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황산2050 님의 서재입니다.

김정은 대통령?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황산2050
작품등록일 :
2020.07.27 10:45
최근연재일 :
2020.12.13 21:51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33,775
추천수 :
642
글자수 :
468,904

작성
20.08.19 00:06
조회
431
추천
7
글자
10쪽

제 19 화, 리샤와의 7년만의 재회 & 이별

DUMMY

우진의 말을 듣고 리샤는 말없이 우진의 품 안으로 파고 들었다. 우진은 조금 낮은 톤으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내가 지금 리샤에게 큰 죄를 짓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남북 관계라는 우리가 극복할 수 없는 커다란 장벽이 존재하는 걸 알면서도 마냥 당신을 잡아 둔다는 것은 분명 큰 죄일 테니까요.

따라서 난 강요할 수 없어요. 리샤, 당신이 원할 땐 언제든 나비처럼 훨훨 당신이 원하는 세계로 날아갈 수 있어요.”

우진이 말을 끝내기 무섭게

“일 없습네다! 절대 그 딴 일은 없을 겁네다! 내래 딴 남자랑 결혼할 생각이면 벌써 했지, 어케 서른 살 되도록 가만 있었갔습네까?

북조선에서 30넘은 처녀는 똥값 중에 똥값인데 이케 될 때까지 우진씰 만나는 걸 보면 내 맘이 어느 곳에 있는지는 우진씨도 알고도 남지 안찮습네까?”

갑자기 북한 사투리로 당차게 말하는 리샤를 바라보던 우진은 리샤를 다시 한번 꽉 안아주었다.

이것 저것 계산 없이 본능적으로 쏟아 낸 리샤의 저 사투리 말투 속에 리샤가 처한 현실적 아픔과 사랑의 진실이 넘치도록 담겨 있음을 우진은 뼛속 깊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진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해줘야만 한다는 현실이 너무도 가슴 아팠다.


두 사람을 태운 택시는 왼쪽 차창 밖으로 레만 호수가 선사하는 새 봄의 싱그런 비경을 보여주면서 제네바를 향해 무심히도 달려가고 있었다.

그 때 리샤가 휴대폰에서 음악을 틀었다.

프랑스 샹송, 나나무스끄리의 ‘사랑의 기쁨(Plasir d’amour)’이었다.

“굉장히 오래 된 샹송이지만 가사가 우리를 노래하는 것 같아요······”

리샤가 힘없이 말했다. 가사 내용은 이러했다.


‘사랑의 기쁨은 한 순간에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은 영원히 남았네

사랑의 기쁨은 한 순간의 것

사랑의 아픔만이 영원한 것이라오

당신의 눈이 나에게 입을 맞추면

나는 그 눈 속에서 반짝이는 사랑을 보았지

당신의 눈이 나에게 입을 맞추면

내 마음은 천국을 날았네

나의 사랑이 나를 사랑하니

모든 것이 신비로워라

무지개는 내 창을 반짝이고 내사랑 나를 사랑하네

그리고 지금 동이 터 사라지는 꿈결처럼 당신은 떠났네

그러나 그 언약만은 내 가슴에 끊어지지 않는 현으로 남았네

내사랑 나를 사랑 하나니······’


우진 역시 자신들의 사랑을 지켜 보고 가사를 쓴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가 모두 가슴에 절절이 와 닿았다.


두 사람은 혹시 모를 감시의 눈을 피해 제네바 뒤 골목 이름 모를 조그마한 레스토랑으로 찾아 들었다. 작정하고 오지 않는 한 찾기 힘든 식당이었다.

두 사람은 내일 아침이면 다시 헤어져야 하고 또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할 수 없다는 현실을 알고 있기에, 조금이라도 시간낭비 없이 자신들의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온 몸의 모든 감각 기관을 총동원해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기억하기 위해 몸부림 치는 듯이 보였다.

두 사람의 눈은 마치 감시 카메라처럼 상대방을 쫓고 있었고 두 사람의 몸은 한 몸 인양 밀착된 채 서로의 체온과 체취를 담기에 바빴다. 그리고 서로를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많은 질문과 답을 주고 받고 있었다.

식사 도중 리샤가 물었다.

“오빠는 종교가 가톨릭인가 본 데, 언제부터 성당에 나가셨어요?”

조금은 의외인 듯한 리샤의 질문에 우진은 잠시 말이 없다가 이윽고 답을 했다.

“우리 집은 원래 전통적인 유교 집안이었어, 할아버지께서 종갓집 종손이어서 거의 매달 제사를 지냈었고, 뒤를 이어 큰 아버지께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사시면서 그 많은 제사를 지내셨어.

특히 큰 어머님의 희생이 정말 크셨지. 큰 아버지께선 슬하에 아들이 없으셔서 다음엔 내가 이어받아 잘 모셔야 한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일러두시곤 하셨어.

