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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심장 님의 서재입니다.

집으로 돌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반심장
작품등록일 :
2020.11.27 13:52
최근연재일 :
2020.12.24 00:4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5,364
추천수 :
163
글자수 :
188,450

작성
20.11.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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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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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

DUMMY

'생각보다 레벨이 많이 오르진 않았군.’


다 죽어가는 괴수의 막타만 먹은 탓일까 생각보다 경험치가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현우와 같이 10레벨을 올려 12레벨이 된 이환이였지만 만족하지 못한 듯 입맛을 다시는 대신 깻잎을 씹고 있었다.


"뭐하냐. 고기나 더 시켜라."


옆에서 일어난 채로 해명을 요구하는 현우.


"설명해줄 테니까 고기나 더 시켜줘."


지금까지 나온 6인분의 고기를 거의 다 먹어 치운 이환이였지만, 아직도 더 먹을 수 있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고기나 더 주문하라는 무언의 협박에 현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추가로 5인분을 주문하자, 이환이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먹는 속도가 전혀 줄지를 않으셔서 많이 주문해본 건데 그게 정답이었네.'


현우는 자신에 선택에 대한 결과에 안심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주문한 고기가 이환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도착했다.


고기를 불판에 올려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이환이 입을 열었다.


"왜 갑자기 레벨업 됐는지 그게 궁금한 거지?"


끄덕 끄덕


이번에도 이야기에 집중하다가 고기를 태워버리면 본전도 못 찾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선은 구워지고 있는 고기에 고정한 채로, 듣고 있다는 듯이 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에 기분이 나빠지진 않았는지 피식 웃으며 이환이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부터 할 대화는 다른 사람들이 듣는다면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 잠시만."


원래는 대충 넘어가려고 했던 이환이였지만, 조공으로 바쳐진 5인분에 고기 앞에서 그런 생각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현우가 화장실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가져온 휴지 더미에서 1장을 뽑아내 다시 주술진을 그렸다.


저번에 그렸던 주술진과는 다르게 순식간에 완성할 정도로 간단한 주술이었다.


"됐다. 이걸로 우리가 다른 사람들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려치지 않는 이상 우리를 신경 쓰지 않을 거다."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아무런 의심도 없이 현우는 그런가 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TV에 나오던 커다란 몬스터 막타 먹었다."


앞뒤 다 자르고 결과만 이야기한 탓에 고기를 굽고 있었던 현우의 표정이 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그러니 이환이 처음으로 주술진을 그렸던 휴지를 흔들며 말했다.


"여기 내가 처음에 낙서하던 이 휴지 보이지?"


끄덕


"잘 봐라."


이환이 휴지의 그림에 자신의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툭 툭


누군가가 현우의 어깨를 건드리는 느낌에 현우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건드린 이를 확인하려 했다.


"에···?"


허공에 아무것도 없이 손가락이 떠 있었다.


뒤에 손을 휘저어도 보고 손가락을 잡아당겨 보기도 했지만 속임수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봤지? 어디로든 문이야. 이걸 이용해서 막타 먹었다. 이제 설명 끝!"


다른 사람이 그런 설명을 들었다면 그게 말이나 되냐고 소리쳤을 것이다.


하지만 계약의 효과로 현우는 왠지 이환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 의문들이 전부 풀린 건 아니었지만, 자신이 더욱 강해진다면 비밀을 말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넘어가기로 했다.


*


둘은 고기를 추가로 2인분 더 시켜 먹고 나서야 자리를 일어날 수 있었다.


밖은 해가 저물어 어두워져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실 건가요?"


"시간이 안 늦었다면 검사받으러 근처에 있는 검사장이나 들리려고 했는데. 벌써 밤이네."


말하며 현우를 빤히 쳐다본다.


그 뜻을 눈치챈 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제 집에서 자고 가셔도 돼요."


