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공백

FPS 뉴비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

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메타포라
작품등록일 :
2024.03.04 02:25
최근연재일 :
2024.03.07 01:57
연재수 :
4 회
조회수 :
291
추천수 :
8
글자수 :
19,223

작성
24.03.05 02:38
조회
71
추천
2
글자
14쪽

빌례뜨 98-1

DUMMY

빌례뜨 98-1


김상현은 스물 여덟 나이까지 가상현실 게임을 한 적이 없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에라 독한 새끼. 고작 이 돈 받으려고 진짜 안 하고 살다니···"


"크흐흐. 처음 몇 년은 신경도 안 썼는데, 나중에 여유 생겨도 그 몇 년이 아깝더라고."


"그래. 이거 먹고 꺼져라."


친구가 장난스럽게 던진 종이봉투를 웃으면서 받아들었다. '야! 너 공부 제대로 할 거라면서? 그럼 15년동안 디바이스로 접속되는 게임 안 하면 내가 백만 원 준다!' 중학생 나이에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긴 세월과 가장 큰돈으로 한 다짐. 갓난아기 때부터 서로 얼굴을 더듬거리다가 뺨을 때리며 정든 죽마고우는 그 약속을 지켰다. 진정한 친구 최무식은 피식 웃음을 짓고는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었다.


"이제 돈도 받았는데 게임 시작할 거냐?"


"글쎄. 이게 유흥도 버릇이라고 클럽 안 가본 사람은 근처에서 토 쏠린다고 하잖아. 디바이스는 업무와 영화 보는 용도로 가지고 있긴 한데··· 가상 현실로 구현되는 게임은 영 내키지가 않네."


"아이고. 다 내 잘못이네. 사내놈을 게임 한번 못해본 쪼다로 만들어버렸어."


"그 대신 좋은 직장을 들어갔지."


"어쨌거나 만약 할 거면 이거 해라. 내가 요즘 푹 빠져 살고 있는데 이름은 빌례뜨 98. 한국에서는 빌구로 불리는 게임 러시아산 FPS야."


"이름 되게 어렵네."


"그게 표라는 뜻이거든. 전장에 죽으러 간다는 건 저승에 가는 98번째 기차표를 끊었다고 표현해."


"그리고 난 FPS가 무슨 단어 요약인지도 몰라. 초당 프레임은 당연히 아닐 거고."


"First Person Shooter. 그냥 총 들고 나오는 적들 머리통에다가 빵빵 쏘면 되는 거지. 스트레스 확 풀린다고."


사실 김상현은 최무식의 말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냥 친구와 술자리를 즐길 뿐이었다. 멀쩡히 잘살고 있는데 굳이 총기 격발음을 생생하게 귀에 담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내가 빌구 제법 재능이 있는 모양이더라고. 시작한 지 한달인데 벌써 티어 3까지 올라갔어. 물론 아직도 초보자 단계이긴 한데, 그래도 나름 빠른 속도이지. 하··· 진짜 수준 있는 중급 단계는 티어 5부터라는데··· 거기서부터는 SCAR-H 같은 반동 좀 튀는 총기가 나오거든. 그건 소리부터가 다르다고."


"그래그래. 재밌어. 보이네."


최무식은 흥분해서 소주병을 소총 마냥 잡고 이리저리 돌렸다. 그 모습을 보던 주인아저씨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휴전선에 안드로이드 200만 명을 박아서 모병제로 바뀐 시대, 미필 청년이 오지랖을 떨고 있는 모습이 셰익스피어 비극보다 흥미로운 모양이었다.


***


인간은 누구나 한 번쯤 망상을 하곤 한다. 연휴 마지막 날 심심함에 찌들어버린 김상현도 그러했다. 최무식이 알려준 게임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냥 하는 건 조금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나 소나 스트리밍하는 시대. 심지어 개나 소가 인간보다 훨씬 조회 수가 잘 나왔다. 김상현도 이왕 게임 할 거 방송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도 제법 근사하게 뽑았다. 「가상현실 게임 경력 전혀 없는 인간의 첫 경험」 그리고 3시간이 지났다. 방송에 들어오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럼 그렇지."


김상현은 한숨을 푹 내쉬고 허공에 손을 올렸다. 백색이었던 가상현실 공간이 일그러지고 биле?т 98 로고와 투박한 기차 경적이 울렸다. 동시에 텅 비어있던 방에 시청자 한 명이 들어왔으나, 게임에 집중한 김상현은 보지 못했다.


