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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계 VVVIP의 탑 등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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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4.08.05 09:19
최근연재일 :
2024.08.19 16:2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5,972
추천수 :
449
글자수 :
94,425

작성
24.08.06 12:20
조회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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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3쪽

004. 내가 아는 등반과 많이 다름.

DUMMY

개운하다 못해 상쾌한 감각과 함께.


“······.”


유진이 눈을 떴다.


잠에서 깬 유진은 곧장 일어나지 않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너무 상쾌해서 바로 일어나기 아까웠기에.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진짜 받길 잘했네.”


유진은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일어났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비스에 만족하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정령들은 돌아간 게 아니었다.

그저 기다리고 있었을 뿐.


“아. 계셨어요?”

-종놈이 어딜 가겠습니까. 주인님 곁에 맴돌아야죠.

“······하하.”


유진이 어색하게 웃자, 번개의 정령은 아부하는 대신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몸으로 생생히 느껴지시겠지만, 제대로 확인해 보시죠. 거울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곳엔-.


“와.”


유진인데 유진이 아닌 사람이 서 있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단, 키부터가 달라져 있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만 봐도 커진 게 체감이 될 정도였다.


-정확히는 5.8cm가 커졌습니다.


175cm가 조금 안 되는 키였으니, 저 말대로라면 지금은 180cm가 넘는다는 뜻이었다.


“내가 180?”

-그냥 180도 아니고 180.6입니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키는 시작일 뿐이란 점이었다.


구부정한 어깨 또한 쫙 펴져 있었고 군살마저 빠져 있었지만, 유진의 눈에 들어오는 건 따로 있었다.


“피부는 또 무슨 일이······.”

-노폐물이 싹 사라지면서 생긴 부가 효과입니다.

“이게 그냥 부가 효과라고요?”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모공은 보이지도 않았고, 여드름 때문에 생긴 상처도 싹 다 사라졌다.


그야말로 도자기 같은 피부.


피부가 사람의 인상을 바꾼다는 말처럼 유진의 인상 자체가 변했다.


“팀장님. 고생하셨어요. 너무 좋은데요?”


이건 칭찬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만족하신 것 같아서 제가 다 기분이 좋습니다. 흐흐. 그 외에도 자잘한 변화가 있었는데······.


유진은 번개의 정령의 설명을 들으며, 눈치채지 못했던 변화를 실감했다.


사라져 버린 군살과 올곧게 펴진 몸.

지방이 사라진 덕에 모습을 드러낸 근육.


무엇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없었다.


“와. 이 서비스 팔면 떼돈 벌겠는데요?”

-안타깝게도 오직 유진님만 받으실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이 서비스를 팔 수 없다는 건 좀 아쉬웠지만, 효과를 보면 유진이 생각하기에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 정도로 완벽하단 뜻이었어요.”

-에이 벌써 완벽하단 말씀을 하시면 안 됩니다. 앞으로 더 좋아질 예정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이건 시작일 뿐이란 걸 깨달았다.


“맞네요. 제가 원하는 몸도 자동운동으로 만들어 주신다고 했죠?”

-예. 우락부락한 근육을 원하시는 게 아니라면, 몸에 딱 맞는 효율적이고 멋진 근육질로 세팅하겠습니다.


다행히 권유와 유진의 취향은 일치했다.


“예. 저도 우락부락한 근육까진 필요 없어요. 제 몸에 맞춰서 해주신다고 했으니 그것도 잘 부탁드릴게요.”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시간이 좀 걸리니 앞으로 꾸준히 해 놓겠습니다.


그렇게 대화가 일단락되자 뒤늦게 다른 감각들이 몰려왔다.


꼬르르륵-.


이틀은 굶은 것 같은 엄청난 허기.


“일단 밥부터 좀 먹을게요.”

-넵! 제가 있는 이상 식단 관리는 전혀 하실 필요 없으니 드시고 싶은 것 마음껏 드시면 됩니다.


