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만연체는 처음이지?

다른 세상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초 지침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샛가람
작품등록일 :
2017.11.16 19:28
최근연재일 :
2018.12.14 20:39
연재수 :
3 회
조회수 :
314
추천수 :
3
글자수 :
24,231

작성
18.12.12 18:56
조회
68
추천
1
글자
19쪽

01. 용오름

DUMMY

그 뒤로 아저씨와 헤어지고 나서 집에 들어왔고, 필요한 여러 가지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옆으로 맬 수 있는 작은 가죽 가방에다가 ‘내 기준으로’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잔뜩 집어넣고 봤는데, 대부분이 주문 시전 없이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주문서와 시약들, 그리고 몇 개의 소형 폭탄들 몇 개였다. 이정도만 챙겨가도 위험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 뵈도 마도사인데, 설마 큰일이라도 무슨 위험한 상황이라도 생길까?

마지막으로 나가기 전에 2층에 있는 방에서 짧은 검 한 자루를 챙겼다. 아무런 장식이 되어있지 않은 검은색 칼집에 들어가 있는데, 유려하게 휘어서 뽑아 두면 멋스러움을 풍겼다. 검 한쪽 면에는 마법적 효과를 부여하기 위해 직접 룬 문자 다섯 개를 새겨 놓았고, 반대쪽에는 내 개인 문양을 하나 그려 넣었다. 검을 뽑아 상태를 확인하고 오른쪽 둘째손가락을 살짝 찔러서 피를 냈다.

“언제 찔러도 항상 아프네.”

투덜거리며 맺힌 피를 이용해서 걸친 코트 안쪽에다가 수호를 뜻하는 룬 문자를 하나 그려 넣고, 곧장 마력을 살짝 불어넣었다. 그려진 빨간 문자가 잠깐 초록빛을 뿜었다가 스르르 옷에 녹았다. 마법사의 피는 마력을 띄고 있기 때문에 마법을 사용하는데 최적의 재료다. 특히 주문을 외우는 마법사 본인의 피 만큼 잘 맞는 재료는 드물다.

단검을 허리춤에 매며 집을 나섰다. 어차피 이곳에 들를 사람도 없으니 문은 잠그지 않고 그냥 나가면 되었다. 마을 북쪽 산이었으니, 집 뒤쪽으로 펼쳐진 숲을 통하면 빠르게 갈 수 있었다. 우리 형제의 집은 마을 북쪽 끝에 있었고, 뒤쪽으로 펼쳐진 단풍나무 숲을 지나면 까마득한 경사를 자랑하는 바위 계곡이 팔을 벌리고 있었다. 숲은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서늘했다. 첫째 형의 말로는 정령 같은 것이 이곳을 감싸 안고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둘째 형은 그것을 어떤 인간의 영혼이지만 선한 영이라고 표현했다.

차갑게 굳어버린 겨울 땅을 밟고 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지나가다 보면 어느 지점부터는 단풍나무가 사라지고 싸늘한 침엽수림이 가득한 지점이 등장했다. 이미 굳어버린 나뭇잎이 덮은 나무 밑동을 보면, 어느 이름 모를 짐승들이 파놓은 굴들이 보였다. 그 어떠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으나, 일정 수준의 마법사라면 가지는 기척을 감지하는 능력이 제법 많은 동물들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바스락, 바스락······. 나뭇잎이 잘게 부스러지는 소리가 귀를 스치며 간질이고 지나간다. 빽빽한 나무들 사이를 이리저리 피하며 발을 놀리는 것은 제법 체력 소모가 큰일이었다. 게다가 그 길이 산길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숨을 몰아 내쉬었다. 하얗게 입김이 잠시 허공에 새겨졌다.

얼마를 더 걸어가니 침엽수들 사이로 숨은 거대한 계곡과 그 양 옆으로 펼쳐진 절벽이 보였다. 얼마 전에 눈이 와서 그런지, 절벽은 군데군데 하얗게 제 몸을 꾸미고 있었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오랜만에 한 운동으로 인해 잊고 있던 추위를 일깨웠다. 설악산 높은 봉우리에서 계곡과 절벽을 타고 흘러내린 물은 마을 뒤쪽의 계곡까지 내려와서는 마을 남쪽의 개천과 합류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을 이리저리 둘러가며 흘러내리는 계곡의 몸 위에는 얼음이 덮개처럼 덮인 부분이 있었다.

