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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심장 님의 서재입니다.

집으로 돌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반심장
작품등록일 :
2020.11.27 13:52
최근연재일 :
2020.12.24 00:4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5,363
추천수 :
163
글자수 :
188,450

작성
20.12.16 00:13
조회
60
추천
3
글자
12쪽

28

DUMMY

"아, 아아아아·····"


사라졌다.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니었다. 오늘 만난 남남일 뿐이었는데····


그런데도 가슴 한쪽이 욱신거린다.


"·····까망아."


같이 손을 잡고 있던 물의 정령도 갑자기 남자가 사라지자 놀란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정령의 마음은 거기까지만 움직였다.


현우의 부름에 사라진 남자에 대한 흥미를 잃고 현우의 몸 이곳저곳에 자신의 몸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아까 그분에게 붙여둔 걸로 어디로 사라진 건지 알아낼 수 있겠어?"


여러 사람이 사라진 후 자신이 뭘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한 결과였다.


물의 정령의 힘이 담긴 물의 일부를 다른 사람들에게 붙여 사라진 사람을 찾겠다는 생각.


현우의 부탁을 들은 물의 정령이 남은 인원에게 몰래 붙여두었다.


남은 인원이래봤자 자신을 포함해서 3명밖에 안 남았지만.


이런 간단한 생각을 왜 못했을까 라는 자기 비판적 생각이 들 때쯤 물의 정령이 옆으로 다가왔다.


로봇의 형태로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듯 바닥을 걸어 다니며 킁킁 거렸던 정령.


"찾은 거야?"


기대감을 품은 현우의 질문에 물의 정령은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아도 계약을 맺은 현우는 물의 정령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모르겠다.'


자신의 뜻을 더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하는 듯 허공에 물을 모아 자신의 몸만한 물음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렇게까지는 안 해줘도 다 알아들어. 까망아······다시, 다시 한 번만 찾아봐 줄 수 있을까?"


현우의 부탁에 물의 정령은 아무런 불만 없이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불만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의지하는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었다.


사라진 남자를 찾아낸다면 자신을 더 좋아해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열심히 수색을 시작하는 물의 정령.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어디 있는지는커녕 흔적조차도 찾을수 없었다.


그렇게 아무런 성과 없이 현우에게로 돌아갔다.



현우는 복잡한 마음이었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였고 두 번째 시도도 실패였다.


그렇다고 다른 걸 시도해보고 싶어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의지할 수 있는 건 까망이뿐····.


"까, 까망아···· 다시, 다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만 더 찾아달라고 부탁하려는 그때.


현우의 처진 어깨 위로 손이 올라왔다.


"됐다. 이제 그만해도 돼. 넌 충분히 할 수 있는걸 다 했어."


지금까지 계속 멈춰서있던 이환이 어느새 옆까지 와있었다.


"이환 형·······."


현우의 몸이 힘없이 허물어졌다.



수면 마법이나 마비 마법을 건 것도 아니었다. 정신적으로 약해진 것이 보였기에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마법을 걸었을 뿐이다.


긴장의 끈이 풀리자마자 바로 기절하는 것을 보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쓰러지는 현우의 몸을 받아내 홀의 바닥에 가지런히 눕혀놓았다.


"물의 정령. 거기 있는 거 안다. 나와봐."


이환의 부름에 현우의 옷 안에서 긴장된 몸을 안마해주던 물의 정령이 튀어나왔다.


급한데 왜 부른 거냐는 듯 이환을 째려본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 가계약하고 있는 너라면 내가 뭘한건지는 알거 아냐.”


이환의 말에 몸을 위아래로 흔든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이환이 현우를 공격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우가 물의 정령과 가계약으로나마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물의 정령은 잘은 모르지만, 이환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부터 너한테 일시적이지만 힘을 줄 거다."


이환이 물의 정령의 머리를 잡고 말했다.


정령의 의사도 묻지 않은 이환의 행동에 물의 정령은 싫다는 듯 발버둥 쳤다.


고개를 저어 보기도 하고 몸의 형태를 바꿔 벗어나 보려고도 했지만, 이환의 손아귀에서 벗아날 수는 없었다.


