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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더라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무협

미더라
작품등록일 :
2023.05.10 23:21
최근연재일 :
2023.05.22 21:56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49
추천수 :
10
글자수 :
40,419

작성
23.05.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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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의문의 인물

DUMMY

대머리 좀비가 달려들고, 내가 사부 앞을 가로막고. 멈추라고 외치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 감았다기보다는 본능적으로 감겼다는 게 맞는 표현일 거다.


그리고 딸랑 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초혼령이 들려 있었기 때문. 그런데 그 순간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방울 소리가 무척 영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기 직전인데 그런 생각이 들다니, 나도 제정신 박힌 놈은 아니다 싶었다.


이제 나는 좀비에게 물어뜯기고 그렇게 이곳에서의 삶도 끝나는 거겠지.


흠.

흠..


음? 이상했다. 시간이 좀 지난 것 같은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키이익?”


눈을 떠 보니 대머리 좀비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앞까지 와서 내가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위치였다.


“키익! 키이익!”


놈도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짜증이 나는 것 같기도 했고. 놈은 어떻게든 우리를 물어뜯기 위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무엇에 고정이라도 된 듯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내가 멈추라고 해서? 속박의 술법이 좀비에게 통한 건가? 나는 초혼령을 들고 말했다.


“뒤로 물러서라!”


그러자 대머리 좀비의 몸이 움찔거렸다. 설마 이것도 되는 건가? 그리고 실제로 놈이 살짝 뒤로 움직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순간.


쐐애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더니 빛이 눈앞을 지나갔다.


촤악!


빛이 좀비의 목을 지나가자 놈의 목과 몸통과 분리되었다.


‘이것이 검기!’


곧이어 검을 든 황보준이 내 옆에 떨어졌다. 그는 곧바로 대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는데, 펑 하는 굉음과 함께 놈의 몸통과 머리가 터지며 저 멀리 날아갔다.


황보준은 우리를 슬쩍 쳐다보더니 다시 일행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실제로 날은 건 아니고 점프를 한 거였는데, 몇 번 점프를 하니 수십 미터를 이동했다.


“사부 괜찮아요?”


사부는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 품에는 소소를 꽉 껴안고 있었고. 나는 주변을 살폈다. 좀비들은 저 멀리 무림인들이 있는 곳에만 있었다. 그마저도 거의 정리가 된 상태였고.


큰 고비는 넘긴 거다. 그렇게 강렬했던 좀비와의 첫 만남은 막대한 피해를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


남아있는 시체가 불타고 있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어딘가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다들 말이 없었다. 모두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처음 우리를 괴롭혔던 놈이 벌떡 일어났다. 강시들을 칼로 막 쑤셨던 그 놈이 말이다. 녀석은 일어서서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놈. 저 놈 때문이야.”


녀석이 달려와서 내 멱살을 잡았다.


“이 놈이 그 이상한 강시들을 부른 겁니다. 이 놈 이거 혈교의 간자일 지도 모릅니다.”


놈이 떠들어대자 사람들이 전부 내 쪽을 쳐다보았다. 적의가 느껴졌다. 내 뒤쪽에 있는 강시를 보니 아까 괴물이 떠올라서 그런 걸까?


“내가 무슨 재주로 그 놈들을 부릅니까? 게다가 나도 죽을 뻔 했습니다. 내가 소리쳐서 위험하다는 걸 알려주기도 했구요.”


나의 항변에 다행스럽게도 맞장구를 쳐주는 무사가 있었다.


“그건 맞아. 저 소형제가 소리를 쳐서 바닥에서 기어오는 놈들을 알 수 있었지. 어두운 데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계속 발견하지 못했다면 으으..”


그는 당시 생각이 나는지 진저리를 쳤다. 하지만 한 명이 그런다고 분위기가 확 변하지는 않았다. 다들 의심과 적개심이 보이는 눈초리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나마 무사 한 명의 말 때문인지 녀석의 말에 동조하거나 당장 해코지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계기가 있으면 바로 터질 것 같은 분위기.


“그만해라. 이동해서 일행과 합류하는 게 우선이다.”


다행이었다. 황보준이 말하자 다들 주섬주섬 자기 물건을 챙겼다. 놈은 멱살을 잡은 손을 풀었다. 하지만 나를 사납게 노려보며 속삭였다.


