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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선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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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무대선
작품등록일 :
2022.05.17 13:44
최근연재일 :
2022.06.29 19:40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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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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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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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세븐마인 전투 - 2

DUMMY

세븐마인 전투 - 2


로빈이 옆에서 시중을 드는 가운데 공주가 한 허물어진 집 안에서 직접 편지를 쓰고 인장 도장을 찍고 있었다.

편지가 다 써지면 잉크가 마르자마자 한 아이가 그것을 받아 갔고 편지를 받아든 아이는 베르트에게로 가 따로 지시를 받았다.

공주는 지금 스노우 캐슬의 공주이자 발데크 가문의 합법적인 현 영주의 이름으로 발데크 가문에 충성하던 기사와 향사, 지주들에게 소집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편지에는 배신자 울릭이 전 영주인 발데크경을 살해했고 사악한 기사 에릭이 울릭과 손을 잡고 깡패와 부랑자들을 모아 폭력과 불의로 아롤젠을 차지하고 있으니 이를 바로잡고 범죄로부터 발데크 영지를 해방하고자 하니 맹세를 지켜 신하의 의무를 다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글을 읽을 줄 알 리가 없는 아이들이 편지의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서 공주가 미소 가득한 얼굴로 편지를 건네면 좋아라 그것을 받아갔다.

하지만 지금 백설공주가 난쟁이들에게 건네는 편지는 백설공주의 적들에게 들키면 고문과 죽음이 뒤따를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백설공주는 숨기는 것이 없었다. 공주는 난쟁이들은 자신이 건네는 편지가 적들에게 발각될 경우 고문과 죽음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을 난쟁이들에게 진솔하고 아주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일이 성공했을 경우에 뒤따르는 보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일을 하기 싫은 사람이 있거든 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난쟁이들 중에 백설공주의 설명을 듣고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난쟁이는 하나도 없었다.


“왠지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좀 그런데요.”


무치가 떠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공주는 저 아이들에게 모든 설명을 했고 경고도 했어. 그리고 만일 잡힐 경우에는 아는 것을 다 말해도 좋다고 이야기하기 까지 했네. 대체 누가 그렇게 한단 말인가. 공주는 할 만큼 했네.”


마틴이 공주를 대신하여 변명해 주듯이 이야기 했지만 무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예, 공주님은 그랬죠. 하지만 알피인가 하는 아이가 뒤에서 다시 이르더군요. 어떤 일을 당하든 입을 다물라고요. 무슨 고문을 당하든지, 불에 태워지거나 팔다리가 잘리거나 껍데기가 벗겨지더라도 입을 다물라고 하더군요. 만일 입을 연다면 공주를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 형제들을 배신하는 거니 그렇게 알라고 하더군요.”


“그런 맹세는 아무 소용이 없네. 어린애들이잖아. 겁을 주면 다 말해 버릴걸.”


마틴이 허허 웃으며 말했지만 무치는 웃지 않았다.


“꼭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어린애들이 무슨 명예나 그런 것을 알겠나. 요구하지도 않았고.”


“어린애들도 자존심이 있고 명예가 뭔지 배우지는 못했어도 그것이 무엇인지 느끼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린애들을 너무 얕보지 마십시오. 저는 열 살도 되기 전에 군대에 있었고 13살짜리가 누구보다도 용맹하게 돌격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성위에서 내리붓는 끓는 기름을 홈빡 뒤집어쓰고는 선채로 튀김이 되었죠. 그런데 바로 죽지를 않더군요. 그런 비명은 아직까지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혼란한 상황이었고 화살이 빗발치듯이 날아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을 못 썼어요. 다들 자기 한 몸 건사하기 바빴던 거죠. 저는 말뚝 박는 망치를 들고 냅따 뛰어가서는 발광을 하고 있는 그 아이의 머리통을 망치로 내리쳐 박살내 버렸죠. 기름에 튀겨져서 그런지 머리통이 바삭하더군요. 지금 살아있다면 나보다 몇 살 많았을 거예요.”