"시간이 없으니 거절은 받지 않는다."


물의 정령의 머리를 잡고 있는 이환의 손아귀에서 마나가 정령의 몸으로 흘러내려 갔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행해지는 행위에 저항을 해보았지만 방문이 열려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마나.


이윽고 정령의 몸을 이루는 물과 섞인 마나는 정령의 몸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겨우 20cm만 했던 몸이 꿈틀거리더니 2m를 넘는 크기가 되어버렸고 장난감 수준에 불과했던 생김새도 ’병기’라는 말이 어울릴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보통 같았다면 물의 정령은 현우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돌아갔을 테지만 갑작스럽게 증가된 자신의 힘에 취해 주먹을 줬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내가 알던 정령의 힘을 모방한 힘이다. 바로 안 푸는 것 보니 마음에 든 모양이네. 다음 불이 꺼지면 내가 사라질 거니까 현우 녀석 잘 지키고 있으라고."


왕을 따로 정해놓지 않는 정령.


그 정령의 왕을 자처한 녀석을 모방한 힘이다.


물론 완전 다른 차원의 정령이지만. 정령의 근본은 같았기에 비슷하게 힘을 부풀려놓을 수 있었다.


원본과 비교하기도 미안한 미약한 힘.


하지만 지금의 이환이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조치였다.


외형은 이환의 취향이 잔뜩 들어갔지만, 전투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현우를 지킬 방법도 마련해놨겠다 이제 다음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무릎을 꿇고 누워있는 현우의 이마에 손을 올리고 다음 불이 꺼지기 만을 기다렸다.



*



-팟


다음 불이 꺼지기까지의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대기한 지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꺼진 것이다.


이환은 다음 불이 켜지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다음으로 이동된 것이 이환이었기 때문이다.


-키기기기긱


기분 나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시야에 보이는 것은 거미의 모양을 하고 있는 커다란 괴물.


녀석은 이환의 모습을 보더니 머리를 기울여 의문을 가진 동물처럼 행동하였다.


'저 녀석이 범인인가.'


유달리 눈에 띄는 거미의 입 부분으로 시선이 절로 옮겨진다.


이환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물거리는 녀석의 입.


그런 녀셕의 입밖에 사람의 몸이 삐져나와 있었다.


사람의 몸이 입고 있는 익숙한 갑옷은 파티장을 맡고 있던 남자의 것이었다.


힘없이 쳐진 그의 몸이 거미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저항을 하다 죽은 듯 다른 부위와는 다르게 손에 쥐고 있는 칼만큼은 아무리 흔들려도 놓고 있지 않았다.


오독오독- 소리를 내며 사람의 머리를 씹고 있는 거미.


어느 정도 씹은 걸까 몸을 국수 먹듯 호로록 삼켜버렸다.


평소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주던 든든한 갑옷도 몬스터의 가죽을 넘어 속살까지 상처를 내던 검도 거미의 입속에 들어가니 말랑말랑한 살점과 같이 부드럽게 씹혀 들어갔다.


순식간에 사람을 먹어 치운 녀석의 입에서 처음 들렸던 괴성이 아닌 의외의 소리가 들려왔다.


"왜···· 너가 이동해 온 거지···?"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분명하게 사람의 말을 하고 있었다.


"····놀랐나? 내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말을 하는 거미.


그런 거미의 몸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사람의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사람···· 이라고 하기에는 평범한 모습이 아니었다.


머리카락은커녕 털 하나 없는 몸. 그것이 다가 아니라 뼈의 모양이 보일 정도로 마른 몸 이곳저곳에 주름이 져 있었다.


나이를 먹고 생긴 자연스러운 주름이 아닌 상처가 생긴 뒤 흉터가 남아 생긴 주름이.


그리고 얼굴 쪽은 더욱더 특이했다.


눈이 없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어둠.


그 어둠의 한 가운데서 고위 스켈레톤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한 안광이 나고 있었다.


