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4.06.03 18:22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1,469,619
추천수 :
29,515
글자수 :
2,121,592

작성
24.04.09 18:10
조회
1,866
추천
61
글자
16쪽

난세(2)

DUMMY

※※※



반투명한 아침의 대기 위로 흐릿한 연기가 물결치며 바람을 타고 뻗어나갔다. 직전 거대한 진기의 반동이 있었던 대지 위. 가늠도 되지 않는 거리를 따라 화살을 쏘아낸 흑포의 사내가 길게 숨을 뽑아내었다.


“실패했다.”

“자네가? 하긴 그 거지가 워낙에 걸음이 빨라야 말이네만......”

“신승이 개입했다. 별개로 직격했어도 사살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그극.


흑포의 사내. 궁귀의 손아귀에 들린 것은 몸보다 거대한 활이었다. 어깨와 팔다리 근맥 전체를 따라 쉴새없이 진기 파동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의 발 아래로는 길다란 고랑이 패여 있었다.


두 다리를 대지에 박아넣고 몸을 시위로 화살을 쏘아내기라도 한 듯이.


무당산이 지평 너머 어렴풋이 드리운 그림자로밖에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쏘아낸 일격이었다. 발사하는 순간 주변의 대기를 모조리 먹어치웠다가 뱉어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흡사 하늘에서 내려치는 벼락(天雷)을 연상시킬 정도로.


“신개의 사살은 실패로군.”


궁귀의 중얼거림에 혈선이 수염을 쓸며 혀를 찼다.


“천하제일쾌의 다리를 끊지 못했으니 절반의 성공이로다.”

“......”

“다 잡은 먹잇감 앞에 별안간 옛 제자놈이 끼어들 줄은 몰랐네. 그는 어찌 되었나?”


쿠구궁.


궁귀가 활을 거두며 몸을 바로세웠다. 그의 등 뒤로 흩날리는 흑포가 물결치듯 일렁였다. 허리춤을 따라 깊게 패인 자상에서는 아직도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사이로 느껴지는 통증에 가면을 매만진 궁귀가 나직히 중얼거렸다.


“까다롭군. 피가 멎지 않아.”

“끌끌. 노부도 만전의 제자놈을 상대하려면 팔 하나쯤은 걸어야 할것이네. 제아무리 자네라 해도 쉬이 목을 날릴수는 없었겠지.”


뒷짐을 진 혈선이 궁귀를 응시했다. 잠시 가면을 매만지던 궁귀가 목소리를 흘렸다.


“이제 이검은 못쓸거다.”

“......놓쳤나?”

“빠르더군.”


맹인 노검객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어렸다.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그 화살 끝이 무뎌졌을 리는 없고, 제자 놈의 성취가 한발짝 더 나아갔었다거나......?”

“......”

“어찌 돌아올지 모르는 일이구먼. 후환을 남겨두다니.”


혈선이 중얼거렸다. 허옇게 멀어버린 두 눈이 무당산쪽을 일별하더니, 이윽고 그가 몸을 휙 돌렸다.


“가지. 호북에서 볼 일은 이것으로 끝이네.”

“무당산에 모인 이들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않아도 되나.”

“만귀가 아직 그 자리에 있네. 우리가 구태여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어.”


태연히 모산파의 장문인을 입에 담는다. 혈선의 입매에 주름진 웃음이 그려졌다.


“선제적으로 취한 이득이 많지 않나. 개방은 힘을 크게 잃었고, 정파의 수많은 문파들이 호북을 벗어나지 못하고 쓰러졌네. 모든 일이 완벽하게 풀렸으면 천하제일쾌의 목을 취하고 사나흘 정도의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었겠네만......언제나 모든 일에 흠결이 없을 수는 없는 법이지.”


검성마저 이곳에서 꺾였다. 구음절맥의 소녀를 취하지 못한 것과 더불어 모든것이 계획대로 풀리지는 않았으나 이 정도면 충분한 성과.


“마음 같아서는 운현을 거쳐가고 싶네만.”

“신승과 선극을 눈앞에 두고?”

“안될 일이지. 이만 움직이는 것이 낫겠구먼.”


혈선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하북(河北)으로 가세. 장주가 기다릴걸세.”



