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기술사 님의 서재입니다.

마녀의 부활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마기술사
작품등록일 :
2017.01.23 00:46
최근연재일 :
2017.03.27 20:42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179
추천수 :
18
글자수 :
238,752

작성
17.01.23 12:09
조회
217
추천
2
글자
10쪽

FW 1. 부활 - 1

DUMMY

비가 내린다.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살갗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돌멩이들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지한 사람들···.

그들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정확한 이유도 모르겠지.

선동당한 사람들의 얼굴은 당연하다는 듯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단지 표정에 분노가 섞여있다는 점만 빼면.


······생명이 사그라드는 것이 느껴진다.

씨앗에서 새싹, 새싹에서 꽃, 꽃에서 열매까지 자라며 얻었던 생명력과 활력은 결국 시샘에 못 이겨 사그라들고 있었다. 언제부터 시샘을 받고 있었던 걸까. 돌이켜보면 아직까지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딱히 궁금하지 않다.

결국 그 생명의 결말은 사람들의 발에 짓밟혀 시들고 썩어 들어가는 것이니까.


누군가는 그러한 짓밟힘을 이겨내는 잡초가 되어 시련을 이겨내라지만 나에게는 무리인 것 같다. 잡초만큼의 질긴 생명력도, 정신력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 이제 생명이 거의 다 사그라들었음이 느껴진다.


이제······.


곧······.


······.


***


······.


이곳은 어디일까.

망자가 죽고 온다는 사후 세계, 명계일까? 아니면 신성제국이 그토록 주장하는 지옥이라는 곳?


······그런 건 이제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곳이 어떤 곳이든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단지, 마음 편히 쉴 수만 있다면 좋겠다.

내 상처 받은 마음을 회복할 시간적 여유와, 편안한 공간만 있으면 된다.


이때까지 살아오며 사용한 기력을 회복하고 난다면······.

환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다음 생이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때까지는 쉬어도 괜찮겠지······.


부디 내가 다음 생에서는 이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빌 뿐이다.

사랑에 눈이 멀어, 한 때의 구원에 귀가 막혀 하고야 만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비록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이런 기억도 결국은 사라지고 말겠지만, 이 교훈만은 영혼에 남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 교훈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난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갈 수 있겠지.

그런 인생을 살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



······잠이 온다.

······피곤해서일까?

······잠시······. 아주 잠시 눈을 붙여야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떠도 새카만 어둠은 사라지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귀를 기울여도 정적은 물러가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몸을 움직여보아도 아무런 감촉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하지만······.


내 정신만은 무언가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이 생소한 느낌은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일까.



아, 깨닫고야 말았다.


때가 된 건가보다.

결국 새로운 삶을 얻어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비록 약간, 아주 약간 더 쉬고는 싶지만 새로운 삶을 얻게 된다면 이러한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단순한 악몽 정도로 남게 되겠지······.


그렇다면···. 이런 삶이 단지 악몽 정도로 그치게 될 수 있다면···.

약간의 피로 정도는 무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피로 정도야 다음 생을 얻게 된다면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느끼지 않게 될 거다.


역시, 다음 생을 얻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당장이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일까, 다음 생에 대한 갈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 다음 생을 얻자. 지금도 느껴지는 이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라도······.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걸까. 주변의 풍경이 점점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치 '다크 베일'이라는 마법을 사용한 것처럼 어둡기 그지없던 풍경이 '라이트'라도 사용한 듯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것은 마치 밤의 장막을 태양이 걷어내는 것 같다.


옛날, 죽어가던 나를 살려줬던 '그'의 모습이 이렇게 느껴졌을까?

······역시 잘 모르겠다.



아아, 잘 있어라 내 전생이여, 슬픔으로 가득 찼던 전생이여.

너를 드디어 떠나보내는구나. 부디, 나에게 행복한 생을 선물해주고, 축복해주렴. 한때나마 같이 살아왔던 나를 배려해서라도······.


······

······다시 졸음이 쏟아진다.

······이대로 눈을 감고 싶어진다.

······의식의 흐름에 내 몸을 맡긴다.

······의외로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기분은 나쁘지 않다.

······아, 이 기분을 조금 더 느껴보고 싶다.

······하지만 힘들겠지.

······그래, 가자, 다음 생을 향해서.


···

······


순간, 나의 사고는 정지했다.


***


눈이 떠졌다.


앞에는 한 남자가 보인다. 짧은 검은 머리를 가진 그 남성은 약간 해진 듯 한 로브를 입고 있었다. 내가 알던 로브와는 생김새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큰 틀은 확실히 로브인 것 같긴 하다.


그 로브에는 검은 까마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아, 정확히는 해골 까마귀였다.


저건 뭐였을까.


까마귀.

해골 까마귀.

검은색 해골 까마귀.


아, 기억이 떠올랐다.

저 문양은 분명 모두에게 배척받던 네크로맨서들의 문양이었다.

그런 자가 왜 내 앞에 있는 걸까.


어째서?


왜?


난 분명 기억도 육신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을 텐······.


잠깐, 난 어째서 이것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거지?

난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어야 하는데?


그럼, 내 몸은?


아, 확인해보니 생전의 몸의 모습이었다.

심지어 어렸을 때부터 손목에 있던 새카만 길쭉한 흉터마저도 그대로 있는, 말 그대로 완벽한 생전의 모습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왜?


혼란스럽다.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래, 이 사내한테 모든 것을 물어보자.

이 사내는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의 열쇠겠지.


"뭔가 하실 말이 있으신가보네요."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예?"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내가 이 지긋지긋한 세상에 다시 돌아오게 된 거냐고!"


너무나도 정신이 피폐하기 때문일까, 내 의사와는 달리 고함이 새어나왔다.

