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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가위 님의 서재입니다.

내 여동생과 친구의 여동생을 교환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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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가위
작품등록일 :
2022.12.04 23:55
최근연재일 :
2022.12.29 21:4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002
추천수 :
5
글자수 :
104,695

작성
22.12.04 23:57
조회
161
추천
2
글자
11쪽

레노 - 1

DUMMY

준영이의 집에 가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통하는 길이 같긴 해도, 우리 집이 학교에서 더 가깝다 보니 집에서 논다면 항상 우리 집에서 모였고 준영이네 집까지 갈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도 준영이에게서 받아갈 물건이 있었기 때문에 간 거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우리 집에서 놀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제는 라면에 고추기름을 넣어봤는데 기가 막히더라고!"


"아, 그래. 맛있겠네."


걸어가는 도중 준영이가 한 말에 적당하게 대답한다.


이 녀석은 굉장한 라면 매니아로 자기 말로는 라면을 매일 하나 이상은 반드시 먹는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조리법대로만 끓이면 질리는 모양인지 이것저것 넣어서 먹는 일도 많은데 지금 말한 고추기름도 그 중 하나다.


준영이하고 알고 지낸 지 오래된 나는 이 녀석의 라면 후기를 귀가 아플 정도로 들어왔기 때문에 고추기름을 넣었든 타바스코를 넣었든 이젠 그냥 그렇구나 한다.


어차피 내가 직접 먹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는 망고를 갈아 넣어볼 생각이야!"


"그래. 그것참 맛있겠구나."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보니 어느새 집 근처에 도착해있었다.


상당히 오랜만에 와본 거였지만, 근처에 오니 조금씩 기억이 떠올랐다.


"여기에 오는 게 한 2년 만인가?"


"그렇게 오래 됐었냐?"


"평소에는 여기까지 올 일이 거의 없으니까."


특별히 많이 변하진 않은 것 같군.


초등학생 때는 학교가 반대 방향에 있었기에 우리 집보단 여기에서 노는 일이 더 잦았다.


그러니 기억이 날 수밖에 없다.


마침내 준영이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마침 누군가가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나온 사람을 바라보니 나랑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 예쁘게 생긴 여자애였다.


"어디 가냐?"


"저녁 먹고 올 거야."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마 준영이의 동생이 아닐까?


내 기억에 의하면 분명히 준영이한테 동생이 한 명 있었고, 아주 어렸을 때는 몇 번인가 같이 논 적도 있었다.


준영이의 집에 놀러 가는 일이 줄어들게 되면서 최근 5년 동안은 마주친 적이 없긴 하지만.


"안녕하세요."


아마 그때 당시에는 나도 이 애를 편하게 대했던 것 같은데.


아주 오랜만에 만난 거다 보니 그렇게 친근하게 부를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이 애가 나를 기억할지조차 모르는 일이고.


내가 인사를 건네자 그녀도 나를 바라보며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인다.


"안녕하세요. 오빠의 친구 분이신가요?"


"네."


"편히 쉬다가세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사뿐사뿐 발을 옮겨 다른 곳으로 가 버린다.


준영이의 동생이 저런 이미지였던가?


굉장히 아리따우면서도 차분한 목소리, 상냥한 태도. 준영이랑은 하나도 닮은 점이 없는 아이잖아?


내 동생하고 너무 비교되는데···.


"야. 뭐해?"


"응?"


"빨리 들어와."


감탄하고 있던 나와는 달리 준영이에겐 너무나 당연한 광경이었는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집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나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준영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아까 그 애. 네 동생이야?"


"그래. 너도 만난 적 있었잖아? 기억 안 나?"


"하도 옛날 일이라. 굉장히 많이 변한 것 같아?"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준영이는 심드렁하게 말한다. 같이 살다 보니 변화를 잘 못 느끼는 걸지도 모르지.


"엄청 예뻐졌고···어른스러워졌잖아. 네 누나라고 해도 믿을 정도겠다."


"뭐어!?"


준영이는 기가 막힌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소리친다.


"네 눈엔 쟤가 예뻐 보이나 보지?"


