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코노미카의 서재

우리 동아리에서는 내기 게임을 잘 해야 돼!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코노미카
작품등록일 :
2016.10.17 22:58
최근연재일 :
2019.03.21 23:16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21,297
추천수 :
86
글자수 :
998,913

작성
19.01.11 00:25
조회
43
추천
0
글자
23쪽

21화. (2)

DUMMY

※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작중 내에서 표기된 인물, 지명, 단체 등은 모두 허구적 요소입니다.








21화. 우리 학교에 연예인이!? (2)






“어, 깜짝이야.”


난데없는 해프닝에 우리가 동시에 소리를 지른 탓에 그녀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우리를 바라보며 말한다. 나도 그렇게까지 호들갑을 떨면서 누군가를 대할 마음은 없었지만, 심장이 조마조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남의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 하는데 당사자가 딱 와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남의 사진 몰래 보다가 당사자에게 들킨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으니까.


우리는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심정은 알 리 없지만, 일단 이쪽에서 말하자면 그녀의 얼굴은 이미 오늘 익힐 대로 익혔다. 그런데도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건...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건네야할지 떠오르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름을 물어봐야 하나, 아니면 사과를 해야 하나...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다행이도 그런 고민은 수진이가 해결을 해 주었다. 바로 받아주는 유나 씨. 생각보다 답은 간단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일단은 인사다.


“안녕하세요.”


어색한 기분을 애써 누른 채, 나도 일단은 인사를 건넸다.


“혹시, 진짜 황유나 씨인가요?”


그리고 다음 질문은 난데없는 신분 확인.


“네 맞아요.”


그럼 앞에 있는 사람이 뭐 가짜겠냐 하고 잠깐 생각은 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아, 그래요? 죄송합니다!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좀 본건데 괜히 잘못한 게 아닌가 싶어서.”


이 상황에서 나라고 딱히 다른 말을 할 것 같아 보이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아, 아니에요. 사실 저도 마침 학생 분들께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온 건데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잠시 우리들을 번갈아 본다. 무슨 일인가 하고 잠시 수진이의 눈치를 보던 참.


“혹시 두 분, 성류고 다니는 학생분들 아닌가요?”


한 눈에 우리 학교 교복을 알아 본 그녀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그것이 자칭, 윤정이의 말을 빌리자면 ‘모르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연예인’이자 우리 고등학교의 새로 올 전학생 황유나와의 첫 대면이었다.


“아, 벌써 학생들한테 얘기가 많이 퍼졌나 보네요.”


나와 수진이, 그리고 황유나 씨는 옆에 있는 원형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그녀는 이미 어느 정도 자신이 전학을 올 이 학교에 대한 정보를 접해 들은 것 같다. 역시 연예인이라 꼼꼼한 건가.


“유나 씨가 엄청 유명하다고 얘기 들어가지고요. 제 친구가 모델 잡지를 엄청 좋아하는데 거기서 유나 씨 모습 많이 봤다고 해가지고요.”


“호호. 과찬이에요. 제가 얼마나 유명하다고. 뭐, 어린 시절 아역배우로 활동했을 땐 좀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긴 했지만, 요즘은 뭐 진짜 이름난 연예인들에 비하면 저는 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유나 씨. 그런 그녀를 보니, 또 윤정이의 비아냥거리던 목소리가 떠오른다.


“친구들이 황유나 씨라고 하면 모를 리 없다면서 막 화들짝 놀라던데요?”


답은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면 알아볼 터...


“어, 잠깐. 그럼 두 분은 지금까지 제가 누구였는지 모르셨다는 거예요?”


어... 잠깐만. 아무리 내가 연예인에 무관심하다고 해도 대놓고 모른다고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 왠지 말하는 걸 들어보니 설마 불편한 심기를 건드린 건...


“아, 아니에요! 황유나 씨가 얼마나 유명한지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는데요! 예전에 출연하신 작품에서 봤는데 얼마나 연기가 인상 깊었는지!”


나는 그녀의 기분을 돌리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입으로 소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거짓말이긴 하지만 뭐 어쩌랴. 설마 뭐 봤냐는 지 구체적으로 물어볼 리는 없을 테 -


“어, 진짜요? 음, 혹시 어떤 작품인지 이름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어, 망했다. 순간 머릿속에는 그 생각밖에 떠오르질 않았다. 나는 잠시 골똘히 생각을 해 봤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야 생전 알지도 못한 사람이 출연한 작품을 생각해서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그, 그게... 좀 오래 된 거라 이름은 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충 얼버무리려고 하였지만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유나 씨의 표정을 보아하니 도무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나는 눈을 수진이에게 돌렸다. 그래도 여자니까 작품 같은 건 하나 정도 알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대를 가득 품고 눈치를 주었으나.


