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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계 VVVIP의 탑 등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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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4.08.05 09:19
최근연재일 :
2024.08.19 16:2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5,970
추천수 :
449
글자수 :
94,425

작성
24.08.1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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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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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2쪽

012. 4대 속성 정령 (2)

DUMMY

조복순은 후회 가득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과거에 저는 드높은 재능에 취해 오만했습니다. 절 무속의 세계로 이끄신 신어머니의 말씀도 무시하고 악령을 다루려 했습니다.”

“······.”

“그 결과, 전 신어머니를 잃고 몸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습니다. 신어머니께서는 여전히 영면에 들지 못하고 악령에 사로잡혀 계십니다.”


대무당의 스승을 죽이고 씻을 수 없는 상처마저 남겼지만, 고작해야 봉인만 가능했던 악령.


“부디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런 그녀의 경고와는 달리 조복순의 치료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손 주세요.”


유진이 그녀의 손을 맞잡은 순간.


-농축된 향이 아주 일품이옵니다.


저주의 정령이 움직였다.

곧이어 손을 통해 흡수되는 검은 기운.


“대, 대체 어떻게!?”


조복순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상처가 너무나도 간단히 사라지고 있었다.


심지어 유진은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만신이시여.”


경외감이 절로 들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 그녀의 경외감을 한껏 솟구치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딸랑-. 딸랑-.


그녀의 몸에 남은 상처가 사라지자 상자 속에서 울리는 방울 소리.


이내 봉인해둔 부적이 바스러진다.

상자에서는 악한 기운이 새어 나온다.


그녀의 상처가 사라진 것이 방아쇠가 된 것처럼 잠든 악령이 깨어났다.


그 순간.


“어딜!”


유진이 안된다는 듯 말하자 그 기운 또한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걸로 끝이었다.


악령은 등장조차 하지 못한 채 조복순의 상처와 함께 영원히 사라졌다.


“허. 허허.”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본 최백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고.


“만신이시여.”


조복순은 기적에 눈물을 흘리며 유진의 손 꼭 부여잡고 ‘만신이시여’를 되뇄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 혼란이 하나 더 추가됐다.


-4대 속성 정령이 개화했습니다.


상처와 함께 악령이 깃든 물건까지 흡수한 덕분인지 4대 속성 정령마저 손에 들어왔다.


“와우.”


이내 감정의 정령은 변화된 정령들의 상태를 보여주었다.


<최하급 물의 정령-특화: 피>

<최하급 불의 정령-특화: 체온>

<최하급 바람의 정령-특화: 호흡>

<최하급 땅의 정령-특화: 피부>


몸에 깃든 아이들은 더는 원시 정령이 아니었다.


진짜 정령이었다.

심지어 4대 속성 정령.


덕분에 개판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원래라면 상황을 정리해야 할 유진마저 4대 속성 정령에 놀라고 있었으니까.



“허. 허허. 이게 말이 돼? 허허.”

“만신이시여. 나의 구원이시여.”

“와.”


헛웃음, 경외, 탄성의 대환장 콜라보가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


잠시 후.

모두가 감정을 추스르고 진정됐을 때.


“정말 감사드려요. 저도 얻은 게 많은 시간이었어요.”


유진은 일단 감사의 인사부터 했다.


애초에 유진을 걱정해서 와준 사람들이었고, 딱 필요한 물건마저 가지고 와서 도움까지 주었다.


“아닙니다. 감사는 제가 드려야지요.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심지어.


“그러면 날 좀 도와주면 되겠군. 보아하니 조여사가 특별한 물건을 알아보는 것 같으니 힘 좀 빌려주게.”

“영감탱이가 오랜만에 쓸모 있는 이야기를 하네. 알겠어.”


역시 한자리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알아서 척척 앞으로 도움 줄 방법까지 떠올렸다.


게다가, 유진이 생각지 못한 부분마저 짚어 주었다.


“물건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찾아보셔도 좋습니다. 악령에 씌인 인간들이라면 웬만한 물건보다 도움이 될 겁니다.”

“영화 엑소시스트 같은 거요? 그런 사람이 진짜 있어요? ”

“예. 실제로 있습니다. 저도 구마 사제를 도와 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저주의 정령이 입을 열었다.


-정말 좋은 생각이옵니다. 인간에게 씌인 악령이라면 주인님께 큰 도움이 될 것이옵니다.


도움이 된다면 사양할 필요 없었다.