"그래! 고맙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한 번쯤은 괜찮다고 말할 주제였지만, 애초에 현우의 집에서 묵으려고 보낸 신호였기 때문에 제안을 바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집에 가기 전에 잠시 병원을 들러도 될까요?"


"병원? 아··· 그래."


'돈이 필요하다는 게 병원비 때문이였나보네.'


따로 할 일도 없고, 2차를 갈 생각도 없었기에 주변에서 택시를 잡고 병원으로 바로 출발했다.


조금 늦은 시간대라 그런지 병원 안은 한적해 보였다.


가끔씩 보이는 사람들은 병원에서 일하는 대부분 의사나 간호사들이었고 병원을 찾아온 환자나 병문안을 온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덕분에 엘리베이터도 빠르게 타고 갈 수 있었다.


-띵!


다른 층에는 전혀 도착하지 않은 채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소리가 엘리베이터에 울려 퍼졌다.


"무슨 생각 하냐. 빨리 안 내리고."


문이 열리고 나왔지만,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 듯 현우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현우의 행동이 대강 이해는 갔다.


혼자서 병원비를 내야 될 정도로 가까운 사람이 입원해있을 것이다. 아마도 가족관계이겠지.


지금 저렇게 발을 쉽게 떼지 못하는 이유는 오늘 있었던 일 때문일 것이다.


오늘 우연히 마주친 이환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곳에 입원해있는 자는 좋은 결말을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환을 마주치지 않았다면?


그렇게 되어서 고블린들에게 살해되었다면?


이런 생각들이 병실과 가까워 지면서 머릿속에 계속 떠올라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것일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현우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어내렸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가라."


앞으로 많은 일을 해줘야 될 녀석이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무너져서는 안 되지.


나는 위로를 잘 못 한다.


그런 나에 말에도 무엇인가 깨달은 바가 있는지 다시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앞장서서 나아간 현우를 따라다니다 보니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누워있는 병상들이 가득 찬 병실에 갈 수 있었다.


따로 설명해주지 않아도 누구를 찾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현우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여자가 눈에 바로 띄었기 때문이다.


마치 죽은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누워있다.


호흡도 기구에 도움을 받아야만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식물인간 같은 느낌이었다.


"현아야, 나왔어. 내 옆에 같이 오신분은 이환이라고 오늘 만난 분이셔. 이쪽은 저의 동생 신현아라고 해요. 쌍둥이 남매라서 비슷한 느낌이 나죠?"


말을 걸어온 것이 한 두 번이 아닌 듯 쓰러져있는 환자에게 이환을 소개시켜주고 있었다. 그런 현우에게 잠시 맞춰주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이환이라고 합니다. 당분간 현우 집에서 잠시 신세를 지려고 합니다."


언제 잘 곳을 구할지 모르니 당분간 신세 지기로 했다. 괜찮지 현우야?


물론 오늘만 자고 갈 것이라 생각했던 현우가 잠시 당황했지만 별다른 말이 없는 것을 보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인사도 했겠다, 나는 잠깐 밖에서 기다릴 테니 할 말 다 하고 나와."


"아, 네!"


-·····내가 헌터 자격증을 땄었다고 얘기했었지? 오늘 무리해서라도 고블린을 잡으러 갔는데 말이야······.


병상에 누워있는 동생과 대화하는 소리를 뒤로 인벤토리를 열어 이번 막타에 대한 보상을 확인했다.


복슬복슬한 털이 뒤덮인 한손 방패가 튀어나왔다.


방패는 별로 필요없는데······.


종류 상관없이 아무 무기나 나왔으면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성능이라도 좋았으면 좋겠다.


[왕숭이 가죽 방패]


이름부터 마음에 안 든다.


아무래도 몬스터의 생김새가 커다란 원숭이 같다고 해서 왕숭이로 지은 것 같다.


이렇게 지은 범인은 모지리겠지.


성능이라도 좋았으면 좋겠다.


부가옵션이라도 달려있다면 좋았을 텐데 아무런 효과도 없고 그나마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엄청나게 가볍다는 점?