‘내가 어떻게 알아.’


마치 그렇게 말하듯 그녀는 눈을 감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한 마지막 희망(거짓말)이 사그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환심을 살 수 없다면 결국 남는 방법은 하나다.


“하, 죄송합니다. 사실은 본 작품도 없어요... 제가 사실 이런 거에 관심이 없어가지고. 물론 좀 지나치긴 했지만...”


사과(謝過).


아무리 생각해도 남들은 다 아는 황유나 씨를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떼는 건 내가 그만큼 주변 일에 무관심하다는 증거밖에 되질 않기 때문이다. 지금 분명 그녀를 이런 나를 보면서 ‘내가 그래도 이름 난 연예인인데 아주 대놓고 모른다고 말하니. 지금 날 놀리는 거야?’ 하며 마음속으로 비아냥거리고 있을 것이다.


“후훗... 에이 왜 그러세요?”


하지만 그녀가 우리를 맞아준 태도는 전혀 달랐다. 생각지 못한 수줍은 웃음소리에 이상했던 나머지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는 목소리 그대로 미소를 지으면서 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도 장난으로 해 본 말이에요. 저 모른다고 그렇게 이상하게 생각하실 거 없어요. 사람이 모를 수도 있지 그걸 꼭 알아야 한다는 건 없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친구가 저에 대해서 말한 건 좀 과대포장을 많이 한 것 같네요. 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해도 모르는 사람은 몰라요. 특히나 저 같이 그냥 ‘이름만 연예인’인 사람은 모르는 게 당연한 거고요.”


겸손한 태도로 우리를 받아들이는 유나 씨를 보니 내가 괜히 오버한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왠지 모를 민망함이 파도처럼 한꺼번에 밀려왔다.


“무슨 말씀이세요. 제 친구는 유나 씨한테 엄청 관심 있어서 매달 유나 씨가 나온다는 모델 잡지도 사고 있는데요. 저도 예전까지는 연예인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그 잡지 보면서 친구가 얘기해주는 거 들으니까 왠지 유나 씨에 대해서 궁금해졌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직접 만나게 돼서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정말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


“호호. 그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주시니 저야말로 여러분들께 고맙죠.”


수진이 없이 과연 유나 씨와 둘이서만 이렇게 있었다면 과연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그래도 수진이가 나보다는 좀 믿음직한 애니까 확실히 이런 상황에서도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이는 것 같다.


“저기, 혹시 두 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커피를 또 한 잔 마신 후 우리에게 묻는 유나 씨.


“정민준이요.” “저는 강수진이라고 해요.”


“혹시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나이라... 그러고 보니 과연 이 사람은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지 같은지를 모르겠다. 아까부터 마음속으로 궁금하긴 했지만 쉽게 그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는 않았었는데... 저 쪽에서 먼저 물어서 잘 됐다.


“고등학교 1학년이요.”


“어? 잘 됐네요. 저도 고1인데.”


나의 대답에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응하는 그녀. 그러고 보니 아까 윤정이가 유나 씨에 얘기할 때 ‘유나’라고 편하게 부르면서 얘기를 했었던 것 같다.


“잘됐다. 그럼 저희 그냥 편하게 말 놓는 게 어때요?”


유나 씨의 제안. 물론 같은 나이긴 하지만 조금 빠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나머지 나는 수진이에게 힐끗 눈치를 주었다.


“난 괜찮아.”


고개를 끄덕이는 수진이. 하긴, 학교에서 같은 학년 애들끼리 만날 때 존댓말을 쓰진 않았으니까.


“저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내일모레면 우리랑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될 거, ‘유나’와 허물없이 지내기로 하였다.


“좋아요. 그러면... 으음.”


우리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기로 마음을 굳힌 듯 가볍게 기침을 그녀.


“너희들 이름이 수진이랑 민준이라고 했지? 혹시 괜찮으면 자기소개 좀 해 줄 수 있어? 기왕 좀 서먹한 분위기도 풀고, 서로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하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러나 편하게 대하기로 마음을 먹어도 어색한 기분은 쉽게 가라앉지를 않는다. 특히나 얘가 보통 애들과는 다른 연예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응. 얘기했지만 내 이름은 강수진이야. 난 그냥 뭐 특별한 것 없고, 책 읽는 거 좋아해. 잘 부탁할게, 유나야.”