계곡은 내가 서있는 지점보다 제법 낮은 곳에서 흐르고 있었는데, 그 계곡 주위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가득했다. 예전에는 막내 동생의 마법 연습을 위해서 이곳을 자주 찾아왔었다. 1학파의 마법을 연습하기 위해 주위에 크고 작은 바위들을 표적으로 삼아 마법을 신나게 쏘아대고는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이곳 지형이 다른 곳보다 제법 깊숙하게 파여 버렸던 것이다.

마법을 이용해 가볍게 몸을 허공에 띄워 계곡으로 내려갔다. 붕, 떠오르는 부유감이 좋았다. 바위를 가볍게 박차고 낙하 속도를 느리게 조절해 흐르는 계곡물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찰랑, 신발로 물을 밟는 소리가 경쾌하다.

곧장 마력을 주위로 조금 내뿜어봤다. 초록빛이 내 몸을 잠깐 뒤덮었다. 주위에 살아 움직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느껴지는 것은 나무의 느린 숨결뿐이다. 조금 더 넓게 퍼뜨렸더니 절벽 위까지 퍼져나가던 마력은 어느 지점에서 마치 무언가에 방해를 받는 것처럼 나아가지 못했다. 강하게 밀어붙이면 깨뜨릴 수 있는 약한 벽이지만, 분명 그렇게 했다가는 경계심을 키우는 꼴이 될 것이다.

“아무리 내가 약하게 마력을 내뿜고 있다고 하지만, 이정도 위치까지 오면 아마도 내 마력을 느끼고 있을 것 같은데······.”

중얼거리며 천천히 계곡을 따라 위쪽으로 걸었다. 내 몸에 걸어 놓은 마법은 유지하면서 바위 사이를 토끼처럼 뛰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습한 이끼 냄새와 함께 거대한 절벽이 눈앞에 나타났고, 난 뛰던 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여기까지 들어오면 야생동물들의 기척을 제법 느낄 수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지금은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무척이나 꺼림칙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그 흔한 새 울음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앞에 선 절벽은 꽤 오랜 세월 동안 닳고 닳아 반들반들해져 있었다. 잡고 올라갈 틈이 없어서 대충 마력을 몸에 둘러 몸을 띄웠다.

부유술, 비행 마법, 경공술······, 학파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마법은 평범한 마법사가 상급 마법사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배우는 상징과도 같은 마법이었다. 그냥 몸을 허공에 띄워서 하늘을 난다는 간단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그 안에 깃든 마법적 지식이 상당했고 꽤 많은 마력을 요구하기에 아무나 시도할 수 없는 마법 중 하나였다.

사용하면 누군가가 밑에서 나를 밀어 올려주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굉장히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주위 침엽수들 보다 높게 올라오면 직각으로 떨어지던 절벽은 완만한 사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주위를 보면 이런 형태의 절벽이 우리 마을이 있는 곳을 분지처럼 품고 있는 형태다. 아마 이 마을이 있는 곳에 처음 정착한 사람들은 이런 지형 때문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남쪽의 개천이 있는 방향을 제외하고는 쉽사리 접근하기 힘드니 어느 정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졸졸, 흐르는 물을 따라서 사면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숲이 절벽 위에 펼쳐져 있었고 나는 싱그러운 풀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착지했다. 딱, 경쾌한 소리가 내가 선 바위와 신발이 맞부딪히며 주위에 퍼졌다.

숲은 적막감이 가득했다. 고요함 가운데서 들리는 것은 물소리와 바람이 풀을 스치며 지나가는 소리, 그리고 내가 숨을 내쉬는 소리뿐이다. 여기서부터 숲을 따라서 쭉 시선을 북쪽으로 올리면 하얗게 머리가 새어버린 설악산의 봉우리들을 볼 수 있었다. 구름이 잠시 걸려서 쉬었다 갈 정도로 높다란 봉우리들 근처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구름들이 걸려 있었다. 다만 평소와는 다른 것은 그 구름들이 죄다 시커먼 먹물을 가득 머금은 구름들이라는 것이었다.

