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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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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11.2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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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막 3장. 두 번째 전생

DUMMY

눈.

두 눈은 사악했다.

또한 공포스러웠다.

저 심연 속에 사는 이글거리는 광기의 겁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데얀의 머리 속은 하얀 백지처럼 멍해 있었다. 절대적인 공포감에 어깨가 떨렸다.

감히 시선조차 쳐다보지 못했던 탓이다.

아까와 달리 반항한다는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그만큼 공포스러웠던 것이다.

‘어디서 이, 이런 존재가···’

이대로 소멸할 수는 없기에 억지로 버텨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참혹한 형벌이다.

심령이 깨지기 시작했다. 리치가 되기 위해 라이프 배슬 그 전 단계인 심령의 그릇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그는 느꼈다.

눈 앞의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이제는 피부마저 갈라지면서 도마뱀의 혈관처럼 부풀어 올랐다. 또한 관절이 돌아가면서 제멋대로 부러졌다. 무릎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면서 원치 않았지만, 무릎부터 꿇는다.

약해진 방광에서는 누런 액체가 줄줄 흘렀으며, 저절로 눈물이 쏟아졌다.

데얀은 머리를 찍는 시늉을 연신 했다.

“충성을,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부디···”

눈은 흥미롭다는 듯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왔다.

마치 도축 당하기 전에 구경을 하는 것처럼 천천히 본다.

아무 말도 없다. 무관심일까? 하지만 이런 모습에 데얀은 더욱 기가 죽었다.

흡사 애견이 주인의 관심을 받기 위해 꼬리를 치는 것처럼.

“제발···”

다시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갔다.

데얀은 지독한 공포 속에 떨었다.

한평생 인간 위에 군림하던 포식자의 위치에서 내려온 대가는 참혹했다.

허나, 영혼이 소멸을 당할지 모른다는 압박감은 미쳐버릴 것 같은 세뇌로 이어졌다.

눈 앞의 존재가 아까 보았던 ‘아이’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 끔찍할 정도로 사악한 두 눈에게서도 그 ‘아이’ 아니, ‘주인’의 향기가 났기 때문이다. 그 둘의 향기는 같았다. 그러니 당연한 생각이다.

‘잘못 건드렸어···’

뒤늦은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만약 이 아이의 배후에 이런 신격이 닿은 존재가 있음을 알았다면 설령 황제가 명령했다 해도 대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피를 토하며 고개를 숙였다. 마법사로서 영혼의 맹세를 하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만큼 지금 주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했던 것이다.


- 나중에 찾아갈 테니, 그 때···


마지막 한 마디.

비록 마음 속에 전해 오는 명령이었으나, 데얀은 더할나위 없이 기뻤다.

배신?

데얀은 그런 사특한 마음조차 불경함이라 느꼈다.

그리고 어느새 데얀은 주인에 대한 공손한 자세로 흐뭇한 미소를 짓는 자신을 발견했다.

때로는 무엇 때문에, 어째서, 왜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만 인정하면 될 뿐이다.

그것이 세뇌이든, 공포든, 혹은 다른 것이든 무엇이든 상관 없었다.

주인에게 복종하고 따르면 불필요한 번뇌는 사라진다.

그는 알고 있다.

어떤 금제장치도 없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주인에게 해가 되는 마음을 갖는다면 얼마나 참혹한 대가를 받는지를.

또한 감사했다. 영겁의 시간 동안 떠돌았을 불쌍한 영혼을 주인이 구원해줬다는 것에 대해서.



동혁은 한동안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아주 짧은 꿈 같았는데 자신이 데얀을 찾아 희롱을 하는 – 논리적으로 말도 안 되는 착각이었다.

순간 눈을 뜨자 아직 마굴임을 깨달은 동혁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단지 방금 전 기억이 너무 선명해서 이상하다 느낄 뿐이다.

“후후, 세상이 미쳤구나. 미쳤어.”

정적을 깬 목소리의 주인공은 동혁이 아니었다.

술독에 빠진 불곰.

헤수스 길드 산하 마굴의 유일한 생존자.

동혁은 알고 있었다.

단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기에 그저 놔둔 것뿐이다.

불곰이라고 어찌 모를까.

둘의 눈이 마주쳤다. 현실로 돌아온 동혁은 허무하다는 듯, 불곰은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

“내도 죽일거제?”

“별로···”

“우리 아우가 호탕하시네. 왜지?”

“그냥 당신은 그 정도까지 타락한 것 같지 않더군.”

“내 의지가 아니다. 모두 백부가 한 일이여.”

“백부라.”

“아마 백부는 모를것이제. 아니, 설령 알았다 해도··· 어휴, 빌어먹을! 좆 같네. 진짜!”

“정말 그럴까?”

결국 불곰은 자조적인 어투로 땅이 꺼져라 한숨부터 내쉬었다.

“흐흐, 알아. 안다고.”