그러나 수진이는 그런 걸 별로 의식도 안하는 지 자기소개를 하는 그녀. 정말 평소에 연예인 같은 거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걸까.


“어, 나는 정민준. 뭐 나도 특별한 건 없고... 얘랑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어.”


“어, 동아리 활동?”


내 말에 눈이 번쩍 뜨인 유나.


“맞아. 그러고 보니까 성류고는 동아리 활동이 의무라고 들었는데? 그래서 나도 어떤 동아리 들어갈까 예전부터 좀 생각은 해보고 있었거든. 너희들 무슨 동아리 하고 있어?”


우리들이 활동하는 동아리... 과연 이름만 듣고 우리 동아리의 속내를 알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홍보동아리라고... 처음 듣는 사람은 생소할 수 있는데.”


“으음? 아~?”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며 우리를 쳐다보는 유나.


“어, 알고 있어?”


설마, 수진이 말대로 진짜로 알고 있는 거야?


“아니, 확실히 나도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긴 하네. 홍보하는 동아리... 인 것만 알겠네? 푸훗.”


쳇, 역시 그렇지. 잠깐 화들짝하는 표정에 순간 나도 설마 하는 생각에 덩달아 놀라고 말았다. 역시 연예인이라고 명연기를 보여주는 건가.


“틀린 말은 아니야. 말 그대로 여기저기서 홍보하는 게 우리 동아리의 일이니까.”


“어 진짜야?”


다시 눈을 휘둥그렇게 뜨는 유나. 표정이 이번에는 진짜다.


“응. 우리는 주로 학교에서 전단지 붙이는 일이나 홍보 활동 대행 같은 걸 하고 있어. 가끔씩은 학교 밖에 시내 같은데 나가서 전단지 나눠주거나 할 때도 있고.”


“오오. 동아리 활동이 꽤 본격적이네. 그런데 전단지 같은 거 나눠주면 알바 겸 하는 거야?”


“알바는 아니고 우리 학교는 동아리 활동하면 보고서를 써야 해서...”


그렇게 한 번 얘깃거리가 뚫리기 시작한 두 여학생은 뭔 그새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이 생겼는지 금세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한다. 그야 물론 유나도 여자니까 아무래도 같은 여자끼리 얘기하는 게 조금 더 편하다는 건 알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나는 입도 한 마디 뻥끗할 여유조차 없었다.


“응. 우수 활동 동아리로 뽑히면 지원금도 주고 하니까 -”


“저기...”


정신없이 웃으며 떠드는 둘을 보다 못한 나는 결국 조용히 손을 들었다.


“아, 미안. 내가 너무 정신없이 이야기에만 빠져있었던 것 같네. 음, 그럼 민준이랑 수진이 너희 둘은 지금 같은 동아리에 있는 거야?”


“응. 맞아.”


“아, 그렇구나. 음~”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우리들을 빤히 쳐다보는 유나. 뭐야. 내 옷에 뭐라도 묻었나.


“하긴.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건’ 괜히 좀 오버인 것 같네.”


...응?


“무슨 소리야?”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말을 하는 의도가 궁금했기에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유나가 하는 말이.


“아, 보통 사람들이 그런 생각 많이 하잖아. 여학생이 남학생이랑 같이 있으면 일단 커플이라고 생각하는 거.”


... 커플?


그 의미심장한 단어를 들은 순간, 나의 눈은 저절로 옆을 향했다. 그야 그녀가 나와 ‘커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금 여기 딱 한 사람밖에 없으니까.


눈이 마주쳤다. 그건 분명... 수진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증거.



““아, 아니야!””


나와 수진이가 동시에 외쳤다. 그러길 원한 건 결코 아니었지만.



“얘는 그냥 나랑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부원이야. 그냥 필요한 일 있을 때 서로 돕고 하는 사이라고. 안 그래?”


나는 수진이에게 지원사격을 요청하였다. 그러자,


“맞아! 난 애초부터 이런 애랑 커플 같은 거 하고 싶은 마음은 진짜 요만큼도 없었어!”


... 요만큼이 아주 작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굳이 손가락을 모아서 들어 보이는 녀석.


야, 강수진... 아무리 우리가 그런 사이 아니긴 하지만 굳이 날 그렇게까지 내칠 필요까지는 없지 않았냐.