“눈이 쏟아지려나.”

먹구름들이 이리저리 얽히는 것을 보니 심상치가 않다. 다시 시선을 숲으로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질적인 것이 느껴졌고, 곧장 걸음을 멈추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분명 여기서부터 한 발자국을 더 내딛는다면 결계를 뚫고 지나가야 할 것이다. 시험 삼아 주위에 굴러다니는 돌맹이 하나를 집어서 가볍게 던졌다. 툭, 툭······. 호를 그리며 날아간 작은 돌은 날아가다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것처럼 튕겨져 나왔다.

“확실하네.”

들어갈까? 혹시라도 위급한 상황이라도 터지면 어쩌지? 손에 약하게 마력을 두르고 결계 위에 얹었다.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견고한 비눗방울을 만지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물과 기름처럼 초록빛과 푸른빛이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한동안 내 손과 밀어내는 결계를 바라보며 고민 중에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 혹시라도 위험한 것이 안에 있다면 우선 내가 살펴보고 오는 것이 더욱 좋지 않을까? 도망칠 능력도 충분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면 더 좋겠지······.

손에서 나던 초록빛이 순간 더욱 강해졌다. 결계 마법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결계를 이루고 있는 마력식을 일단 불러내서 역으로 해체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결계를 이루는 근본 법칙을 무시하고 해제할 수 있었고, 가끔 앞도적인 마력을 지닌 사람들은 마력이 가진 힘 자체를 이용하여 결계를 무너뜨리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나는 결계 마법에 워낙 재능이 없기에 결계를 파괴 할 때면 힘으로 찍어 누르는 방법을 선호했다. 지금처럼 말이지. 초록빛으로 환하게 빛나던 손이 결계의 모습을 드러내고 내가 들어갈 만큼의 공간을 녹여냈다. 마치 물에 젖은 종이처럼 점점 사라져가다가 내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 생긴 것이다. 나는 잽싸게 그곳으로 들어갔고 뿜어내던 마력을 갈무리했다. 내가 들어오자마자 결계는 스스로 복구를 해서 곧장 그 벌린 입을 다물어 버렸다.

“자가 복구도 하다니,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솜씨가 좋네?”

다시 입을 다무는 결계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앞으로 향했다. 고작 벽을 하나 뚫고 들어 온 것뿐인데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 무언가 공기는 답답하고 여전히 고요한 숲은 잠에 든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피해 침묵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마주한 상황에 쏟아지는 긴장으로 인하여 근육이 천천히 굳어간다. 오른 손에 마력을 모으고 왼손에는 허리춤에 걸어둔 검을 뽑아 쥐었다. 심장 소리가 거칠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남아도는 것이 마력이기 때문에 주위로 마력을 뿜어대며 주위에 뭐가 있는지, 또 어떤 것이 다가오는지 살폈다. 그러면서도 육체 강화 주문도 잊지 않고 걸었다. 각 학파마다 있는 마법이지만 2학파의 것이 가장 유명했는데, 아쉽게도 2학파의 마법은 일부를 제외하고 나와 전혀 맞지 않았지만 없는 것 보다야 좋지!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중, 갑자기 마력이 한 지점으로 모인다.

모인 마력이 불안정하게 떨린다. 그리고······. ‘쾅!’ 거대한 폭발음이 숲을 후려쳤다. 솟아오른 화염과 그 주위를 꽃받침처럼 먼지구름과 비산하는 나무, 돌의 잔해들이 감쌌다. 사막의 바람처럼 뜨거운 열풍이 폭발지점으로부터 날아든다.

모아둔 오른손의 마력을 앞으로 뻗어 재빨리 장벽을 만들었다. 연한 초록빛 장벽이 우산처럼 펼쳐졌고 동시에 뜨거운 바람에 몸을 싣고 날아온 잔해들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튀었다.

“와, 이게 도대체가······!”

주위가 잠잠해짐과 동시에 장벽을 풀고 달려 나갔다. 폭발이 일어난 곳에 가까워질수록 희미하게 사람들의 목소리와 총소리가 들려왔다. 제법 많은 인원이 싸우고 있는 듯 고함 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렸는데, 인간이 아닌 짐승의 것도 섞여 있었다. 이제 총소리는 번개가 되어 내 귀를 흔들고 있었다.