“정말 그렇다 생각해?”

“씨벌! 그래서 내도 죽일거냐?”

“죽인다면?”

“··· 아, 그만 좀 쳐다 봐.”

“·········”

불곰은 돌연 시선을 피했다.

동혁의 눈은 지극히 평범했다.

아까 보여주던 광기는 아예 보이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허나, 불곰은 돌연 온 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이 평온함 속에 눈동자 저 편에는 광활한 무겁 無迲의 심연이 숨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몸이 저절로 경직되었다. 마치 절대적인 포식자를 마주친 연약한 초식동물 마냥 어깨가 굽혀졌던 것이다.

‘그 때와는 완전히 달라. 일부러 능력을 숨긴 것일까?’

집안에 대한 원망과 함께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온 몸을 덮쳤다.

그래. 어찌 모를까. 여자를 노예로 사육하고, 남자를 동물로 만들며, 인간의 탐욕을 부추겨서 이룩한 황금의 탑.

이 모든 부귀는 결국 인간의 고혈을 빨아 만든 것들이다.

주먹이 으스러질 정도로 떨어댔다.

결국 고개를 숙여야 했다.

“미안타. 정말로···”

“됐어. 당신 탓 아니야.”

“나, 난···”

그리고 동혁은 얼굴을 돌리며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죽지 않았어. 어디로 간 걸까?’

영혼이 완전히 소멸되기 직전,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허나, 분명한 것은 놈은 다시는 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관안 觀眼.

동혁은 느꼈다. 자신이 괴물이 되었음을.

육체강화, 치유, 사물동화, 물질간섭, 예지, 그리고 다른 하나.

그런데 나머지 하나인 흑색의 권능은 다른 다섯 가지를 합한 것보다 더 컸다.

아직도 이 다섯과 하나는 서로 맹렬하게 싸우는 중이었다. 그나마 처음 뭉쳤을 때와는 달리 이제는 서로 영역에 또아리를 틀며 완벽하게 융화되지만 않았을 뿐이다.

아까 기억이 떠올랐다.

마지막에 마법진을 파괴시킨 것은 놈이 뿌린 사기를 모아서 되돌림을 한 것이다. 공간도 접었다.

30미터가 넘는 거리를 눈 끔벅할 시간에 이동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결이 보여.’

그래. 결이 보였다. 그 결이란 집중을 하면 이제는 쉽게 보였다.

불곰을 살려준 것도, 불곰이 자책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적의와 같은 살기.

이중적인 속마음.

호의적인 감정, 혹은 부정적인 감정.

쉽게 말해 자세히는 몰라도, 어떤 ‘형과 상’을 인간이 표출하는지 정도의 간단한 기분이 ‘결’ 속에는 드러났다.

어떻게 형언할 수도 없고, 설명하기에는 꽤 복잡했다.

동료들에게서도 서로 다른 색깔이나 선이 보였다.

마치 의사가 진맥을 하듯이, 비록 흐릿한데다 집중을 많이 해야 하는 탓에 엄청난 정신력이 소비되었으나, ‘결’이 드러났다.

신기하면서도 새로운 발견이다.

하지만 동혁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것을 오랫동안 유지할 능력도 안 되는데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 진실을 아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그 감정이 자신에게 나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는 다른 판단의 영역이다. 마치 X-ray 로 폐를 찍었는데 그것이 암인지 아니면 단순한 기관지염인지 모르는 것처럼.

그러던 그 때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너무 아파서 동혁은 동료를 향해 미소를 보이다가 괴물처럼 얼굴이 일그러져갔다.

동혁은 서서히 허리를 굽히더니 거품을 물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 너는 전생자···


동혁은 정신을 잃었다.

꿈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대지 위에 힘겹게 돋아난 싹처럼 심연 깊숙하게 자리 잡았던 작디 작은 꿈은 이제 좀 더 커졌다.

잊고 있던 기억, 인과율의 배덕, 그리고 추억.

물론, 아직까지 봉인은 완전히 깨지지 않았다. 그저 두터운 인과율의 견고한 벽에 몇 개의 균열만 줬을 뿐이다.



***



세 달 후.

무더운 열대야가 지독했던 광야의 여름이 지나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시기.

딱 보기에도 웬만한 사람은 들어가지도 못하는 호화로운 레스토랑의 중앙에는 오직 하나의 원형 테이블과 네 명의 아이들만 있었다.

그 사이로 등잔에 걸린 촛불의 휘광과 함께 이제 갓 여문 백합과 장미의 향기가 묘한 풍미를 느끼게 한다.

허나, 이런 고고한 분위기와 달리 오늘의 주인공인 아이들은 종달새가 모이를 찾아 지저귀듯이 시끄럽기 그지 없었다.

“아, 그러니까. 스테이크 별로라고! 난 무조건 초코 케익!”

“양놈이냐? 뭔 입맛이 그렇게 까다로워?”