“그쪽은 생각도 못 했네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도움이 된다니 다행입니다. 찾으면 바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시골에 내려가 할머니에게 고봉밥을 대접받은 듯한 기분. 너무 끝도 없이 받으니, 유진이 뭔가 해주고 싶어질 정도였다.


“앞으로 도와주실 걸 생각하면 뭐라도 해드리고 싶네요. 일단, 칼질부터 해드릴까요?”

“너무 아쉽지만, 아직 준비 중일세. 자네의 검을 담으려면 그에 맞는 장비가 필요하니 좀 기다려주게.”

“그럼, 준비되시면 그때 제대로 한번 해드릴게요.”

“크흠. 약속한 걸세.”


최백호에겐 칼질해주면 됐지만, 조복순에겐 뭘 해줘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때 감정의 정령이 의견을 제시했다.


-4대 속성 정령을 한번 사용해보시겠습니까? 그녀는 오랜 상처로 기력이 쇠한 상태입니다. 물의 정령의 힘이라면 도와줄 수 있습니다.


딱 좋은 의견이었다.

도움도 주고, 4대 속성 정령 개시도 하고.


“어르신은 손 좀 잠깐 주세요. 약 좀 발라 드릴게요.”

“예. 만신이시여.”


뜬금없는 말에도 그녀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유진이 그 손을 맞잡은 순간.


“아!”


조복순은 탄성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겐 보였다. 순수하고 깨끗한 대자연의 물이 오랜 상처가 남긴 흔적과 흉터를 씻어내는 것을.


노쇠한 몸에 활력이 돌아오고, 상처가 사라졌음에도 무겁던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진짜 좋은 건 따로 있었다.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그녀를 포근하게 안아주며, 그녀를 괴롭혔던 후회와 잘못마저 씻어내 주었다.


“아. 그리고 깜빡하고 말씀드리지 못한 게 있어요. 신어머니란 분은 악령에 속박되셨던 게 아니에요. 어르신을 괴롭히려는 악령의 수작질이었을 뿐이에요.”


그녀는 진정한 의미로 치유되었다.


“그러니 더는 슬퍼하지 마세요. 다 괜찮아요.”


몸과 정신 모두.


“만신이시여!”


그녀는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신기하게도 기뻐 보이는 얼굴로.


***


조복순을 치료한 뒤.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또! 또 부가 효과라고!?”


부가 효과란 말에 또다시 놀란 최백호.

그런 그가 진정했을 땐.


“크흠. 나도 한번 해주게.”


자기도 한번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그에겐 극적인 효과가 없었다.


“이미 너무 건강하셔서 큰 효과는 없어요.”


노인의 몸이 아니었다.

웬만한 30대 남자보다 훨씬 건강했다.


덕분에, 그리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그래도 시원하군.”


본인은 만족한 것 같으니 그리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렇게 약간의 소란 끝에 두 사람은 돌아갔다.


“평생을 다 해도 못 갚을 은혜를 입었습니다. 남은 평생을 다해 만신님께 은혜를 갚겠습니다.”

“칼질해준다고 했던 거 잊지 말게나. 검가에 선물을 잔뜩 준비해놓고 기다릴 테니 기대하고.”


기대할 수밖에 없는 말을 잔뜩 남긴 채.


드디어 혼자가 된 유진은 지금껏 미뤄두었던 일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준비는 끝난 거지?”

-완벽합니다. 화력, 안전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습니다.


5층을 끝으로 멈췄던 탑 등반을 다시 할 모든 준비가 끝났다.


“좋아. 그럼 가보자고.”


유진은 곧장 탑으로 입장했다.


[6층에 입장합니다.]

[감염체를 찾아 사냥하세요.]


임무는 5층과 크게 다를 게 없었지만, 스케일이 전혀 달랐다.


커다란 성벽으로 둘러싸인 중세 도시.

이곳이 통째로 6층의 무대였다.


안타깝게도 주변을 둘러보며 구경할 시간은 없었다.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도시는 아비규환이었다.

피와 비명이 가득했고, 인간이 인간을 물어뜯는 끔찍한 모습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알고 있던 6층과는 전혀 달랐다.


6층은 처음으로 몬스터가 등장하는 층으로 통칭 고블린으로 불리는 약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 유진이 알고 있는 6층의 임무였다.


그런데 달랐다.


장소가 넓은 거야 5층까지 등반한 걸 생각해보면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몬스터까지 완전히 다른 건 처음이었다.


“뭔 시작부터 좀비물이냐고!”


그렇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현재 도시 내부에 날뛰고 있는 녀석들은 감염된 개체입니다. 감염을 퍼트리는 감염체들은 따로 있습니다.