※※※



침묵이 한낮의 햇살 마냥 살포시 내려앉았다.


좌중을 압도하는 기세 탓이었다. 늙은 거지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당금 무림에 저런 무인은 홀로 오롯했으니까.


간간히 새어나오는 신개라는 별호가 드높다. 용두방주라는 칭호를 속삭이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의 중원에서 가장 빠른 자.


천하제일쾌(天下第一快)이자 동시에 개방의 수장.


하오문주와 더불어 무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가장 빨리 알고 있다 봐도 좋았다. 그런이가 내뱉은 말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허나 모두가 멍하니 침묵한 까닭은 하나였다. 그 내용이 쉬이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던 탓에.


직후였다.


“방주. 지금 뭐라 하셨소......?”


별안간 외치는 음성에는 절박함과 황망함이 묻어있었다. 청운진인(靑雲眞人)이었다. 이 순간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는데, 그 홀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곁에서 천천히 자리에 주저앉은 금정신니(金頂神尼). 말만 하지 않고 있을 뿐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한편 그 사이에서 백연은 숨을 길게 뽑아내고 있었다.


‘패흑련.’


청해에서 출현했다는 소식.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큰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저들이 곤륜파를 노리고 있을까.


허나 그 와중에도 패흑련주가 곤륜산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에 미미한 안도감이 스친다.


감정적으로는 당장이라도 청해로 뛰어가고 싶지만, 동시에 이성은 다른 것을 바라보라 요구한다. 패흑련주가 곤륜산으로 향하지 않은 이상 무영방과 천라방의 힘이라면 패흑련을 상대할 수 있을 터.


그것을 인지함과 동시에 소년의 생각은 곧바로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사천.’


수라궁이다. 사천 성도와 청성산, 아미산의 방어가 뚫렸다고.


구파중 둘과 오대세가중 하나의 근거지가 당했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정파 무림 전체를 뒤흔드는 일인데, 신개가 입에 담은 모든 것중 가장 위급한 사안이었다.


그것을 인지한 듯 청운진인의 물음도 한없이 다급하다.


“청성이 뚫렸다고 하셨소이까?”

“쿨럭. 그렇소.”


어느새 쏟아던 진기의 파동은 사라지고 피를 한움큼 뱉어낸 신개가 지친 목소리로 답했다.


“아미산은 돌파당했고, 청성과 성도는 포위. 항전이 이어지다 뚫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가주가 당도했소. 파죽지세로 이어지던 수라궁의 진격을 당가의 무인들이 일당백으로 저지. 서주(西州)까지 몰아내어 그곳에서 소모전을 이어가는 중이었소이다.”


신개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덧붙였다.


“이상이 개방의 급보로 얻어낸 정보. 채 사흘이 되지 않았소. 노부의 두 눈으로 견식한 것은 아니었소만, 확실하오.”


콰드득.


그 순간 묵직한 소음이 일었다. 금정신니의 손아귀에서 일어난 금빛 경파가 팔걸이의 일부를 분쇄해버린 탓인데,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청운진인이 침묵한 사이 물어오는 목소리들이 높았던 까닭이다.


“녹림과 수로채는......?”

“두 세력이 합일(合一). 신주흑림(新州黑林)이라는 새로운 기치를 내걸고 거대한 무공 군세를 일으켰다 하오.”


하나 하나가 위급한 일이었다. 당장 상석에 있는 이들 사이에서 교환되는 시선이 빨랐다.


동시에 어느 순간부터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점차 커진다. 누군가가 한마디를 얹고, 그 위에 다른 사람의 한마디가 더 쌓여나간다. 신개가 전해준 소식을 인지함에 따라 차차 불안한 감정이 물밀듯 몰려왔기 때문일까.


그렇게 무연봉 위에 커다란 혼란이 번지려던 그 순간.


[아미타불.]


우웅-


웅혼한 기척과 함께 별안간 거대한 박수 소리가 짝 울렸다. 흡사 거인이 손뼉을 친것 마냥 크게 울린다. 연달아 터져나오는 진기의 파동이 마치 절간의 범종이 깊게 울어댄 듯 들리기도 했다.