그런데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일찍 돌아가시자 상심이 크셨던 어머니께서 병까지 얻게 되셨고 나도 그 때가 중학교 2학년 말 인가였는데 몸이 아파 집에서 머물고 있을 때였어. 그 즈음 어느 날부터 인가 어머니께서 성당에 나가시기 시작했지.

어머니께서는 내게도 성당에 같이 가자고 하셨는데 처음엔 싫다고 거절했어, 그 다음 두 번째 주일에도 거절 했고, 근데 세 번째 주일에도 어머니께서 같이 가자고 손을 내미시는데 갑자기 내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으로 전기에 감전 된 듯이 짜릿한 그 무엇이 흐르는 거야. 그러면서 ‘저 손을 잡고 따라 나서라’는 소리가 들려오더라고······

저 손을 지금 잡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벌떡 일어나 어머니 손을 잡고 따라 나선 게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야.”

우진의 말이 끝나자 제사와 종교라는 조금은 생소한 얘기에 이해가 안 가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리샤가 말을 받았다.

“아, 그랬군요. 저도 아빠가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돌아 가셨어요. 아버지께선 베이징 북한 대사관에 근무 중이셨는데 중국 동북 지방에 일이 있어 출장 중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돌아가셨어요.

근데 그 때 어머니와 저는 평양 인근 강선이라는 곳에 살았는데 어머니께서 그 곳 핵 물리학 연구 시설에 근무하고 계셨죠.

핵 관련 인력은 근무지를 절대 벗어날 수 없었기에 아빠는 베이징에 홀로 부임해 계셨었죠. 방학이면 내가 베이징에 놀러 가곤 했었는데······”

담담히 말을 마친 리샤의 눈엔 오늘도 이슬이 맺혀있었다. 잠시 눈물을 훔치더니 리샤는 말을 이어갔다.

“어릴 적부터 한 참 예민하던 사춘기 시절까지 아빠로부터 받은 사랑은 숨 막힐 듯 조직화되고 삭막한 북조선 사회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어요.

아빠의 사랑이 있었기에 제가 살 수 있었어요. 지금 우진씨의 사랑이 있기에 살 수 있는 것 처럼 요······”

말을 다 마친 리샤의 두 눈엔 몇 장의 휴지로 막기엔 힘들 만큼의 눈물로 가득 차있었다. 우진은 리샤 옆 좌석으로 옮겨 그녀를 꼭 안아주는 일 외엔 그 순간 딱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의 울음은 어쩌면 내일 있을 이별의 아픔을 미리 덜기 위한 사전 의식처럼 생각됐다.

우진은 리샤를 안은 채 느껴지는 체온과 심장으로부터의 파동, 그리고 ‘지금은 우진씨의 사랑이 있기에 살 수 있다.’는 리샤의 마지막 말이 하나가 되어 자신의 폐부 깊숙이 뚫고 들어와 박히고 있음을 아프게 느끼고 있었다.

우진은 리샤를 위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초라함을 지울 수 없었다. 한계의 초라함은 사과를 부른다.

“리샤, 미안해······”

“네?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절대 그런 것 아녜요. 미안한 건 저에요.”

“그럼, 우리 저 알프스 숲 속으로 도망가서 둘이 살까?”

우진이 살짝 뜸을 들이며 뜬금없이 말했다. 그러자 리샤는

“그럴까요? 아주 멋진 생각인데요? 우리 당장 떠나요!”

“리샤, 정말이지? 자, 그럼 지금 당장 갑시다. 알프스로! 고고!”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와 제네바 뒤 골목으로 걸어 나갔다. 저 만치 걸어 나가는 골목 안 가득 우진과 리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한동안 공명되어 퍼지고 있었다.

그 날 두 사람은 몽트뢰에 이어 제네바에서 두 번째 밤을 함께 보냈다.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다시 각자의 길로 가기 위해 제네바 공항에 도착하고 있었다.

티켓팅을 하고 짐을 부치고, 리샤는 먼저 파리,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으로 가고

우진은 프랑크푸르트를 거처 서울로 가야 했다.

라운지에서 차를 한 잔 마시는데 리샤가 불쑥하니 물었다.

“우진씨, 혹시 2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세요?”

우진은 움칫 놀란 표정을 지은 후에

“아, 글쎄 그게 아직 숙고 중이야.”

“에이, 뭐에요? 사나이가 머뭇거리면 어떻게 해요. 제 생각엔 그 때쯤 도전하면 성공하실 것 같은데요? 그리고 빨리 대권을 잡아야 우리가 결혼을 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하며 밝게 웃었다.

“그건 무슨?”

“아니, 잊으셨어요?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대권을 잡아서 김정은 위원장님과 우리 결혼에 대해 담판 짓겠다고 말했었잖아요? 에이, 엉터리!”

