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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포칼립스의 흑마법사는 구원자가 되고 싶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투곰대디
작품등록일 :
2024.02.01 19:59
최근연재일 :
2024.02.18 23: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652
추천수 :
129
글자수 :
97,669

작성
24.02.10 20:00
조회
170
추천
5
글자
10쪽

14.

DUMMY

“여기에 불을 붙이려고요?”


이에 문지원이 놀란 듯 물어봤다.

집 안에서 불을 피운다니 당황한 건가?

문지원의 물음에 강충재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얼어 죽는 것보단 낫지 않겠나? 게다가 이곳에 불이 난들 소방관들이 출동할 것 같지도 않은데?”

“하하······.”


맞는 말이라 그런가?

문지원은 아무 말 없이 어색하게 웃었고.

불을 피우고자 옷들을 한데 모아둔 강충재는 이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라이터 있나? 불을 피워야 하는데······. 마땅한 게 없군.”

“네? 아, 아뇨. 담배를 안 피워서······. 버너는 없어요?”

“버너?”

“네. 보아하니 가정집인 것 같은데······. 버너가 하나쯤 있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에 강충재는 아직 탐색하지 않은 베란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찾아보지.”


그 말을 하자마자 베란다로 나가자 엄청난 한기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큭.’


롱 패딩을 입고 있음에도 온 몸이 얼 것 같았다.


‘창문이 있는데도 이 정도 추위라니······.’


제 시간에 아지트를 구하지 못했거나, 문지원처럼 식량을 구하려다 몬스터에게 쫓겨 바깥에 있었다면······. 순식간에 얼어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추웠다.


‘빨리 찾아보자.’


추위에 몸이 얼기 전에 가스버너를 찾고자 베란다를 샅샅이 살펴봤다.

동시에 운동기구와 빨래더미 사이로 캠핑 도구가 든 박스가 보였다.


‘무조건 있다.’


그렇게 생각한 강충재는 온 몸이 얼 것 같은 추위에 눈에 보이는 박스를 들고 베란다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창문을 막고 있는 문지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뭘 하는 중이지?”

“불을 피운다면서요? 몬스터들이 볼 것 같아서 가리는 중이었어요.”

“그래?”


아인을 해봐서 그런가?

꽤 능숙한 모습을 보이자 강충재는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떨어댔다.


“괜찮으세요?”

“······춥군.”

“제가 찾아도 됐는데······.”


근처에 서있었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한기에 문지원이 뒷말을 흐렸지만.

강충재는 괜찮다며 손을 저어댄 뒤, 캠핑 도구가 든 박스를 확인했다.

박스 안엔 크기별로 정리된 냄비와 기름랜턴, 그리고 가스버너가 있었다.


“있군.”

“찾았어요?”

“이 집 주인이 캠핑을 좋아했던 모양이야. 덕분에 수고가 덜었어. 이동할 때도 괜찮을 것 같다.”

“다행이다.”


강충재의 말에 문지원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며 안도의 한숨을 뱉어냈다.

하지만 가스버너를 찾았다고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

4단계 ‘극빙’의 추위를 이기려면 한시라도 빨리 불을 피워야만 한다.

해서, 강충재는 가스버너를 이용해 모아둔 옷가지에 불을 피웠다.


“휴, 이제야 살 것 같네요.”

“운이 좋았다.”


불을 피우자 집안을 가득 메웠던 한기가 사라지며 온기가 느껴졌다.

한결 몸이 편해진 두 사람은 온기를 만끽하며 떨어진 체력을 회복했다.


“근데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그래.”


온기로 인하여 몸과 마음이 풀린 듯 문지원이 강충재에게 물었다. 그동안 묻는 말에 대답만 하던 문지원의 질문에 의아함이 생긴 강충재는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실례가 되는 질문일 수도 있긴 한데······. 언제쯤 편하게 말씀하실 건가요?”

“음?”


이름이나 직업, 계통 등을 물어볼 줄 알았던 강충재는 전혀 뜻밖의 질문을 해오자 고개를 모로 꼬았다.

그 모습을 본 문지원은 당황했는지 손을 휘휘 저으며 재차 말했다.


“그게······. 일부러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요. 그냥 편하게 말씀하셔도 되는데······.”

“많이 이상한가?”

“이상한 것보단 불편할 것 같아서요.”

“······.”


문지원의 말을 듣자마자 강충재는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닫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역시, 내심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럼 편하게 하지. 뭐, 그쪽도 편하게 해. 이런 세상에서 굳이 격식을 차려봤자 서로 피곤하기만 하지······. 안 그래?”

“네? 그래도 된다면······. 편하게······, 할게?”


편하게 말하란 말에 그녀는 말을 놓으면서도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통해 강충재에게 그 어떤 악의도 없이, 순수한 선의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은 듯하다.


‘의심은 어쩔 수 없지.’


이해는 된다.