빈말로도 보기 좋다고 할 수 없는 광경에 눈을 돌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자, 주변에서 흰색의 기운이 모여들더니 로브의 형태를 띠어 얼굴을 제외한 몸을 가려주었다.


"놀랐나? 거미 괴물인 줄 알았던 것에 정체가 이렇게 볼품없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단 게?"


인간의 형태를 띠니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목의 구조의 차이인지 거미의 모습일 때보다 자연스럽게 발음을 해나갔다.


자신을 볼품없는 노인이라고 칭하다니 어지간히도 자신의 모습의 자신이 없는건가.


"·····."


"모두들 나의 본모습에 놀라곤 하지. 하지만 나도 놀랐다고 제일 마지막에 먹으려고 했던 메뉴가 먼저 올 줄이야."


"····메뉴?"


"그래 메뉴지 뭐겠어. 뭐···· 다른 녀석들은 다르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자네들이 별미라고 생각하거든."


"그러기에는 너무 많이 남긴 거 아닌가? 그렇게 조금 먹으니까 마른 거 아냐."


이환이 뒤쪽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아아, 저것들 말인가? 먹을 만큼 다 먹은 거라네. 내가 좋아하는 건 공포라서 말이야. 물론 통째로 먹으려면 먹을 수는 있지만 말이야. -퉷!"


입에서 구겨진 철 쪼가리가 튀어나왔다.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 갑옷과 검.


사람의 몸만 한 크기의 물건이 성인 남성의 엄지손가락만큼이나 작아져 있었다.


"원래 같았으면 이렇게 함부로 집어먹지는 않았을 텐데. 자네가 너무 빤히 쳐다보아서 말이야."


"밥은 다 먹고 부르지 그랬냐."


"자네를 부르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오랜만에 맛있어 보이는 걸 봐서 내가 실수한 모양일세. 이건 내가 사과하지."


앞에 있는 괴인의 눈의 안광이 갑자기 꺼졌다.


"흠····. 저 친구가 기절해서 그런 건가? 오오, 물의 정령이 저런 모습을 하다니 놀랍네."


아하, 저런 식으로 저택의 내부를 봐온 거로군.


"저 친구의 공포도 생각보다 더 맛있겠어···. 하지만 그래도 자네보다는 덜 할 것 같네."


"···무슨 근거로 내가 맛있다고 판단하는 거지?"


괴물같이 생긴 몬스터가 나를 맛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렇게 생긴 남정네가 나를 맛있겠다고 생각하는 건 좀····


"내가 코가 좀 좋아야 말이지. 자랑은 아니네만··· 본인은 육체에 쌓인 업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네. 자네의 냄새는 내가 지금까지 맡지 못한 색다른 냄새네. 자랑스러워해도 좋아."


육체의 업의 냄새를 맡는 코라··· 나는 무슨 냄새가 나길래 그렇지?


팔을 코 쪽으로 올려 킁킁 냄새를 맡아도 별 냄새 나지 않는다. 굳이 냄새가 난다면 위에서 먹었던 포도주 냄새와 소시지 냄새뿐이었다.


"그렇게 맡아도 자네는 모를걸세. 내가 설명하는 재주는 별로 없어서 말이야. 그저 좋은 냄새가 난다고 알고 있으면 되네."


괴인의 설명은 이환의 미간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


"분노는 가라앉혀 줬으면 하네. 내 행동이 기분 나빴다면 사과하지. ····그래! 자네를 먹는 대신 저택에 남은 저 친구는 그냥 보내주도록 하지."


괴인이 손을 한차례 마주쳤다.


"저택의 문은 열어뒀다네. 그럼··· 본인에게 먹히기 전에 궁금한 것이라도 있나? 자네의 맛을 최고로 올리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시간을 내주지."


"····그럼 너의 정체는 뭐냐?"


이환의 질문에 괴인의 입이 길게 찢어졌다. 기괴한 모습이었지만 녀석은 웃고 있는 것이었다.


"하하하-! 정체라··· 좋아. 이 대답으로 어떠한 맛이 더해질지 궁금하군. 나는 너희들이 던전이라 부르는 공간을 보내는 침략자의 수뇌부 중 한 명이라고 말해두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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