“남이사!”

“준영이, 이거 완전 진상이네? 아무리 내가 쏜다 해도 그렇지, 일하는 사람 귀찮잖아? 웬만하면 통일해서 시키자. 응?”

“싫어.”

“완전 초딩 입맛이네. 후후!”

“야, 송나영! 그리고 넌 그 징그러운 웃음 좀 그만 둬. 무슨 술집 아가씨도 아니고··· 쳇!”

“우와, 이 돌아이가 미쳤나? 뭐 술집? 너 다시 말해봐!”

“아, 미안! 그냥 비유라고!”

“개소리하시네. 말실수 하지 마라.”

“흐흐, 그래.”

준영은 어깨선부터 내려온 금속으로 뒤덮인 기다란 팔 한쪽으로 우적우적 에피타이저로 나온 마늘빵을 개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왼팔과 달리 비대칭적으로 생긴 이것은 키메라의 생체 조직에 텅스텐 합금으로 만든 의수였다.

비록 와이셔츠로 가렸다 해도, 아직까지 포크질과 같은 미세한 동작은 무리가 있는 듯 자주 실수를 했다.

“이젠 장애인 다 되었네? 큭큭.”

“지랄!”

“나영아!”

“내가 뭐? 굳이 피할 것 뭐 있겠어? 콤플렉스라는 건 스스로 만드는거야. 애꾸도 있는데 내가 뭐 어때서?”

그 말에 민수는 껄껄댔다.

“흐흐, 좆나 말은 싸가지 없지만 뭐 맞는 말이네.”

준영 뿐만 아니라, 민수의 상황도 만만치 않았다.

실명.

섬광포의 위력은 가공했다.

비록 살상반경을 스쳐 지나갔으나, 여자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날렸던 행동 때문에 민수의 한쪽 눈은 시력을 잃었던 것이다. 인공 눈을 달았으나, 자세히 보면 한쪽 동공에 초점이 없었다

허나, 다른 아이들도 정도의 차이는 존재할 뿐이지, 그 때의 일 이후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었다.

나영이와 하늘이도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었다.

이제는 치료를 했지만, 얼굴에는 희미하게 상흔 몇 개가 아직도 있었고, 목덜미쪽에는 아직 화상 자욱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여자에게 이런 상흔은 평생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근데 동혁이는?”

“좀 늦는다 하던데? 아마 곧 올거야.”

“그래?”

정적이 휩싸고 갔다. 나영은 스프 몇 모금을 뜨다 만 채로, 턱을 괴고 멍하니 사색에 잠겼다.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전부 다 평범하지 않은 내력을 가진 이들.

물론 이제는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

생체 키메라 팔을 단 준영의 진짜 신분이나, 실명을 했음에도 전혀 슬퍼하지 않는 민수나.

천신류, 그녀도 들어 본 적 있었다. 만약 천신류가 멸족되지 않았다면, 한국으로 치면 6대 메이저이상이었을 전설의 무가 武家··· 검가는 또 어떤가?

검에 미친 시대의 절대자들.

물론, 망해서 한국으로 도피 온 준영이나, 검가의 비전 절기를 익히지 못하는 민수는 그저 – 화려한 과거의 영광에 취해 안빈낙도를 꿈꾸지만 현실은 별 것 없는 그런 부류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들의 정체를 알고 난 후부터 나영의 속내는 내심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해타산적인 자신이 증오스러웠지만, 그 날 이후로 모든 것이 바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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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13막 5장. 술탄의 향기 18.12.16 5,611 78 12쪽
41 13막 4장. 술탄의 향기 18.12.14 5,656 82 11쪽
40 13막 3장. 술탄의 향기 18.12.13 5,836 79 12쪽
39 13막 2장. 술탄의 향기 18.12.12 6,163 83 12쪽
38 13막 1장. 술탄의 향기 +1 18.12.11 6,436 90 13쪽
37 12막 3장. 괴수 동물원 18.12.10 6,592 86 12쪽
36 12막 2장. 괴수 동물원 +2 18.12.09 6,842 88 12쪽
35 12막 1장. 괴수 동물원 +3 18.12.07 7,257 9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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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막 1장. 룬어와 형질 강화 18.12.01 7,852 10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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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9막 2장. 미래를 읽고 대비하는 법 +1 18.11.29 8,206 118 12쪽
27 9막 1장. 미래를 읽고 대비하는 법 18.11.28 8,527 116 13쪽
» 8막 3장. 두 번째 전생 18.11.27 8,865 118 12쪽
25 8막 2장. 두 번째 전생 18.11.26 8,794 118 12쪽
24 8막 1장. 두 번째 전생 +7 18.11.25 9,013 1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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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7막 5장. 헤수스의 마굴 18.11.23 8,714 116 12쪽
21 7막 4장. 헤수스의 마굴 +2 18.11.22 8,976 10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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