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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팅 님의 서재입니다.

도그 대디의 슬기로운 반려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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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팅
그림/삽화
준팅
작품등록일 :
2024.02.19 03:13
최근연재일 :
2024.02.25 09:0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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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53,316

작성
24.0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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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드라마 오디션

DUMMY

지인과는 공원에서 헤어진 처형의 손에 이끌려 우리가 사는 102동 앞으로 왔다.


공원에서 오는 동안 줄곧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러다 보니 처형이 앞서고 뒤에서 질질 끌려가는 내 모양세가 흡사 도살장으로 직행하는 개처럼 보였다.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재차 반항했지만 개 같이 끌려온 난 처형을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


“왔어, 큰누나.”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 큰누나를 반기며 미소 짓는 막내 처남이었다.

어릴 적 물림사고 이후 지금까지 개를 겁내고 피했다. 그러니 우리집에 온 것도 엄청 오랜만이다.

지금도 보라, 아직 거실로 발도 떼지 않고 현관에 서 있는 날 보고 얼어붙어 있다.


“너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큰누나. 그 목줄, 절대 놓으면 안된다.”

“그래, 알았어.”


그제서야 다시 소파에 앉던 처남은 이어진 내 행동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개가 엄청 영리하구나. 작은누나. 저런 건 매형이, 따로 교육시킨 거야?”


내가 신발장을 열고 물 티슈를 입으로 물어 바닥에 내려놓는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이었다.

아내가 티슈로 내 발을 닦이며 대답했다.


“아니. 교육한 적도 없고, 이전엔 한번도 요런 착한 행동을 한적도 없었어. 그런데 이번사고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네.”

“그래?”

“정우야. 방금 그건 아무것도 아냐. 얘가 얼마나 똘똘하냐면....”


처남 옆으로 앉은 처형이 아침에 겪은 일들과 둘째 조카 지우에게 들은 내용을 얘기했다.

큰누나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처남의 얼굴은 시큰둥했다.

이제 1년 된 강아지가 수어를 이해하고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는다 말하면 누구나 처남과 같은 반응일 것이다.


처형은 눈으로 보고 판단한 일이지만 말로만 전해 듣는 처남의 감정이 같을 순 없었다.

거기에, 좀 전 엘리베이터에서 1805호 아줌마에게 사죄하는 것처럼 절을 했다는 말을 할 때는 피식 웃음까지 보였다.


“얘 좀 봐. 너 지금 내 말 못 믿는구나?”

“아니, 큰누나. 거짓말이라는 게 아니라, 조금···.”

“조금 뭐? 내가 너에게 과장할 이유가 뭐가 있어? 난 그냥 보고 느낀 그대로 말한 거야.”

“어, 큰누나 성격에 그럴 리가 없긴 하지.”


우리 처형은 똑 부러지는 성격이라 싫고 좋고 구분이 명확하다.

그런 큰누나 성격상 말을 과장되게 부풀릴 이유가 없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처남을 본 처형은 마음 상했는지 화제를 돌렸다.


“그 얘기는 그만하고. 넌,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야?”

“어. 지금 제작중인 드라마일로 누굴 좀 만나야 했는데, 마침 이 아파트에 살고 있더라.”

“그래? 윤희야, 우리 아파트에 연예인 살고 있었니? 난 왜 몰랐지?”


아파트 부녀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처형이 고개를 갸웃하며 아내를 봤다.


“언니가 모르는 일을 내가 알 턱이 있나.”

“누님들, 연예인이 아니라 예전 영화에 출연했던 강아지와 견주를 만나보러 온 거야.”


처남의 말에 발 닦고 조용히 엎드려 있던 내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아, 처남. 그렇게 놀라지마. 난 그냥 다음 얘기가 궁금해서 그런 거니까.’


날 보고 흠칫 놀라는 우리 막내 처남은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는 제작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경영학과를 나와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년전 자신의 꿈을 좇아 이직했었다.


연예인이 아니라는 말에 실망할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호기심을 보이는 처형이 말했다.


“개와 견주를 만난 거면 너희 드라마에 출연할 개를 찾는 거야?”

“응. 16부작으로 기획된 스릴러 형사 물이고, 주인공 동생이 강아지 키우는 걸로 나오거든.”

“형사물이면 개가 마약 같은 거, 막 찾으러 다니고 그러겠네?”

“응? 아냐, 그런 거. 형사로 나오는 주인공 여동생이 집에서 기르는 개야.”

“아···.”


스릴러형사물이라는 말에 꽂혀 호기심을 보인 처형은 처남의 대답에 실망한 표정이다.


