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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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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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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16: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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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138

작성
18.12.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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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글자
12쪽

10막 2장. 룬어와 형질 변경

DUMMY

“저도 몰라요.”

“그럼 어떻게 저것을 검에 상감한건데?”

“글쎄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어휴, 내가 말을 말자. 아무튼 대충 알아낸 바는 화염과 냉기, 두 가지 속성 외에는 끌어낼 수가 없더구나. 아마 룬어를 모르니 응용이 안 되는 것 같아. 단지 화염과 냉기는 워낙에 자연계에 쉽게 존재하는 촉매라 튀어나온 것 같고.”

“그런가요? 하긴, 일리는 있네요.”

룬어라.

한번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판단했다.

동혁이 볼 때 과거가 심상치 않은 그녀가 이 정도로 말할 정도라면 분명 가치 있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동혁은 연신 놀라워 하는 혜미를 보면서 그저 어깨만 으쓱거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무튼 너···”

“왜요?”

“진짜 대단하다. 만약 나이만 내가 많지만 않았어도 꼬셨을텐데··· 에구 나이가 뭔지.”

“우와, 그런 말 해도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이모님?”

나혜미는 주먹을 쥐더니 고함을 치며 갈구었다.

“뭐엇! 이모? 콱, 이게 말 다했어?”

“헤헤. 농담이에요. 농담!”



***



흐릿한 모습이다.

마법사 넷이 있었다.

모두 중동 혈통을 가진 인물들이다. 그런 그들 중 가장 우두머리로 보이는 마법사 하나가 뭔가 초조한 일이라도 있는 양 계속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분명히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다.

그런데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았다.

분명 본 것 같은데 모른다?

꿈 속에서 동혁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법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중얼거렸다.

말투는 굉장히 공손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왜 연락이 없으신거지?”

주위에 있던 제자들은 스승의 안타까운 모습에 혀를 차면서도 그 성미를 알기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스승님, 그냥 모른 척하시는게 어떨까요? 아무리 봐도 저로서는 이해가···”

“갈--!! 감히 망발을 하는 것이냐?”

“어찌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분명히 그 분은 말씀하셨다. 조용히 기다리라고.”

“하지만 벌써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분은 아무 말씀도 없으신데···”

“지금도 우리를 지켜보실지 모른다. 너 따위가 어찌 그 분의 위대함을 알겠느냐.”

“저희들은 그저 스승님이 벌써 일 주 일째 잠도 못 주무시는데 걱정이 되어서 그런 것뿐이니 부디 노여워 마소서.”

“나 역시 비사르 일파의 미래를 위해 그런 것이다.”

노 마법사는 그 때서야 자존심 때문인지 말끝을 흐려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분’이란 말이 나오면 극도로 조심스런 모습이 역력했다.

“네 놈들은 모른다. 그 분의 강력함을···”

그것은 공포감이었다.

아예 영혼이 완전히 제압 당한 꼭두각시 인형처럼 노 마법사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럼, 차라리 찾아가시는게 낫지 않을까요? 이미 그 분의 소재도 알고 계신다고 하니···”

“하지만···”

종을 자처하는 이로서 주인의 허락도 없이 함부로 방문하였다가 벌을 받을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답답했던 제자는 현란한 말솜씨로 스승의 마음을 녹였다.

“아마 다른 일이 있었나 봅니다. 아마 직접 찾아 뵌다면 분명히 기뻐하실겁니다.”

“그, 그럴까?”

“네.”

“흐흐, 그럼 무례라 하더라도 뵙는게 옳은 것 같구나.”

그 순간 마법사는 복잡한 시험 문제를 푼 것처럼 아이마냥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시 꿈은 이어졌다. 이번엔 다른 꿈이다. 동혁은 그저 몽마가 인도하는데로 따라만 갈 수밖에 없었다.


굉장히 큰 홀이었다. 페르시아산 카페트, 고대 중국 화병, 웅장한 대리석 기둥 사이로 수 십 명의 인간들이 시립해 있었다. 그 중앙에는 화려한 옥좌에 호피를 입은 남자 하나가 오만하게 앉아 있었다.

얼마 후, 무인들에 의해 처참하게 고문을 당한 십여 명의 인간들이 묶인 채 끌려 왔다.

남자는 저 높은 단상에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굳이 변명 따위나 들어 볼 필요 있을까? 집법관?

- 네! 총주!

- 조직에 그 동안 공로를 세운 점은 참작하여 적당한 형벌을 내리도록.


체념이라도 한 것일까. 이들은 포식자 앞에 놓인 고기덩이처럼 그저 울기만 할 뿐이다.

결국 그 중에 중년 여인이 울부짖으며 외쳤다.


- 총주! 이런 법은 없습니다. 부디, 용서를···

- 지겹군. 저 년은 혀와 눈을 끊고, 사지를 자른 채 발가 벗겨서 본보기로 고기덩이로 만들어서 만인이 볼 수 있게 전시하도록.