신승의 박수 한번에 좌중에 다시금 침묵이 내려 앉았고.


“방주의 말은 잘 들었소. 상황이 급박하니 길게 끌지 않으리다.”


화아악-!


선극의 바람같은 기척이 사방을 따라 청량한 기운을 흩뿌리며 확장. 사람들의 정신을 맑게 일깨운다.


“지금부터 무림맹의 이름으로 첫 움직임을 개시하겠소. 악가는 북방 기마군세의 출현을 견제. 곧장 산동으로 복귀해 북경의 동태를 확인해주시오.”


“청성과 아미파는 그대로 사천으로 복귀. 당가주를 지원해 수라궁의 진격을 저지.”


“그와 별개로 급히 움직일 수 있는 별동대를 선발해 사천의 방비를 비롯해 여러 곳을 지원하겠소이다. 어떤 무인이든 맹의 별동대에 임시로 자원할 수 있으며, 그들을 위해서 맹의 이름 하에 무한한 지원을 약속하겠소.”


“사마외도의 종자들이 간악한 마수를 뻗쳐 이 땅에 난세를 불러 일으켰으나, 그들은 곧 알게 될 것이오.”


어느 순간.


선극은 손을 뻗어내고 있었다. 그의 손아귀에 들린 목검의 끝에서 한없이 깊은 진기가 물결처럼 일렁이며 사방을 뒤덮는 것도 순식간.


직후 무연봉 위로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진기의 파동이 별안간 상승하며 일어났다.


언제나 호북을 수호하던 거대한 태극.


이번에는 아니었다. 거대한 무(武)와 의(義)의 형태를 엮어낸 글자가 허공에 선명하게 새겨진다. 무림맹의 기치를 상징하듯이.


“중원 무림에 새로운 질서가 탄생했다는 것을.”



※※※



백연은 곧장 걸음을 옮겼다.


선극의 발언이 끝난 직후였다. 청운진인과 금정신니는 그 길로 상석을 비웠다. 다른 무인들도 혼란과 당황이 섞인 상태로 무당파의 무인들에게 물음을 건네는 모습. 각자 어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했다.


허나 대다수의 무인들은 무림맹에 입맹하고자 하는 듯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홀로 돌아갔다가 어떤 큰 화를 입을지 알 수 없었을 뿐더러, 벽력탄 같은 발언 앞에서 보여준 선극의 대처가 가슴에 한줄기 단단한 믿음을 불어넣어준 까닭이었다.


그리 선극은 몰려드는 사람들을 제지하며 바삐 그들을 지휘하는 중이었다.


전날까지 축제의 장이던 무연봉 위는 임시로 무림맹을 이끄는 막사가 되었고, 그 안에 모여든 구파와 오대세가들의 수장이 나누는 논의가 한없이 무거웠다.


반면 백연은 다른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르신.”


한켠에 앉아 온몸에 천을 칭칭 감으며 숨을 돌리고 있는 신개였다. 늙은 거지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이윽고 백연을 눈에 담고는 기침을 뱉었다.


“암화 백연. 익히 들었네. 그 용모파기보다 실물이 몇배는 헌앙하군 그래.”

“혹시 풍백과 만나셨습니까? 그가 어찌 되었는지는......”

“......”


늙은 거지의 표정이 금새 어두워졌다. 잠시 수염을 거칠게 쓸어내린 그가 중얼거렸다.


“모르네.”

“모른다 하심은......?”

“검성은 혈선의 흔적을 쫓아오다 노부를 마주쳤네. 혈선과 궁귀라는 작자가 이 늙은이를 쫓고 있었는데, 홀로 몸을 던져 노부가 탈출할 시간을 벌었어.”

“......그랬습니까?”

“허나 그도 몸을 빼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네. 살아남았을 게야. 반드시......”


흐리는 말끝이 어두웠다.


백연은 옅은 한숨으로 갈음하곤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것으로 소년은 검성에 대한 것을 머리에서 지웠다. 그가 지금 감당할 일이 아니었다.


‘어찌해야 하지?’


입맹 여부와 별개로, 당장 그의 움직임을 정해야 했다.


‘......역시.’


고민은 정말 잠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당장 그가 향해야 할 곳은 한군데였다.


