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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크레임

인류를 구했던 영웅이 용들의 사역마가 된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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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7.22 20:34
최근연재일 :
2021.03.07 18:18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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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56

작성
21.03.0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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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의구심(2)

DUMMY

"....농담이지?! 그런 거지? 누군지 이야기해주기 싫어서 일부러 그러는 거지?"


에스텔의 충격적인 발언에 지크는 기겁을 하며 물었다.

아예 예상을 못 한 제의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요구해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훗... 때론 알면 곤란한 이야기도 있답니다."


"자기가 해놓고 딴청 피우는 게 아니라?"


"글쎄요~ 어떠려나요."


에스텔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에 지크는 잔뜩 약이 올랐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상대는 천용, 이렇게 상대해주는 것만으로도 감격해줘야 할 정도였다. 어쨌거나 그녀가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있는지 안 이상, 지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비위를 맞춰나갈 수밖에 없다.


"알았어. 일단 보류할게."


"어머? 궁금하시지 않으신가요?"


"궁금하지! 그런데 그렇고 그런 일까지 하면서까지 알고 싶지는 않아. 그리고"


지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가슴 한편에 다시 떠오르는 그녀의 얼굴. 소꿉친구이자, 맹약의 대상인 파르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단 나는.... 물의 천용과 맹약하기로 한 사이니까."


엄밀히 이야기하면 정식으로 맹약자가 되지는 못했다. 의식을 치르기도 전에 용들과 싸우게 되었으니 결국 없던 일이 되었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이다. 더구나 그 대상인 물의 천용은 이미 이 세계에 없다.


그러나 지크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책임감 같은 것이 남아있었다. 아무리 맹약을 하지 않았더라도 잠까지 함께 한 사이이기에 쉽게 떠나보낼 수 없었다.


"혹시 해서 여쭈어보지만...... 아직 모르시고 계시는 건가요?"


"뭐가...?"


"천용과의 맹약은 한 명하고만 이루어지지 않는답니다. 즉 지크는 물의 천용, 단 한 명의 배우자가 아닌 칠대 천용 전체의 남자라는 뜻이에요. 설마 파르가 안 알려줬었나요?"


지크는 그 자리에서 선채로 굳었다. 무언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으면서도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거....거짓말 좀 그만해! 그렇게 말하면 천용 눈나들과 하렘 파티 우효~ 하면서 좋아할 줄 알았어?"


"어라? 지금도 충분히 좋아하고 계신 거 같은데요?"


"아니아니아니! 과거에 어둠의 천용이 나를 죽이려고 눈을 부라리던 거 못 봤어? 그런 줄 알았다면 당연히 맹약자도 되지 않았을 거라고."


에스텔의 예상과는 달리 다소 텐션이 올라가자, 다음에는 이런 식으로 놀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육체가 어려지면 정신도 같이 어려지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는데 그녀가 과거에 보지 못한 다채로운 감정 변화는 이를 증명했다.


또한, 지금까지 보건대 지크는 과거의 상당 부분을 망각하고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한편으로는 씁쓸하게 느끼면서도 오히려 기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만약 봉인 당한 순간을 기억해내면 통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음에 안도한다.


"그 말씀은 조금 서운한데요... 칠대 천용 중에 가장 섹시한 제가 있는데도요?"


"흥! 난 누구 몸매보고 반하는 쉬운 남자 아니거든!"


"헤에~ 그렇단 말이죠?"


에스텔은 허리를 숙여 가슴골이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유도했다. 더구나 속옷을 입지 않아 살이 그대로 노출되었는데 면역이 별로 없는 지크로서는 견뎌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으음~ 이런 식이면 오늘 밤에라도 넘어오겠는데요?"


지크는 고개를 곧바로 돌렸다. 그가 당황한 정도를 말해주듯 얼굴 전체가 시뻘겋게 물들었는데 에스텔 입장에서는 더 놀리고 싶어하는 계기가 된다.


