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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S 뉴비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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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포라
작품등록일 :
2024.03.04 02:25
최근연재일 :
2024.03.07 01:57
연재수 :
4 회
조회수 :
292
추천수 :
8
글자수 :
19,223

작성
24.03.07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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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빌례뜨 98-3

DUMMY

빌례뜨 98-3


"젠장! 파투난 날 솔로큐를 돌리는 게 아니었어!"


허억, 허억. BJ 지구젤리는 거친 숨을 내뱉었다. M4 카빈에 회색 얼룩이 뒤덮인 도시형 위장복. 다른 방송인과 합방 계획이 파투나서 급하게 돌린 솔로 큐인지라 기본적인 복장만 갖추고 있던 그녀는 목이 타들어 가는 기분에 인상을 구겼다. 당장에라도 목을 축이고 싶었으나, 허리띠가 파손되면서 물병은 수류탄과 함께 실종되었다. 다행히 가슴팍에 의료 킷 하나는 남아있어 사용 버튼을 눌렀다.


자동으로 부상 부위에 붕대가 감겼다. 몰입을 위해 높여둔 싱크로율 때문에 발생하던 고통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다시 한번 술을 토해낸 지구젤리는 남은 탄환을 계산하면서도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가볍게 한판 돌리려다 이런 미친놈을 만날 줄 상상도 못 했네요. 그 새끼 눈깔 핏줄 다 터진 거 보셨죠?"


-어디서 저런 미친놈이 나온 거야?

-최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급 ㄷㄷ

-황정민이 부르는 밤양갱 박자 맞추는 것 같은 에임 미쳤네.

-잼민이들 좀 쳐내라. 무슨 방송에서 지들 잡담 챗만 하고 있냐.

-엄석대를 아는데 잼민이겠어?

-근데 게임 관련 정보는 일종의 도움 행위로 간주하잖아. 바로 블라 처리 돼서 진지하게 보는 사람은 다 입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긴 함.


아무래도 방송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좀 더 힘들 수밖에 없었다. 게임 정보뿐만 아니라 채팅도 읽으며 분위기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구젤리는 평소 소통을 중요시했지만, 이번만큼은 사냥감 처지라서 그런 여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시청자가 뭐라 하든 자기 할 말을 주룩 내뱉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놈이 봐준 것 같아요. 이 게임 2년 하면서 웬만한 변태는 다 만난 줄 알았는데 웃통 벗고 다니며 다른 사람 고통 느끼는 걸 즐기는 변태는 처음입니다. 나 말고도 몇 명 질질 끌려가던데 시간 좀 벌 수 있는지···"


콰아아앙!


지구젤리는 예상치 못하게 밑에서 폭발음이 들리자, 놀라서 벌떡 일어나 한쪽 구석으로 비켜섰다. 포오옥. 바닥에 균열이 가더니 지하에서 무언가 올라왔다.


"젠장!"


타다다다당! 반사적으로 트리거를 당기던 지구젤리는 시야가 좀 더 선명해지자 손을 멈추었다. 지하에서 올라온 무언가는 이미 죽어있는 시체였다. 상반신만 덜렁 있었는데, 뜯겨나간 허리 모양새를 보니 폭발 충격으로 튀어 오른 모양새였다. 사격 자세를 풀지 못하고 그대로 멈추었다. 콧노래가 귓가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쓱. 낯선 이의 손이 자신의 어깨에 올라온 걸 알아차린 지구젤리는 온몸이 정지되었다. 아까까지 격하게 숨을 내뱉던 폐가 순식간에 고장 난 듯 작은 숨조차 나오지 않았다.


"찾았다. 잘 도망 다니네?"


철컥. 상대는 총구를 관자놀이에 올렸다가 조금 내려 광대뼈를 찔렀다가, 다시 손을 올려 이마를 쿡쿡 찍었다. 다섯 살배기 갓난아기에게 지워진 프라모델 장난감 마냥 박살 난 미래가 훤히 그려지고 있었다. 습격자는 바로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고민하고 있었다.


