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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S 뉴비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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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포라
작품등록일 :
2024.03.04 02:25
최근연재일 :
2024.03.07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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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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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6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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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례뜨 98-2

DUMMY

빌례뜨 98-2


김상현은 중, 고등학교에 다닐 때 재개발 현장을 통학로로 삼았다. 등굣길에 심심치 않게 주민과 용역들이 마찰을 일으키는 걸 보곤 했는데, 침만 튀기는 게 아니라 쇠파이프나 각목 따위가 심심치 않게 오가고는 했다. 이름 모를 우글우글한 회색 장벽을 돌아서 가면 50분이 더 지연되기에 그런 고성과 격투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위협용으로 휘두르던 각목이 반으로 부러지면서 사람 머리에 정통으로 떨어졌다. 그건 용역 업체 직원도 주민도 아닌 식사 배급하던 자원봉사자였다. 피 묻은 나무토막이 시래깃국에 풍덩 빠지고, 사람이 흙바닥에 철퍼덕 엎어졌다. 비명은 없었다. 사지가 고장 난 스프링 튕기듯이 버둥거릴 뿐이었다.


그 사달이 나고도 다음날 또 두 분류의 사람들은 핏대 높이며 싸우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져 짓밟히는 시레기 한 조각이 유난히 크게 보였다. 김상현도 그들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50분을 아끼기 위해 재개발을 횡단하는 오늘을 보냈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건 있었다. 자신의 집 사정도 저들과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으니, 급할 때 어머니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감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 틈 나는 데로 동사무소에서 지원하는 스포츠 프로그램에 꼬박꼬박 참여했다. 아주머니들과 뒤섞여 요가 하면서 관절이 자극받아 키가 훌쩍 컸고, 킥복싱 다이어트가 유행할 때 월 15,000원에 싸게 교습받았다. 그 덕분에 몸은 군살 없이 길쭉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어찌 보면 복지 시스템 무료 강습이 만든 괴물이기도 했다.


그런 인간이 가상 세계에서 KDM8276로 이름을 바꾸고 너저분하게 앉아있었다. 술에 절어진 상태로 고개를 흔들다가 무심코 미확인 메시지를 눌렀다. 이전에 다 읽지 않고 종료했기에 조정 결과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압도적인 실력입니다. 이제 막 시작했다고는 믿기지 않는군요. 티어 5 구간과 매칭됩니다.]


[시작단계에서 급격한 티어 상승이 이루어졌습니다. 패배하더라도 포인트가 감소하지 않는 보호 기간이 적용됩니다.]


[전설은 탄생하는가? 당신에게 경의를 표한 개발자들이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KDM8276의 기행은 단 한 명의 시청자만 보고 있었던 게 아닌 모양이다. 제작진이 직접 선물 하나를 보냈는데, 아무 총기나 구매할 수 있는 티켓이었다.


-반동이 큰 총 사용하는 걸 보고 싶군.

-영상으로 볼 때 이 정도 돌격 실력이면 샷건도 나쁘지 않아. 방탄 찢어발길 녀석으로 말이지.

-저격 한번 해볼 생각은 없어?

-이런··· 위에 녀석들은 그런 점들에만 관심이 있는 모양이야. 신입이 시작하자마자 운영진 관심을 받을 정도라는 점을 우선시해야지!

-세르게이 영상 줄기차게 본 우리에게는 그건 이미 당연한 상식이야. 너희 어머니가 굴라그 끌려가신 것처럼. Лол.

[부적절한 발언을 감지하여 블라인드 처리합니다]


만취한 KDM8276은 올라오는 채팅을 읽지 않았다. 관객들에게 선택지는 없다고 확언하듯, 자신이 원하는 데로 손을 뻗는다. 그건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물건이었다.


-미쳤군. 이걸 고른다고?


그가 선택한 건 시대에 뒤떨어지는 M1878 리볼버였다. 서부시대 보안관들이 무법자를 처단하던 총기가 손에 착 감겼다. 고른 이유는 단순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가장 멋지게 보였기 때문이다. 휘릭 휘두르고 총알을 장전한 뒤 입술을 삐쭉거렸다. 그리고는 마음이 내켰는지 큐를 돌리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게임이 시작되는군.

-바로 티어 5 매칭이라 기대가 된다.

-그런데 술에 저리 취했는데 조준은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야? 손이 떨리는 건 아니지만, 지금 모습은 심히 미덥지 못해.


한 명이 나간 뒤로 79명의 시청자는 뿌리를 박았다. 파리 한 마리를 격추 하는 사격 실력, 야근으로 핏발서있는 두 눈에 술기운으로 달아오른 얼굴. 생김새 자체가 윤곽이 두드러지고 강인한 북부 남자를 연상케 했기에 거기서 몰려오는 분위기에 압도당한 거다. 그러니 다들 이해 못 할 본능으로 끌려다니며 KDM8276가 무언가를 보여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띠잉.