사실 지크는 경험이 없다. 물의 천용과 같이 잤다고 해도 말 그대로 같은 장소에서 수면을 취한 것일 뿐 더 이상의 행위로 진전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노출된 모습을 보면 너무나도 자극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자세로 충분히 재미를 본 에스텔은 허리를 세웠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흡족한 미소와 함께 지크를 들어 올려 거실로 향한다.


"무...뭘 하려는 거야?!"


"저도 더 놀고 싶지만...... 아쉽게도 곧 학원을 가야 하거든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밥 차릴게요."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가죽 소파에 지크를 앉힌 뒤,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지크는 멍한 표정으로 에스텔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속셈을 가졌는지 도저히 해석하기 어렵게 느꼈다.


만약 봉인을 해제한 것이 에스텔 본인이고 자신과 아이를 가지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용들이 많은 아스토리아 학원에서 소환하려고 하지 않았을 터, 더구나 천용의 직위를 가지고 있으면 지금처럼 손에 물 묻힐 일도 없다. 굳이 일을 번거롭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의미.


그런데도 그녀는 지크를 소환한 4명의 소환수 중 한 명이 되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의문을 가져보지만, 해소 될 리는 만무했다. 결국,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은 채 겉돌기만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손 위에 놀아나는 것 같이 불쾌한 기분이 엄습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믿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이 지크의 마음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천용 중 한 명이라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일은 수월해지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 염소 젖으로 만든 스프와 흑돼지 수육, 블루베리 시즈닝을 뿌린 신선한 샐러드에요."


식탁 위에 귀족들이나 먹을만한 고급 음식이 올라온다. 지크도 그랜드 네스트 안에서나 가끔 먹었지, 밖에서는 구경조차 못 한 식단이다.


"이게...... 아침 식사야?"


"네 아직 요리를 많이 해보지 않아서요..... 드시고 싶으신 음식이 있으면 노력해볼게요."


"아니 그게 아니라......"


천용에게는 일상이겠지만 지크에게는 더없이 호화스럽게 느껴졌다. 자신은 지금 사역마 신분이다. 사역마에게 이렇게 신경을 써주는 주인이 어디 있단 말인가.


쾅쾅! 쾅쾅!


"야! 학원 안 갈 거야? 빨리 안 나와?!"


감격의 소외를 밝힐 여유도 없이 누군가가 거칠게 노크를 해가면서 눈치 없이 분위기를 깨는 학생, 물론 그 정체를 지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 열게요."


철컥.


문이 열리자마자 앨리스는 에스텔을 바라보지 않고 곧바로 지크가 있는 거실로 향한다.


"오호~ 사역마 주제에 정말 과분한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아......"


아직 입도 대지 못했는데 가장 껄끄러운 대상을 만나게 되어 절망하게 된 지크, 저 여자가 보고 있으면 술술 넘어갈 음식도 바로 체할 것 같이 느꼈다.


"이거 맞아? 하등 종족에게 이런 음식을 주는 게"


"네 당연하죠. 소중한 저만의 사역마이니까요. ♡ 쑥쑥 커 주지 않으면 곤란한걸요."


"누구 마음대로 너만의 사역마야? 엑?! 너 그러고 보니 왜 다 벗고 있어?!"


앨리스는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지크와 에스텔을 교차로 돌아가면서 바라보다가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순간 동공이 커졌다.


"......했어?"


"뭘?......"


"아이~ 부끄러워라."


뭐가 부끄러운지 의문을 가질 무렵, 지크는 자신의 볼에 손바닥이 달라붙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이후 공중에 5초간 체공하는 기적을 맞보게 되었다.


"이 색골 꼬맹이! 죽어 죽어!"


"으아아......"


지크는 가죽 소파에 다시 위치되었는데 억울함을 호소할 여력도 없이 머리가 핑 돌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다.


앨리스는 씩씩거리며 지크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이 광경을 본 유리가 서둘러 달려와 그녀 앞을 막아선다.


"앨리스! 너무 심하다니까......"


"흥! 사역마는 이런 식으로 대해야 기어오르지 않는다고."