“조심해라. 내가 니 놈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까.”


나에 대해 단단히 앙심을 품은 듯. 뭐, 나는 상관없다. 어차피 오늘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으니까. 다만 사부와 소소가 걱정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황보준이 다가왔다.


“저 강시들은 여기서 처리하는 게 어떤가? 저들을 계속 데려가서 좋을 게 없어 보이는데.”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강시를 계속 보면 무림맹 무인들의 감정이 안 좋을 거다. 괴물이 떠오를 테고, 죽은 동료들도 기억날 것이고. 그게 다 우리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겠지. 그런데 사부가 나서며 말했다.


“감사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고향인 창읍까지 데려가서 장례를 치르겠습니다.”


황보준의 표정이 묘해졌다.


“무척이나 위험할 텐데?”


좀비에게 당한 사람들을 만나면 오해하기 딱 좋다. 죽일 듯이 덤벼드는 자들도 있을 거고. 하지만 사부는 고개를 저었다.


“저희 안위만 생각해서 약속한 일을 저버릴 수는 없습니다.”


황보준이 쯧쯧 혀를 차더니 돌아갔다. 그가 멀어지자 사부가 속삭였다.


“진아. 앞으로는 그러지 말거라.”

“뭘요?”

“저 무사한테 욕하고 덤비려고 한 것 말이다. 왜 그렇게 죽으려는 사람처럼 구느냐.”


아까 놈과 처음 만났을 때 그랬다.


“그거야 소소한테까지 손을 쓰려고 하니까 그랬죠.”

“그 성질 좀 죽여. 무림에서 그러다가는 정말 죽는다.”

“저 아시잖아요. 저한테 죽는 건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거.”

“사부 앞에서 그게 할 소리냐? 행여나 그런 생각 하지 말아라.”


안다. 사부가 얼마나 나를 챙기는지. 그래서 아직까지 살아있는 거다. 삶의 의욕이 하나도 없었던 내 마음속에 아주 작은 불씨를 피운 게 사부하고 소소였으니까. 그러니 나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지만, 사부하고 소소 건드리는 것들은 가만두지 않는다.


“하지만 그 덕에 지금 이런 능력도 생겼잖아요.”


내 말에 사부가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다들 이동할 채비를 하느라 이곳에 신경을 쓰는 자는 없었다.


“절대로 힘을 내보여서는 안 된다. 진혼비결의 후반부를 익힐 때까지는 말이다. 알았느냐?”


사실 강시를 다루는 내 능력이 특별한 건 진혼비결의 전반부를 완전히 익혔기 때문이었다. 목숨을 건 시도가 성공해 얻은 능력. 지금까지 진혼비결 전반부를 대성한 건 진혼문의 3대 장문인 뿐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힘은 비결의 후반부에 있다고 했다. 그걸 익히면 무림에서 제 한 몸 지킬 정도는 된다고 했고. 그러니 그 전에는 절대로 몸을 낮추라고 사부는 신신당부 했다.


“예. 그럼요. 조심할게요. 그런데 사부. 후반부는 없다면서요?”


사부는 고개를 저었다.


“너에게는 일부러 얘기하지 않았지만, 후반부는 내 사형이 가지고 있다.”

“사형이라면 그 예전에 문파에서 내쫓겼다는?”


20여 년 전인가 크게 싸웠는데, 문파에서 내쳐졌단다. 그런데 그냥 쫓겨난 게 아니라 재물과 비급을 들고튀었다.


“전반부는 익히고 있으니 후반부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거겠지. 처음에는 영영 못 볼 줄 알았다.”


그런데 심산유곡에 숨어서 살지 않는 이상 어떤 식으로든 소식이 전해지기 마련이다.


“얼마 전 사형이 있는 곳을 알게 되었지.”

“그게 어딘데요?”

“창읍이다.”

“아. 그래서 창읍으로 가는 걸 일부러 맡은 거군요?”


어쩐지 장거리 일을 맡을 상황이 아닌데도 고집을 부리더니 이유가 있었다.


“창읍에 가면 사형한테 들릴 생각이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 후반부를 구해주마.”


