 드라마를 비롯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열세에 있는 상황이죠. 광고 또한 대현그룹으로부터 받고 있는 것이 거의 전부더군요. 그렇지않습니까?”


“네가 아시아방송을 살리겠다?”


“그걸로 증명해보이겠습니다.”


강세영의 눈에 흥미가 더해졌다.


“그럼 된 겁니까?”


“두번째 조건은 허락하겠다. 하지만 옛말에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이 있지. 괜히 이곳저곳 발을 걸치지 말고 회사일에 전념해.”


나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미리 알고 있다.


‘당신조차 모르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단 말입니다.’


“두 가지를 다 이루면 되지 않겠습니까?”


“과한 자신감은 스스로는 물론 주변인에게도 큰 폐를 끼치는 법이다.”


강세영의 얼굴이 냉랭하게 변했다.


“그럴 일 없습니다.”


“으음.”


잠시간의 침묵후 강세영이 입을 열었다.


“아무리 내가 네 아비라도 회사일과 관련된 실언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네 말에 책임져야할거야.”


“물론입니다.”


내가 조금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 것에 놀랐는지 강세영이 예리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명심해라! 아무리 내 아들이라도 기회는 한 번뿐이다.”


“알겠습니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러운 표정으로 돌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야기는 그걸로 마무리 짓자. 그리고 오늘 저녁 할아버지께 다녀오거라.”


할아버지?

설마···

대현그룹의 창업자 강영철?

지금이 70년대이니 아직 생존해 있겠군.


‘그렇다곤해도 손자가 큰 사고를 당했는데 모습조차 보이지 않다니···너무한걸?’


“서 실장, 출발하지.”


“예. 사장님!”


강세영이 나가자 강태호가 손으로 나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형! 덕분에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겼어. 부디 잘되길 바랄게. 파이팅!”


“사고로 휴식이 필요할 텐데 간만에 집에 들어왔으니 좀 쉬는 것이 좋겠구나. 김양! 정리는 해놨지?”


앳되어 보이는 가정부가 공손히 대답했다.


“네. 사모님! 정리는 이미 마쳤습니다.”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도련님! 방으로 가시지요.”



“엄마, 강풍호가 좀 이상해진 것 같지 않아?”


등 뒤로 들려오는 강태호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가정부를 따라 복도 한켠으로 들어섰다.


방문.


“여깁니다. 도련님.”


가정부가 방문을 열었다.


“따로 필요하신 것은 없으십니까?”


“괜찮습니다. 저는 좀 쉬도록 할게요.”


“네. 언제든 필요하면 부르십시오.”


방에 들어간 나는 문을 닫고 침대에 앉아 잠시 긴 숨부터 내쉬었다.


후우!


이제야 혼자만의 시간.

아니다.

내 어깨를 짚는 것은···.


[어때요? 며칠 동안 70년대의 정취를 좀 즐겨보셨나요? 생각보다 대범하시더군요.]


테디.

곰돌이다.


“대체 이게 다 뭐지?”


[뭐긴요. 새로운 필름이죠. 이것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당신의 능력이구요.]


“꿈이 아닌 거지?”


[물론이에요. 현실이죠. 진짜로 리얼!]


테디는 잠시 방을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흐음. 어디가 좋을까?]


“뭐가 말이지?”


[당신이 이전 삶에서 모으고 모았던 장비들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생각 중이에요.]


“장비? 내 장비들 말이야?”


[그럼 누구 장비겠어요?]


“그게 가능한 일이야?”


[당신을 이곳에 데려다 놓았는데 그 정도쯤이야 뭔 문제겠어요?]


“그럼 나를 본래의 세상으로 돌려놓을 수도 있겠네?”


[아뇨, 돌아간다 해도 당신의 육신은 이미 증발해버렸어요.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갈 거라면 차라리 지금 이 강풍호의 몸이 낫지 않겠어요?]


하긴 죽기 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어차피 전쟁을 막을 힘 따윈 내게 없다.


