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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선 님의 서재입니다.

백설공주 구하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무대선
작품등록일 :
2022.05.17 13:44
최근연재일 :
2022.06.29 19:40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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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9
추천수 :
234
글자수 :
355,085

작성
22.05.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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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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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파락호 기사 백설공주를 구하러 가다. - 7

DUMMY

파락호 기사 백설공주를 구하러 가다. - 7


마틴은 에릭이 자신을 회유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즉시 알아차렸다.

마틴은 속을 누르고 느물거리는 어투로 말했다.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되겠소?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아직 공주가 어디에 있는지는 커녕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지 못하는데. 말하자면 공주를 넘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그럴 능력이 안 된다는 말이지.”


그 말을 들은 에릭이 미소지었다.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 아니오. 당신이 공주를 찾을 필요도 없을 테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마시오. 램스울에 가서 정보를 얻으면 그걸 넘기고 그냥 물러가시오. 이게 요구의 전부요.”


“배신을 하라는 것이군. 불명예를 안고 말이야.”


에릭이 한손을 흔들었다. 머리도 같이 흔들었다.


“마틴경, 공주는 이미 8년 전에 죽었어요. 죽은 사람을 배신할 수 있소?. 공주가 죽은 채로 놓아두시오. 옛날이야기에도 있지 않소? 죽은 자를 되살려서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아요. 더구나 왕자님은 언젠가 왕위에 오릅니다. 전하의 건강상태로 볼 때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도 않소. 그때가 되면 마틴경은 영지를 받고 궁정에 높은 직위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그런 것을 두고 불명예라고 할 사람은 없지요.”


“영지와 작위라.... 흠, 솔직히 구미가 당기는 걸. 영지와 작위, 그런 것이 내 것이 된다면 설령 누군가 불만이 있다한들 누가 내게 뭐라고 그럴 것인가. 힘이 없는 자의 외침이란 짓밟혀 죽는 쥐새끼가 마지막에 지르는 찍 소리에 불과하지.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오. 에릭경, 가능하면 대답해 주시오.”


“궁금한 게 무엇이오?”


“내 아버지에게도 이렇게 수작을 걸었소?”


이때껏 화평하던 에릭의 얼굴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고 안색은 시커멓게 변했다.

마틴은 그런 에릭의 얼굴 표정을 즐기듯이 바라보다가 시선을 약간 낮추고 아주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죽은 사람을 배신할 순 없다고? 글쎄. 경은 언제 한번 죽어 보았나보지? 아니면 죽어본 사람에게 이야기라도 들으셨나. 제안을 따르라고? 좋아. 좋은게 좋은거지. 에릭 잘 들으시오.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당신이 한 가지만 들어준다면 말이오. 하지만 내 제안은 영지나 작위가 아니오.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돌려주시오. 그것만 해준다면 일곱 살 어린아이의 목을 잘라 바치든 뭐든 뭐든지 해달라는 대로 해주지. 알아들었소?”


시커멓게 변했던 에릭의 얼굴은 이제 벌겋게 달아올랐다. 모욕감을 느낀 것,


‘이 녀석이 검을 뽑을까?’


기사에게 있어 모욕은 사람을 죽일 이유로는 차고 넘쳤다.

하지만 에릭은 검을 뽑지 않았다. 한동안 마틴의 얼굴을 노려보다가 식탁을 손바닥으로 후려치며 일어섰다.

에릭이 바깥으로 나가 버리자 안에 있던 십여명도 같이 따라 나가 버렸다. 사나운 눈길로 마틴을 노려보면서, 바깥에도 최소한 십여명이 정도는 대기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득하던 사람들이 헌꺼번에 다 빠져 나가자 갑자기 여관 전체가 텅 빈 것 같았다.

자리에 앉지도 않고 한쪽 구석에 뭉쳐 서서 언제라도 싸울 준비를 하고 있던 동료들이 우 하고 몰려와 마틴 앞에 앉았다.


“이곳을 떠나시지요.”


윌리엄이 말했다.

마틴은 감정을 삭히느라 시간이 필요한지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눈을 감은 체 한동안 있다가 휴우 하고 옅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오줌 마렵구만. 전에도 말했지만 저들은 우릴 덮치지 않을 거야. 최소한 공주의 생사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게다가 싸우겠다면 차라리 이곳이 나아. 저들은 다수고 우린 소수일세.”


