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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더라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무협

미더라
작품등록일 :
2023.05.10 23:21
최근연재일 :
2023.05.22 21:56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46
추천수 :
10
글자수 :
40,419

작성
23.05.2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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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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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창읍

DUMMY

약간 높은 지대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았기 때문에 장원의 전체 상황이 눈에 잘 들어왔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도 보일 정도의 거리.


물론 아주 가까운 건 아니라서 작은 인형들이 돌아다니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장원의 가장 바깥 담장이 무너지고 있었고, 곧이어 지옥도가 펼쳐졌다.


“하아..”


끔찍했다. 지금까지 내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좀비로부터 두 번의 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두 번 모두 무림 고수들이 함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비교적 안전한 곳에 있었지.’


그래서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거였다. 일반인들이 있는 곳을 좀비가 공격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끄아악!”

“안 돼! 제발!”

“살려줘!”


속수무책. 담벼락이 사라지자 삽시간에 좀비들이 달려들었고, 사람들은 도망가다 잡혀 물어 뜯겼다. 와르르 무너지면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게 한 눈에 들어왔다. 그나마 가장 먼저 도망친 일부는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장원은 바깥쪽 담벼락만 있는 게 아니라 안쪽에도 담이 있었다. 작은 연못과 정원이 있는 넓은 안채. 하지만 지금 거기에는 정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그 수가 수백은 되어 보였다.


그리고 아직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었고 좀비가 도달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은 문을 닫고 있었다.


“어? 어어..”


달려오던 사람들이 당황했지만, 문은 속절없이 닫혀버렸다.


쾅!


굳게 닫힌 문. 뒤늦게 도달한 사람들은 문을 두들기며 애원했다.


“이봐. 나야!”

“열어줘! 빨리!”


곧이어 도달한 좀비들. 괴성을 지르며 사람들을 덮쳤다.


“키에에엑!”


저항을 해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내 좀비들에게 파묻혔다. 사방으로 튀는 피와 살점. 우적거리는 소리.


나는 멀리 떨어져있음에도 몸이 떨렸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소소가 보지 못하게 얼굴을 내 쪽으로 향하게 했고, 소리도 듣지 말라고 귀도 막았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게 보였다.


‘뭐지?’


사람을 붙잡아 물어뜯던 좀비들이 일제히 하던 걸 멈추었다. 동시에 사람들이 있는 안쪽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담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나? 아니야. 그랬다면 우리한테도 들렸을 텐데?’


안쪽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숨을 죽이고 조용히 있었다. 크르륵대면서 사람을 씹어 먹는 소리만 요란했다. 그랬던 좀비들이 동시에 하던 걸 멈추고 달려든다?


‘누가 지휘를 하는 것 같잖아?’


그리고 담으로 달려들던 좀비는 앞에 있는 개체를 짓밟고는 올라가기 시작했다. 밟힌 놈들은 밑에 깔렸는데, 깔린 수가 늘어남에 따라 좀비의 언덕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크에에엑!”


놈들은 괴성을 지르면서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좀비의 언덕은 점점 높아졌고, 이내 담을 넘을 정도까지 되었다.


“막아! 놈들이 넘어온다!”

“불로 지져!”


안에 있는 자들은 어떻게든 방어를 하려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좀비를 막을 수는 없었다.


“키이익!”


하나 둘 좀비가 담을 넘자 그걸로 끝이었다. 무림 고수들이 있었다면 어찌 처리를 할 수 있었겠지만, 보통 사람들로는 불가능했다.


좀비가 사람을 물고, 얼마 후 물린 사람이 좀비가 되고. 내가 저기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구나.”


사부가 중얼거렸다. 옆을 보니 측은해 하는 표정으로 아래를 보고 있었다. 하여간 착해빠졌다니까.


“사부. 가죠. 워낙 많이 몰려들어서 이 부근에도 있을지 몰라요.”

“하아. 그러자꾸나.”


그렇게 말하는데 장원의 뒷문이 열리더니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하지만 그 뒤로 엄청난 수의 좀비들이 따라 나왔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아아악!”


비명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저 창읍은 안전하기를 기원하며 그쪽으로 가는 수밖에.


그런데 그렇게 한참을 이동했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크으으윽.”


좀비였다. 좀비 한 마리가 비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어쩌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놈인가? 일행을 조용히 시킨 다음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그저 모르고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놈이 갑자기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냄새를 맡는 것 같은 시늉을 했다.


“크윽? 크르륵?”