이곳 기준으로는 성능이 괜찮을지는 몰라도 나의 기준에는 잡동사니보다 더 좋은 평가를 줄 수는 없었다.


레벨업을 하면서 얻은 잔여 스텟은 나중에 필요하면 찍기로 했다.


각국의 A급 헌터들이 모여 열심히 양념해준 몬스터의 부산물을 확인을 마칠 때쯤 현우도 볼일이 다 끝났는지 병실 밖으로 나왔다.


"할 말 다 하고 나왔냐?"


"네. 이제 집에 가죠."


"잠깐만 그전에 할 일이 있어."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붙잡으려고 하는 현우를 멈춰세웠다.


"뭔데요?"


"너는 동생이 왜 쓰러졌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나 해서."


"모릅니다. 병원에서도 알지 못했고, 치유 관련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같은 증상의 사람들을 치료해봐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 파티장님은 그 이유를 알고 계신가요?"


“당연하지. 저건 마나반발증상이다. 갑작스럽게 들어온 마나에 몸이 거부반응을 보이는 거지. 그런 상태에 힐을 퍼부어도 오히려 상태만 안 좋아질걸.”


그 말에 현우가 울상이되서 물어본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되나요? 포션···· 포션으로는 안 될까요?"


"포션으로 나을수 있긴 한데, 웬만한 포션으로는 안되지. 환상수로 만든 포션이나, 세계수에서 얻은 이슬로 만든 포션이면 될걸?"


이어진 말에 현우가 더더욱 울상이 되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너는 운이 좋은 편이니까."


그 말에 현우가 빨리 설명해달라는 표정으로 이환을 올려다본다.


"저 상태는 들어온 마나가 몸에 안 맞아서 저러는 거니까. 잘 맞는 마나만 꾸준히 넣어 준다면 괜찮아져. 한마디로 너가 가지고 있는 마나를 동생한테 주입해주면 돼. 보통의 가족관계였으면 조금 실패할 가능성도 있는데 넌 쌍둥이 남매니까 옆에서 내가 도와준다면 실패할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그··· 그럼 지금 당장 제 마나를 주입하면!"


"안돼. 지금 너가 가지고 있는 마나 양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해. 오히려 너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파티장님···!"


나를 무슨 신을 쳐다보는 것처럼 쳐다보고 있다.


이상하다····. 계약 효과가 저 정도는 아닐 텐데.


굴렁쇠가 되어서 굴러다니는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 복지는 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거 받아라."


나에게는 별 필요 없는 방패를 던져줬다.


그러자 이제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이 쳐다보고 있다.


그러지 마. 부담스러워.


이제 내가 지옥에 가서 구르라고 해도 ‘알겠습니다!‘하며 신나게 구르지 않을까.



***



그대로 병원을 나와 택시를 잡고 현우의 집으로 가서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원래 계획은 집으로 가기 전에 한적한 공원에서 약간의 훈련을 하는 것이었지만, 부담스러운 눈빛을 버틸 자신이 없어 훈련은 취소하기로 했다.


조금 좁고 낡은 집이었지만, 2명이서 자기에는 충분한 넓이였다.


굳이 잘 필요가 없는 몸이지만, 자는 것과 자지 않는 것의 심리적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렇게 한참을 눈을 감고 있자 나를 깨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일어나요! 오늘 협회 일정 확인해보니까 지금 가서 검사받으면 바로 기초교육과정 마치고 자격증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안잔다. 그러니까 멱살에서 손을 좀 놓고 말해주겠니.


"빨리 화장실 가서 씻고 와요. 아침은 차려놨고, 차비랑 검사 비용 그리고 오늘 입고 갈 옷까지 준비해 놨으니까. 얼른 서둘러요!"


지금까지 혼자서 집안일 모든 것을 해온 탓일까 현우의 모습에서 익숙한 엄마의 모습이 겹쳐진다.


반갑지는 않은 모습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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