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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선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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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무대선
작품등록일 :
2022.05.17 13:44
최근연재일 :
2022.06.29 19:40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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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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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글자수 :
355,085

작성
22.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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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발데크 가문 - 3

DUMMY

발데크 가문 - 3


아롤젠성은 바깥성과 내성 두 겹 성이고 바깥 성곽과 성문은 방어용이지만 내성은 그렇지 않았다. 벽이 있고 문이 있으나 벽은 성벽이 아니고 그냥 담이고 문은 방어용 성문이 아니라 그냥 현관문일 뿐이었다.

객관에서 일하는 일꾼들과 바깥의 경비병들은 무치가 살살 꼬여서 술을 먹이는데 처음 먹일 때에는 꼬여서 먹이고 나중 먹일 때에는 반강제로 먹여서 나중에는 억병이 되어 거즌 죽은 사람처럼 되었다. 이렇게 객관 사람들은 재워놓아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성내의 야경꾼들과 본성안의 경비병들은 이렇게 못하니 문제가 되었다.


“조금이라도 몸이 가벼워야 하고 또 소리도 나니까 쇠붙이는 몸에 걸치지 말지.”


보웬의 말에 모든 사람들은 사슬 갑옷은 벗고 빳빳한 가죽옷만을 입었다.

보웬은 치렁치렁한 망토는 놔두고 무슨 강도처럼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허리에는 단검, 등에는 장검을 짊어졌다.

윌리엄과 마틴도 이에 따랐지만 무치는 자기는 장검이 익숙하지 못하다고 단검과 한손으로 휘두르기 좋은 손도끼를 챙겼고 로빈은 장검은 무겁고 있어보아야 잘 쓰지도 못하는데 거추장스럽기만 하여 단검만 두 자루를 챙겼다.

무장을 하는 중에 윌리엄이 무치를 보고 객관 사람들을 술을 먹일 때 무치도 같이 마셨을 것인데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무치는 말이 없이 싱그레 웃기만 하고 마틴이 대신 하여 대답했다.


“무치가 열명을 술로 보내는 걸 봤네. 그 중에 한명은 진짜로 죽었어. 정말이야.”


일행이 객관 바깥으로 나와서 길을 도는 야경꾼들을 살살 피해가며 본성 앞 정문까지 오기는 왔는데 영주가 사는 본성 앞이라서 그런지 횃대가 수가 없고 주위가 대낮 같고 사람도 많아 도저히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본성 근방까지는 그래도 경비가 그리 삼엄하지는 않아서 살살 피해가며 잘 왔지만 본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본성에서 저만큼 떨어진 술집인지 무언지 건물의 어두운 그림자 아래 숨어 있던 일행이 본성 주위를 아무리 살펴도 경비들의 눈에 띄이지 않고는 들어갈 가망이 없어서 주저하는 중에 마틴이 입을 떼었다.


“이거 어쩌지...”


“아무래도 미끼가 필요한 듯 하네.”


보웬이 서슴치도 않고 말했다.


“당신이 하지 그러쇼.”


“내가 잡히면 보웬 베어맨이 멀쩡히 살아 여기 있소. 하는 격인데 그러면 자네 임무에 지장이 되지 않으려나.”


마틴이 쏘아붙이듯이 말하는데 보웬이 덤덤하게 받아 넘겼다.

마틴이 보웬의 말에 할 말이 없어 주저하는 중에 무치가 말했다.


“제가 가죠.”


무치의 말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무치의 얼굴에 모이는데 무치가 이 사람 저 사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나리들은 전부 귀족이라 붙잡히면 곧바로 신분이 탄로 되지만 저는 아니죠.”


“무치도 같이 객관에 들었는데 어찌 모르겠소.”


윌리엄이 고개를 저었는데 무치가 어둠 속에서 씨익 이빨을 드러냈다.


“귀족들은 하인 따위 기억하지 않아요.”


“기억하지 않으니까 더 문제야. 만약 잡히면 거꾸로 매달려서 얻어터지고 발길에 차일거야.”


마틴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는데 정작 당자인 무치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왠지 정겹네요.”


그 말을 해놓고 무치가 동료들과 떨어져서 어딘가로 갔다. 그리고 잠시 있다가 다시 나타났는데 대체 그 잠깐 사이에 어디서 구한 셈인지 돼지 새끼 한 마리를 한손에 움켜잡고 있었다.

무치가 돼지 새끼를 움켜잡은 채 본성의 정문 앞으로 살살 나아갔다. 주위에 밝혀 놓은 횃불 때문에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결국 누군가가 무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거기 너 누구야!”