"어떻게 한 거야? 순식간에 스륵 사라진 거. 다리를 맞춰서 이동 불가로 만들고 머리를 터트리는 게 내 습관인데··· 갑자기 뒤로 획 날아가서 실수로 허리띠만 부셨어."


지구젤리는 상대방의 질문을 가만히 듣더니 마른 입술을 달싹였다.


"로프. 로프야. 엄폐물 없는 구역 돌아다닐 때는 미리 건물에 로프 연결해 두었다가 되감으면 비상시에 탈출 루프 하나는 확보할 수 있어."


"오, 그렇군."


타앙! 정보를 얻은 그놈은 방아쇠를 당겼다. 지구젤리는 몸이 옆으로 풀썩 쓰러지면서 동시에 기차로 튕겨 나왔다.


"허억···"


마른 목부터 축인 그녀는 연신 기침하더니 입가를 닦았다. 빌구를 꽤 오랬지만, 한판에 이 정도로 심력을 쏟은 건 드물었다. 처음 고랭크를 찍을 때나, 운 좋게 프로게이머와 팀으로 대회를 나갔을 때뿐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수습하고 채팅 창을 응시했다.


"와, 진짜 돌았네요. 그래도 몇 가지 알아낸 건 있어요. 방금 얼굴 가까이 마주했을 때 냄새가 났거든요."


-ㄹㅇ. 후각 기능 안 켰는데도 피 냄새 오지더라.

-알몸에 다른 사람 가죽 튄 거 그대로 닦지도 않고 다니니··· 정말 무서웠음.

-아 ㅋㅋ. 이게 뭐가 무섭다고 오두방정이나. 오늘은 할머니랑 자야지.


"아니요. 피 말고 술 냄새. 요즘 디바이스가 거의 현실 수준이라서, 접속 전 상태도 그대로 다 반영하잖아요. 그 사람 피 때문에 피부가 빨갛게 보이는 줄 알았는데 그냥 만취한 것 같더라고요."


-음? 행동은 취한 게 맞아 보이긴 했지만, 그 에임이 맨정신이 아니라고?

-정체가 뭐냐.

-혹시, 성이 존 씨인가?

-이름은 나고?

-아니 ㅅㅂ 트롤촌에 있을 행색인데 왜 실력은 프로게이머 급이냐고.


"그리고 로프 탈출법도 모르는 걸 보니까 게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였어요. 다른 게임 경력은 몰랐는데 빌구는 확실히 초보자인듯해요."


지구젤리는 다시 목을 축이고 미간을 찌푸렸다. 티어 5 구간 큐에서 리볼버 한 자루 들고 터벅터벅 걸어 다니면서 다 죽이는 남자. 쉽사리 잊힐 관상이 아니었다.


"뭐, 어쨌든 하이라이트 영상 각은 미친 듯이 잘 나왔네요."


-바로 정신 차리자마자 인기 동영상 각 보는 것 보소 ㅋㅋㅋㅋㅋㅋ

-아따, 우리 지구젤리 형님 상여자여.

-빌구 모르는 사람은 FPS가 아니라 공포 게임인 줄 알겠네 ㅋㅋㅋㅋ


"위기는 기회로 잡아야죠. 될 수 있으면 같이 큐라도 돌리면서 연작으로 가보고 싶긴 한데··· 연락을 받아줄지 모르겠네요. 일단 같이 게임 해본 사람은 쪽지 보낼 수 있으니 연락 넣어볼게요."


-진짜 초보면 듀오각 나올 듯. 그래도 우리 방장이 짬밥이 있어서 이런저런 공략 팁 많이 아니까.

-음음. 프로게이머한테 칭찬도 받았다고.

-쓰레기통 존버 플레이로 말이지 ㅋㅋㅋ.

-그것도 음식물 쓰레기통이라 입에 곰팡이 핀 총각김치 물고 두 시간 숨어있었음.

-상금을 위해서라면 똥통에도 들어갈 상여자 지구젤리 ㄷㄷ.


"틀린 말은 아니긴 하나요. 게임 할 때는 미친 듯이 무서웠는데 조금 감정이 식으니까 기회처럼 보여요. 적이 아니라 같은 팀으로 할 수만 있으면··· 발가락이라도 핥아줄 수 있어요."