정말이지 반가운 이야기였다.

운동만큼 힘든 게 식단 관리였으니까.


“그럼······.”


잠시 고민하던 유진은 이내 메뉴를 결정했다.


“라면이 땡기네.”


유진은 곧장 부엌으로 가서 라면을 꺼냈다.


하나도 아니고 두 개를.


그렇게 유진이 막 라면을 끓이려고 할 때.


-주인님. 식사하시는 동안 저도 영양 보충 좀 해도 되겠습니까?

-괜찮으시다면 저도 하고 싶습니다.


라면 물을 올리던 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정령도 밥을 먹어요?”

-그 비슷한 겁니다. 먹지 않아도 되긴 하는데, 먹어두면 도움이 됩니다.


그 비슷한 거?

이건 좀 궁금했다.


“어떤 걸 먹는데요?”


유진의 대답에 제각각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전 콘센트에서 전기를 좀 먹고 싶습니다.


번개의 정령이 전기를 먹는 건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전 웹서핑을 좀 하고 싶습니다. PC가 아닌 스마트폰만 주셔도 충분합니다.


감정의 정령이 원한 건 ‘웹서핑’이었다.


“팀장님은 바로 드시면 되고, 감정의 정령님은 웹서핑해야 하는 이유 좀 알려 주시겠어요? 안된다는 건 아니고 궁금해서요.”


번개의 정령은 곧장 전기를 먹기 시작했고, 그 사이 감정의 정령은 유진의 물음에 대답했다.


-지구의 지식을 업데이트하기 위해서입니다. 업데이트가 되면 될수록 감정된 정보를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아 무슨 말인지 대충 알겠네요.”


결국 감정된 정보를 볼 유진을 위해서였다.


“예. 마음껏 드세요. 저도 식사를 해야 하니까요.”


그렇게 두 정령과 한 인간의 식사가 시작됐다. 웹서핑, 전기, 라면이라는 기묘한 조합을 이루며.


***


식사가 끝난 유진은 정령들을 바라봤다.


-어으으. 시원하다.


번개의 정령은 온탕에 들어간 것처럼 말하며 콘센트에 붙어 있었고.


-상남자 특? 이건 대체···.


감정의 정령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각종 커뮤니티를 쏘다니고 있었다.


‘진짜 저게 도움이 되나?’


커뮤니티는 때때로 심연과도 같은 정보를 쏟아내기도 한다.


만약 그런 정보에 물든다면?


‘에이. 괜한 생각이겠지.’


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식탁에서 일어나 냄비를 싱크대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슬슬 탑 등반에 관해 이야기 좀 나눠 볼까요?”


유진은 미뤄두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정령들은 곧장 유진의 앞으로 날아왔다.


“나름대로 공략 준비를 해보려고 하는데 조언 좀 부탁드릴게요.”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고 했다.


심지어 탑은 돌다리도 아니었다. 새로운 금광이니 유전이니 하는 소리가 있지만, 그 이득만큼이나 위험한 곳이 탑이었다.


완벽하게 준비하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딱히 준비하실 거 없습니다. 그냥 들어가셔서 가만히 계시면 순식간에 끝날 겁니다.

“예?”


그 말에 유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건강 관리팀장이시잖아요.”


번개의 정령이라곤 해도 그는 건강 관리팀장이다.


전투보다는 ‘지원’에 특화된 느낌이었다.


물론, 이건 유진의 생각일 뿐이었다.


-저 번개의 정령입니다. 1층 정도야 얍! 하면 팍! 끝입니다.


이걸 믿어도 될까 싶은 설명.

그런데 지원사격이 등장했다.


-신뢰하셔도 됩니다. 제가 번개의 정령을 추천해 드렸을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는 탑 등반에도 도움이 됩니다.


감정의 정령까지 이렇게 나오는 데 진짜냐고 따지는 건 의미 없는 일이었다.


“그럼, 바로 탑에 들어가면 돼요?”