세상이 다시 한번 흔들리고 김상현은 기차 안에 들어와 있었다. 고개를 내려 손을 바라본다. 이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양손을 몇 번이나 쥐였다가 펴기를 반복하고 있으니 눈앞에 홀로그램 여성상이 맺혔다.


-불편한 자리에서 잘도 자더군. KDM8276 요원.


김상현이 닉네임을 설정하지 않았기에 무작위로 정해진 이름이 출력되었다. 오히려 이게 몰입에는 더 도움이 되었다. 괜스레 광광우럭따 이런 걸로 설정했으면 정말 어색했을 거다.


-자느라고 감각을 잃어버린 건 아니겠지? 마치 앞칸이 훈련장이니 내리기 전에 몸이나 풀지.


"흐음. 튜토리얼이군."


최무식 떠벌거리는 걸 자주 들었던 KDM8276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칸 문을 여니 테이블 위에 총기 세 자루가 놓여 있었고 하나를 고르라는 안내문구가 친절하게 붙어있었다.


잠시 보던 KDM8276은 Beretta M9를 집어들었다. 길이 217mm, 탄창 용량 15발. 블랙으로 마감되어 권총의 정석처럼 생겼으며, 만졌을 때 촉감이 매우 좋았다.


"내가 총기를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어. 자세히 설명해줘."


허공에 중얼거리자 잠시 화면이 일렁거렸다. 그리고는 회상 장면처럼 특수 부대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상단에 나타났다.


-일단 탄창을 교체해 봐라. 총 아래쪽에서 누른 뒤, 앞으로 밀면 빠진다.


교범을 보여주니 따라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KDM8276은 게임 속이라 그런지 총이 장난감 같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 그다음 새 탄창을 홀에 집어넣어. 상단에 걸고 있던 해제 레버는 놓고. 슬라이드를 당기면 총열로 총알이 이동하면 이렇게 마찰로 틱 하는 소리가 나. 전장에서는 놓치기 쉽지만, 조용할 때 미리 들어서 적응해 두라고. 마지막으로 레버를 당겨 총을 콕킹하는거야.


"콕킹?"


-Cocking. 발사구에 총알을 놓고 총격 준비를 하라고. 다 끝났으면 표적지를 정확히 보고 사격해.


"후우··· 긴장되는걸?"


트리거를 당겼다. 김상현은 보통 총기하면 탕! 이런 소리를 떠올렸다. 그런데 실제로 옆에서 들으니 파아아앙! 이렇게 큰 울림이 귀를 때렸다. 표적지 정중앙이 뚫렸다.


"스트레스 풀리긴 하네."


-마지막으로 조언 하나 하지. 총을 쏠 때는 머리를 노리지 마.


"응? 영화에서는 화끈하게 터트리던데."


-어차피 인간은 몸통만 맞아도 무력화된다. 방탄복이 있어도 충격은 그대로이지. 굳이 머리를 노릴 필요없이 큰 표적에 연발을 갈기는 게 났다. 물론 자네가 머리를 맞출 능력이 있다면 그만한 보상이 따르겠지.


"뭔 소리야."


귀를 한번 허우적거리고 다시 표적을 바라보았다. 타앙타앙! 15발을 모두 쏘고 탄창을 갈았다. 이런 간단한 튜토리얼이 끝나자 다시 여자의 상이 홀로그램을 나타냈다.


-곧 있으면 전장에 도착한다. KDM8276. 첫 전장에 대한 준비는 되었나?


"뭐, 그럭저럭?"


[입문자 티어 조정을 위한 전장입니다! 일직선으로 이어진 목표 지점까지 걸어가시면 됩니다. 등장하는 적은 모두 AI로 유저님의 실력에 따라 다음으로 나타나는 적의 행동이 수정됩니다]


컷신이 진행되면서 황폐해진 도시에 발을 디뎠다.


-KDM8276. 다른 무기도 챙기도록.


"됐어. 권총도 처음 잡아보는데 소총은 어떻게 쓰라고. 심지어 폭탄은 나까지 휘말릴 수 있으니 복잡한 건 질색이다. 멋도 없고."