그러더니 우리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홱 틀었다. 소름이 쫙 돋았다. 놈은 킁킁거리며 근처를 배회했다. 그러면서 점점 우리가 숨어있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한 마리면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나 혼자였다면 무조건 시도했을 거다. 전에 그 대머리 좀비에게 내 술법이 통한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확실치는 않다. 더구나 여기서 잘못되면 나 뿐 아니라 사부와 소소까지 목숨을 잃는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


놈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초혼령은 사부가 들고 있었고, 짐은 내가 가지고 있다. 보따리에는 부적 몇 개와 잡다한 물건들이 있다. 밧줄이 조금 있었고.


“크륵? 크륵?”


놈은 어느새 우리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놈이 달려들면 바로 물릴 수도 있는 거리. 나는 벌떡 일어나서 옆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는 검지와 중지, 손가락 두 개로 놈을 가리키며 외쳤다.


“멈춰라!”


강시를 제어하는 방법 자체는 단순하다. 나의 의지가 강시라는 대상에게 잘 전달되면 되는 거다. 멈추라면 멈추고, 이동하라면 이동하고. 애완견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목줄로 통제를 하는?


그래서 시신의 영혼이 말을 잘 들으면 굉장히 편하다. 강시를 만드는 것도 쉽고, 제어도 잘 되고. 문제는 말을 듣지 않는 놈들이다. 그럴 경우에는 강력한 힘으로 억눌러야 한다.


“케에에엑!”


놈이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쳤다. 후우. 그래도 다행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내 술법이 통했는지 놈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사부. 일단 저 놈 묶죠.”


언제까지 내가 실랑이를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러니 묶어 놓고 이동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일 듯했다. 사부가 짐에서 얼른 밧줄을 챙기더니 매듭을 만들었다. 이제 놈을 묶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어?”


사부의 뒤쪽에 다른 좀비 한 마리가 나타났다. 소소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나에게 잡혀 있는 놈의 소리를 듣고 나타난 걸까?


“크르르르!”


놈이 점점 소소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놈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이쪽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달려드는 거였다. 나는 황급히 놈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너도 멈춰!”

“크으윽?”


하아. 다행이었다. 놈도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런데 갑자기 두통이 찾아왔다. 두 놈에게 동시에 술법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부 빨리요.”


버겁다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술법이 흔들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좀비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몸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머리의 통증도 더 심해졌고.


“한 놈 됐다.”


사부가 처음 좀비를 결박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줄을 나무에 묶었다. 이제 저 놈은 나무를 뽑지 않는 한 여기까지 오지 못할 거다.


“하아..”


놈을 가리키고 있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생각보다 놈들을 묶어두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사부가 나머지 한 놈도 묶었고 간신히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


***


둘까지는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겠다 생각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경계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 좀비 떼를 만나면 바로 사망이니까.


‘진혼비결의 후반부를 얻게 되면 어떻게 될까?’


지금보다는 당연히 강해질 거다. 문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이다. 강해지는 데 10년씩 걸리고 그러면 무슨 소용인가. 하지만 나는 좀 희망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전반부를 익혔을 때도 단번에 지금의 능력을 갖게 됐으니까.’


무공의 경우는 수련 시간이 필요하고, 내공을 쌓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진혼문의 술법은 무공과는 조금 다른 듯했다.


“자. 저기만 넘어가면 바로 창읍이 보일 거다.”


사부가 바로 앞의 고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아직 어두웠지만, 하늘에 빛이 조금 보였다. 해가 슬슬 떠오를 때가 되었다는 신호.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좀비를 강시로 만들 수는 없을까?’


강시도 시체로 만드는 거다. 그러니 좀비도 가능하지 않을까? 좀비를 강시로 만들어서 내가 조종할 수 있다면?


그게 가능하기만 하면 대박이다. 재료는 사방에 널려있는 거나 마찬가지고 좀비는 낮에도 활동할 수 있으니까.


“창읍에 도착하면 사형부터 찾아가야겠다. 상황이 이러니 힘을 합치자고 하면 그럴 게다.”


좀비를 강시로 만드는 생각까지 드니까 후반부를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게다가 창읍이 바로 코앞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무언가 매캐한 냄새가 났다.


“사부. 뭔가 타는 냄새가 나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나는 발걸음을 빨리 해 고개를 올랐다. 고개에 오르니 창읍의 전경이 보였다. 시뻘건 불꽃과 검은 연기.


창읍이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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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악가장 23.05.22 8 0 11쪽
7 이별 23.05.21 9 1 11쪽
» 창읍 23.05.20 13 0 10쪽
5 습격 23.05.19 12 0 12쪽
4 의문의 인물 23.05.18 11 2 12쪽
3 멈춰! +1 23.05.12 27 3 11쪽
2 무림맹 조사단 +1 23.05.11 27 2 12쪽
1 깨어보니 무림 +1 23.05.10 4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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