나무들 사이를 해치고 도착하니 보이는 것은 공터에 모인 스무 명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들과 그의 두 배 정도는 되어 보이는 마물들이었다. 짐승처럼 네 발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중앙에 모아두고 둥글게 원을 그리고 있었는데, 녀석들은 영리하게도 한 번씩 돌아가며 공격을 하고 있었다. 토벌대 사람들은 방패를 둥글게 벽처럼 두르고 저들에게 맞서는 중이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공터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원래 나무가 있어야할 자리에는 밑동만 남았고 대지는 자신을 덮던 수많은 이끼와 풀, 그리고 바위들을 잃어버리고 제 속살을 보여주고 있었다. 운석 충돌 후에 만들어진 크레이터처럼 보이는 것이 분명 방금 전에 있었던 마법이 만들어낸 여파일 것이다.

마물들은 재빨랐다. 토벌대 중 누군가가 총을 쏴서 맞추려고 하면 녀석들은 검은색 털을 휘날리며 나무들 사이로 빠르게 몸을 숨겼고 장전하려고 하면 다시 나타나서는 발톱을 휘두르며 어금니를 자랑하는 식이었다. 마물 녀석들은 늑대의 얼굴에 몸은 혐오스러운 근육이 가득했고 특이하게도 갈기가 나있었다. 긴 꼬리 끝에는 독침처럼 보이는 것이 달렸고 네 다리에 달린 갈고리 같은 발톱이 날카로움을 뽐냈다. 갈고리 같은 발톱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누군가가 피를 흘리는 장면이 반복되었다.

반면에 토벌대 사람들은 무척이나 지친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그들은 오래 씻지 않은 것처럼 남자들은 수염이 듬성듬성 나있었고 정말 가끔 보이는 여성들은 머리가 산발인 채였다. 게다가 행동도 느려 보이는 것이 저들에게 당하기 일보직전의 상황처럼 느껴졌다.

“막아······!”

누군가가 다급하게 외쳤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짐승의 울부짖음이 들리고 뒤를 이어서 곧장 총소리가 따랐다. 토벌대는 통일되어 있지 않은 복장에 마찬가지로 통일되어 있지 않은 무기를 들고 있었는데, 행색으로 봐서는 토벌대처럼 보였다. 그들이 유일하게 통일된 것은 걸치고 있는 갈색 망토였고 망토에는 노란색으로 날개 하나가 아름답게 새겨져 있었다는 것뿐이다.

“다친 사람은 뒤로 빠져! 뒤로 빠져서 장전하는 거나 도와!”

한 손에 검, 그리고 다른 손에는 작은 권총을 들고 있는 남성이 외쳤다. 지켜보기에는 그가 지휘관인 것 같았다. 짧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이었는데 한쪽 이마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들 일행이 대부분 해진 복장을 하고 있었으나 그는 그 정도가 심해보였다.

잠깐 지켜보던 것을 멈추고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로 심호흡을 하며 마력을 한 손에 모았다. 적을 바라보고 적을 꿰뚫는 창의 이미지를 담아 팔을 앞으로 쭉 뻗는다. 빛이 명멸하고 시야를 잠깐 가렸다. 이윽고 초록빛 섬광이 내 앞을 가리던 풀을 태우고 뻗어나갔다.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를 흩뿌리며 날아간 초록빛 창은 녀석들 중 튀어 오르던 놈의 등을 정확히 꿰뚫었다. 마물이 맞은 부위를 중심으로 하얀빛이 사방으로 터지며 초록빛을 내는 가루가 이리저리 흩날렸다.

잠깐 정적이 찾아왔다.

“누구지?”

“누군가 도와주러 왔나봐!”

토벌대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힘을 내라! 조금만 버티면 된다!”

지휘관처럼 보이는 남자가 다시 소리쳤다. 나는 위협용으로 몇 발을 다시 날리며 풀숲을 해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사다!”

“우리를 도와주러 오셨나봐!”

“제가 말한 분인 것 같아요! 결계를 깨고 들어오신 분 말이에요!”