KDM8276은 가볍게 생각하고 방탄복도 없이 후줄근한 차림에 M9 한 자루만 만지작거렸다. 어차피 연휴 마지막 날 할 일이 없어 시작한 게임이다. 방송으로 돈벌이한다는 환상에 세 시간이나 날린 상황이라 빨리 진행하기를 원했다.


둔탁한 콘크리트에 발을 디디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어흐··· 공기 좋다. 자동차 없는 것만으로도 이리 상쾌하다니."


경치를 좀 더 만끽하려는데 적이 나타났다. 무슨 좀비 마냥 아주 느린 속도로 다가왔다. 달깍. 타아앙! 풀썩.


[headshot!]


KDM8276은 총구 돌리고 눈으로 바라보았다. 방금 격발되어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총으로 생명체를 쏜 게 처음이라 신기해서 이리저리 살피다가 뒤쪽으로 몸을 살짝 비틀었다.


타앙.


[headshot!]


"오우. 현실감 넘치네. 피가 치솟는 모습을 보아하니 왜 성인 게임인지 바로 알겠어. 러시아인들은 이런 걸 좋아하는구만."


타아앙! 타아앙! M9는 반동이 적었다. 대신에 연사 그리 빠르지는 않았다.


[headshot!]

[headshot!]

[headshot!]


"하아아암."


KDM8276은 지루함에 왼손으로 입을 막아 하품하고 오른손으로 트리거를 당겼다. M9를 공중에 던지면서 허리춤에서 새 탄창을 꺼내고, 떨어질 때 홀에 쓱 끼웠다. 슬라이드를 조작하기 위해 잠시 왼손을 사용했다. 찰칵. 타아앙!


"튜토리얼이라 그리 어렵지는 않네."


적들은 조금씩 빨라지고 조금씩 총기에 능숙해졌으나, KDM8276에게는 다 비슷하게 보였다. 창문을 넘어서 오는 놈, 바닥 맨홀에서 튀어나오는 놈, 정면에서 콘크리트 파편에 엄폐하고 있는 놈. 대각선 코너에 숨은 놈. 네 명이 동시에 자신에게 총구를 돌리는 걸 보면서도 반쯤 감긴 눈은 뜨이지 않았다.


콰직! 맨홀 사이로 살짝 보이는 눈동자를 발끝으로 찍었다. 운동화에 유리체와 피가 섞어 분홍색 점액질이 묻어났다. 타앙! 창문을 넘어오던 놈이 건물 벽에 붉은 현대 미술 자국을 남기고 추락했다. 피잉. 대각선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예측해서 맨홀 뚜껑으로 막았다. 동시에 눈알 하나 없는 놈 머리카락을 잡아 들고 방패 삼아 전진한다. 파바바박. 콘크리트 파편 앞에서 던져버리면서 대각선 방향에 있는 놈부터 꼬꾸라트렸다.


"까꿍?"


엄폐물을 넘어가니 숨어있던 놈이 질겁한다. KDM8276은 피식 웃었다. AI가 공포를 느낄 리 없었다. 잘 구성된 인형일 뿐이다. 타아앙!


"읏차."


바닥에 발을 디디며 마지막으로 방패로 삼아던 외눈 친구를 툭 건드렸다. 방탄복 때문인지 아직도 숨이 붙어있었다. 나름 도움이 되었으니 편히 쉬라고 관자놀이에 총구를 꾹 누르고 트리거를 당겼다.


[headshot!]

[headshot!]

[headshot!]

[headshot!]


뒤늦은 알림과 함께 9mm 탄약이 우수수 떨어졌다. KDM8276은 탄을 주우면서 피식 웃었다. 아무리 현실감 넘친다고 하지만 아이템 떨어지는 걸 보면 확실히 게임은 게임이었다.


탕! 백 명쯤 죽었을 때 목적지로 깃발이 보였다. 동시에 KDM8276은 지루함을 도저히 참지 못했다.


"재미없네···"


뒤이어 떠오르는 창을 보지도 않고 게임을 종료했다. 디바이스에서 로그아웃하면서 방송도 자연스레 꺼졌다.


***


[Сергей:

탐방 도중 미친 방송 발견함. 일단 설명 없이 다시보기 녹화한 영상 첨부함.

이제 막 시작한 뉴비임. 가상 게임 이력도 없음. 이 사실을 보면서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저 정도면 한 티어4까지 점프하겠는데?