진돗개 하면 왠지 밖에서 막 키워야 되는 시골 개 이미지 아닌가.

만약 주인공인 형사와 활약하는 개였다면 처형이 나를 들이밀어볼 생각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가녀린 여자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내 이미지는 안 맞다고 생각한 듯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만나본 개는 견 종이 뭐야?”

“12살 된 골든 리트리버.”


처남의 대답에 그럴 줄 알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처형과 아내였다.

새끼때는 동글동글한 인절미가 연상되는 귀여움, 커서는 온화한 성격이라 주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잘 따르고 좋아하는 천사 견이 리트리버였다.


“그럼 그 개로 정해진 거야?”

“아냐. 이전 영화 출연했을 때와 달리 오늘 보니 나이가 들어 그런 가, 영 활달한 맛이 없더라. 거기에 견주가 너무 많은 출연료를 요구하고 있고.”

“아, 출연료···. 근데, 개도 출연료를 사람처럼 많이 줘?”


출연료라는 단어에 처형과 아내의 시선이 약속한 것 마냥 동시에 내게 꽂혔다.

그걸 본 처남이 누나들의 생각을 읽은 듯 피식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흐흐, 그럼. 오늘 본 리트리버는 앞서 출연했던 영화에서는 1억에 계약했을 걸?”

“이야, 생각보다 많이 주네.”

“와, 개 출연료가 억이라니. 장난 아니네.”


금액에 놀란 누나들의 얼굴을 보며 처남은 재차 놀리듯 말했다.


“근데, 쟤 한테는 그 정도 금액은 안 줘.”

“아유, 그럼.”

“그건 당연하지.”


아무 생각없이 엎드려 있는 내게 손짓하며 장난스럽게 웃는 처남이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을 한 사발 드리 킨, 아내와 처형은 언감생심이라는 듯 손까지 흔들며 부정했다.

하지만 아내와 달리 처형은 미련이 남은 표정으로 처남에게 말했다.


“얘, 정우야. 아직 정해진 거 아니면 소생이 쟤도 한번 비벼볼 수 있을까?”

“어, 큰누나. 이거, 그냥 웃자고 하는 얘기 아니었어?”


마침 반려견을 키우는 누나였기에 장난처럼 편하게 말했지만 큰누나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얘, 소생이가 진돗개라 그렇지 정말 영리한 개야. 좀 전에 내가 한 얘기도 조금의 거짓없는 진실이고.”

“아이고, 큰누나. 이번 드라마는 차후 OTT에도 들어갈 거고, 주인공 동생 역을 맡은 여배우도 이십 대야. 근데, 진돗개가 나오는 그림이면 뭔가 좀 그렇지 않아?”

“아, 그래? 그럼 우리 소생이는 좀 힘들겠구나.”


최근 글로벌 OTT에서 방영하는 한국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았다.

거기에 한국 토종개인 진돗개가 등장하는 그림은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기에 처남의 말에 수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처형이었다.


자신이 아는 큰누나는 누구보다 개를 싫어했다.

그런데 지금 작은누나네 개를 바라보는 눈길은 마치 본인의 사랑스러운 반려견을 보는 것 같다.

그런 누나들을 보며 아직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썰을 풀었다.


“사실 이번 드라마 첫 대본에는 등장하는 개가 없었어. 근데 주인공 동생역을 맡은 배우가 걸그룹출신이라 연기가 좀 부족하거든.”

“그렇구나.”

“거기에 주인공과 동생이랑 둘만 사는 집에서 촬영하는 씬도 생각보다 밋밋한 그림이라 연출을 맡은 피디가 급하게 작가와 의논해서 강아지를 한 마리 넣기로 한 거야.”


주인공역의 남자배우가 선이 굵고 강한 인상이라 동생역은 발랄하고 통통 튀는 귀여운 이미지를 가진 걸그룹출신의 배우를 캐스팅했다.

어두운 범죄 스릴러 드라마의 긴장감을 밝게 풀어내기 위한 감초역할이 주인공 동생과 반려견이었다.

연출을 맡은 피디가 이전 감독한 영화에서 강아지를 넣어 재미를 본 경험이 있기에 결정된 일이었다.


“귀여운 여배우가 키우는 강아지면 아무래도 푸들이나 요크셔테리어 같은 작은 견종을 원하겠네?”

“아니, 딱히 정해진 견종은 없어. 다만, 촬영 때 통제가 안되면 힘드니까, 경험 있고 말귀를 알아듣는 영리한 개를 찾고 있는 거야.”

“아, 그래서 오늘 영화에 출연했던 개를 찾은 거였구나.”