강충재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서브 퀘스트를 통해 대충이나마 선악을 구분했으니 말이다.


‘세상이 변한 만큼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이런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온전히 믿는 것만큼 미련한 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지원을 아지트로 데려오긴 했지만, 언제든 공격을 해올 수 있었기에 좀비들을 근처에 둔 상태였다.


물론, 문지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창가 쪽에 앉아 무릎을 꿇고 있는 걸 보면 언제든 도망칠 수 있게끔 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불편해보였지만, 어쩔 수 없다.


뭐가 됐든······.

강충재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에, 약자 된 입장에선 몸이 불편해도 살기 위한 그 나름의 방책일 터.

강충재도 그걸 알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고, 최대한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끔 말을 건넸다.


“강충재다.”

“어? 아! 응!”


이름을 밝히자 깜짝 놀란 문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해맑게 웃었다.


“아인을 해본 적 있나?”

“친한 친구가 재미있다면서 알려줬거든······. 그 친구가 없었으면 지금쯤 난······.”


물음에 답을 한 문지원은 불현듯 떠오른 친구가 걱정된 듯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


계속 물었다간 분위기가 침울해질 것 같다.

해서, 강충재는 곧장 주제를 바꿔 물었다.


“어디까지 해봤지?”

“어, 그러니까······. 혹한의 세계까지 해보긴 했는데, 겉핥기식으로 설인까지만 해봤어.”

“설인의 둥지? 겉핥기치곤 제법 했는데?”

“아니, 둥지 말고 설인의 출몰······.”

“아······.”


문지원의 말에 강충재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가 말한 설인의 둥지는 중반부 주요 퀘스트 중 하나지만, 문지원이 말한 설인의 출몰은 초반부 추가된 몬스터를 소개하는 튜토리얼의 연장선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해봤다니 기본 시스템은 잘 알겠네.”

“잘 알지.”


바뀐 세상에 대해 설명해줄 필요가 없음에 만족한 강충재는 미소 띤 얼굴로 재차 물었다.


“참, 특성이 뭔지 물어봐도 될까?”

“특성? 용맹한 전사하고 불굴의 투지야.”


이번에도 역시, 문지원은 강충재의 질문에 숨김없이 답을 해보였다.


“용맹한 전사하고 불굴의 투지라······.”


순간, 강충재는 말을 하다가 말았다.

조금 전, 아이스 트롤을 상대했을 때, 파라솔 대를 든 채 무모하게 덤빈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왜?”

“아! 잠깐 효과를 생각해보느라······. 창술사에게 딱 좋은 특성이네. 특히 체력과 방어가 높으면 높을수록 효과가 좋은 특성들인데······. 특성을 보고 선택한 건가?”

“응? 아니······. 특성은 모르겠고, 일단 체력과 방어력이 높으면 쉽게 죽을 것 같진 않아서 그랬던 건데······. 그 덕분에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지. 운이 좋았어.”


되묻는 말에 문지원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말에 강충재의 머릿속엔 의문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니?’


이상하다.

단순히 튜토리얼 지역에서 살아남은 걸 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뭐지?’


문지원의 말속에 모순이 느껴지자, 그동안의 말들이 빠르게 스쳐갔다.


‘하하······. 요 며칠 제대로 먹질 못해서······.’

‘그럼 그때 본 사람들도 백련산에서 튜토리얼을 받은 사람들인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아직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건가?’

‘여기에 불을 붙이려고요?’

‘불을 피운다면서요? 몬스터들이 볼 것 같아서 가리는 중이었어요.’


당시엔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뭐랄까.

마치······.

세상이 바뀐 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른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모순됨에 의문이 느껴진 강충재는 이를 풀고자 문지원에게 물었다.


“그쪽. 튜토리얼을 받은 지 얼마나 됐지?”

“안 그래도 나 역시 그게 궁금하던 참인데······. 튜토리얼을 언제 받았어? 난 오늘로 156일차거든.”


문지원은 질문을 받자마자 역으로 질문했다. 그와 동시에 강충재가 놀란 얼굴로 문지원에게 되물었다.


“156일?”

“응. 넌? 하는 행동을 보고 있자면······. 오늘 튜토리얼 지역에서 나온 것 같은데······. 내 예상이 맞아?”

“······맞아.”

“세상에!”


오늘 튜토리얼을 끝냈다는 소리에 문지원의 눈도 어느새 큼지막해졌다.

이는 강충재도 다르지 않았다.

당연하다.

두 사람의 상식에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156일이라니?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싱크홀에 빠지자마자 정신을 차리고 튜토리얼 지역에서 빠져나온 건데······. 이게 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일까?

시간의 축이 비틀린 걸까?

아니면 현실처럼 변한 게임 속으로 들어온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강충재가 혼란스러워하자, 또 다시 강인한 정신이 발동되며 이를 가라앉혔고.

머릿속이 맑아진 상황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의문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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