“후훗. 당연히 농담으로 말한 거지. 그렇게까지 놀랄 필요까지는 없는데.”


“그, 그런가? 아하하...”


쑥스러운 듯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수진이. 나는 애써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나의 손은 이미 내 앞머리에 향해 있었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괜히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뜨끔 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냥 같은 동아리에서 잘 지내는 친구 사이인 거지?”


“뭐 그렇게 보면 되지.”


혹시나 딴 소리를 할지도 몰라, 나는 입막음 식으로 칼같이 답했다.


그러고는 또 다시 잠깐 동안의 침묵. 혹시 내가 괜한 소리를 한 게 아닌가하고 속으로 조마조마해하던 참, 유나는 다시 커피가 든 빨대를 입에 가져가 댄다. 나도 딱히 시선을 둘만한 곳이 없었기에 역시 빨대로 시원한 커피를 한 입 입에 머금던 참.


“아... 나도 연예인 하지 말고 그냥 너희들처럼 평범하게 지낼 걸 그랬나.”


혼잣말... 이라고 하기에는 이쪽까지 충분히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아, 유나야. 그러고 보니까 아까 학교에서 내 친구한테 들은 얘긴데.”


수진이가 마침 할 얘기가 떠오른 듯 말을 꺼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델 활동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그만 뒀다고 얘기를 들어가지고. 혹시 그것 때문에 내려온 거야?”


“아, 그건 말이지... 음.”


어, 잠깐. 지금 한 질문은 왠지 너무 ‘직구’인 것 같은데. 아무리 편하게 얘기한다 하더라도 그렇지 너무 초면부터 다소 민감한 얘기를 꺼내는 건 조금...


“아, 미안해. 괜히 이상한 질문한 거면 그냥 무시해 줘.”


수진이도 낌새를 느꼈는지 멋쩍을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을 한다. 나는 긴장한 마음으로 유나의 대답을 들었다.


“아니야, 네가 말한 대로야.”


걱정과는 다르게 납득을 해 주는 그녀.


“당연히 그냥 내려온 건 아니고 개인적인 ‘일이 있어가지고’ 그런 거지. 네가 말한 그 친구라는 애... 그렇게까지 나한테 관심 가져 줄 줄은 몰랐네. 하... 나도 열심히 하고 싶긴 했는데.”


그녀가 말한 대로 과연 ‘팬’이라고 불릴 정도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녀는 인정해주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다시 생각에 잠긴 유나.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한 손에 커피를 든 채 창밖을 힐끗 쳐다보던 그녀는 몇 초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아 미안... 자세한 얘기는 다음 기회에 해 줄게. 아직 직접 말하기는 좀 그러네.”


“아, 괜찮아. 그 정도도 충분히 이해가 되니까.”


역시 말하기 껄끄러운 이야기라는 점만은 확실해보였다. 수진이도 그건 알고 있었는지 곧장 수긍하는 눈치.


“아~ 그래도 덕분에 오랜만에 고향에도 내려오고. 예전부터 다른 애들처럼 평범하게 학교 다녀 보는 게 소망이긴 했는데. 잘 된 것 같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 번 창밖을 힐끗 본다.


“너, 그럼 연예인 활동 할 때 학교는 안 다닌 거야?”


“그야 학교는 다녔지. 그렇지만 일과 때문에 수업은 정말 많이 빠졌어. 특히나 해외 출장 나갈 때면 거의 며칠 씩 통째로 빠지고. 그나마 졸업 때문에 진짜 출석 일수만 맞췄다고 해야 할까.”


“그래? 그래도 애들한테는 인기 많지 않았어?”


“음... 그렇긴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친하게 지낸 애는 없었어. 애초부터 애들이랑 놀 시간이 있어야지. 시간 지낸 것만 따지면 오히려 기획사에 있는 선배님들이랑 더 친하게 지냈어.”


“얘기 듣고 보니 정말 연예인이 쉬운 직업은 아니나보네.”


“그렇지. 이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유나에게 직접 듣는 이런저런 연예 활동 이야기. 평소에는 별로 관심도 없었건만 막상 연예인을 눈앞에 마주하니 언제 그랬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으니, 나란 녀석도 참으로 별종이다.


“그러고 보니, 너희 동아리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거야? 나도 어차피 동아리 들어가야 하니까 좀 자세히 좀 알고 싶어서 그런데.”