처남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내를 보자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처남이 아내와 같이 집에 온 건, 날 보낼 유기견보호소를 알아 온 걸로 생각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말이 안되지만 지금 내 처지가 그만큼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제는 대화주제가 넘어가 장인 장모님 안부와 처형의 조카들 얘기를 나누고 있다.

더 이상 나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자 긴장감이 확 풀리면서 방광에서 신호가 왔다.


‘이거, 어쩌지? 지금은 내가 화장실로 가기에는 타이밍이 안 좋은데.’


소파 옆자리에 앉아서 세 사람을 보자 내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대화는 이제 죽은 나, 한동훈에 관한 이야기와 남겨진 아내와 외손자들에 대한 장인 장모의 걱정으로 넘어갔다.

다소 무거운 얘기라 세 남매의 표정이 어두운 걸 확인한 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대화를 나눈다고 정신없는 세 사람은 하네스 줄이 풀린 것도 모르고 있었다.


꼬리를 말고 움직임을 최소화해서 거실 화장실 앞에 도착한 나는 고개 돌려 재차 남매를 살폈다.

다행이 날 보는 시선이 없는 것 같아, 앞 발로 손 잡이를 내리고 화장실로 몸을 밀어 넣었다.


소생이로 바뀌고 화장실 변기에서 볼일 본 게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 새벽 가족들이 잠든 틈을 타, 큰일을 본 경험이 있었지만 지금은 소변을 봐야 했다.


먼저 커버가 올려진 변기위로 올라가 네 발로 중심을 잡았다. 이어 뒷다리는 변기 위에 남겨두고, 양 앞 발을 바닥으로 내렸다.

몸의 반 이상, 아래쪽은 변기 위에 걸쳐진 엉성한 모양세지만 어쩌겠나.

이러지 않으면 개 몸의 구조상 오줌이 변기 밖으로 튈 수밖에 없었다.


시원하게 볼일을 끝내고, 앞발에 중심을 두고 뒷다리를 바닥으로 내렸다.

이어 변기 옆에서 몸을 한번 흔들어 털고는 뒤돌아가, 변기 물내림 손잡이에 앞발을 올리고 힘을 줬다.

꾸루루룩!


시원하게 변기 물내려가는 소리가 나는 동시에 처형의 놀란 목소리가 내 귀에 확 꽂혔다.


“와, 이거 봐. 내 말 맞지? 얘 지금 변기에 볼일 보고 물내렸나, 봐.”

‘뭐야, 이거. 처형은 언제 문을 연거야.’

*


조금 전 내 생각과 달리 처형은 계속 내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던 같다.

지금까지 개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처형은 나에게 부쩍 관심이 많아진 모양이었다.

그런 상황에 내가 화장실 문을 앞발로 열고 들어가는 걸 보자 두 동생을 불렀다.


“얘들아. 방금 소생이 화장실로 들어갔어.”

“그게 왜? 큰누나, 개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게 이상한 행동이야?”


고개를 갸웃하는 동생처럼 뭐 그리 특별한 행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처형은 오늘 아침부터 보여준 소생이 행동에 호감도가 엄청 높아진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동생에게 자기가 경험한 소생이의 특별함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윤희야. 소생이가 원래부터 화장실에서 용변 봤어?”

“아니, 애들 아빠 말로는 진돗개는 특성상 집안에서는 볼일보지 잘 보지 않고, 참았다가 밖에 나가서 해결한다고 했어. 또 저렇게 스스로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도 오늘 처음 봐.”


평소 목욕하는 걸 엄청 싫어해서 화장실 가는 건 어디 도살장 끌려가는 것 마냥 굴던 녀석이었다.


“그래? 조금 전, 내가 산책 데리고 나갔을 때도 볼일 안 봤거든. 그럼 쟤가 지금 화장실로 간 이유는 한가지밖에 없겠네.”


그러고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휴대폰을 만지며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근데, 큰누나. 휴대폰은 왜 들고 그래? 개 볼일 보는 거 찍으려고?”

“응. 소생이라면 왠지 변기에서 볼일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에이, 언니는 무슨 말도 안되는 그런 상상을 하고 있어?”

“하하, 큰누나. 그 정도로 영리한 개라면 바로 영상으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려도 되겠네.”


동생의 말에 눈을 반짝이고 화장실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변기 물내려가는 소리가 나자 다급하게 문을 열었다.

다른 한 손에는 휴대전화 동영상기능을 실행시킨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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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얘들아 나 누구 개? 24.02.20 33 0 11쪽
2 얘들아 나 누구 개? 24.02.19 46 1 12쪽
1 인생 끝 견생 시작. 24.02.19 89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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