-넵! 다만, 탑에서는 선조치 후보고를 할 수 있도록 허락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거야 당연하죠. 저도 군대 다녀와서 알아요. 뭐, 1층에서 별일 있을까 싶지만요.”


1층의 난이도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공략을 모른다고 해도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


그런데도 유진이 공략 준비를 하려던 건 조심 또 조심하려고 했던 것일 뿐이었다. 처음 들여놨던 습관이 쭉 이어지는 법이었으니까.


다만, 상황이 이렇다면 준비는 필요 없다.


“좋아요. 그럼, 바로 입장하면 돼요?”


그냥 입장하면 될 뿐.


-예. 방법은 알고 계십니까?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등반자가 등장한 지 벌써 24년.

탑 입장 영상만 해도 수두룩했다.


유진은 동영상에서 본 대로 따라 했다.


“탑 입장.”


그렇게 운을 띄운 순간.


[탑을 입장하시겠습니까?]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예.”


메시지를 보며 대답까지 하자, 유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함께 했던 두 정령과 함께.


***


마치 심연과도 같은 어둠 속.

유진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탑에 입장하셨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탑은 입장하자마자 해당 층에 도착한다고 들었다. 이런 어둠과도 같은 공간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이곳이 어딘지 묻기도 전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완벽한 육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난이도가 상승합니다.]

[어려움으로 변경됩니다.]


‘······난이도 상승? 어려움?’


탑에 난이도가 있단 소린 못 들어 봤다.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특별한 특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난이도가 상승합니다.]

[매우 어려움으로 변경됩니다.]


특성 때문에 난이도가 한번 더 오르고.


[이능(정령)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난이도가 상승합니다.]


정령을 가지고 있다고 난이도가 한번 더 올랐다.


그 결과-.


[최고 난이도 ‘지옥’으로 변경됩니다.]


‘뭐?’


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어려움같은 정도를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었다.


지옥이라니!?


이건 단순히 어렵다는 것을 벗어나 끔찍하다는 뜻이었다.


그런 유진의 생각은 정답이었다.


[1층에 입장합니다.]


지옥 난이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폭주한 쥐 떼를 사냥하세요.]


‘이게 뭔 개소리야!’


유진이 알고 있는 1층 임무는 작은 창고 같은 곳에서 굶주린 쥐 한 마리를 사냥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모든 게 달랐다.


창고가 아닌 꽤 넓은 공터였고, 한 마리가 아닌 ‘떼’였다.


족히 100마리는 넘는 것 같은 쥐 떼!


쥐로 이뤄진 검은 물결이 시시각각 유진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 광경은 혐오스럽다 못해 무서울 정도였다.


그때.


파직-.


작은 스파크 소리와 함께 머리에 일순 열이 올라왔다.


그리고 변화가 시작됐다.


‘······느려졌어?’


모든 게 천천히 움직였다. 숨을 쉬는 유진의 육신부터 달려오고 있는 쥐 떼까지 모든 것이.


그런 느려진 세상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고가 가속돼서 느려진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상황을 설명해 주는 감정의 정령.


유진은 지금 설명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전에 번개의 정령이 먼저 움직였다.


핑-!


작은 소리와 함께.


번개 모양의 이모티콘, 번개의 정령이 노란 궤적을 남기며 날아갔다.


노란 궤적이 쥐 떼 꿰뚫었다. 곧이어 쓰러지는 쥐들과 새롭게 새겨지는 노란 궤적.


그 과정이 반복되며 노란 궤적이 공터 위를 수놓았다.


아름답게까지 느껴지는 환상적인 광경.


핑-!

핑-!

핑-!


잠시 후 노란 궤적이 쥐 떼의 끝에 도달했을 때.


-아이고 힘이 부족하니 몸이 고생입니다. 오래 걸려서 죄송합니다!


모든 쥐 떼가 쓰러지고, 번개의 정령의 가벼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느리게 흐르던 시간이 원래대로 되돌아오고.


[1층 클리어.]