“저 아이들이 끓는 기름을 덮어써도 이곳에 우리들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거라는 말인가?”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전 그냥 어린아이들도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일 뿐이니까요. 모든 어른들이 그러하듯이 나약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목숨을 내놓으면서도 신의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죠. 어린이들도 그런 자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더구나 이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도 아닙니다. 이런 곳에서 생을 연명시키고 있는 난쟁이들이죠.”


맞는 말이었다. 마틴은 보기에 소 한 마리도 때려 잡을 것 같던 장사가 손톱 하나 뽑았다고 똥오줌을 질질싸며 아는 것은 물론 모르는 것까지 줄줄이 불어버리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더구나 무치의 말처럼 이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이 아니었다. 광산에서 어른들보다도 더 위험한 일을 했었고 지금도 숨 쉬는 공기조차도 탁한 이런 곳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은 난쟁이들이었다.

공주가 있는 건물에서는 아이가 12번째로 나왔다. 아이들은 탄가루나 색깔있는 돌 불투명한 돌 같은 것들 속에 편지를 넣어 감추고는 베르트에게 가 그가 지시한 곳으로 떠나갔다.

13번째, 난쟁이들 중에 마지막이었고 마지막 편지는 난쟁이들 중에 나이가 가장 많고 또 가장 키가 크며 그들의 대장인 알피가 받았다.

공주가 알피에게 편지를 건네주며 말했다.


“알피, 네가 갈 곳이 이곳에서 제일 멀어. 그러니 제일 힘들고 위험하겠지. 하지만 네가 이곳의 대장이니 감수해야 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책임도 크잖아.”


“그건 제가 원하니 거니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무슨 다른 할 말이 있어?”


“제가 기사가 될 수 있을까요?”


며칠 지나는 동안 마틴, 윌리엄 같은 인물들을 보며 자연히 기사를 동경하게 된 알피가 마틴과 윌리엄을 곁눈질 하며 그렇게 말했다.

스노우 화이트 공주가 생긋 웃었다.


“난 이제 발데크 가문의 가주고 아롤젠의 영주니까 기사를 임명할 수 있어. 하지만 넌 안돼. 왜냐하면 자격이 안 되거든. 이번 일을 잘 해주면 기사로 만들어 줄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안돼. 공로가 있다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기사가 되자면 넌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어. 저 분들 보이니? 다 공부를 마치고 기사가 되신 거야. 하지만 기사가 되고 싶다면 기회를 줄거야. 멋진 기사님의 종자가 되도록 주선해 줄게.”


그 말을 들은 알피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알피가 공주의 편지를 받아서 건물에서 나오자 마자 뜀박질을 시작하였는데 잘 뛴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서 잠깐 사이에 사람이 없어져 보이지를 않았다.


“기사로서 부끄럽군요. 아이들 등 뒤에 숨다니 이건 수치입니다.”


윌리엄이 알피의 등판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수치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을 듣자 마틴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그런 소리는 말게.”


마틴의 꾸짖음이 뜻밖이었는지 윌리엄이 불만과 부끄러움이 반반씩 섞인 눈으로 마틴을 쳐다보자 마틴이 다시 말했다.


“이미 끝난 말이 아닌가. 우리들이 움직일 순 없다고 합의를 했지 않은가. 에릭은 이미 우리 용모파기를 다 알아. 게다가 울릭이 있으니까 발데크경의 충신들이 누군지, 어디에 사는지 그것도 다 알겠지. 우리 중 누군가가 그곳에 간다는 것은 물고기가 그물이나 통발로 뛰어드는 격이야.”


마틴은 그렇게 말해놓고는 자신이 윌리엄에게 짜증을 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다.

마틴 자신도 기사인 주제에 어린아이들을 사지로 보내놓고는 심기가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불편한 것이었다.

마르가리테 공주가 뒤에 로빈을 종자나 근위기사처럼 딸린 채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로빈도 아이들에게 위험한 일을 시킨 것이 마음에 꺼리는지 표정이 시무룩한데 공주의 얼굴에는 시름 이 조각도 없었다.

공주가 따뜻한 햇빛을 정면으로 받으면서 눈을 감은체 기분좋은 기지개를 켰다. 오랜 시간 어두침침하고 냄새나는 건물 안에서 편지를 쓰고 또 그것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고 격려하느라고 꽤 고역을 치른 모양이었다.