녀석들 중 일부가 나를 향해서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한손에 모아두었던 마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순식간에 주위가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제일 앞장서서 날아오듯이 다가오던 놈은 방출한 마력에 순식간에 날아가서 어디론가 박혀버렸다. 제법 묵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나무에 몸을 박아버린 것 같다. 그 뒤를 따라오던 놈들에게는 빠르게 마력탄을 만들어 쏘아 보냈다. 맞은 놈들은 또다시 하얀빛을 토해내며 달려오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러댔다.

제법 많은 수가 나를 향해 다가와서 그런지 슬쩍 바라본 저들의 상황은 방금 전보다 무척이나 좋아보였다. 도끼, 창, 총, 검, 다양한 종류의 무기가 제각각 빛을 내며 휘둘러졌다.

양 옆에서 갑작스럽게 덮쳐오는 것에 땅을 세게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여전히 육체 강화 주문은 나에게 작용하고 있기에 제법 긴 거리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뜀과 동시에 ‘탕!’ 총 소리가 들리며 총알이 아슬아슬하게 옆을 스쳐지나간다. 녀석들을 돌파해 토벌대 앞까지 도착하자마자 덩치가 큰 인물들이 뛰쳐나와 거대한 방패로 벽을 쌓았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장처럼 보이는 이가 나와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해오기에 나도 급히 고개를 마주 숙여 답했다.

“사람 돕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요? 그런데, 괜찮으신가요? 꽤 오랫동안 시달리신 것 같은데······.”

내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이에서 보니 그는 생각보다 젊은 인물이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첫째 형과 비슷한 연배이지 않을까 싶었다.

“원래 의뢰를 받고 원주에서 출발했는데 여기까지 흘러들어 오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저놈들을 해치우고 나서 하죠, 마법사님. 사수 준비!”

그의 외침에 총을 든 인물들이 방패 사이로 총구를 가져다 대고 총을 쏠 준비를 시작했고, 그 사이에 각자 근접 무기를 든 인물들이 자리했다.

그들을 바라보며 마법을 준비하려는 차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사님?” 고개를 돌려보니 제법 어린 티가 나는 남성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는 토벌대의 7급 마법사인 정 서훈이라고 합니다.”

그는 고개를 살짝 숙여 고마움을 표하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를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지금 힘이 충분치 않은데 혹시 도와주실 수 있으신지요?”

“물론이죠. 잠시 물러나 계세요.”

내가 대답하며 천천히 마력을 끌어 올렸다. 초록빛 힘이 잠깐 머무르다가 앞에 선 인물들의 무기와 방패로 깃들었다.

“강화 마법(Enchanting)! 마법사님은 3학파 출신이신가요?”

확실히 강화 마법은 3학파의 장기이기는 했다. 그리고 거기 출신이 아니거나 그곳과 아예 연관이 없는 이들은 사용하기 힘들기도 하니 저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3학파 출신은 아닙니다만, 친구 중에 3학파 출신 마법사가 있어서 어쩌다보니 연이 닿아서 배울 수 있게 되었죠.”

사격이 끝남과 동시에 마물들이 방패의 벽에 달라붙었다. 쾅,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주위를 가득매우고 동시에 무기가 빠르게 휘둘러지는 소리가 뒤를 채웠다.

“마력이 좀 남으셨다면 간단한 마력탄을 준비해 주시겠어요?”

나는 서훈 씨에게 정중한 어조로 부탁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몇 개의 마력탄을 허공에 띄워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력탄을 만들어 사방으로 뿌려댔다. 준비할 시간이 생겨 유도 조작을 위한 주문식을 추가했다. 이제 알아서 날아들어 적들에게 공평한 죽음을 선사하겠지. 어째서 고함 소리와 죽기 직전의 안타까운 탄식은 이리도 잘 어울리는 것인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작가의말

1) 설정집은 서재에서 확인해 주세요 :)

2) 3부작 중 첫 번째입니다.

3) 완결은 약 300편 정도 예상합니다. 

4)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른 세상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초 지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 01. 용오름 18.12.14 106 1 15쪽
» 01. 용오름 18.12.12 69 1 19쪽
1 01. 용오름 18.11.21 140 1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