그의 말이 떨어지자,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아무도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

용포를 입은 남자는 따분하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인물의 구분이 안 갔다. 그저 모두의 얼굴이 흐릿하게만 보였던 것이다.

동혁은 필사적으로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흐느꼈다. 여자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그리고··· 동혁은 그제서야 그녀가 누구인지 볼 수 있었다.

아--!!



땀이 흥건히 흘렀다.

“꿈인가?”

악몽이었다.

지난 번처럼 돈이라도 벌 수 있는 소재라도 튀어나왔으면 좋으련만, 꿈은 제멋대로였다. 그 날 이후로, 꿈은 정말 다양했다.

어떤 안건에 대해 말다툼을 하는 정치에 관한 것이나 알지도 못하는 장소에서 수천 명이 죽어가는 전투의 일부분, 혹은 전혀 뜬금 없는 누군가의 수련 장면 따위들이었다.

만약 이들에 대한 정보라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이를 이용해서 이득이라도 취했을 것이다.

허나, 정보는 고사하고 꿈 속 인물들은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속된 말로 예지라는 것이 크게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능력이 아직 부족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랜덤이라 그런 것인지는 아직 몰랐다.

하지만, 이번의 꿈은 달랐다.

동혁은 멍한 눈빛으로 한동안 가만히 있어야 했다.

“···그런 것이였나?”

자조적인 웃음. 마치 뭔가에 홀린 듯 동혁은 광소를 터트렸다.

다시 봉인이 좀 더 깨졌다.

마법사의 정체, 처형을 당하는 여인.

둘 다 알기 때문이다.

마지막 여인의 얼굴이 잡혔던 까닭이다.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마치 이 시나리오가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조작된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다.

‘대체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걸까?’

한기가 스쳐갔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이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 유독 자신에게만 발생한다는 사실에 너무 공교롭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두 번째 회귀


아직 너무 많은 기억이 수면 속에 잠을 자고 있다.

심지어 이 기억조차 ‘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은 믿어야 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거짓’이라면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목적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처음 장면은 지난 번 마굴에서 싸웠던 데얀이란 흑마법사였다.

‘그게 꿈이 아니었구나. 어쩐지 생생하다 했더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동혁의 몸 안에 존재하는 미지의 존재가 데얀을 굴복시킨 듯 보였다.

또한, 얼마나 그 당시 공포스러웠는지 데얀은 도망칠 수도 있었음에도 감히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숙주에 뭔가를 심은 것처럼 데얀은 현재 완벽한 꼭두각시가 된 상태였다.

자신이 한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놔두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심령의 소통.

그는 느꼈다. 만약 저대로 데얀을 계속 방치한다면 아마 데얀은 미쳐서 폭주할 가능성이 높다 본 것이다.

안절부절하는 눈동자.

눈에서 알 수 있듯이 일단 그가 찾아 오면 만나야 했다.

그 정도 실력으로 동혁에 대한 정보 정도는 금방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만나보고 데얀에 대한 처리는 결정하는 것으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두 번째 장면.

얼굴을 확인한 순간, 동혁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을 느꼈다.

어찌 모를까.

동혁은 깊게 고민했다.

불확정된 미래.

미래는 분명 올 것이다.

그것이 변한 미래인지, 아니면 벗어날 수 없는 미래인지는 몰라도.

또한, 과거의 기억 몇 가지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쓴웃음, 아픔, 고통과 같은 번민이 파도처럼 덮쳐온다.

‘잘못하면 예전처럼 또 다시 실패할지 몰라. 이번에는 정말 철저하게 힘을 길러야겠어.’

주먹을 꼭 쥔다.

나약했던 주먹이 어느새 듬직하게 변해 있었다.



***



거리는 미로처럼 복잡했다.

홍콩.

구룡 스트리트의 동쪽 끝 빈민가 집단, 그 집단의 블록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

마약, 창녀촌, 무법자 등이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는 그 곳에 모처럼만에 출현한 강렬한 태양빛이 이 모든 음울한 사기를 깔끔히 날려 보내고 있었다.

찌든 담배 연기, 도로 블록에 붙은 오물 찌꺼기, 이빨을 드러낸 길고양이, 공허한 눈빛의 늙은 창녀, 카드 패를 쥔 마약에 찌든 건달.

인생이라는 레이스에서 도태 된 패배자 그룹의 모습이다.

동혁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걷고 또 걸었다. 휴일과 개교 기념일을 이용해서 해외로 나온 것이다.

저 멀리 빌딩은 여전히 휘황찬란하게 반짝거렸다.

하지만 이 곳은 다르다.

동혁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면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했다.

길이 더 좁아지고 미로처럼 변했다.

좀 더 깊숙하게 전진하자 마침내 빈민가 블록이 끝났다. 그 뒤로 단층형의 거대한 팔각형 건물이 나타났다.

건물 앞에는 수십 여 명의 가드들이 무장을 한 채 돌아다녔는데 그 중 하나가 다가와 경계를 하는 눈빛을 보였다.

“어떻게 왔소? 여기는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닌데···.”