“바깥에서 불이라도 지른다면 큰일 입니다.”


무치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걱정말게. 그런 무식한 짓은 저지르지 않을 거야. 아직은 말이지. 우리가 지금 할 일은 잘 먹고 잘 자서 체력을 길러놓는 일이야. 지금은 아니라도 언젠가 부딪치기는 해야 할 것이고 그때에는 그동안 길러놓은 체력이 큰 도움이 될 테니까. 행여나 불침번 같은 것은 필요 없을 것일세. 말했듯이 오늘밤은 그저 잘 먹고 잘 자야 해.”


마틴이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한 후 손가락을 튀겨서 주인을 불렀다.

주인이 겁먹은 얼굴로 다가오자 마틴이 금화 한닢을 내어 탁자에 딱 놓으며 말했다.


“자신 있는 요리는 무엇이든 가져오게. 맥주는 끊어지지 않도록 하고.”


여관주인은 솔직히 방금 나간 무리들과 함께 마틴 일행도 나가주었으면 하고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무전취식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금화까지 선지불 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무치의 어마어마한 덩치와 옆에 매달린 도끼, 그리고 아무리 봐도 제대로 된 기사인 듯한 마틴과 윌리엄이 무서워 감히 입을 떼지 못했다.

맥주와 간단한 과자가 먼저 나오고 한동안이 지난 뒤에 긴 탁자에 요리들이 늘어 놓이자 마틴이 단검을 뽑아들고 먼저 요리에 덤벼들었다.

마틴은 일부러 그러는 것 같이 큰 잔에다가 술을 퍼마시고 거칠게 고기를 베어내 물어뜯었다.

처음에는 침울하고 겁먹은 동료들의 사기를 높이려고 그렇게 행동하다가는 술이 들어가 취기가 올랐을 때에는 자신이 지금 무척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다.


‘이상한 일이군. 이미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은 떨쳐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야.’


다음날,

무치가 흔들어 깨웠을 때 마틴은 머리가 빠개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상체를 일으켰다.


“술은 마셔도 좋지만 정신을 잃을 정도로는 안 된다고 지시하신 걸로 기억하는데요.”


“나도 기억나는군. 내가 자네에게 수년 전에 지시한 것이 기억나. 내가 술에 취했을 때에는 힘을 반만 들여서 흔들라고 말했을 텐데....”


그러고는 급히 뭔가를 찾는 모양을 보였다. 무치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오줌통으로 쓰는 통을 건네자 마틴이 거기 머리를 처박고 왝왝 게웠다.


“그 자식이 나리를 무척 열받게 했는 모양이군요.”


“나 스스로 주체가 안됐던 거야. 그 자식은 잘못 없어. 최소한 이 건에 대해서는 말이야.”


마틴이 오줌통에 담긴 자기 토사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마틴이 속에 있는 것을 오줌통에 다 게워내고 자기 토사물 위에 다가 오줌을 싸는 중에 방문이 삐꺽 열리며 로빈이 들어오다가 이 광경을 보고 황급히 문을 닫았다.


“로빈인가? 잘 잤나? 들어와 할 말 있으면 하게. 우리 사정이 사정이니까 격식 따위는 생략하자고 전에 약속한 것으로 아는데?.”


간밤에 마신 술을 모조리 배출하려는 것 같은 오줌줄기가 그치지 않는 중에 마틴이 말했다.

하지만 로빈은 문을 열지 않고 방문 뒤에서 말했다.


“경께서 일어나셨는가 보러 왔어요. 그럼 저는 먼저 내려가 보겠습니다.”


“내 아침식사도 주문해 두라구.”


“알겠습니다.”


로빈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지 계단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마틴이 괴춤을 올리면서 무치를 보고 심드렁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도 눈치 챘나?”


“저도 바보는 아닙니다.”


“그래, 둘 중 하나야. 남자를 특별하게 보는 남자이거나...”


“아니면 여자겠죠.”


무치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여자라면 무슨 사정일까?”


“모르죠. 저치들 정말로 사촌간은 맞을까요?”