무치가 일부러 그러는 것같이 화들짝 놀란 몸짓을 하고는 그때껏 움켜잡고 있던 돼지 새끼의 입을 풀었다. 그러자 그 쪼그만 새끼돼지가 날 살려라고 꽥꽥 온 성이 떠나갈 듯이 소리를 질렀다.

돼지새끼 돼지 멱따는 소리에 문 밖에 있는 경비는 고사하고 문 안의 경비들까지 담 위로 머리를 솟치어서 무슨 구경거리인가 하고 삐끔삐끔 내다보는데 무치가 다가오는 경비를 보고 비실비실 뒷걸음질을 쳤다.


“너 거기!, 거기에 서!. 움직이지 말아!”


경비가 연달아 위협하며 칼을 빼드는데 칼날이 횃불의 빛을 받아 어른어른 하였다. 무치가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그때껏 손에 잡고 있던 돼지새끼를 경비병의 면상을 향해 던졌다.

경비병이 꽥 하고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돼지새끼를 무정하게 팔로 쳐서 날려버리고는


‘이놈!’


하고 소리를 치는데 무치는 ‘이놈‘ 할 때 벌써 뒤돌아서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달아났다.

앞선 경비병과 다른 경비 몇 명이 이놈 이놈 하고 소리 지르고 욕설하며 쫒아갈 때 다른 경비들은 임무를 잊지 않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무치를 잡으려고 뛰어간 경비병만큼 자리가 비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고 또 자리를 지켜 경비 서는 사람들도 사람인지라 구경거리에 저절로 눈이 가는 것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마틴과 다른 동료들은 무치가 사람을 끌어주고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신속하게 움직여 본성의 어느 벽면에 붙어 있을 수 있게 되었다.

횃불의 빛이 비치지 않는 것은 좋으나 바로 앞에 선 사람 코가 안보일 정도의 암흑 속에서는 내 눈이나 네 눈이나 별다를 게 없어 보이는 게 하나도 없었다.

다행하게도 로빈은 활잡이라 그런지 눈이 희한하게 밝은데 본래 눈이 밝은 만큼 밤눈도 남보다 훨씬 밝아서 사물을 분간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본성의 벽은 성벽이 아니라 담이라서 비록 어른 키 정도는 아득히 넘으나 밑에서 받쳐주면 못 넘을 것도 없지만 안의 사정을 모르니 무턱대고 훌쩍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몸 가볍고 눈 밝은 로빈이 담 안의 사정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무치 같으면 로빈 정도는 한손으로 붙들어서 들어올릴 수도 있겠으나 무치 만한 괴력을 지닌 사람은 없어서 윌리엄이 한쪽 잡고 마틴이 다른 쪽 잡아 로빈을 붙들어 담 위로 받쳐 올렸다.


“밑에는 사람 없어요. 하지만 스무걸음 쯤 앞에 화톳불이 있고 경비 둘이 있는걸요.”


로빈의 속삭이는 말에 마틴이 밑에서 말했다.


“안 들키겠나? 그럼 넘어가.”


로빈이 훌쩍 몸을 날려 담 아래로 내려갔는데 쿵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그 다음에 마틴이 윌리엄과 보웬의 도움을 받아 담 위로 올라 아래로 내려가고 그 다음엔 윌리엄이 담 위의 마틴과 담 아래의 보웬의 도움을 받아 담을 넘었다.

마틴이 아래에 혼자 남은 보웬을 보고 놀리듯이 말했다.


“좀 힘들겠군. 늙은이.”


비록 놀리기는 하였으나 마틴이 담에 반몸을 걸치고 상체를 최대한 아래로 쭉 내밀어서 보웬을 잡아 끌어올려 주려 하는데 정작 보웬은 마틴의 손을 본 체도 않고 허리와 무릎을 굽혔다가 펴며 몸을 솟쳤다.

보웬이 한번 몸을 솟쳐서 팔을 뻗으니 한손이 담 위에 걸치고 남은 한손을 담 위에 마저 얹은 뒤에 담을 잡은 두 팔에 힘을 주고 다시 한번 상체를 솟쳐서 반몸이 담 위로 올라왔다.

마틴이 그때껏 보웬을 올려주려고 빨래처럼 접혀서 상체를 담에 걸치고 있다가 보웬이 하는 짓을 보고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모든 사람들이 별 탈 없이 담 안으로 들어왔으나 경비 둘은 그냥 놔둘 수가 없어서 결국 뒤로 가 뒤통수를 치고 뻗은 것을 수풀 속에다가 숨기고는 그 몸 위에다가 가지고 온 독한 술을 뿌렸다.


“이러면 들켜도 잠시간은 괜찮겠지. 술 먹고 뻗은 줄 알거야.”


마틴이 이 말을 하고 로빈에게 윙크를 했는데 로빈은 그 모습을 보고는 어이가 없든지 본체만체 하였다.