유창한 광동어.

하지만, 동혁이 못 알아듣는 듯 하자 다시 한국어로 물었다. 이 시대에 한국어는 세계 공용어였다.

그제서야 동혁은 주머니 속에서 베이지색으로 고급스럽게 코팅이 된 회원 카드 한 장을 꺼내 보였다. 미리 홍콩의 정보상인을 통해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만든 가짜였다.

“안내해. 경매에 관심이 있어 왔다.”

“아, 네.”

가드는 뒤에 있던 관리자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뒤이어 안내자가 나타나서 문을 열고 동혁을 데리고 들어갔다.

지상 1층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무실만 존재했다.

각 파티션으로 분할 된 블록을 지날 때마다 앉아서 근무를 보는 이들이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이 자못 이채로웠다.

이 거대한 사무실 블록 전체가 어떤 조직이 위장한 모습이라는 사실에 눈이 반짝 빛났다.

동혁의 발걸음은 당당했고 여유로웠다.

과거의 기억, 그 파편의 한 조각.

이 곳에서 찾아야 할 것이 있었다.

동혁은 이미 암흑의 기운 때문인지 예전과 기세가 많이 달랐다.

이윽고 안내자가 맨 마지막 사무실의 전신 거울 옆의 버튼을 누르자 거울이 360도 회전을 하면서 시커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입구에 들어가기 전에 안내자는 동혁에게 뱀파이어 가면과 해골 가면을 건넸다.

“가면입니다. 둘 중 마음에 드시는 것을 착용하셔야 합니다.”

“이런? 반드시 얼굴에 써야 하나? 답답한 건 딱 질색이라서.”

“이 곳의 규칙입니다. 착용을 하지 않으면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그래? 규칙이라?”

“네. 규칙입니다.”

“그럼 어쩔 수 없군.”

“감사합니다.”

괴상한 가면으로 억지로 얼굴을 가린 동혁은 가볍게 불만을 터트리더니 곧장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은 미로처럼 상당히 복잡한 편이었다.

애초에 설계를 할 때부터 찾는 이로 하여금 혼란을 주는 것이 목적이었는지 한참 내려가다 보면 여러 개 문이 나왔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어가야 했다.

그 때마다 무장 가드들이 나와 재차 카드를 확인 후, 입장을 허가했다.

이런 통과 의례를 3 번이나 거친 후에야 마침내 경매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혁은 안내자에게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해 천천히 말했다.

안내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잠시 떴다.

경매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대단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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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14막 1장. 3대 금역 +3 18.12.16 5,613 88 12쪽
42 13막 5장. 술탄의 향기 18.12.16 5,611 78 12쪽
41 13막 4장. 술탄의 향기 18.12.14 5,656 82 11쪽
40 13막 3장. 술탄의 향기 18.12.13 5,836 79 12쪽
39 13막 2장. 술탄의 향기 18.12.12 6,163 83 12쪽
38 13막 1장. 술탄의 향기 +1 18.12.11 6,436 90 13쪽
37 12막 3장. 괴수 동물원 18.12.10 6,592 86 12쪽
36 12막 2장. 괴수 동물원 +2 18.12.09 6,842 88 12쪽
35 12막 1장. 괴수 동물원 +3 18.12.07 7,257 98 12쪽
34 11막 3장. 구룡 경매장 18.12.06 7,352 109 12쪽
33 11막 2장. 구룡 경매장 18.12.05 7,270 115 12쪽
32 11막 1장. 구룡 경매장 18.12.04 7,479 99 12쪽
» 10막 2장. 룬어와 형질 변경 +2 18.12.03 7,851 103 12쪽
30 10막 1장. 룬어와 형질 강화 18.12.01 7,852 106 12쪽
29 9막 3장. 미래를 읽고 대비하는 법 +2 18.11.30 7,944 119 13쪽
28 9막 2장. 미래를 읽고 대비하는 법 +1 18.11.29 8,206 118 12쪽
27 9막 1장. 미래를 읽고 대비하는 법 18.11.28 8,527 116 13쪽
26 8막 3장. 두 번째 전생 18.11.27 8,865 118 12쪽
25 8막 2장. 두 번째 전생 18.11.26 8,794 118 12쪽
24 8막 1장. 두 번째 전생 +7 18.11.25 9,013 116 12쪽
23 7막 6장. 헤수스의 마굴 18.11.23 8,714 112 12쪽
22 7막 5장. 헤수스의 마굴 18.11.23 8,714 116 12쪽
21 7막 4장. 헤수스의 마굴 +2 18.11.22 8,976 106 12쪽
20 7막 3장. 헤수스의 마굴 +2 18.11.21 9,356 116 13쪽
19 7막 2장. 헤수스의 마굴 +2 18.11.21 9,761 119 12쪽
18 7막 1장. 헤수스의 마굴 18.11.20 10,382 123 13쪽
17 6막 2장. 초감각 +3 18.11.20 10,339 138 9쪽
16 6막 1장. 초감각 18.11.20 10,692 1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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