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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출 님의 서재입니다.

텃밭에 엘프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현대판타지

돌출
작품등록일 :
2015.03.17 20:58
최근연재일 :
2017.08.25 16:23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34,475
추천수 :
3,665
글자수 :
324,184

작성
15.05.10 23:50
조회
2,478
추천
66
글자
9쪽

7. 꽃피는 오늘 (4)

DUMMY

오래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좁은 도시의 골목길.

란타나는 오동을 따라 자갈 섞인 낡은 시멘트 길을 타박타박 걸었다.

란타나는 문득 하늘을 쳐다 보았다.

얼기설기 늘어진 전선줄이 그물처럼 하늘을 가두고 있었다.

조금 답답해 보이는 도시의 작은 하늘은 그럼에도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날씨는 맑음.

외출하기 좋은 날이었다.


오동은 선화가 말해 준 가게 중에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란타나는 오동이 선화에게 물어 본 것이 못내 불만인 모양이었다.


“오동은 이 근처에 아는 음식점도 없어? 왜 그런 걸 남한테 물어봐?”


“왜? 잘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합리적이잖아.”


오동은 란타나의 불만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싸고 양 많고 맛있는 음식점에 가면 란타나도 좋은 거 아닐까?

실패할 염려도 없고.


“다른 사람 귀찮게 하는 건 민폐잖아.”


“음... 귀찮게 하는 것은 민폐라..”


오동은 란타나의 말을 반복하며 잠시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란타나도 오동의 얼굴을 빤히 마주 보았다.

란타나의 뻔뻔함에 오동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기는 하네. 하긴 아침에 잠 깨운 건 좀 미안하긴 하다.”


“응. 난.... 그다지 아무데나 가도 괜찮았는데.”


란타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했다.

살짝 망설인 말줄임표에 있는 단어는 어째서인지 속으로 삼키고 말았다.


작은 골목길을 돌아 들어가니 선화가 말해 준 작은 돈까스 집이 보였다.

값싼 하숙집과 원룸이 모여 있는 골목에 위치한 작은 가게.

큰 도로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상권에서도 떨어진 곳이었다.

주변 지리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찾기 곤란할 것 같았다.

임대료가 저렴해서인지 음식 값도 저렴했고 사장님 요리 솜씨가 좋아서 선화처럼 외식에 의존하는 자취생들에게는 꽤나 잘 알려진 가게인 모양이었다.

노란 바탕에 도드라진 동글동글한 검은 글씨로 ‘돈까스’라고 쓰여 있는 간판은 세련된 맛은 없어도 어딘지 정겹게 느껴졌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사장님 취향인지 어디선가 90년대 댄스 음악이 들려오고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는 딱 분식집 세팅이었다.


오동은 다른 메뉴들보다 2배는 큰 글씨로 적혀 있는 ‘옛날 돈까스’를 2인분 주문했다.



“그런데 란타나, 너 돼지고기 먹는 거 괜찮아?”


오동은 란타나에게 물었다.

엘프의 식성은 아무래도 인간과는 조금 다른데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익히 봐온 대로 과일과 야채는 엄청 좋아하는 란타나였지만 고기는 아직 같이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되었다.

다행히 란타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일을 제일 좋아하기는 하지만 고기도 먹을 수 있어. 근데 돼지가 뭐야?”


“돼지? 인간이 고기를 얻으려고 많이 기르는 분홍색의 뚱뚱한 동물이야.”


오동은 란타나가 알기 쉽게 약간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분홍색? 동물이 꽃처럼 분홍색이야?”


란타나의 눈이 호기심으로 차올랐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예쁜 분홍색은 아닐 것 같은데.. 아니, 새끼돼지는 예쁘려나.”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도중에 돈까스가 나왔다.

커다란 접시 위에는 바삭바삭하게 튀겨진 돈까스와 스쿱으로 얹어 놓은 동그란 밥, 그리고 양배추 샐러드 등이 올라와 있었다.

확실히 돈까스는 맘모스 스테이크처럼 두껍고 듬직한게 양은 많아 보였다.

하지만 크기를 빼면 전형적인 분식집 돈까스로 보이는데.

선화녀석, 제대로 맛있는 집 추천한 거 맞아?

오동은 의심이 들었다.


란타나는 포크를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이번에는 돈까스로 관심을 돌려 갈색 튀김 덩어리를 포크로 쿡쿡 찔러보았다.


“이게 그 분홍색 동물의 고기? 신기하게 생겼네. 근데 먹기는 좀 불편하겠다.”


그러더니 포크로 돈까스를 쿡 찍더니 들어 올리려 했다.

오동이 재빨리 란타나를 말렸다.


“잠깐, 란타나! 지금 뭐하려고?”


“응? 들고 뜯어먹으려고 했지. 이렇게 먹는 거 아냐?”


돈까스 소스가 접시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저게 그대로 옷에 떨어졌다면.. 조금만 늦었으면 대참사가 벌어질 뻔 했다.


“너 그러고 보니 포크랑 나이프는 처음 써보는 거였지.. 잠깐 그거 내려놔 봐.”


란타나가 순순히 커다란 돈까스를 내려놓았다.