어떤 임무가 나오든 감정의 정령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고.


-이 더러운 것들이 어딜 다가오느냐! 너희들은 주인 곁으로 한치도 다가오지 못할 것이다.


저주의 정령은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저주를 퍼트렸다. 저주에 닿은 좀비 같은 녀석들은 이내 방향을 잃은 듯 더는 다가오지 못했다.


그렇게 상황 파악과 안전이 확보되자, 유진의 유일한 무기가 움직였다.


-주인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종놈만 믿어주십쇼! 저주와 번개의 환상적인 콜라보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저주와 번개의 콜라보?

그런 의문도 잠시, 모습을 드러낸 번개의 정령을 보자 한 번에 이해가 되었다.


저주에 휘감겨 검게 변한 번개.


노란 궤적 대신 검은 궤적을 남기며 날아간 번개는 좀비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빠른 속도로 쓰러지기 시작하는 좀비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어느샌가 유진의 주변은 침묵에 잠겼다. 살아남은 이들은 믿을 수 없단 눈으로 멍하니 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집중된 시선.


유진은 지금껏 보았던 좀비 영화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멍하니 있지 말고 다들 집에 들어가세요! 기다리시면 상황이 정리될 거예요!”


좀비물 특 집안에 존버하면 살아남음.


그제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허둥지둥 움직였다.


“가,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하나둘 감사를 표하며 집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유진은 이내 심각한 문제를 발견했다.


“최악이네.”


좀비에게 물린 사람들이 있었다. 이대로 두면 좀비가 되어 기껏 정리한 곳이 다시금 개판이 될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영화처럼 다짜고짜 죽일 수도 없는 일.


“아.”


사실 그냥 가도 될 일이었다.

어차피 감염체를 잡으면 클리어였으니까.


하지만, 입맛이 쓴 건 어쩔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주인이시여. 부탁드릴 게 있나이다.


저주의 정령이 입을 열었다.


“부탁이요?”

-시간을 주셨으면 하옵니다. 이곳에서 얻어갈 것이 있나이다.


그나마 좋은 소식에 유진의 기분이 한결 풀렸다.


“그래요? 그럼 챙겨야죠. 기다리고 있으면 돼요?”

-주인님의 도움, 정확히는 물의 정령의 힘이 필요하옵니다.

“물의 정령이요? 정확히 뭘 하는 건데요?”

-저 감염은 일종의 저주로서 감염이 끝나지 않은 이들을 치료한다면 그 힘을 취할 수 있사옵니다.

“어? 진짜요?”


원래 좀비물은 감염을 치료할 수 없는 게 국룰이다. 치료되는 순간, 좀비는 더는 큰 위험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영화가 아닌 현실의 유진에겐 너무나도 좋은 소식이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릴게요. 저주의 정령님을 소환하길 정말 잘한 거 같아요.”

-주, 주인이시여.

“저주 만세.”

-만, 만세이옵니다!

“당장 가죠.”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감염 꽤 진행됐는지 바닥에서 꿈틀대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까.


유진은 곧장 그를 치료했고, 이내 또 다른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히든 임무 달성.]

[감염자 치료를 완료했습니다.]

[클리어 시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진짜 만세였다.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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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계 VVVIP의 탑 등반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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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7. 7층의 보물 24.08.19 427 19 12쪽
16 016. 미미(美味)!! +2 24.08.18 546 19 12쪽
15 015. 보상 정산 24.08.17 589 22 12쪽
14 014. 보상이 쏟아짐 24.08.16 640 22 13쪽
13 013. 히든 임무를 노린다 24.08.15 700 26 12쪽
» 012. 4대 속성 정령 (2) +1 24.08.14 757 26 12쪽
11 011. 4대 속성 정령 (1) +1 24.08.13 790 26 12쪽
10 010. 새로운 정령(3) +1 24.08.12 848 25 11쪽
9 009. 새로운 정령(2) +2 24.08.11 902 24 13쪽
8 008. 새로운 정령(1) +2 24.08.10 997 24 13쪽
7 007. 강차장 일한다! +2 24.08.09 991 28 14쪽
6 006. 미친 노인 24.08.08 1,037 28 13쪽
5 005. 등반 관리청이 이상함 24.08.07 1,098 26 13쪽
4 004. 내가 아는 등반과 많이 다름. 24.08.06 1,156 28 13쪽
3 003. 이게···정령? +1 24.08.05 1,346 31 12쪽
2 002. 유산? 각성? 24.08.05 1,472 34 12쪽
1 001. 찾았다? 24.08.05 1,665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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