“사촌간인지 뭔지는 몰라도 친척은 확실해. 피가 안 섞이고야. 저만큼 닮을 수는 없거든.”


“사촌간이라면 사랑의 도피인지도 모르겠군요.”


“글세 나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했었지. 그래서 윌리엄과 로빈의 눈여겨봤는데 서로 사랑하는 건 확실하나 연인의 그것은 아니었어. 윌리엄쪽이나 로빈쪽이나 그런 감정은 없었네.”


“나리가 그렇게 연인간의 눈치가 빠삭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일을 망치게 되면 그쪽으로 사업을 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뚜쟁이 질이라도 하라고?”


“뭐 어떻습니까?”


“하긴 그래.”


무치의 도움을 받아가며 새옷으로 갈아입고 갑옷까지 착용한 마틴이 아침을 식사를 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왔다.

아래층의 벤치에는 윌리엄과 로빈이 죽과 빵, 치즈 그리고 물을 타 묽게 만든 포도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틴은 그 앞에 앉으며 인사도 하기 전에 자기도 모르게 크고 긴 트림을 하고 말았다.


“이거 실례했군. 잘들 잤나?”


“어젯밤에 과음을 하셨습니다.”


윌리엄이 물그릇을 마틴 앞으로 밀어놓으며 말했다.


“그래 좀 그랬지. 실수였어. 용서하게.”


“사과하실 일은 아닙니다만 앞으로의 대책은 있어야 하겠죠.”


윌리엄이 옆 벤치 끝에서 식사하고 있는 두 사람을 노려보며 말했다.

마틴이 픽 웃었다.


“진정해. 저 두 사람은 우리를 감시하고 있지 않아. 엄한 사람 잡지 말게. 그냥 나그네들일 뿐이야.”


“어떻게 아시죠?”


“에릭은 그렇게까지 소심한 사람이 아니야. 아니 지나치게 뻔뻔한 인간일지도 모르지. 감시를 하고 싶다면 차라리 우리랑 동행을 하자고 덤볐을 걸. 더구나 그는 우리 행선지를 알고 있어. 차라리 거기에 먼저 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군요. 에릭경이 지금 우리를 감시하든 안 하든 간에 말입니다.”


“램스울에 갔을 때를 이야기하는 건가.”


“예.”


“알고 있겠지만 램스울는 자유도시야. 국왕에게 세금을 내지만 그것이 다야. 거기에는 국왕의 관리가 아니라 치안판사가 있어. 거기서 일을 벌인다면 에릭의 패거리건 우리건 무조건 체포야.”


“맞아. 그랬었지.”


무치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꾼 듯 머리를 흔들고 말했다.


“하지만 나리, 성내에서야 대낮에 전쟁터 한가운데에 온 것처럼 싸움을 벌일 수야 없겠지만....”


“야밤에 기습을 가할 수는 있단 말인가?”


마틴이 윌리엄이 내민 물 잔을 들고 단숨에 들이켜고는 무치의 뒷말을 채워주었다.


“그것도 있지만 램스울의 법은 램스울의 성벽 안에서만 통할 뿐입니다. 성벽 밖으로 한발자국만 나가도....”


“왕국의 기사들이 서로 눈알 뽑아가며 싸운다 해도 도시 사람들은 아무런 상관을 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지? 그 말이 옳아.”


마틴이 귀리빵을 쪼개어 그 조각을 죽에 찍었다. 그리고 그것을 한입 넣고는 오만상을 지었다.


“때려죽일 주인 놈 같으니 차라리 벽돌을 씹는게 낫겠군. 그래. 이딴 걸 빵으로 내놓다니 부셔서 죽을 만들면 몰라도...”


혼잣말을 하고는 희석시킨 포도주를 꿀꺽 마셔 빵을 겨우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 내가 우선 걱정하는 것은 적의 검이 아닐세.”


“그럼 뭡니까?”


윌리엄이 진지하게 물었다. 하지만 마틴은 당장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희석시킨 포도주를 한 모금 더 꿀꺽 마시고는 장난끼있는 눈웃음을 지으며 동료들의 얼굴을 마치 그림 구경하듯이 한명 한명 쳐다보다가 음료수 잔을 내려놓으며 두손을 깍지끼고는 탁자 위에 얹었다.


“친구의 배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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