“이름 그대로야. 학교에서 전단지 붙이고 이런저런 홍보물 만드는 일 같은 거 주로 하고. 아, 가끔씩 밖에 나가서 전단 활동 같은 것도 하고.”


“음. 그래?”


얘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유나. 하지만 그런 반응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아리송해보였다.


“아, 우리 동아리 사진 찍은 것 좀 볼래? 그럼 좀 이해가 될 것 같네.”


“어, 나도 궁금했는데. 어디?”


다행이 해결사는 있었다. 평소 우리의 동아리 활동 모습을 담는 사진사가 바로 내 옆에 있다. 물론 비싸거나 복잡한 기구는 필요 없다. 지금 세상은 스마트폰 하나로 다 해결되는 세상이니까.


“오오. 되게 이런저런 일 많이 했나 보구나.”


책상 위에 놓은 수진이의 스마트폰 속 사진들을 보면서 감탄하는 유나. 얼핏 봐도 몇 백 장은 되어 보이는 사진들. 나도 모르는 사이 벌써 그렇게 많은 사진들을 찍었다는 사실만 봐도 이쪽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 있는 애가 우리 동아리 부장이야.”


수진이는 양 갈래로 길게 머리를 묶은 아영이를 유나에게 소개해준다.


그건 그렇고, 가만 보아하니 아영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죄다 표정이 없다. 원래부터 무뚝뚝한 성격인건 알고 있지만 이 정도까지 일 줄이야.


“그리고 얘가 윤정이.”


그야말로 우리 동아리와 핵폭탄과 같은 녀석이다... 라고 말은 하고 싶지만, 가만 보아하니 사진 속 그녀는 항상 눈에 띄게 묶고 다니는 죽순 빼고는 의외로 눈에 띄는 점이 없었다. 정말 사진만 보고 따지면 그냥 성격 쾌활한 ‘멀쩡한 여학생’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생각보다 이렇게 멀쩡하게 나올 줄이야. 참 기가 막히네.


“윤정이. 아, 그 팬이라고 말한 애가 얘구나. 되게 귀엽게 생겼... 어?”


윤정이 사진을 보던 유나의 눈이 딱 꽂힌다.


“왜?”


수진이는 물론 나도 난데없는 그녀의 반응에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오르던 참,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아, 아니야 아무것도. 되게 귀엽게 생겼네.”


그렇게 대강 넘겨버린다.


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바는 없다. 아마 윤정이가 자기가 알고 있던 사람이랑 어딘가 닮거나 해서 놀란 것일지도.


“어, 이건 뭐 하는 거야?”


그 때, 이런저런 사진들을 넘겨다보며 둘러보던 유나의 시선이 한 사진에 딱 꽂혔다.


“어, 너희들도 이런 거 하는구나? 우와 근데 높이 봐...”


그녀가 보고 감탄한 사진의 정체는 바로 젠가로 쌓은 탑. 동아리 친구들과 시간 날 때마다 벌칙도 걸면서 자주 하는 게임 중 하나인데, 찍은 사진은 아마 지금까지 애들이랑 한 것 중에 ‘가장 높게 쌓은’ 탑 중 하나일 것이다.


“오오, 대단하다. 진짜 이건 바람만 불면 쓰러지는 수준 아니야?”


“동아리 부원들이 다들 게임을 다 잘해서 승부가 안 나가다보니까 그렇게 됐네.”


아래 걸 하나 빼서 위에다 올려놓고, 또 빼서 올려놓고, 그렇게 밑 부분이 뼈대만 남을 때까지 승부가 나지 않은 덕분에 만든 걸작이었다.


“이건 뭐 하는 거야?”


‘금자탑’을 뒤로 하고 유나가 또 다른 사진에 눈이 꽂힌다. 잊을 뻔했던 녀석인데.


“아... 그거 예전에 돈가스 빨리 먹으면 공짜로 주는 거 있잖아. 그거 인증샷.”


커다란 빈 접시를 앞에 두고 동아리 친구들과 다 같이 찍은 사진.


“말도 안 돼. 너 이걸 다 먹었다고?”


“어떻게 먹긴 먹었는데 다음날 속 다 버렸다. 진짜 두 번 다신 안 해.”


왕돈가스 두 개를 어떻게 다 먹어치우겠다고 물에다 억지로 불려서까지 해가며 ‘삼킨’ 결과물. 덕분에 공짜로 먹긴 먹었지만, 바로 그 다음날 나는 감당할 수 없는 복통과 함께 하루 종일 화장실 전세를 내야만 했다. 세상에 진짜 공짜는 없음을 깨닫는 ‘뜻깊은 날’이었다.