“포크랑 나이프는 이렇게 쓰는 거야.”


오동은 자신의 포크와 나이프로 란타나 접시위의 돈까스를 작게 잘라주었다.

쓱싹쓱싹 잘려 나가는 돈까스와 오동의 얼굴을 란타나는 번갈아 바라보았다.


“자, 됐다. 이제 먹자.”


란타나는 오동이 잘라준 돈까스 한조각을 쿡 찍어 들어올렸다.

그리고 입으로 쏙 넣었다.

우물우물.


란타나가 먹는 모습을 보고 오동도 돈까스 한조각을 입에 넣었다.

오동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거.. 맛있는데?


튀김옷이 굉장히 바삭바삭했다.

두꺼운 튀김옷인데도 불구하고 별로 느끼하지 않았다. 좋은 기름과 반죽을 쓴다는 증거였다.

두툼한 돼지고기는 씹는 맛이 좋았지만 결코 질기지는 않았다.

몇 번 씹으니 고기는 부드럽게 부서지면서 달콤한 육즙이 입 안에 퍼졌다.

분명 질 좋은 돼지고기에 공들인 손질이 들어갔다.

소스도 겉보기에는 시판용의 갈색 돈까스 소스 같았지만 맛이 전혀 달랐다.

요리 좀 해본 오동은 알 수 있었다. MSG로 손쉽게 낸 맛은 아니었다.

알기 쉬운 감칠맛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해서 끓여낸 깊은 감칠맛.

오동은 약간 황당한 심정으로 옛날 돈까스의 가격을 다시 확인해보았다.

그곳에는 분명 5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거... 서울에서 5000원에 나올 수 있는 맛이 아닌데?”


이렇게 좋은 재료를 쓰고 손질에 공을 들이면서 이윤이 남기는 하나?

사장님이 설마 취미로 장사하는 건 아니겠지?

처음 본 비쥬얼에서는 믿어지지 않는 맛에 오동은 내심 깜짝 놀랐다.


“오동. 이거 맛있어.”


그 맛은 인간에게만이 아니라 타종족에게도 확실히 통한 모양이었다.

란타나가 동그래진 눈으로 돈까스를 우물우물 씹고 있었다.


“그렇지? 돼지고기를 어떻게 이렇게 튀기셨지? 진짜 바삭바삭하고 맛있다.”


란타나가 돈까스에 소스를 잔뜩 찍어 집에 들고는 입에 넣었다.


“이 소스가, 진짜 맛있어. 버섯향이 좋아.”


“버섯? 버섯향이 난다고?”


“응. 버섯을 두 가지 썼는데 그것 때문에 맛이 두 배로 좋아진 것 같아.”


향에 민감한 란타나가 말하는 것이니 아마도 맞겠지

어쨌든 정말로 주문했던 대로 싸고 맛있고 양 많은 음식이라는 것은 틀림 없었다.

역시 생존을 위해 외식하는 수선화의 눈은 정확했다.


“정말 겉보기와는 다르네. 생긴 것 보고 살짝 의심했었는데.”


어느새 돈까스를 잔뜩 입에 물고 또다시 다람쥐가 되어 있는 란타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우물우물. 그래 오동. 음식이든 사람이든 겉모습이 다가 아닌 것 같아.”


“응. 그건 그렇지. 근데 잠깐, 지금 누구 얘기하는 거야?”


“응? 뭐가?”


란타나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오동을 쳐다보았다.


“아니야. 그냥 별 뜻 없이 한 말이었구나.”


오동이 피식 웃으려는 참에 란타나가 툭 내뱉었다.


“당연히 오동 얘기지. 내가 아는 사람이 오동밖에 더 있어?”


허를 찔린 오동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지금 내가 이 돈까스 같다는 거야? 겉모습은 별로라고?”


란타나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솔직히 인간 기준으로도 별로 잘생긴 건 아니잖아?”


“음.. 그건.. 그렇지만..”


슬프게도 반박할 수가 없는 오동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잘생겼다는 칭찬은 받아 본 적이 없었으니까.

남자답게 생겼다는 말은 몇 번 들었지만, 솔직히 인사치레였지 칭찬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딘지 찜찜한 표정을 한 오동.

그런 오동에게 란타나는 한 번 더 대못을 박았다.


“엘프 미남 기준으로는 훨씬 못 미치지. 오동이 엘프로 태어났다면 역사상 가장 못생긴 엘프였을 걸?”


“으윽...”


오동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란타나는 그런 오동을 빤히 쳐다보면서 투박한 돈까스 한 점을 다시 입안에 집어넣었다.

음음. 역시 맛있어.

란타나는 돈까스의 맛을 음미하며 생긋 웃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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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9. 엘프의 사냥법 (1) +5 15.09.09 1,306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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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7. 꽃피는 오늘 (5) +4 15.05.11 2,205 66 9쪽
» 7. 꽃피는 오늘 (4) +5 15.05.10 2,479 66 9쪽
29 7. 꽃피는 오늘 (3) +11 15.05.08 2,399 68 8쪽
28 7. 꽃피는 오늘 (2) +9 15.05.07 2,366 7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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