[계약이 되었으니 되돌릴 순 없어요. 이미 시곗바늘이 돌아가기 시작했으니까요.]


“그 계약 언제 끝난다는 거지?”


[전설의 영화감독 칭호를 얻을 것! 그것이 계약종료 조건이죠.]


“전설의 영화감독?”


[제가 있는 세계에서는 단계에 따라 칭호를 부여하죠.]

“지금 나의 칭호는 뭔데?”


[햇병아리 감독? 큭큭큭]


으음. 햇병아리라···


테디는 잠시 장롱을 바라보더니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면 될 것 같군요,]


“뭐가?”


[아까 말한 작업실 말이에요.]


테디가 장롱을 만지자 푸르스름한 빛이 그것을 감쌌다.


[일단 되었어요.]


“이 안에 내 장비들이 있단 말야?”


[네. 정확히 말하자면 장롱은 그저 문의 역할을 할 뿐이지만 말이에요.]


“문?”


[직접 열어보세요.]


장롱의 문을 열자 그것은 마치 방문처럼 그 너머에 작업실의 모습이 보였다.


[당신이 예전에 사용하던 작업실의 모양을 모사해봤어요.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요. 개인적인 서비스니까요.]


테디를 무시하고 방 안으로 들어간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앞에 보이는 다섯 개의 커다란 제습함.


그곳에는 내가 그간 사 모았던 디지털카메라와 시네카메라, 그리고 렌즈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른 면에 2대의 컴퓨터와 다섯 대의 모니터, 마스터건반, 모니터링 스피커를 비롯한 각종 장비들이 놓여있었다.


테디의 말처럼 내가 사용하던 작업실 그대로였다.


나는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창문을 막고 있는 커튼을 열었다.


‘내가 살던 시대의 서울?’


그러나 창문 밖은 어두운 밤이었으며 시간이 멈춘 듯 보였다.


창문을 열어보려 하였으나 아무리 힘을 주어도 열리지 않았다.


‘밖과는 완전히 차단되었단 말인가?’


전기는?


나는 곧바로 컴퓨터의 전원을 넣었다.


삐익!


‘된다!’


비프음이 들리자 어느 정도 안도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나본데? 본래 이 시대에는 돼지코가 아니라 11자형의 100v 전원이 사용되던 시대일 텐데···.’


작업실 밖으로 나와 나의 방을 살펴보니 그곳의 전기 콘센트는 예상대로 11자형이었다.


‘음, 어댑터 없이는 작업실 밖에서 나의 장비들을 사용하긴 어렵단 말이군.’


그런 어댑터가 지금 국내에 존재할 리 만무했다.


어쨌든 나는 다시 작업실로 돌아가 부팅이 완료된 컴퓨터를 살펴보았다.


프리미어 프로, 애프터이펙트, 다빈치 리졸브, 큐베이스 등등···.


그리고 추가로 전원을 켠 맥스튜디오에 인스톨된 파이널컷!


온라인 인증이 필요한 이 프로그램들을 실행시켰고 그것은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인터넷에 접속이 되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페이지들은 사용 불가였다.


[아서요.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 인터넷 사용은 불가하니까요.]


지켜보던 테디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네이버는?”


주소창에 네이버를 치자 화면이 떴다.

그러나 이상하다.

오로지 뉴스 아카이브만 보였으니까.

그것도 리스트는 오직 하나의 뉴스뿐이었다.


―극동영화사 성현일 대표. 새로운 인재를 발굴한다.


[미션과 관련된 몇 가지 정보들에만 접속할 수 있을 거예요. 리스트는 매주 갱신돼요. 그러니 주기적으로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아요.]


“으음.”


[이것도 당신의 편의를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지만 역시 고맙단 인사는 하지 않아도 좋아요.]


디지털장비들이 내게 있다면 작업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수가 있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

촬영과 작업이야 디지털로 하면 된다지만 지금 시대에는 디지털로 상영할 방법이 없다.


‘아! 솔리테리어. 그거라면 가능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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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1. 프롤로그 23.12.09 63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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