사천, 서주(西州).


당가주 천독이 수라궁을 막아내고 있다 했다. 그 단신의 무력과 당가 무인들의 힘으로 수라궁주를 비롯한 거대한 세력을 붙들고 있는 셈인데, 결코 뚫려서는 안된다. 사천이 넘어가는 순간 중원 무림이 반으로 갈라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섬서와 감숙의 사이가 단절되면, 그대로 중원의 서편은 사마외도의 땅이 된다. 수라궁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최우선에 올 수 밖에 없었다.


“선택의 여지도 없네.”


백연이 옅은 한숨섞인 중얼거림을 뱉었다.


그때였다.


“백연.”


소홍이었다. 뒤편에서 불쑥 나타났는데, 목소리에 옅은 불안감이 실려 있었다.


“무슨 생각?”

“......지금부터 나는 사천으로 움직일거야.”


백연이 답했다.


그 홀로써 전황을 뒤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별동대가 움직인다면 손 하나라도 더 필요할 것이 자명한 상황.


하지만.


“혼자?”

“응.”


이번에는 곤륜파와 같이 움직일 수 없었다. 무공 수위의 문제나 위험도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경공의 부재 탓도 있었다. 당장 청성파와 아미파의 무인들조차 전부가 곧바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각 문파의 정예들. 그중에서도 걸음이 날래고 빠른 이들만 뽑아 밤낮없이 내달리겠지.


“사형들은 곧장 곤륜산으로 돌아가는게 나아. 패흑련을 막고, 하오문과 합류해 청해를 방비하는게 우선이야. 아직 마교의 발호 소식은 없다지만.”


마교가 몸을 일으킨다면 곤륜산이 그 최전선에 놓이는 바.


“미리 대비를 해야 해.”


소년은 결정을 내렸다.


“장문인께서 아직.”


그에 소홍이 반발하듯 입을 열었다. 그때였다.


“......네 말이 맞구나.”

“장문인?”


운결이었다. 흰 옷자락 위로 주름진 얼굴에는 걱정과 고민이 깊게 패어있었다.


“수라궁의 진격을 막으러 곤륜이 이동하는 것은 몇가지 이유로 이미 거절 당했다.”

“벌써 이야기하고 오신겁니까?”

“그래. 선극......아니, 지금은 임시 맹주(盟主)라 불러야 옳겠구나.”


수염을 쓸어내린 운결이 말했다.


“지금의 별동대는 전부 일대제자들, 혹은 그에 필적하는 무인들로 형성된다 했다. 또한 모든 문파들은 각자의 문파를 방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되, 여유가 남으면 맹의 전략 하에 움직인다고 하더구나.”

“일대제자들이라......”

“능운검절을 비롯해 무당검선까지도 사천으로 걸음한다 했으니 그 형태를 짐작해봄직 하다. 때문에 우리는 지금 청해로 복귀하는 것이 최선이겠더구나.”


그리 말하며 백연을 쳐다보는 운결. 잠시 고민하듯 한숨을 뱉고는 말을 덧붙인다.


“복잡한 생각이 드는구나. 언제나 협의를 바랬거늘,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다는 생각에 외려 기쁘기도 하는 것이.”

“청해라고 녹록지는 않을겁니다. 아무리 련주가 없다 해도 패흑련의 일부를 상대하는건.”

“안다.”

“그래도 사형들이라면 가능할거니 걱정은 마시지요.”


백연이 흐리게 웃었다.


사형들을 걱정하는 것과 별개로 백연은 그들의 실력을 믿었다. 당장 사천의 전장에 참전해도 성과를 낼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헌데 백연이 너도 꼭 가야 되겠더냐? 저들로 충분할 전장일 것인데.”

“예.”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답에 운결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미 마음이 섰구나.”

“필요한 곳에 가야지요.”


소년이 허리춤의 검파를 매만졌다. 손끝에 닿아오는 두 자루의 검이 옅은 떨림으로 공명하는 듯도 했다.


여휘와 천마의 검.


이 끝에 수라궁의 피를 얼마나 적시게 될련지.


“세력을 형성해 청해로 이동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크게는 섬서를 거쳐 돌아가는 경로가 더 안전할 수도 있고요.”