"그래도 힘없는 아이일 뿐이잖아......"


"아니야. 불쌍히 보이게 하는 것이 저 녀석이 의도하는 거야. 예전처럼 언제 배신할지 모른다고."


천용의 맹약자는 천용에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봉사하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만약 따르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조차 허락되지 않는 철저한 수직관계에서 그는 인간의 편을 들었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원한이 딱히 없어도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괜찮아?"


"으....응."


유리 크로노프는 지크를 감싸 안아 들었다. 용의 완력은 인간과 비교하면 아득히 높기에 작은 체격의 드래고니안을 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크에게 이 구도는 매우 낯설게 느껴졌는데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 안겨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면 볼수록 파르 닮았네......`


"앨리스는 당분간 지크에게 접근 금지야! 정말! 손부터 나가는 건 나쁜 버릇이라니까."


"뭐?!.... 유리?"


앨리스는 충격을 받고 얼어버렸다. 절친한 친구에게서 이런 강경한 발언을 들을 줄 상상도 못 했으리라.


이에 화풀이하듯 지크를 노려보지만 지크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성질을 긁지 않도록 억울한 내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이 밉보일까 봐 조심하는 모습은 되려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니, 이렇게 반응해도 싫어 저렇게 반응해도 싫어. 뭐 어쩌라는 건데.`


지크는 속으로 심경을 호소해보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바람 잘 날 없는 날이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오늘은 원만히 넘어간 편이라는 걸 아직 지크는 알지 못했다.


***


"사역마는 마스터의 마나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성장합니다. 본래는 인간들이 활용하던 전투 방식이지만 인간의 형상으로 진화하여 약해진 힘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 용족이 차용하게 된 것이죠. 그렇기에 여러분이 이번에 세례의식을 통하여 지크를 소환한 일은 그만큼 중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학원장 레그니트는 수업을 하기에 앞서 이전 면담에서 했던 발언을 재강조했다.

예상하지 못한 워낙 뜻밖의 일이었기도 했고 그의 힘이 악용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에 수십 번 반복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비장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을 지루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한 존재가 있었는데


"하암~"


수면은 충분히 취했지만 반마력 수갑의 영향인지 지크의 몸은 한없이 나른하기만 했다. 더구나 지루한 걸 질색하는 성향이 나른한 몸을 더 무겁게 만든다.


빡!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몸이 뒤쪽으로 넘어간다. 무엇이 일어난 지 몰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크의 시선은 어느새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어라?...."


"미안해. 손이 미끄러지길래 그만."


"......."


지크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인지조차 못 하고 있었지만 레그니트는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이 범인임을 인정했다.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해..... 주세요."


"글쎄? 실수라니까."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여기에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다. 몸집은 영락없는 아이지만 거스르기 힘든 고유의 오라를 두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똑똑.


"들어오세요."


"학원장님. 수업 중에 죄송합니다. 하지만 급히 면담을 요청하시는 분이 계셔서....."


"흥! 전 바쁘니까 나중에 한다고 전해주세요."


"하지만......"


레그니트는 입을 삐죽거리며 거절했지만 레그니트의 비서는 상당히 난처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다음 말은 특히 지크에게는 소스라치게 놀랄만한 이야기였는데.


"누군데 그래요? 학원장에게 이리 오라 저리오라 하다니. 만나고 싶으면 직접 여기로 오라고 하세요."


"그게...... 어둠의 천용 님이십니다."


"아......"


레그니트의 동공이 커지면서 놀라던 찰나, 지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실에서 뛰쳐나간다.


"야! 어디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낀 4명의 마스터와 학생회장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지크를 다시 붙잡아온다는 생각조차 못 할 만큼 굳어버릴 정도였으니까.


"지금...... 뭐라고요?"


작가의말

눈 뜨고 보기 힘들 만큼 퀄리티가 너무 처참해서 오늘까지 게시하고 연중하려고 합니다. 무슨 연재를 한 달에 한 번꼴도 안 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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