공주의 그 스노우 화이트라는 그 흰 얼굴이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물들어 마치 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그것과 같이 되었다.


‘정말로 마치 여신과 같군. 그리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진짜 여신이 그런 것처럼 말이지.’


마틴이 그런 공주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보웬은 본래도 그랬지만 일행과 따로 떨어져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별로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지금 이곳에서 공주와 보낸 시간이 가장 많은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보웬이었다.


“그건 그렇고 보웬은 어디 갔지?”


마틴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사방을 돌아보며 말했다. 바로 옆에 있던 윌리엄과 무치도 그 말을 듣고 보웬을 찾는 것 같이 사방을 둘레둘레 돌아보는데 보웬은 없었다.

그때 멀찌감치 있던 공주가 별로 큰소리로 말하지도 않았던 마틴의 목소리를 어찌 듣고 말했다.


“두건 쓴 아저씨 말이지요? 제가 애들 뒤를 봐주라고 보냈어요.”


“뭐라고요?”


“그 아저씨가 그러겠다고 하던걸요.”


“하지만 에릭이 감시할거니까 우리는 못 간다고 모두 동의했잖습니까?”


윌리엄이 어이없다는 듯이 항변했다.


“그 두건 쓴 아저씨가 하는 말이 자기는 에릭이 열명 있어도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기만 못하니까 그런 일은 시킬 수 없다던데요. 그리고 자기를 뒤따르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나보고 말려 달래요.”


‘보웬 이 자식이!’


그 말을 듣는 순간 마틴은 윌리엄처럼 대놓고 항의는 하지 않았지만 속마음이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그 역시 기사로서 사나이로서 순수하게 자존심이 상해 치를 떨었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마틴도 보웬이 살아있는 것을 안 것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반면 보웬은 무려 5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신의 죽음을 위장하며 암약한 사람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마틴으로써는 짐작도 잘 되지 않았다.

마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공주가 가까이와 가르쳐 주듯이 말했다.


“그 아저씨가 아이들의 뒤를 봐주고 싶다고 하시길래 베르트경을 시켜서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서 먼 곳까지 차례로 아이들이 간 곳의 지리를 가르쳐 주게 했죠.”


“공주님이 지시하신 것은 아니고요?”


“예, 그 아저씨가 하고 싶다고 하길래 허락을 한 거죠.”


마틴은 공주가 아이들이 염려되어 일부러 보웬에게 부탁한 것인 줄 알았다가 공주의 입에서 자기가지시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자 맥이 좀 빠지는 느낌이었다.


“공주님은 아이들이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마틴이 한번 물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마틴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걱정되죠.”


공주의 입에서 당장 대답이 나왔다.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한 어조였다.


“그러면 아이들을 그런 위험한 곳에 보내는 것이 껄끄러우셨겠네요.”


“아니 별로,”


“걱정스럽다면서 어떻게?”


마틴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하자 공주가 도리어 마틴이 이상스럽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말했다.


“오빠, 그 아이들 얼굴 못 보셨어요? 그 아이들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조만간에 굶고 병들어서 죽을 거예요. 그런데 울릭이나 에릭이 그 아이들을 도와 줄까요? 아니죠. 안 그럴 걸요. 하지만 내가 영주가 되면 그 아이들을 도와 줄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아롤젠의 영주가 되는게 그 아이들에게도 살 길이죠.”


마틴이 마치 공주에게 뒷통수를 한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마틴도 왠지 슬그머니 화가 나서 공주를 한번 걸어보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왠지 아이들을 위험한 곳으로 보낸다는 것이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공주는 조금도 동요되지 않았다.


“오빠, 어느 도시나 어느 성내에도 고아들은 있고 거지들은 있어요. 오빠도 그들을 볼 때마다 불쌍하다고 생각은 했겠지만 그 얼굴 중에 누구 하나 기억하는 사람이나 있는가요? 없죠? 예, 불쌍하다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그 아이들에게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까 이런 폐광에 그 고아들이 방치된 거고요. 그러니 지금 우리 일처럼 아무도 모르게 살짝 갔다와야 하는 일에는 그 아이들만큼 유리한 사람들도 없죠.”


마틴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뒷통수를 또 한대 얻어 맞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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