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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노미카의 서재

우리 동아리에서는 내기 게임을 잘 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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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노미카
작품등록일 :
2016.10.17 22:58
최근연재일 :
2019.03.21 23:16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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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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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98,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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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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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막간 6.

DUMMY

※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작중 내에서 표기된 인물, 지명, 단체 등은 모두 허구적 요소입니다.






막간 6. 어느 여자의 이야기.






“음...”


새콤달콤한 딸기의 향과 살얼음의 시원한 감촉을 입에서 느낀 순간, 꽉 막히던 머릿속이 잠시나마 뻥 뚫리는 기분을 느꼈다. 오랜만에 마셔보는 딸기 스무디의 맛이 이렇게까지 각별할 줄이야. 내가 이 동네를 떠났던 게 초등학교 4학년 때 즈음이었으니까 이 스무디 맛도 거의 5년 만에 맛보는 것이다. 역시, 그 때 즐겼던 그 맛 그대로다.


...


결국 돌아와 버렸다. 그것도 생각했던 것보다 ‘제법 일찍’ 말이다.


물론 고향이 싫거나 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오히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을 도외지에 나갔을 때도 항상 그리워하고 있었다. 낮선 서울 생활을 하면서 적응해나갔을 무렵에도, 나는 고향을 꽤나 그리워하였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고향에 돌아온 것은 감회가 남다르면서 반갑기도 한 것이 반은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그 설레는 마음 뒤편에는 내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착잡한 마음이 뒤따랐다.


“휴.”


나는 착잡한 마음을 스무디로 다시 한 번 달래본다. 그 맛과 시원한 느낌 덕분에 잠시 기분이 풀리긴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잠시’뿐이었다. 나는 좀 더 근본적으로 이 틀어진 기분을 풀 수 있기를 바랐다.


“망할 자식.”


무엇보다 가식으로 가득한 그 사기꾼의 미소를 기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다.


... 그 ‘악연’의 시작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동용 방송에 나오는 연기 등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내 외삼촌은 방송에서 제법 이름이 난 연예인이셨는데, 그 삼촌 덕분에 나는 어린 나이에 방송국에도 돌아다니고 이런저런 다른 유명인들도 만나게 되었다. 나의 취향으로 보거나 그런 환경으로 보거나, 내가 이른 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가지게 된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런 꿈을 가지던 어느 날, 나는 삼촌과 함께 우연히 방송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한 예능국 회사의 직원과 만나게 되었다. 내가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잘 알고 계셨던 삼촌의 추천 덕분에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 그 어린 나이부터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나와 같은 나이의 또래는커녕 학생 신분이라고는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는 그곳에서 나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처음에는 그런 것이 부담도 되었지만, 그건 나의 일상이 바쁜 일과에 파묻히기 시작하면서 금세 사라져갔다.


처음에 내가 주로 한 일은 주로 아동 모델 쪽 일이었다. 이런저런 의상들을 입으면서 포즈를 취하는 일에서 주로 활동했고, 이어서 드라마의 단역 배우로서도 출연을 하게 될 기회가 생겼다. 하는 일에 비해서 보수가 아쉽긴 하였지만, 원래 처음에는 다 그런 것이라는 삼촌의 이야기와 유명 배우가 될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다시금 마음을 추스르고 열심히 활동하였다.


다행이 내 주변의 동료 연예인들이나 임직원들은 나를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분들이라 괜히 겁도 나고 그랬었는데, 다행이 거의 대부분의 들은 나를 살갑게 대해주셨다. 내가 여자이다 보니 혹시나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면 바로 얘기할 것을 임직원에게 당부 받았지만, 다행이 내가 그런 일을 겪은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한 활동은 중학생이 되어서도 이어졌다. 낮에는 학교에서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가며 수업을 듣고, 일이 있는 오후에는 여기저기 방송국이나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면서 활동을 하였다. 이제는 여학생 신분으로 모델 활동을 함과 동시에, 일에 조금씩 일에 내공으로 영화 단역에까지 출연을 하게 되었다. 워낙 들쑥날쑥한 일정 때문에 주말을 통째로 쓰는 것은 물론 부득이하게 학교 수업까지도 빠지는 날도 있었다. 솔직히 이 때문에 배우 활동을 그만둘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디션 붙는 것만 해도 힘든 현실에서 나는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 만해도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또 한 번 마음을 추스르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전념했다.


그래, 노력하는 자는 반드시 보상을 받으니까.


...


중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그 신념은 휴지조각같이 무참히 짓밟혔다.


그 더러운 발을 내민 사람은... 가끔씩 직접 나를 찾아오면서 독려해주고 아껴주었었던, 임직원들에게도 잘 좀 해주라고 하면서 너털웃음을 띠셨던.


내가 정말로 존경했던 그 회사의 사장.




... 어마어마한 빚을 감쪽같이 숨긴 채 회사 문을 닫고 도망가 버린 사기꾼이었다.




- 괜찮아, 괜찮아. 못 받은 건 삼촌이 어떻게든 꼭 받아올 테니까. 넌 아직 이런 거에 책임 질 나이는 아니니까 넌 아무 신경 안 써도 돼.