-ㅜㅗㅏ

-ㅜㅗㅏ

-ㅜㅗㅏ

-근데 지구젤리 혓바닥 피어싱 오져서 발바닥 피부 다 까질 텐데.

-못 걸어 다니게 만들려는 큰 그림 ㄷㄷ.

-어허! 피어싱이 아니라 의료 기구라니까··· 피폭당해서 변이된 건데 그건 놀리지 말아야지.

-다른 사람보다 두 배 길어지는 혀 못 참긴 해.

-둘이 같이 있는 그림 상상해보니 딱 그거네. 지네 요괴와 길 가던 선비 전래 동화.

-지네요괴 미친 새끼인가 ㅋㅋㅋㅋㅋ.

-마! 같은 지 씨니까 잘 어울리네.

-그··· 지구젤리는 지네 요괴가 맞지만, 상대방 얼굴은 아무리 봐도 선비가 아니라 나무꾼이나 건달인데?


시청자들과 적당히 농담을 주고받은 지구젤리는 혹시나 해서 빌구 방송 목록을 훑어보았다. 그런 유저라면 소문이 났을 텐데 인기 순위 목록에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간대 빌구 방송하는 사람만 3천여 명. 인구 급증에 개나 소나 방송하는 시대라 그리 주류 게임이 아닌데도 이 정도다. 도저히 찾을 수가 없기에 금방 포기하고 다음 큐를 돌릴지 말지 고민했다. 당당한 척했지만, 아직도 핏발 서있는 두 눈이 아른거렸다. 지구젤리는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 분석은 여기까지. 영상은 편집자님에게 인센티브 줄 테니 빨리해달라고 부탁해둘게요. 그리고 전 다음 큐 돌리겠습니다."


공포 보다는 돈이 우선이었다. 한판 하고 끄는 건 시청자들에게 분노를 일으킨다는 걸 잘 알았기에, 다음 큐를 잡았다. 기차가 어두운 사막을 달리며 지구젤리를 다음 전장으로 이송하기 시작했다.


***


KDM8276은 만사가 느긋한 취객이었다. 흥얼거리면서 목적지로 표시된 곳을 향해 걸어갔다. 붉게 반짝이는 안내 지점이 만취한 사람에게는 드러누울 구들장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와중에 마주치는 이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것도 잊지 않았다. 타아앙!


-우라!

-우라!

-우라!


체팅창은 예배 현장이 되어있었다. 디바이스 가상 공간에서 관람하면서 자신의 무릎을 때리는 건 당연했다. 군화로 갈아신고 발을 구르는 이도 있었다.


-아쉽군. 이 광경을 더 많은 이들이 목도해야 하는데.

-방송인이 수두룩한 세상이라 힘들지.

-내가 재밌는 거 하나 알려줄까? 이 카레이스키 방송 시청자 중에 카레이스키는 한 명도 없다는 거야.

-모두 북풍의 무서움을 아는 자들뿐이지.


드르륵. KDM8276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안개 자욱한 호수가 그를 맞이했다. 동시에 고무보트를 선점하고 출발하려던 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마주치기 전에 리볼버가 둔탁한 화염을 토했다. 엔진 시동을 걸기 위해 줄을 잡은 상태에서 미간에 구멍이 뚫리자 옆으로 풀썩 쓰려졌다. 물과 안개는 시체를 빠르게 숨기고 아무 일도 없는 현장으로 만들었다.


드르륵. KDM8276은 호수를 횡단했다. 안개는 그에게 큰 이점이 되어주었다. 게임의 재미를 위해 이 판에서는 열 감지기가 금지되어있었기에, 본능이 뛰어난 사람이 고점을 잡는 건 당연했다. 더군다나 장거리 저격도 없으니, 청바지만 입은 남자 한 명 깽판을 치는 걸 막을 이가 없었다. 타아아앙. 뿌연 장막 속에서 소리만 물결쳤다.


