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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출 님의 서재입니다.

텃밭에 엘프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현대판타지

돌출
작품등록일 :
2015.03.17 20:58
최근연재일 :
2017.08.25 16:23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34,468
추천수 :
3,665
글자수 :
324,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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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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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 위험한 꽃밭 (4)

DUMMY

오동 일행은 마침내 계곡에 도착했다.

아직 물이 차가운 시기라 계곡에 놀러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동은 편평한 곳을 찾아 돌을 치우고 바닥을 고른 다음 돗자리를 펼쳤다.


“일단 식사부터 할까?”


점심은 오동이 준비해온 김밥과 반찬, 목련이 준비해온 도시락과 과일찬합, 그리고 수선화가 가져온...


“운전할 사람이 맥주는 왜 가져온 거냐?”


오동이 선화에게 핀잔을 주었다.


“뭐 어때. 계곡에서 맥주가 없으면 섭섭하지. 나는 무알콜 맥주 챙겨왔지.”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술을 마셔야겠냐.”


“그래. 그러니까 나를 대신해서 알콜 섭취 좀 해라. 대리만족이라도 하게. 란타나도 한 캔 할래?”


란타나가 오동의 김밥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싫어. 그거 맛없어.”


볼이 통통하게 부푼 란타나를 선화가 귀엽다는 듯이 만지려 하자 란타나가 얼른 몸을 피했다.

목련은 쓴웃음을 지으며 선화가 건네주는 맥주를 받아들었다.


“선화는 정말 술을 좋아한다니까. 그래도 음주 운전은 안 하니까 천만 다행이야.”


“당연히 그러면 안 되죠, 목련 언니. 음주와 운전은 범죄가 아니지만 합치면 범죄니까요.”


“오동군도 알고 있어? 내가 맨 처음 선화 방에 들어갔을 때 냉장고에 술이랑 인스턴트만 가득했다니까.”


오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알죠. 그걸 왜 모르겠어요. 일 학년 때부터 질리게 봤는데요.”


목련이 고개를 갸웃했다.


“선화 방에 자주 갔었어?”


오동이 흠칫했다.


“아, 네. 어쩌다보니.”


“왜 새삼스럽게 부끄러워하고 그래, 오동동. 같이 밤도 자주 보낸 사이에.”


오동의 얼굴이 어색하게 일그러졌다.


“이상하게 말하지 마. 술먹고 뻗은 거 집에 데려다 준 것 뿐이잖아. 여자가 남자한테 해도 그거 성희롱이라고.”


목련이 살풋 웃었다.


“두 사람은 정말 친하네.”


선화가 오동에게 몸을 가까이 하며 말했다.


“네, 우리 친해요.”


란타나가 선화를 재빨리 가로막았다.

오동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긋지긋한 인연이죠.”


강을 따라 내려온 바람이 계곡을 스치고 지나갔다.

자리에 앉은 목련이 계곡의 차가운 공기에 몸을 살짝 떨고는 가디건을 꺼내 몸에 걸쳤다.

오동은 그런 목련을 보고는 선화에게 말했다.


“왜 하필 계곡으로 온 거야?”


“이 때가 풍경이 제일 좋거든. 막 푸른 잎사귀가 나면서 사람도 거의 없고.”


폭이 넓은 계곡의 풍경은 고즈넉했다. 상단에서 굽이쳐 돌아오는 작은 폭포를 건넌 물은 갑자기 확 넓어진 강폭 때문에 마치 거울처럼 동그랗게 펼쳐져 있었다.

소나모, 가래나무, 갈참나무, 단풍나무.

계곡을 향해 허리를 숙인 아름드리 나무들이 물에 투명하게 비친다.

저마다 모양이 다른 초록색의 새로운 잎사귀를 바람에 흔들며 맑은 하늘의 푸름과 어우러지고 있었다.


“확실히 그렇긴 하네. 그런데 이런 장소면 물놀이하기도 좋을 텐데. 물이 차서 계곡에 들어갈 수도 없겠네.”


“들어가고 싶었어?”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수영복 차림을 보고 싶었던 건 아니고?”


수선화가 능글맞게 물었다.

목련이 민망한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오동이 한숨을 쉬며 선화에게 말했다.


“놀리는 것도 적당히 해라.”


선화가 빙글빙글 웃었다.


“딱히 부정하지는 않네.”


“......”


더 상대해주면 심해질 것 같아 오동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무슨 오해를 했는지 오동이 대답이 없자 목련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식사를 마친 란타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 끝.”


“그래, 란타나. 그런데... 너,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란타나, 스톱, 스톱!!”


오동과 선화가 황급하게 란타나를 말렸다.

옷을 벗으려던 란타나가 팔을 붙잡히고는 불만스럽게 물었다.


“왜?”


“아니, 너 지금 뭐하려는 건데?”