아, 오랜 시간을 홀로 사후 세계에서 지내며 많이 침착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생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말았다.


아마 저 사내는 내 얼굴이 약간 굳어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 채고 있겠지?


"아니다, 미안. 이 세상이 참 지긋지긋해서 말이야. 방금은 실수야."


한 번 고함을 지르며 속을 시원하게 풀어버렸기 때문인 걸까, 이제는 말이 술술 나오고 있었다.

내 몸이 잘 컨트롤되지 않는 것도 상당히 오랜만이기에, 또다시 생소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물론 이번에는 딱히 좋지만은 않은 느낌이었지만.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죄송하지요. 혼란스러우실 것을 미리 예상했어야 하는데, 미처 미리 파악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


뭔가 뒤이어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았기에 침묵으로 일관해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 역시 내 감은 어디 가지 않았구나.

그것만은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휴식을 취하시지요. 미리 방은 준비해두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욕실도 있으며, 되도록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


이번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아까 전과는 달리 고개를 살짝 끄덕여주었다.

아무리 이미 고함을 한 번 질렀다지만 계속 그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배짱은 나에게 없었다.

아니, 애초에 배짱이라는 것을 부려볼 생각을 해본 적이 있기는 했었을까.

······없었던 것 같다.


"따라오시지요."


그의 말에 상념에서 깨어나며 정신을 차렸다.

먼저 앞서가는 그를 따라가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일단은······ 목욕이라도 하면서 머리를 식히는 게 나을 것 같다.


옛날,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지끈거리는 이 머리도 상당히 많이 호전될 것 같다.

그래, 그때처럼 목욕할 때만은 아무런 고민 없이, 생각을 비우고 목욕을 하자.

분명, 분명 그 때처럼 목욕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으리라.




"이곳입니다."


"······."


이번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아까 전과 같은 이유는 아니었다.

물론 만약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면 아까 전과 같은 이유로 침묵을 고수했겠지만.


"······이건."


"조금 더 편안하게 쉬시라는 의미에서 특별히 만들어두었습니다. 아니, 원래부터 만들어져 있었다는 게 더 맞을까요. 아무튼, 푹 쉬시고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내 혼잣말에도 자신이 할 말을 모두 마친 그는 방문에서 떨어져 복도를 걸어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 한 가지 빠트렸군요. 음식은 책상 위에 있는 종을 울려주신다면 갖다드리겠습니다. 나머지는···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하실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럼 이만······."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본 후, 한숨을 푹- 쉬며 현재 내가 서 있는 방을 둘러보았다.

이 방은··· 무척이나 친근하게 느껴진다.

아니, 친근하다고밖에 할 수 없을 정도다.


옛날, 내가 홀로 지냈던 그 방 그대로니까.


그는 왜 내게 이런 방을 준 것일까.

편안하게 쉬라는 의미에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는 그렇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의도가 있는 걸까.


아니, 지금은 그걸 고민할 때가 아니다.

그것은 나중에 고민해보기로 하고, 일단은 목욕이나 하면서 머리를 식히도록 하자.


욕실로 들어가는 문은 어디에······.


아, 이거일 것 같다.


문을 열자 끼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왠지 오랜만이라서 반갑기도 하지만 정말로 옛날의 그 방과 완벽히 똑같다는 점이 한편으로는 내 마음을 들쑤셨다.


어째서일까······.

옛날이 떠오를 것만 같다······.


작가의말

전 이런 분위기를 좋아해서요, 이런 분위기로 써본 글입니다.

다들 즐감하시기를 빌며.

내일 다시 뵙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녀의 부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5 작가 후기 및 Q&A 받습니다. 17.03.27 55 0 3쪽
54 에필로그 RW 17.03.12 53 0 3쪽
53 에필로그 FW 17.03.08 76 0 7쪽
52 FW 7. 담판 - 3 17.03.07 93 0 10쪽
51 FW 7. 담판 - 2 17.03.06 59 0 10쪽
50 FW 7. 담판 - 1 17.03.05 72 0 11쪽
49 RW 6. 현실 17.03.04 58 0 9쪽
48 FW 6. 재발 - 6 17.03.03 68 0 12쪽
47 FW 6. 재발 - 5 17.03.02 120 0 10쪽
46 FW 6. 재발 - 4 17.03.01 60 0 10쪽
45 FW 6. 재발 - 3 17.02.28 53 0 10쪽
44 FW 6. 재발 - 2 17.02.27 91 0 10쪽
43 FW 6. 재발 - 1 17.02.26 67 0 10쪽
42 RW 5. 귀환 17.02.25 52 0 10쪽
41 FW 5. 제국 - 7 17.02.24 72 0 11쪽
40 FW 5. 제국 - 6 17.02.23 64 0 10쪽
39 FW 5. 제국 - 5 17.02.21 67 0 10쪽
38 FW 5. 제국 - 4 17.02.20 69 0 11쪽
37 FW 5. 제국 - 3 17.02.19 67 0 10쪽
36 FW 5. 제국 - 2 17.02.18 119 0 9쪽
35 FW 5. 제국 - 1 17.02.17 68 0 10쪽
34 RW 4. 대비 - 2 17.02.15 71 0 10쪽
33 RW 4. 대비 - 1 17.02.14 87 0 10쪽
32 FW 4. 마을 - 5 17.02.13 72 0 10쪽
31 FW 4. 마을 - 4 17.02.12 96 0 10쪽
30 FW 4. 마을 - 3 17.02.11 91 0 10쪽
29 FW 4. 마을 - 2 17.02.10 61 0 11쪽
28 FW 4. 마을 - 1 17.02.09 95 0 11쪽
27 RW 3. 고민 17.02.08 65 0 11쪽
26 FW 3. 습격 - 4 17.02.07 87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