큐가 잡혔다. 빌례뜨 98의 게임 방식은 일종의 서바이벌 경주였다. 튜토리얼에서 목적지 깃발을 향해 걸어갔던 것의 심화 버전이다. 무려 백 명의 유저가 동시에 한 지역에 도착하는데, 제각기 다른 목표 지점을 준다. 가장 먼저 도착하는 순서대로 10위까지 보상이 주어지는 방식이었다. 이 목표 지점이 무작위이다 보니 운도 따라주었다. 남들이 없는 방향이라거나, 접근하기 쉬운 곳이 걸릴 때가 열판 중의 하나 정도 있었다. 꽁승이라며 웃음을 짓게 한다.


[이번 전장은 조금 까다로울 거야. 황폐해진 도시에 초목이 우거지게 자라났어. 정중앙에는 빗물이 가득 고여 작은 호수가 형성되어있지.]


여성 홀로그램이 또다시 나타나 간략한 설명을 해주었다. 놀랍게도 이 여자 정체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스토리 보려고 하는 게임이 아니다 보니 스킵 때린 사람이 절반이 넘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KDM8276의 첫판에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최악인데.


작은 호수 정중앙 트럭이 쌓여 만들어진 섬에서 회로 하나를 집어야 했다. 헤엄치든 고무보트를 꺼내오든 쉬운 길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오히려 좋을 수도 있어. 호숫가 근처는 안개가 짙어서 저격을 들지는 않겠지.

-아니 이 친구야. 그럼 샷건이라 근접전을 해야 한다고!

-리볼버 사정거리 밖인가 아닌가가 더 크다고 봐서. 영상에서 보면 KDM 뭐시기 이 새끼 사람 아니야.

-그건 맞긴 해.

-그래도 티어 5인데 조정 AI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시청자들이 중얼거리는 사이에 컷씬이 진행되고 KDM8276이 기차에서 내렸다. 방탄복은커녕 청바지 하나만 입고 있었다. 신발도 없었으나 게임이기에 잔해에 발을 다치지는 않았다. 그 상태로 터덜터덜 앞으로 걸어나갔다.


-Чёрт возьми! 티어 5에서 이런 광경을 볼 줄은 몰랐어.

-행색만 보면 완전히 정신 나간 인간이군.

-술에 꼴았으니 틀린 말은 아니지.

-난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좀비 영화 마지막쯤 희망이 꺾인 주인공들이 저런 자살을 하곤 하지.


놀란 건 감상하고 있는 시청자들뿐만이 아니었다. 한 판에 들어오는 사람이 백 명이다 보니, 시작점이 겹치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그들 모두 이상한 차림을 한 유저 등장에 기도비닉을 풀고 고개를 쓱 내밀었다.


"뭐야? NPC 업데이트라도 된 거야?"


"유저라고 뜨네."


"일단 잡고···"


당황한 유저들은 응시하던 KDM8276은 본능에 따라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탕!


[headshot!]


창문 너머에서 힐끔거리던 남자가 광대를 뚫을 총알에 그대로 절명했다. 뒤이어 도착한 두 발의 탄환이 손과 목을 뚫었다. 총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고개가 획 꺾이고 무게중심이 급격히 기울더니 창문 밖으로 몸 전체가 빠져나와 밑으로 추락했다. 콘크리트 바닥과 중력의 하모니는 순식간에 사람 하나를 점액 덩어리로 바꿔놓았다.


-저놈 원래 은신 플레이하려다가 방장 초라한 행색에 어리바리 타다가 머리통 터졌군.

-티어 5 구간이라 숙련된 유저들이지만··· 이런 인간을 보면 넋이 나갈만하지.

-이거 이 옷차림이 뜻밖에 효과가 있는데?

-그래, 광역으로 도발과 정신 착란을 일으키고 있군. 저 상태로 한발도 안 맞고 만발을 맞춘다면 해볼 만해.

-리볼버로 말이지.


철그럭. 구식 리볼버는 정제되지 않은 둔탁한 소리가 났다. 챔버가 거칠게 회전하며 철이 마찰을 일으키고, 탄약이 터지며 들숨 같은 가녀린 화염을 뿜어냈다.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총알이 공기를 관통해 살과 맞닿았다. 중얼거리던 사람 중에 또 한 명이 엎어졌다. 벽 뒤에 박힌 두개골 조각이 진득한 현실감을 불러왔다.


[headshot!]


"분명 반대 방향을 보고 있었는데."


남은 한 명이 놀라서 소총을 들어 올린 순간, 시체에 정심 팔린 사이에 괴한이 사라졌음을 알아차렸다. 정면에 아무도 없어 당황을 머금었다. 동시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처음에는 구름으로 생각했으나, 찜찜한 기분에 획 들어 올렸다. 머리 위에는 부서진 신호등을 밟고 있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있었다.