-사각지대에서 나오는 건 어떻게 알아차린 거야.

-Удивительно! 우리 마누라 보드카 빨고 내 옷 벗길 때 흉포함을 닮았어.

-드디어 고인 게임에 혁명이 일어나는 건가?]


김상현의 방송을 끝까지 본 세르게이는 바로 커뮤니티에 글을 썼고 빌례뜨 98 러시아 유저들이 연달아 클릭했다. 관심이 쏠리는 와중에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가 글에 달렸다.


[-다음 방송은 언제야?]


안타깝게도 김상현은 방송할 이유가 없었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전설의 뉴비가 아무런 소식도 없이 사흘이 지나자 러시아 유저들은 세르게이를 욕하기 시작했다.


[Дима:

세르게이 이 새끼, 뉴비 방송 제 혼자 쳐보다가 이 사달 났네. 시청자가 없으니까 다시 안 켜지. Лол]


[Иван:

심지어 후원도 안함. 대통령 뒷구멍 닦아주면서 돈벼락 맞은 인간이 지갑까지 닫았으니 방송 다시 할 리가 있나.

-그냥 방송에 몰입하다 보니···

-대통령이 옹색한데 그 따까리가 오죽하겠어?]


[Катя:

카레이스키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재미없네'였지? 방송이 아니라 그냥 빌구에서 관심 끊은 듯.

-이전까지 가상현실 게임을 안 하고 살았으니···

-티어 올라가면 수준 맞는 사람들 나타날 텐데 Очень грустно]


한달이 지났다. 이제는 유저들이 게임 하다가 세르게이를 만나면 무조건 죽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제는 왜 그를 욕하는지 기억도 안 나는 때에 갑작스럽게 방송 시작 알림이 왔다. 유일한 구독자였던 세르게이는 발작하듯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Сергей:

드디어··· 드디어 그 뉴비가 두 번째 방송을 켰어. 또 지랄하지 말고 빨리 가서 봐!]


러시아인들 80명이 모여들었다. 문제는 방송 상태가 그들이 원하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게임 한 번 하고 재미없어서 그만둔 사람이 다시 켤 이유가 무엇 있겠는가?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에··· 넌 광야를 떠돌고 있어

아야야야야야야~ 나의 분신을 찾고 싶어, 아야야야야야야~"


그렇다. 김상혁은 만취한 상태였다. 술김에 디바이스에 접속해서 괴상한 노래를 불렀다. 게임 대기장소로 쓰이는 기차는 목적지 없이 달렸고, 덜컹거리는 가운데 불규칙한 박자가 섞여나왔바.


-아무리 봐도 사우스가 아니라 장마당에서 디바이스 주은 노스 코리안 방송 같은데?-


기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인사불성 상태인 KDM8276은 갑자기 눈을 번득이더니 상의를 양손으로 잡았다.


"아··· 더워."


-갓뎀. 세례라고 갓난아기 시절 물고문당한 기억이 떠올라.

-수많은 여캠 놔두고 미쳤다고 남자 스트립 방송을 보고 있다니···


자신의 집인 줄 알고 훌러덩 벗기 시작했다. 다행히 바지는 게임 규정상 벗을 수 없었으나 상반신이 죄다 노출되었다.


-어··· 평범하게 뱃살 두둑한 몸이었으면 그냥 웃었을 텐데, 와중에 몸은 왜 이리 좋은 거지?

-내가 이런 걸 보려고 시간 낸 게 아니야.


결국 한 명이 이탈하고 79명이 남았다. 다른 러시아인들도 줄지어 나가려는 그때.


타앙.


긴 총성이 울렸다. 총알이 날아간 자리는 파리가 앉아있었던 흔적으로 날개 한 짝이 허공에 체류하고 있었다.


KDM8276은 조용히 몸을 앞으로 숙이고 총구를 혓바닥으로 핥았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시선이 의도치 않게 시청자들 정면에 마주한 순간, 총구를 입술 위에 올렸다.


"쉿."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PS 뉴비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 빌례뜨 98-3 +3 24.03.07 53 1 14쪽
3 빌례뜨 98-2 +1 24.03.06 57 3 13쪽
» 빌례뜨 98-1 +1 24.03.05 71 2 14쪽
1 프롤로그 +4 24.03.04 110 2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