"뭐라고? 거울이나 보시지! 우월한 부분은 네 동생이 모두 가져가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냐?"


"네 취향이 특이하다는 건 잘 알겠다."


이번엔 내가 기가 막힐 차례였다.


"아니, 그럼 네 기준으로 어느 정도 되어야 예쁘다는 거야?"


"멀리 갈 것도 없이 네 동생 효연이가 훨씬 예쁘잖아."


"뭐라고!? 너 지금 제정신이냐!?"


효연이는 내 동생의 이름이다.


나보다 한 살 어린 데, 준영이가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다 보니 서로 알고 있다.


어디까지나 알고 지내는 사이지, 친한 사이라는 건 아니다.


물론 어렸을 땐 셋이 같이 잘 놀고 그랬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런 일은 없어졌으니까.


"너 설마 효연이가 예쁘다는 걸 인정 안 하는 건 아니지?"


준영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태도였지만, 나로선 준영이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적조차 없는데?"


"어처구니가 없군! 솔직히 효연이에 비하면 어지간한 아이돌 정도는 상대도 안 된다고!"


"너 요즘 TV 안 보냐? 효연이는 우리 학교 애 중에서도 평범한 수준이라고."


그렇게 말해도 준영이는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네가 오빠라서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런 것도 어느 정도는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효연이하고 지내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긴, 하는 행동이 밉살스러워서 그런 것도 있을 거야."


"뭐? 효연이가 왜? 굉장히 여성스럽고 단아하고 우아한 애잖아?"


단아? 우아?


그런 단어는 나도 알고 있었지만, 효연이에게 그런 수식어가 붙을 거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긴. 그러고 보면 다른 사람이 집에 놀러 올 때 효연이 녀석은 상냥하고 어른스러운 척 평소와는 상반되는 태도를 보여 주어서 나를 경악하게 하곤 했었지.


이 녀석은 그 가식적인 태도를 진실로 받아들인 건가!?


"네 앞에서나 얌전한 척하는 거지 원래 얼마나 사나운 녀석인데! 모든 여자가 다 네 동생같이 얌전하고 성숙하지는 않아?"


"하하! 이제 보니 엄청난 오해를 하고 있었군?"


준영이는 흥분했는지 목소리를 높인다.


"하긴. 겨우 5초 동안 본 것만으로는 내 동생이 얼마나 짜증 나고 괴팍한 녀석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겠지."


"너 그게 동생한테 할 소리냐···."


"휴우. 네가 내 동생이랑 5일 만이라도 같이 살아본다면 내 말에 완전하게 공감할 수 있을 텐데. 난 효연이 같은 동생이 있다면 바랄 게 없겠다."


"내가 할 소리! 나야말로 효연이가 네 동생의 반만이라도 닮았다면 소원이 없겠다."


"효연이가 뭐가 어때서 그러냐?"


나는 입을 열었지만, 할 말이 하도 많다 보니 막상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서 잠시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걘 성격이 나빠. 맨날 시비 걸고, 나한테 한 마디도 안 지려고 하고."


"나 참. 효연이같이 귀엽고 싹싹한 애를 보고 성격이 나쁘다고 한다면 내 동생은 뭐냐?"


"걔가 네 앞에서 본 모습을 안 보이는 것뿐이야."


"그래? 역시 남자로서 의식이 되는 건가."


"그냥 안 친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되지만."


"평소에 네가 먼저 퉁명스럽게 대해서 그러는 건 아니고?"


"걔가 나한테 먼저 시비 거는 일이 훨씬 많아. 아무튼, 나를 자기 오빠라고 생각하지 않는 느낌이야."


"하기야 원래 인간들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윗사람으로 인정하는 걸 생리적으로 못 받아들이니까."


준영이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서 할 말을 잃었다.


이 녀석은 어떻게든 나를 쓰레기 같은 놈으로, 효연이를 착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그 정도는 나한테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넌 어떤데?"


"윤영이는 말이지. 나한테 <오빠는 나이를 먹을수록 인간으로서 퇴보를 하는 것 같아.>, <숨은 왜 쉬는 거야? 산소 낭비일 뿐이야.>같은 폭언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단 말이다."