"크흐흐."


KDM8276은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남자를 덮쳤다. 팔꿈치로 명치를 누른다. 방어구 덕에 충격은 없었으나, 무게 때문에 밑으로 깔렸다. 턱! 총구가 앞니 두 개를 부수고 입안으로 들어갔다. 틱, 틱. 여섯 발 밖에 들어가지 않는 탄창은 벌써 비었다. 팔꿈치를 떼고 무릎으로 누른다. 여전히 총구를 입에 넣은 상태로 여유롭게 장전했다.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상대를 응시했다. 유저는 빌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그 모습을 본 KDM8276은 취기에 아른거리는 시야로 중얼거렸다.


"아··· 이것도 AI인가? 저번이랑 표정이 똑같아서 재미가 없네."


달깍. 타아앙. 상대는 눈물을 주륵 흘리다가 그대로 절명했다.


[headshot!]


피와 살점이 자신의 살 위를 때렸다. 따뜻한 물로 목욕하는 느낌이 들자 습관적으로 몸을 흔들었다.


-근데 왜 자꾸 머리만 맞추는 거야?

-포인트 얻으려고.

-술 꼴아서 쳇도 안 보는데 그거 얻을 정신이 있겠어?

-사타구니를 노리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군.


게임 편의성으로 6발의 .45 롱 콜트 탄약이 드랍되었다. 그걸 주어서 품에 넣었다. 벌떡 일어난 KDM8276은 몸을 흔들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초라한 행색에 낚인 이들은 계속 나왔고, 그때마다 챔버가 또다시 빙그르르 돌고 자신 뱃속에 품었던 알을 사출했다.


-보호 기간을 왜 준거야? 저 카레이스키한테서 다른 유저를 보호해도 모자랄 판에!

-에임 진짜 기가 막히는군.

-타인과 비교인 건 금물인 건 알지만, 방송인이 아닌 프로게이머라면 조금 언급해도 되나? 이런 플레이를 즐기는 그 사람이 떠올라서 말이야.

-하지만 그 사람은 방탄복을 입고 다니지. 이런 야만인과는 성격이 달라.

-컨셉이 아닌 진짜 광인들이 있긴 한데 99%는 트롤촌이라 보기 힘들 뿐이야.


계속해서 사냥을 이어가던 KDM8276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드디어 처음으로 채팅 창을 읽은 것이다. 다만 술기운이 번역된 글자를 인식하지 못했다. 앞에 있는 낯선 언어 이름들만 쓱 훑었다.


"러시아··· 러시아···"


이내 무언가 떠올렸다. 음악 시간에 배웠던 게 술기운에 망각의 늪에서 빠져나와 입으로 전달되었다. 4분의 2박자로 천천히 시를 읊듯이 중얼거린다.


"테레크 강은 굳은 돌에 긁혀 졸졸 흐르며, 잿빛 물결이 일렁거리네. 사악한 체첸족이 강줄기 따라 기어올라 칼을 들이미는구나. 다행히 네 아빠는 노련한 전사란다. 전쟁터에서 불굴의 칭호를 단 전사."


콧노래를 부르면서도 몸은 계속 움직였다. 이번 과녁은 SPAS-12를 들고 있는 여성 유저였다. 게임이 시작되자 바로 자신에게 유리한 안개 자욱한 호수로 가다가 KDM8276 눈에 들어왔다. 타앙. 이번에는 머리를 맞추었다는 문구가 뜨지 않았다. 일부러 발목을 노렸기 때문이다.


"으윽···"


쓰러진 여자에게 다가가 목을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머리카락이 에드거 앨런 포 추리 소설 한 장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찰칵. 움직이지 못하는 여자 미간에 총구를 올렸다. 치이이익. 오래된 총은 과열을 빠르게 식히지 못했고 살에 화상 자국을 남겼다.


"그러니 편히 잠들렴, 아가야."


타앙!


나지막히 흘러나오는 Колыбельная песня(카자크 자장가)를 듣던 시청자들이 움찔거렸다. 조용히 군장을 매고 전선으로 향하는 병사가 뭣 모르고 잠든 아이에게 불러주는 노래가, 얄궂게도 지금 상황과 너무나 잘 어울렀다.


러시아 시청자들은 전율을 느꼈다. 상반신을 탈의하고 서부시대 리볼버를 들고 있는 코리안에게서 월계수 관을 쓴 불곰의 강인함을 느꼈다. 황폐화 도시, 안개 자욱한 거리를 맨몸에 리볼버 하나 들고 걸어 다니는 모습은··· 실로 남자의 가슴을 두드리는 광경이었다. 결국, 한 명이 참지 못하고 크게 외쳤다.


-우라! Ура!


시청자는 88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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