란타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물에 좀 들어갔다 오려고.”


목련이 란타나에게 말했다.


“란타나, 지금은 물이 차가워서 안 돼. 감기 걸릴거야.”


“난 딱히 상관없는데. 별로 안 추워.”


선화가 기막혀하며 말했다.


“러시아 출신이기라도 했나...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왜 옷을 벗은 거야? 란타나 설마 안에 수영복이라도 입고 왔어?”


오동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 란타나 너 수영복 없잖아.”


“수영복? 그게 꼭 필요해? 그냥 다 벗고 수영하면 안 돼?”


목련이 창백해져서 고개를 붕붕붕 저었다.


“안 돼, 란타나. 여자애가 그런 짓 하면.”


오동도 경악해서 고개를 저었다.


“안 돼! 경찰에 잡혀간다고!”


란타나가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오동과 선화, 목련이 합심해서 말린 결과 란타나는 결국 얕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것 정도로 합의를 보았다.

조금 떨어진 얕은 여울에서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참방거리는 란타나를 바라보다가 선화도 벌떡 일어났다.


“너는 또 왜?”


“란타나가 저러고 있는 거 보니 생각보다 안 추울 것 같아서. 계곡 왔으면 발은 담가 봐야지.”


“아서라.”


오동이 말렸지만 선화는 결국 란타나에게 가까이 가서는 신발을 벗고 발을 담갔다.

선화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꺄악! 차가워!”


그 광경을 보고는 오동이 말했다.


“내 저럴 줄 알았다.”


선화는 란타나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란타나는 재빨리 선화에게서 멀어졌다. 두 사람이 얕은 여울에서 시곗바늘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그 광경을 보고 백목련이 쿡쿡 웃었다.


“선화는 란타나가 좋은가봐.”


“쟨 원래 귀여운 거 좋아하거든요.”


색깔이나 예쁜 것, 귀여운 것에 민감한 선화였다. 자신의 전공과 잘 어울리는 성향이라고나 할까.


“오동은 정말로 선화를 잘 알고 있네.”


“친구니까요.”


목련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것뿐이야? 선화한테 이성으로써의 감정을 느낀 적은 없어?”


오동은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목련에게 어색하게 미소지었다.


“오늘따라 왜 그러세요, 목련선배.”


목련은 오동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목련은 선화와 함께 지내면서 느낀 점이 있었다.

선화는 오동에게 연락이 올 때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진다.

선화는 아마도 오동을...

목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으응, 이상한 거 물어서 미안. 내가 조금 취했나봐.”


오동은 망설이다가 목련에게 물었다.


“요즘에는 잘 지내고 있어요?”


목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덕분에. 고마워, 오동아.”


“제가 뭘요.”


“오동이가 범인 잡아준 거잖아. 만약 범인 안 잡혔으면 난 어쩌면 학교 그만뒀을지도 몰라. 밤에 그 거리를 다시 걸을 생각을 하면...”


목련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동이 깜짝 놀라 목련을 보았다.


“선배, 괜찮아요?”


목련이 애써 말했다.


“응. 괜찮아. 조금 추운 것 뿐이야.”


하지만 지금은 햇빛이 비쳐 기온이 따뜻한 편이었다.

오동은 목련을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보온병에서 따뜻한 차를 한잔 따라 목련에게 건넷다.

목련이 차를 받아들고 살짝 미소지었다.


“고마워. 오동한테는 늘 신세만 지네.”


“신세라니요. 저는 괜찮아요.”


두 사람 사이에 따뜻한 미소가 흘렀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란타나의 맑은 눈동자 속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고 있었다.

굳은 채로 서 있는 란타나의 어깨를 누군가가 톡톡 건드렸다.

란타나가 화난 얼굴로 홱 고개를 돌렸다.


“잡았다, 란타나.”


란타나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선화가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얼굴 하지 마, 란타나. 그 표정도 귀엽긴 하지만.”


란타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속셈이야? 왜 백목련을 데리고 와서 오동이랑 두는 거야?”


선화가 어깨를 으쓱했다.


“같이 사는 데 어떻게 혼자만 따돌려.”


“나랑 지금 장난해? 이상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까 다 털어놔.”


란타나의 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선화는 란타나가 장난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진정해, 진정하고 들어봐, 란타나.”


“뭔데?”


수선화가 작게 한 숨을 쉬더니 말했다.


“그 사건 후로 어차피 두 사람은 밀린 얘기를 하러 만났어야 했어. 그게 만약 우리가 안 보는 밀폐된 장소에서 둘 만이었다고 생각해봐.”


란타나가 멈칫했다.

오동은 첫사랑인 백목련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목련은 목숨을 걸고 자기를 구한 오동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복잡해서 그것을 억지로 떨어뜨려서 해결하려고 하면 역효과가 난다. 서로의 상상 속에서 상대방을 미화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두 사람이 서로 연락을 하기 전에 차라리 멍석을 깔아두고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는 게 낫다.