“상단의 일부가 함께 위험을 감수해준다 했다. 공동파의 무인들 또한 감숙까지는 함께 움직일 터.”

“좋습니다. 그리고 또 함께 가야할 사람들이.”


그때였다.


“암화!”


굵직한 울림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저편에서 인파를 헤치고 다가오는 거한이 눈에 들어왔다.


“철야방주?”


백연이 중얼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앞에 도착한 거한이 숨을 크게 뱉으며 말했다.


“여기 있었군 그래!”

“어쩐 일로?”

“무당산 위에 펼쳐진 글자를 보았네. 직후 곧바로 올라와 상황을 들었고.”

“그러셨습니까.”

“자네, 지금 당장 사천으로 향할 생각이지?”

“그걸 어떻게 아셨......”


후욱.


철야방주가 크게 콧김을 내뿜었다. 그를 내려다보는 눈길이 단단했다.


“그러지 말게. 자네는 지금 사천을 가야할때가 아니야.”

“무슨 말입니까?”


백연이 의문을 표했다. 지금 사천보다 중요한 곳이 어디 있다고.


“사천이 뚫리면 정말로 큰일입니다. 마음 같아선 저도 당장 곤륜산으로 가고 싶지만......”

“아니. 그런 말이 아니네.”


철야방주가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지금 가야할 곳은 섬서. 당장 성화방주를 찾아가게.”

“그 무슨?”

“성화방주 하령은 하오문 전체에서도 가장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야. 그가 곧바로 와달라고 했었지?”


전번 하령의 말을 전해받은 이야기. 그것을 입에 담는다.


“본 방주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경시하지 않는 것이 딱 두가지가 있네. 첫째는 문주의 발언이요, 둘째는 암휘군의 언행이네. 그가 자네에게 전해줄 것이 있다 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먼저 취해야 하네.”


잠깐 호흡을 가다듬은 그가 진중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딱 사흘 정도만 더 할애하게. 이대로 서안을 거쳐 다시 사천으로 향하는 것이네.”

“......”

“그것이 자네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으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1 푸른 별(9) +7 24.05.01 1,524 57 16쪽
250 푸른 별(8) +5 24.04.30 1,560 52 16쪽
249 푸른 별(7) +8 24.04.29 1,573 56 20쪽
248 푸른 별(6) +6 24.04.27 1,667 53 20쪽
247 푸른 별(5) +5 24.04.26 1,526 51 18쪽
246 푸른 별(4) +6 24.04.25 1,588 52 18쪽
245 푸른 별(3) +7 24.04.24 1,560 59 14쪽
244 푸른 별(2) +5 24.04.23 1,614 59 19쪽
243 푸른 별 +5 24.04.22 1,736 55 14쪽
242 약속(2) +8 24.04.20 1,748 52 22쪽
241 약속 +5 24.04.19 1,645 50 16쪽
240 북명(北冥) +7 24.04.18 1,688 57 18쪽
239 그날의 이야기(2) +8 24.04.17 1,658 57 18쪽
238 그날의 이야기 +5 24.04.16 1,677 53 17쪽
237 오랜 약속(2) +4 24.04.15 1,758 55 18쪽
236 오랜 약속 +4 24.04.13 1,856 54 20쪽
235 난세(5) +6 24.04.12 1,783 57 16쪽
234 난세(4) +6 24.04.11 1,775 63 15쪽
233 난세(3) +7 24.04.10 1,792 61 20쪽
» 난세(2) +4 24.04.09 1,867 61 16쪽
231 난세 +6 24.04.06 2,045 62 18쪽
230 흔적(6) +5 24.04.05 1,854 59 16쪽
229 흔적(5) +7 24.04.04 1,852 63 14쪽
228 흔적(4) +8 24.04.03 1,874 62 16쪽
227 흔적(3) +6 24.04.02 1,899 61 16쪽
226 흔적(2) +4 24.04.01 1,955 63 17쪽
225 흔적 +7 24.03.30 2,072 64 16쪽
224 결승(5) +7 24.03.29 1,980 59 16쪽
223 결승(4) +8 24.03.28 1,798 61 15쪽
222 결승(3) +6 24.03.27 1,890 61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