결국, 시대에 뒤떨어진 리볼버 총성만 요란하게 회반죽 안개를 섞었다. 그마저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고무보트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한 KDM8276은 회로를 가슴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죽은 이 주검에서 거둬들였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정직하게 일직선으로 걸어왔기에 피로 길이 이루어져 있었다. 호수에 들어온 뒤로는, 물이 흐르지 않아 죽은 자리에 둥둥 떠있는 시신들이 징검다리가 되어있었다. 와중에 28 kill이라는 숫자가 허공에 둥둥 떠다녔다.


"크흐흐···"


KDM8276은 바닥을 보며 히죽 웃었다. 도우미 같은 여성 홀로그램 상이 튀어나와 손뼉을 쳤다. 정산 시간이었다.


[매우 뛰어난 성과를 기록했군. 그저 감탄만 나와.]


한 게임 내 최다 킬, 첫 10킬 보상으로 기차 내부 치장 아이템을 줬다. 1등은 아니었다. 목적지가 가까웠던 이들이 벌써 도달해서 세 번째 순위를 기록했다.


-어쨌거나 이게 빌구의 묘미지. 아무리 무력이 뛰어나도 전술과 운이 없으면 1위 먹기 힘들어.

-정말 짐승이 따로 없군.

-술에 꼴아서 이런 건지, 원래 이런 건지 모르겠어.


"아쉽다."


-이런 살육에도 아쉽다니.

-진정한 전사의 유전자군.

-아쉬우면 한 판 더 하지?

-이봐, 달랑 한 게임만 하고 가는 거야?

-이건 어쩔 수 없어. 상태가 심각하게 안 좋잖아.

-다음 방송은 빨리 켜달라고.

-그래, 후원도 넉넉하게 넣었으니까.


"아껴먹던 테네시 위스키가 다 떨어졌네. 옥수수와 보리, 고구마의 환상적인 비율에 코끝을 찌르는 오크향··· 거기에 스모크한 맛은 정말 환상적이었는데. 하··· 빈 병이 아른거려서 너무 아쉽다."


러시아 시청자들이 보는 가운데, 아메리카 위스키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눈을 파르르 뜨며 마지막 목 넘김을 상기했다.


-?

-?

-우라는 개뿔 우라질.


***


다음날. 김상현은 숙취에 정신을 못 차리면서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어머니가 더는 약이 필요없는 완치 판정을 받은 게 기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신 반동이 몸을 지배했다.


"어으··· 머리야."


몸을 돌리다가 둔탁한 금속이 살에 닿자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 옆에 왜 디바이스가 널부러있는지 모르겠다. 비싼 기기라 조심히 탁자 위에 올리고 손을 꿈틀거렸다.


"물 좀 가져다줘."


가정 로봇은 김상현 부름에 물잔을 들고 다가왔다. 동시에 밤중에 있었던 변동 사항을 보고했다.


[방송 후원이 도착했습니다. 주방에 보관해두었으니 확인 바랍니다]


"음? 무슨 소리야?"


[후원이 너무 많아 집안 보관 용량을 초과하였습니다. 과도한 적재는 미관을 해할 수 있기에 56병은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창고로 이송조치 하였습니다]


번역을 토해냈다. 세르게이라는 사람이 병당 50만 원짜리 벨루가 골드 보드카를 다섯 병이나 보냈다. 그 밖에도 다양한 러시아 와인, 강주, 맥주 등이 60병 넘게 주방을 채우고 있었다.


[자동 판매 프로그램을 실행할까요?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처분해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김상현은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술에 취해서 정신을 잃은 동안 술 백 병을 후원받았다고? 아니 아시아인에게 외국인들이 후원할 만한 이유가···"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불건전한 워링 사이트 문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서··· 성인 방송이라도 해버린 건 아니겠지?"


다급히 디바이스를 확인하니, 어젯밤 방송을 한 기록이 나왔다. 그리고 그 방송에는 아주 또렷한 19금 딱지가 붙어있었다. 빌구는 엄연히 성인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김상현은 좀 더 자세한 사향을 확인하지 않고, 겉표지에 절규했다.


"시바아아아알! 스물여덟 먹고 인터넷에 순결 팔아서 후원 받다니이이이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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