“오오, 이건 또 뭐야?”


그 이후에도 나오는 사진들에 대한 유나의 호기심은 좀처럼 그치질 않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너희들도 이런 거 좋아하나 보구나? 우리들만 이런 거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어, 유나 너도 이런 게임 좋아해?”


“응. 내가 기획사에 다녔을 때 선배님이랑 같이 이런 게임들 정말 많이 했거든. 선배님들이 게임 하는걸 엄청 좋아하셔서.”


“오, 그렇구나.”


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그녀가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알 것 같다.


“우리들도 이런 게임들 엄청 좋아해. 그냥 게임만 하는 게 아니라 동아리 활동하면서 막 역할 분담이라든지, 정 할 것 없으면 먹을 거 가지고 내기 같은 것도 해서...”


“오, 맞아. 그렇게 뭐 벌칙 같은 거 걸고 하는 것도 재미있는데. 우리 선배님들은 왜 그런 건 또 싫어하시는지.”


“어, 그래?”


아마도 그건 그런 게임에 대한 나쁜 악몽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수진이에게 딱밤 맞은 날’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오오, 이런 걸 다 찍어두고 진짜 이것저것 많이 해 봤나보구나. 혹시 너희 동아리 게임동아리 아니야?”


“후훗, 하도 이런 거 좋아하니까 그런 얘기도 몇 번 들었지.”


“그렇구나.”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며 사진들을 전부 다 구경하던 유나가 고개를 들며 우리들을 바라본다.


“음음... 저기, 얘들아.”


““어?””


묘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그녀. 마치 우리 얼굴에 뭐가 묻은 듯 빤히 쳐다보던 유나가 입을 열었다.


“모처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끼리 게임 한 번 해 보지 않을래?”


... 분명 그녀라면 이런 얘기를 우리에게 할 것이라고, 이미 ‘아까부터’ 생각했었다.






- (3)편에서 계속.


작가의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코노미카입니다.
 최근 들어서 포스팅이 무척이나 뜸해지고 있는데, 제가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지라 시험이 끝날때까지는 꾸준한 소설 포스팅이 어려울 듯 합니다. 기다려주시는 팬들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시간이 나는대로 스토리 전개는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리 동아리에서는 내기 게임을 잘 해야 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중요공지] 우내게 스토리 18화, 19화 전체 수정 안내. 18.02.15 83 0 -
공지 우리 동아리에서는 내기 게임을 잘 해야 돼! 스토리 개편 사전 안내. 17.04.02 472 0 -
공지 '우내게' 연재를 시작합니다. +1 16.10.17 491 0 -
77 21화. (3) +1 19.03.21 54 0 26쪽
» 21화. (2) 19.01.11 44 0 23쪽
75 21화. (1) 18.11.11 75 0 33쪽
74 20화. (4) 18.10.16 84 0 34쪽
73 20화. (3) 18.09.22 49 0 24쪽
72 20화. (2) 18.08.31 62 0 22쪽
71 20화. (1) 18.08.11 56 0 28쪽
70 막간 7. 18.07.25 62 0 20쪽
69 막간 6. 18.07.11 119 0 10쪽
68 19화. (5) +1 18.06.26 76 1 28쪽
67 19화. (4) 18.06.11 70 1 23쪽
66 19화. (3) 18.02.02 103 1 21쪽
65 19화. (2) +1 18.01.17 101 2 26쪽
64 19화. (1) 18.01.09 155 1 29쪽
63 18화. (5) 17.12.31 184 0 20쪽
62 18화. (4) 17.12.21 181 0 28쪽
61 18화. (3) 17.12.10 140 1 30쪽
60 18화. (2) 17.12.04 191 1 28쪽
59 18화. (1) 17.11.17 222 1 34쪽
58 막간 5. +1 17.11.06 202 1 9쪽
57 17화. (5) 17.10.31 194 1 36쪽
56 17화. (4) 17.10.18 173 1 29쪽
55 17화. (3) 17.10.03 185 1 22쪽
54 17화. (2) 17.09.22 204 1 22쪽
53 17화. (1) 17.09.16 219 1 17쪽
52 16화. (4) 17.09.07 170 1 26쪽
51 16화. (3) +2 17.08.29 241 1 2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