발데크경은 성탑 같은게 아니라 외벽에 둘러싸인 성벽 안에 높은 담으로 둘러쳐진 저택에서 살았다. 마틴과 동료들은 정원을 지나 저택에 창을 통해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윌리엄이 어둠 속에서 물었다.


“그런데 집사가 어디에 있는 줄 알고요?.”


마틴이 미소지었다.


“쉽지. 영주는 어디에 있겠나?”


“제일 좋은 방.”


“그러면 거기서 가깝고 그 다음으로 좋은 방을 찾으면 돼.”


“거기에는 영주의 아들이 있지요. 아니면 부인이나.”


“발데크경은 아내도 아들도 없어.”


“혹시 공주님이 계신다면..”


“그렇게 되면 더 좋지.”


“그렇더라도 집사가 그런 좋은 방을 차지하고 있을 이유는....”


“아직 눈치 못 챘나? 집사 울릭이 이 성의 실세야. 귀족 가문에서는 그리 드문 일도 아니지.”


마틴이 재밌다는 듯이 하는 말에 윌리엄이 멈칫했고 누가 시키는 것 같이 보웬을 돌아보았는데 보웬도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넓은 저택이었지만 영주의 방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방문부터가 튼튼하면서 화려하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기사 둘이 밤새도록 경비하는 곳이 바로 영주의 방이었다.

마틴과 동료들은 그곳을 기점으로 어둠을 동무삼아 이방 저방을 둘러보았는데 한곳에 이르니 젊은 기사 하나가 지키는 방문이 있었다.


“저기구만.”


마틴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웅크려 숨어있던 보웬이 온 몸을 다 드러내고 고개를 숙이고 경비를 서는 기사 앞으로 나 보라고 뚜벅뚜벅 걸어갔다. 기사가 이것을 보고 하인으로 여겼던지 별로 경계도 안하고 말했다.


“무슨 일이냐?”


보웬이 단번에 젊은 기사의 입과 함께 얼굴을 움켜잡고 단검을 목 아래에 갖다 대었다.


“문 열어.”


거의 다정스러울 정도로 부드러운 목소리 였다.

기사가 머리를 저었다.


“거부하면 죽일텐데 그래도 괜찮아?”


기사가 앞전보다 더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할 말이 있는 것 같으니 재갈을 떼어 주겠다. 소리를 치면 우리는 큰일 나겠지만 너 한테는 더 큰일이 벌어지게 될 거야. 그건 알지?”


기사가 이번에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보웬이 손재갈을 풀어주자 그 젊은 기사가 듣기에 애처러울 목소리로 말했다.


“안에서 빗장을 거는 문입니다. 안에서 작정하고 잠그면 바깥에서는 때려 부수지 않은 한 못 연다고요.”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보웬이 문을 쓱 훑어보더니 중얼거렸다.

보웬이 마치 연인처럼 등 뒤에서 젊은 기사를 푹 끌어안은 채로 단검은 목에 더 바짝 대고 다시 말했다.


“그럼 네가 문을 좀 열어 주어야겠다. 오해할까봐 말해주는데 나를 위해서는 아니야. 너를 위해서지. 너의 가족을 위해서야. 네가 죽으면 눈물 흘릴 사람들을 위해서, 말해두는데 나는 죽어도 눈물 흘려줄 사람이 없거든. 하지만 너는 있잖아.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라. 꼬마야. 모욕을 주려는 것은 아니야. 네 어머니는 예전에 널 이렇게 불렀을 것 아닌가. 꼬마야, 혹은 내 작은 아이야. 그것을 상기 시켜 주는 것이다. 가족을 생각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라. 네가 살아야 할 이유다. 그리고 나서 고난을 생각하면 좀 견디기 쉬울 거야.”


젊은 기사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두 눈에는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보웬이 젊은 기사를 어린아이 다루듯이 앞으로 돌려 세운 뒤에 그 젊은 기사와 눈을 맞추고는 마치 다정스러우나 엄격한 선생 같은 어투로 말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잘 해. 기회는 한번 뿐이니까. 너무 긴장하지는 말고 평소에 하던 것처럼.. 알겠나?”


이제 젊은 기사는 보웬의 손에 들린 인형이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단검 따위는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보웬이 공이나 나무 토막을 던지면 그 젊은 기사가 얼른 달려가 주워서 가지고 올 것 같았다.

보웬의 하는 행동과 하는 말을 뒤에 다른 동료들이 다 보고 듣고 있었는데 로빈은 마치 자기가 그 젊은 기사라도 된 양 몸서리를 치고 윌리엄은 기가 막혀 입을 헤 벌리고 앉았다.

마틴이 그런 둘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치가 본래는 스노우캐슬에서 손꼽히는 신사에 미남이었다면 그게 믿어지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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