하아. 벌써부터 답답하다. 극도로 좋지 않게 헤어진 사람이다. 그런데 어떻게 비급을 얻을 수 있겠나. 힘이 강한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굽히고 빌겠다는 소리. 마음이 좋지 않았다.


“사부. 괜찮아요. 그런 거 없어도 되니까 그냥 우리 편하게 살아요.”


사부는 은은하게 미소를 지을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구해 주겠다는 의사 표시. 하여간 사부 고집도 알아줘야 한다니까.


***


무림맹 특별조사단이 앞서 움직이고 우리는 조금 떨어져서 뒤따랐다. 조금이라도 그들의 눈에 덜 띄려고. 그렇게 얼마간 이동했을까.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아니. 황보 단장.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게요?”


그들의 수는 열 댓 명 정도 되었는데, 염소수염을 한 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황보준은 침통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상한 것들을 만나 이리 되었소. 그런데 그쪽도?”

“허어. 우리도 이쪽으로 움직이다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을 만나 이리 되었소.”


그런데 좀 특이한 게 있었다. 합류한 무리에는 수레가 있었는데, 철창살이 있고 내부가 가려져 있었다. 죄인이라도 호송하는 모양새.


“그런데 저것들은 뭡니까?”


염소수염이 우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때부터는 황보준이 나지막이 이야기를 해서 무어라 하는지는 들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하더니 황보준이 사람들에게 외쳤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무인들이 쉴 준비를 했다. 식사 준비를 하는 자도 있었고. 저쪽도 밤새 이동하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모양이다.


“동이 곧 트겠구나.”


사부가 하늘을 보면서 말했다. 아직 어두웠지만, 여명이 어둠을 걷어내고 있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으니 곧 밝아질 터. 우리는 강시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 했다. 그런데 염소수염을 한 자가 다가왔다.


“흐음. 강시들이 맞군.”

“저는 진혼문의 연교덕이라고 합니..”


사부가 나서며 인사를 하려 했지만, 염소수염은 귀찮다는 듯 손짓을 했다.


“너희는 저쪽으로 가 있어라.”


그러면서 수레가 있는 쪽을 가리켰다. 철창살이 있는 그 수레를 말이다. 그의 말과 함께 무사 몇 명이 우리를 둘러쌌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검에 슬쩍 손을 댄 채로. 말한 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손을 쓰겠다는 무언의 압박.


사부는 서둘러 초혼령을 들었다.


딸랑! 딸랑!


방울 소리가 나자 강시들이 콩콩 뛰어서 수레가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강시가 움직이자 무인들의 시선이 전부 우리 쪽으로 향했다. 누가 봐도 적대적인 시선. 사부는 서둘러 수레 부근으로 움직였다.


염소수염은 그런 우리를 지켜보다 황보준에게로 다가갔다. 둘은 대화를 나누며 걸었는데, 가장 뒤쪽에 있던 내 귀에 그들의 대화 소리가 얼핏 들렸다.


“아무래도 상황이 심각..”

“보고는..”

“이미 했고 토벌단이 오기로 했..”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거리가 멀어지자 더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가 수레 부근에 도착하자 무사 몇 명이 주변을 둘러쌌다.


‘우리와 수레를 한꺼번에 감시하고 지키겠다는 건가?’


아무래도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영혼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푸르댕댕이가 아까부터 여기저기 쏘다니더니 와서는 얘기를 해주었다.


- 하후진. 큰일이야. 너를 무림맹으로 데려간대.

“나를 왜?”


나는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 니가 습격하고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하던데?

“그게 무슨 개소리야. 나 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무림맹에 끌려가면 어찌 될까? 저들의 눈초리나 분위기로 봐서는 없는 죄도 만들어서 뒤집어씌울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 크크크. 무림맹 놈들이 언제 그런 거 신경이나 썼더냐. 그저 희생양이 필요한 것이지.


귓가에 소리가 들렸다.


‘전음?’


누가 나에게 전음을 보낸단 말인가? 그럴만한 무림인은 아무도 없었다. 슬며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또다시 전음이 들렸다.


- 안 그러냐? 영혼하고 대화를 하는 아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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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림맹 조사단 +1 23.05.11 27 2 12쪽
1 깨어보니 무림 +1 23.05.10 4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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