"너···대체 동생한테 평소에 어떻게 하기에 그런 소리까지 듣냐."


"시끄러워."


그때만큼은 진심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내가 그 녀석의 동생으로 태어났다면 아마 비참하고 처절한 인생을 살았을 거야. 걔는 싸울 때도 냉정하고 조목조목 반박하는 타입이야. 아주 피곤하지."


"같이 흥분해서 난장판이 되는 것보단 낫잖아?"


"뭐가 나아? 난 마구 언성과 욕설이 오간 다음에 쿨하게 화해하는 편이 좋아. 윤영이랑 다투고 나면 괜히 뒷맛만 더 나빠질 뿐이야."


"쿨하게 화해하질 못하니까 문제지···. 효연이는 성격이 애 같아서 조금만 뭐라고 해도 욱해서 덤벼든다고. 그렇게 삐치면 며칠이고 몇 주고 안 풀린다?"


"당연히 오빠가 먼저 화해하자고 손을 내밀어야지."


"그럼 너는 네가 먼저 화해하자고 하나 보지?"


"아니. 윤영이는 동생다운 귀여움 같은 게 전혀 없으니까. 나를 내려다보듯 하는 녀석이라 그럴 마음도 안 들어. 효연이라면 나도 내가 먼저 얼마든지 사과하지."


"바보 자식. 징징대는 게 귀여운 거냐?"


어느새인가 우리는 누가 더 자기 동생을 많이 깎아내리는지 경쟁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네 동생, 요리 잘해?"


"잘하긴 하는데···."


"하하하! 내가 이겼다! 내 동생은 라면밖에 못 끓이거든!"


"흥. 내가 이겼어! 잘하긴 해도 아무 소용없어. 나한테는 아무것도 안 해주니까. 오히려 못 하면 그러려니 하지. 잘하니까 더 열 받아!"


"크흑. 인정하지. 그럼 이건 어떠냐! 내 동생은 내 물건을 마음대로 마구 써!"


"그 정도는 넘어가라. 물건 좀 쓰는 걸 가지고."


"빌려달라고 하면 나도 빌려주지. 내가 없을 때 멋대로 방에 들어와서 가져가 버린다니까?"


"후. 내 동생은 내가 제 방 문턱을 넘지도 못하게 한다."


열기는 점점 과열되어서 우리 둘 다 절대로 물러서지 않게 되었다.


"내 동생은 밥 먹을 때 쩝쩝 소리 내면서 먹어!"


"내 동생은 밖에 안 나가면 머리도 안 감아!"


"내 동생은 TV 중독이야!"


"내 동생은 라면을 싫어해!"


"그건 네가 맨날 라면만 끓여대니 냄새도 맡기 싫은 게 당연하지!"


"라면이 뭐가 어때서!?"


"라면에 고추기름을 왜 넣어!?"


"내 마음이다!"


그렇게 과열된 토론은 한참 동안 멈추질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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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학교 - 6 22.12.25 21 0 11쪽
21 학교 - 5 22.12.24 22 0 10쪽
20 학교 - 4 22.12.23 19 0 8쪽
19 학교 - 3 22.12.22 16 0 9쪽
18 학교 - 2 22.12.21 20 0 7쪽
17 학교 - 1 22.12.20 21 0 8쪽
16 생일 - 6 22.12.19 29 0 9쪽
15 생일 - 5 22.12.18 23 0 9쪽
14 생일 - 4 22.12.17 22 0 10쪽
13 생일 - 3 22.12.17 24 0 8쪽
12 생일 - 2 22.12.16 2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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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시험 - 1 22.12.12 3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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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레노 - 7 22.12.10 40 0 7쪽
6 레노 - 6 22.12.09 42 0 9쪽
5 레노 - 5 22.12.08 51 0 13쪽
4 레노 - 4 22.12.07 74 1 11쪽
3 레노 - 3 22.12.06 85 1 10쪽
2 레노 - 2 22.12.05 99 1 6쪽
» 레노 - 1 22.12.04 16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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