새로운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진짜?”


직접 보고도 믿지 못할 만한 상황.


하지만 의심은 필요 없다는 듯 다시 메시지가 나타났다.


[상태창이 갱신됩니다.]

[칭호 항목이 개방됩니다.]

[칭호 ‘지옥 난이도 등반자’가 추가되었습니다.]


“칭호는 또 뭐야?”


난이도와 마찬가지로 칭호 또한 들어 본 적 없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지옥).]


그나마 듣던 것과 같던 레벨 상승 메시지조차, 뒤에 ‘지옥’이 붙어 있었다.


‘······아니지. 다를 만하네.’


등반자는 탑을 한 층 오를 때마다 레벨업한다.


그럼, 레벨업은 어떻게 할까?


레벨업은 그냥 되는 게 아니었다.

해당 층에서 사냥한 것들을 흡수한다.


“난 한 마리가 아니야.”


난이도가 높아진 만큼 더 많은 쥐를 사냥했다. 그 말인즉슨, 같은 레벨업이라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뒤에 ‘지옥’이 붙는 게 당연했다.


그런 유진의 생각대로 쥐 떼는 어느새 빛으로 화해 유진에게 끝없이 흡수되었다.


‘이러면······.’


같은 레벨이지만, 난이도가 높은 탑을 등반하는 등반자가 더 강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하급 마석을 10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 또한 기존과 달랐다. 최하급 마석 10개가 아닌, 하급 마석 10개였으니까.


하급 마석은 적어도 10층은 되어야 나오는 보상이었다.


그야말로 보상의 등급 자체가 달랐다.

가격 차이만 해도 무려 10배 이상이었다.


“미쳤다.”


심지어 이건 1층 보상일 뿐이었다. 더 높은 층을 오르면 온갖 물건들이 보상으로 쏟아진다.


그런 물건들이 등급 자체가 달라진다면?


유진에게 탑은 사람들이 말하는 금광이나 유전 정도가 아니었다.


최소 다이아몬드 광산.

아니. 그 이상이었다.


문제는 딱 하나, 난이도로 인해 엄청나게 어려워졌다는 것이었지만.


‘나야 뭐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잖아?’


그건 정령들이 해결할 문제였다. 그러다 막히면 낮은 층을 뺑뺑이 돌면 될 일이고.


‘이거···. 설마 개꿀각인가?’


그 생각과 함께.


[2층이 개방됩니다.]

[탑에서 퇴장합니다.]


유진은 집으로 되돌아왔다.


새로운 지옥 난이도 등반자의 등장에 난리가 난 것도 모른 채.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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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중지 공지 24.08.20 142 0 -
17 017. 7층의 보물 24.08.19 427 19 12쪽
16 016. 미미(美味)!! +2 24.08.18 546 19 12쪽
15 015. 보상 정산 24.08.17 589 22 12쪽
14 014. 보상이 쏟아짐 24.08.16 640 22 13쪽
13 013. 히든 임무를 노린다 24.08.15 700 26 12쪽
12 012. 4대 속성 정령 (2) +1 24.08.14 757 26 12쪽
11 011. 4대 속성 정령 (1) +1 24.08.13 790 26 12쪽
10 010. 새로운 정령(3) +1 24.08.12 848 25 11쪽
9 009. 새로운 정령(2) +2 24.08.11 902 24 13쪽
8 008. 새로운 정령(1) +2 24.08.10 997 24 13쪽
7 007. 강차장 일한다! +2 24.08.09 992 28 14쪽
6 006. 미친 노인 24.08.08 1,037 28 13쪽
5 005. 등반 관리청이 이상함 24.08.07 1,098 26 13쪽
» 004. 내가 아는 등반과 많이 다름. 24.08.06 1,157 28 13쪽
3 003. 이게···정령? +1 24.08.05 1,346 31 12쪽
2 002. 유산? 각성? 24.08.05 1,472 34 12쪽
1 001. 찾았다? 24.08.05 1,665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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