삼촌을 나를 다독여줬지만, 그런 삼촌도 나의 진짜 속마음을 이해하지는 못하였다.


몇 달이나 떼여먹은 돈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 나의 꿈과 재능은 그 사기꾼의 빚을 갚기 위한 도구로 이용당했던 것이다.


차마 꿈을 접을 수는 없었기에 나는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다른 회사들을 알아보았다. 그간 키운 경험으로 오디션도 몇 군데 넣어봤다. 하지만 허사였다. 아이러니하지만 그 사기꾼이 있던 회사만큼 나를 잘 봐주고 해주는 회사는 없었다.


어찌해서 겉으로는 평범한 고등학생과 같은 생활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속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겨우 성적 유지만 할 정도로 대강 공부를 했던 나는 고등학교 수업에 금세 신물이 나고 말았다. 학교 친구들은 배우이자 모델이었던 나를 알아보고 관심을 가졌지만, 그것이 위안이 되지는 못했다. 겨우 조금씩 발휘되던 재능과 열정이 차갑게 식어가는 내 모습이 초조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잠시 고향에 내려가서 머리를 식히고 와라.


솔직한 마음으로는 별로 마뜩치 않은 삼촌의 제안이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배우 활동에 대한 감을 잃어가는 것이 싫었기에, 어떻게든 일을 구해 활동을 계속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마음으로 그런 것이고, 삼촌을 생각하면 또 그럴 수 없었다. 삼촌은 회사가 문을 닫은 이후로 시간이 날 때 마다 다른 회사를 알아보았다. 빨리 자리가 나왔으면 했건만, 일에 무슨 해살이 들어서인지 6개월이 넘도록 소식이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내 위치를 생각해보았다. 그래, 나는 아직 고등학생이다. 비록 훨씬 어릴 때부터 일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꿈을 꾸고 준비를 하기에는 충분한 나이이다. 괜히 그런 것 때문에 자꾸만 삼촌을 피곤하게 해드리는 건 순전한 내 이기심이라고 생각한다.

갈 길을 헤매는 내 모습에서나, 바쁘신 삼촌을 위해서나, 결국 그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결론을 짓게 되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미래를 기약하며. 나는 지금 고향에 돌아와 있다.


...


바닥까지 다 비운 이 새콤달콤하고 시원한 이 딸기 스무디 한 잔도, 그 미래로 향하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아주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도 든다.


“가봐야겠다.”


문득 시계를 보고는 너무 오래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나는 빈 스무디 컵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벌써 가는 거야?”


컵을 퇴식구에 놓고 나가려고 하던 참, 예전부터 잘 알던 이곳 주인아저씨가 나를 부르신다.


“오랜만에 왔는데 좀 쉬엄쉬엄 놀다 가지?”


“저도 그러고 싶지만 오늘은 해야 할 일이 많아서요.”


“뭘 그렇게 일이 많아. 서울에 있을 때도 배우 일 하랴, 모델 일 하랴... 모처럼 이렇게 내려왔는데 여유도 가져야지. 쉴 때는 적당히 쉬어 줘야 삶에 활력도 생기는 거야.”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나에게 잘 대해주시는 아저씨. 아저씨 덕분에 정말로 내가 고향에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난다.


“감사합니다. 여기서 쉰 덕분에 좀 기분도 좋아진 것 같네요. 오랜만에 먹어봤는데 스무디 진짜 맛있네요.”


“하하. 우리 동네 내려온 김에 언제든지 놀러 와. 단골이고... 또 우리 동네 유명 스타니까 아주 특별대우를 해줄게.”


“에이, 지금은 활동도 안 하는데 유명 스타는 무슨.”


“허허, 너 같은 외모에 실력까지 갖췄는데 당연히 스타지. 좀만 있어봐. 아주 앞 다투어서 너 데려가려고 할 거다. 넌 진짜 개천에서 용 난거다. 우리 동네 자랑이야.”


우리 동네 자랑...


“후훗, 감사합니다. 그럼 전 가봐야 해서... 다음에 또 올 게요.”


어쩔 수 없이 배우와 모델 일에서 손을 뗀 지금 나의 모습에 초조해하는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 하고 오는 일 잘 하고, 마음 정리 잘 하고 열심히 해. 항상 응원해 줄 테니까.”


“네, 열심히 할게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그것은 단지 나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이유에서 말이다.


... 나는 거리로 나와 길거리에 있는 가로수 그늘 밑으로 몸을 피한다.


하루라도 빨리 복귀하는 것, 그건 나와의 약속이자 나를 기다리는 모두와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우선 어지럽혀진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잠시 마음을 돌려 지금 본연의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


평범한 여고생으로써의 모습 말이다.


오늘은 내가 다니게 될 이 동네 학교로 전학 신청을 하러 가는 날이다.


... 왔다.


저 쪽에서 오는 택시를 바라보며 조용히 손을 들자, 그 택시가 내 앞에서 바로 멈추었다. 나는 바로 가로수 그늘에서 택시 안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택시에서 나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목적지를 말했다.




“성류고등학교요.”




오늘은 새 인생을 준비하러 가는 날이다.






막간 6. 어느 여자의 이야기.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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