란타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말했다.


“수선화.”


“왜? 란타나.”


란타나가 수선화의 어깨를 툭툭 쳤다.


“역시 선화는 음흉하네. 잘 했어.”


칭찬인지 디스인지 모를 란타나의 말에 선화는 미묘한 기분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



“우와, 정말 춥다. 내가 왜 그랬을까.”


선화는 가져온 옷 전부를 껴입고 부르르 떨었다.


“그러게 왜 거기 들어가서는.”


오동은 선화를 핀잔하면서도 그녀에게 따뜻한 차를 따라 주었다.

선화가 웃었다.


“대체 이 아줌마는 보온병을 몇 개나 들고 온 건지.”


“계곡 올 때는 원래 이런 거 챙겨 오는 거야.”


“타올도 가져오고.”


“안 챙겨온 네가 이상한거지. 목련선배가 안 가져왔으면 어쩌려 그랬냐.”


오동이 가져온 타올은 현재 란타나가 쓰고 있었다.

목련이 란타나에게 물었다.


“란타나는 괜찮아? 춥지 않아?”


란타나가 고개를 저었다.


“안 추워. 수영복이라는 것만 있었으면 수영을 했을 텐데.”


“그럼 란타나, 나중에 나랑 수영복 사러 같이 가자. 아니, 아예 내가 디자인 해줄까?”


“됐어. 오동이랑 가서 살 거야.”


란타나가 거절했지만 선화도 지지 않았다.


“그럼 오동도 같이 가지 뭐.”


추워하는 선화의 등을 문질러주던 목련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오동이 선화를 바라보았다.


“그러게. 산을 즐기려면 좋은 곳이 있다고 네가 그랬잖아. 계곡만 오고 끝은 아니겠지?”


선화가 씨익 웃었다.


“그럴 리가. 다 계획한 게 있지.”


“난 왜 네가 그렇게 웃으면 불안하지.”


“선화, 음흉한 웃음 짓고 있어.”


란타나가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작가의말

최근 다른 원고 작업으로 정신이 없었네요.

좋은 주말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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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위험한 꽃밭 (4) +10 17.08.25 389 15 11쪽
55 10. 위험한 꽃밭 (3) +6 17.08.03 326 12 10쪽
54 10. 위험한 꽃밭 (2) +5 17.07.26 380 15 11쪽
53 10. 위험한 꽃밭 (1) +6 17.07.20 363 14 9쪽
52 9. 엘프의 사냥법 (10) +3 17.07.15 350 14 9쪽
51 9. 엘프의 사냥법 (9) +3 17.07.11 336 18 17쪽
50 9. 엘프의 사냥법 (8) +3 17.07.10 357 18 8쪽
49 9. 엘프의 사냥법 (7) +5 17.07.05 371 14 10쪽
48 9. 엘프의 사냥법 (6) +23 17.06.30 439 28 9쪽
47 9. 엘프의 사냥법 (5) +23 15.09.29 1,366 60 14쪽
46 9. 엘프의 사냥법 (4) +11 15.09.09 1,284 39 11쪽
45 9. 엘프의 사냥법 (3) +4 15.09.09 1,211 33 16쪽
44 9. 엘프의 사냥법 (2) +1 15.09.09 1,161 32 9쪽
43 9. 엘프의 사냥법 (1) +5 15.09.09 1,306 35 11쪽
42 8. 하얀 벚꽃 (8) +17 15.08.26 1,515 53 19쪽
41 8. 하얀 벚꽃 (7) +31 15.08.22 1,512 60 17쪽
40 8. 하얀 벚꽃 (6) +8 15.08.11 1,685 52 11쪽
39 8. 하얀 벚꽃 (5) +9 15.08.09 1,804 53 17쪽
38 8. 하얀 벚꽃 (4) +7 15.07.25 1,770 55 12쪽
37 8. 하얀 벚꽃 (3) +8 15.07.21 1,725 52 17쪽
36 8. 하얀 벚꽃 (2) +9 15.07.16 1,791 57 9쪽
35 8. 하얀 벚꽃 +16 15.07.08 2,244 63 23쪽
34 7. 꽃피는 오늘 (8) +6 15.05.13 2,476 65 14쪽
33 7. 꽃피는 오늘 (7) +8 15.05.12 2,038 62 9쪽
32 7. 꽃피는 오늘 (6) +3 15.05.12 2,049 55 12쪽
31 7. 꽃피는 오늘 (5) +4 15.05.11 2,205 66 9쪽
30 7. 꽃피는 오늘 (4) +5 15.05.10 2,478 66 9쪽
29 7. 꽃피는 오늘 (3) +11 15.05.08 2,399 68 8쪽
28 7. 꽃피는 오늘 (2) +9 15.05.07 2,366 7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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