“아, 그 말.”

우진은 그제서야 생각난 듯 했다.

“리샤, 사실은 이번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또 리샤를 만나면서 출마 쪽으로 결심했어.”

우진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정말 잘 하셨어요! 훌륭하세요! 꼭 대권을 잡아서 우진씨가 조국 통일의 대업을 이루리라 믿어요!”

리샤가 진심 어린 마음에서 응원하며 맞장구 쳤다. 그 남자에 그 여자였다. 대선 출마 이야기는 의외로 두 사람의 이별의 순간을 밝게 만드는 효과를 낳았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리샤가 먼저 출국장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 됐다. 두 사람은 출국장 바로 입구까지 커플 반지를 낀 두 손을 꼭 잡고 걸어갔다. 그리고는 출국장 문 앞에서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힘있게 포옹했다.

동시에 서로 상대의 귀 볼에 대고 얘기했다.

“리샤, 다시 만날 때까지 몸 조심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야 돼.”

“네, 우진씨도요. 그리고 꼭 대통령이 되시길 기도할게요. 건강 하시고요”

서로 말이 끝난 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눈을 맞춘 후,리샤가 출국장으로 머리를 돌려 잰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우진은 늘 그랬듯이 그녀의 뒤 모습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7년만의 재회가 끝이 났다.

그러나 이 날의 재회가 그토록 긴 이별의 시작이 될 줄을 우진과 리샤 모두 그 때는 모르고 있었다.


우진은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리샤가 들려 준 노래, 나나무스끄리의 ‘사랑의 기쁨’을 수십 번 반복해 듣고 있었다.

리샤의 음성을 듣는 듯 아쉬움과 행복감이 혼재된 것처럼 보였으나 그의 두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볼 때, 그는 지금 마음속에서 울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김정은 대통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제 29 화, 김정은 위원장의 히든카드 20.09.03 424 6 10쪽
28 제 28 화, 남북 정상회담 - 마지막 담판 20.09.02 424 6 11쪽
27 제 27 화, 남북 정상회담 - 마지막 담판 20.09.02 429 6 9쪽
26 제 26 화, 남북 정상회담 - 마지막 담판 20.08.31 436 5 10쪽
25 제 25 화, 미국의 최후 통첩 - 한반도 핵전쟁 위기 +1 20.08.28 435 7 11쪽
24 제 24 화, 37세 정우진 대통령의 탄생과 비핵화의 배신 20.08.27 436 5 10쪽
23 제 23 화, 대선 전야 & 리샤의 전화...... 20.08.25 427 6 10쪽
22 제 22 화, 2027 대선 - 정우진의 위기, 네거티브 공격 20.08.24 431 7 9쪽
21 제 21 화, 2027년 21대 대통령 선거 20.08.22 430 7 10쪽
20 제 20 화, 리샤의 혁명화 교육 & 우진의 대권도전 선언 20.08.20 433 6 9쪽
» 제 19 화, 리샤와의 7년만의 재회 & 이별 20.08.19 432 7 10쪽
18 제 18 화, 리샤와의 7년만의 재회 - 스위스 몽트뢰 20.08.17 432 7 10쪽
17 제 17 화, 리샤와 7년 만의 재회 - 스위스 제네바 20.08.16 435 6 9쪽
16 제 16 화, 아프리카로! - 남 수단 20.08.15 433 5 10쪽
15 제 15 화, 아프리카로! - 에티오피아 20.08.14 440 7 10쪽
14 제 14 화, 청년 행동당 창당 +2 20.08.13 442 7 10쪽
13 제 13 화, 2022 대선 20.08.12 443 7 12쪽
12 제 12 화, 2022 대권의 향배 20.08.10 446 6 10쪽
11 제 11 화, 유투브 정치 & 판데믹 20.08.06 454 7 9쪽
10 제 10 화, 우진, 현실 정치로 가다! 20.08.05 469 7 9쪽
9 제 9 화, 아! 시베리아...... (5) 20.08.04 475 7 9쪽
8 제 8 화, 아! 시베리아...... (4) +2 20.08.03 481 6 9쪽
7 제 7 화, 아! 시베리아...... (3) 20.08.01 499 7 9쪽
6 제 6 화, 아! 시베리아...... (2) +2 20.07.31 534 8 10쪽
5 제 5 화, 아! 시베리아...... (1) 20.07.30 573 7 9쪽
4 제 4 화, 만남의 사슬 - 베를린 20.07.29 603 9 11쪽
3 제 3 화, 만남의 사슬 - 평양 20.07.28 713 9 9쪽
2 제 2 화, 만남의 사슬 - 평양 20.07.27 840 8 5쪽
1 제 1 화, 그날... 만남의 사슬 +2 20.07.27 1,292 10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